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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심리학 관련 책은 사람의 성향을 줄줄이 엮어서 통찰하게 하는 것 같다. 가령 특정 성향이 있는데 그건 다른 성향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고, 여러가지 성향의 공통적인 근본 원인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제목, 그리고 내용과 연관이 있어서다. 제목은 단호해짐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 뿐만이 아니어서다.
이 책의 내용을 누가 나에게 단 한단어로 요약해보라고 말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한계˝라는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한계라는 단어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 내지는 생각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많이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경계 또는 깨부시거나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할 거다. 지금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달려온 그 어떤 지점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지켜야 할 거리 내지는 자신의 영역을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 책은 그 ˝한계˝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서술을 보여준다. 단어를 모호하게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호해지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그을 줄 알아야 하며, 그 전제는 자기 중심이 명확히 잡혀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동시에 자기가 그 경계를 이탈하여 상대방을 과도하게 도와주려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기 능력밖의 일이 아닌지, 자신이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말그대로 자신의 한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말해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종종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 할 때 ˝과도함˝에 빠져드는 것 같다. 한계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달까? 어쩐지 한계라는 걸 인정하면 내 능력과 깜냥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만 같아서 그게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스스로 나를 먼저 존중하고 내 몫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내 한계를 벗어나 도우려고 했을 때는 상대방도 부담스러워지고 나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자연스럽게 남을 도울 수 있고, 그 이상은 상대방에게 힘들다고 좋게 거절하는게 둘 다를 위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 부담을 가지지 않고 기꺼이 남들을 신경써주고 도울 수 있는 정도인 적정 한계선을 이탈하려고 튀어나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무리할 필요 없고 무리해서도 안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의 단순한 제의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 과도하게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