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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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을 지나오면서 공부와 일에 관련 없는 책들은 잘 보지 않게 되었다. 꼭 봐야 하는 책들만 보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중년으로 접어 들고, 두어 해 전부터 독서를 위한 독서를 시작했다. 한동안 닥치는 대로 읽었다. 장르나 작가를 가리지 않고 손에 걸리는 대로 읽었다.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다는 자유를 한껏 즐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꽤 많은 책을 읽지만 며칠만 지나면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해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 것이었다. 목적이 이렇다 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일정한 형식이 없고 그 내용도 두서 없었다. 그렇게 한 일이 년이 지나면서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이웃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아쉬운 부분이 생겼다. 읽은 내용을 좀더 잘 정리하고 좋았던 책은 더 잘 알릴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다. 그때 즈음해서 한 블로그 이웃분이 올린 이 책 <서평 글쓰기 특강>의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독서 경험과 독후 활동의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꽤 많았다.

 

생각이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상태입니다. 글이나 말로 구체화하기 전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도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답답해집니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도구가 절실해집니다. 바로 말과 글이지요. 잠재된 생각을 말과 글로 구체화할 때 우리는 보다 ‘분명’해졌다는 쾌감을 느낍니다. <말과활>의 발행인 홍세화 씨는 글쓰기를 가리켜 “주체적 자아 형성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라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쓰다 보면 주관이 뚜렷해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글쓰기로 열등감을 극복했다”는 서민 교수의 말도 이를 보여주는 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문)

 

이 책의 저자인 김민영 씨와 황선애 씨는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이끌고 글쓰기 입문 및 서평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왔다. 이 책은“서평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두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저자들의 이러한 의도에 충실하게 이 책은 혼자만의 독서를 넘어서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서평의 정의와 유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평을 쓰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책을 읽고 발췌하기부터 서평의 개요 짜기와 내용 요약하기, 초고 쓰기와 퇴고 하기까지 서평 쓰기의 전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런 실질적인 내용들이 강의식 구어체로 서술되어서 가독성이 높고 이해가 빠르다. 또한 마지막 장에는 여섯 명의 서평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어 서평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 서평의 가치 등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준다. 다만 서평의 예시가 많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서로 비교해서 제시해 놓은 같은 책의 독후감과 서평의 예들은 설명만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예시가 좀더 풍성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을 든다면, 이 책의 구성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독서 후 서평을 포함한 글쓰기의 중요성과 효능에 대해 알리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평 쓰기의 실질적 과정과 방법, 예 등을 보여주고 각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내용이 때로는 한 장 안에서 뒤섞여서 서술되어 있다. 차라리 이 두 가지 내용을 완전히 분리해서 다른 장에서 다뤘으면 어땠을까. 서평 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과정과 방법 등은 매뉴얼처럼 따로 정리했다면 책의 효능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처럼 단순히 읽은 책의 숫자를 늘려가는 것이 아닌 한 단계 향상된 독서 경험을 원하는 이들, 또는 글을 써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암담한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제는 혼자 경험하는 것을 넘어 함께 나누고 소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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