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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평점 :
일년에 단 한번뿐인 휴가. 하지만 난 그 한번뿐인 휴가마저도 가지 못한다. 상실감에 빠질 때쯤 나에게로 온 '휴가지에서 생긴 일'. 휴가지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인지, 휴가를 떠났다가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는 않은 건지, 휴가를 떠난 아름다운 한 커플이 세기의 사랑에 빠져 엄청난 불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큰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부디 평화로운 휴가가 되길 기도하며 읽기 시작했다.
봇 신부와 세던 신부는 휴가를 같이 보내기로 한다. 평화로운 휴가를 보내는 것을 기대했건만, 봇 신부는 휴가지에서마저 일을 한다. 절벽에 있는 펜디잭 호텔이 무너져, 장례식의 설교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휴가를 와서 일을 한단 말인가. 세던 신부는 이런 봇 신부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곧바로 호텔에 벌어진 사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펜디잭 호텔의 사람들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무언가 되게 불쾌하고 화가 나는 사람들과 어딘가 되게 답답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미스 엘리스는 본인은 특별한 존재라 여기며 우월감에 쩌들어 사는 사람이다. 일은 하기 싫고, 존중을 받아야한다고 여기며, 본인보다 잘나보이는 사람들의 뒷담화하는 것이 낙인는 듯한 사람이다. 참사위원은 또 어떤가, 고약한 성질머리로 딸 이밴절린을 구박하고 통제하려 드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여기저기 말썽을 부리고 다닌다. 한시라도 누군가와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처럼. 펜디잭 호텔의 주인인 시달부인도 만만치 않게 이기적이다. 세명의 아들을 차별하며, 당연한 일이라 여긴다. 시달 부인은 큰아들 제리를 동생들의 학비를 벌어다 줄 도구로 생각하는 듯하다. 시달 부인도 일하기는 싫고 돈은 필요하니 제리가 결혼하지 않고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펜디잭 호텔의 장례식이라고 할 때, 엄청난 살인사건을 기대하며, '오~ 호텔에서 벌어지는 밀실살인사건인가~'하며 읽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반까지 오면서 이 호텔에는 답답이들 천지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하지만 사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이밴절린이나, 입양되었으니 본인은 무조건적으로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히비나, 사실상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고 있는 코브가의 세아이들도 너무 답담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제리와 낸시벨은 또 어떠한가. 하지만 곧 절벽이 무너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 누가 더 죽어야마땅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 이유로 살아남게 되었을까?.
'휴가지에서 생긴 일'은 몰입감이 있는 책이다. 등장인물들에 빠져 읽다가, 마지막에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