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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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책 중에 한 권이 이 책이 2016년 8월 16일자로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 되었네요.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저와 같은 감동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어 원서를 읽고 작성한 것으로 아래 한국어 발췌문은 제가 임의로 번역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한참 전에 읽은 이 책을 이제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올초에 한동안 시험 준비다, 뭐다, 정신없을 때 이 책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소설을 읽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사전 정보나 별 기대 없이 잠시 들여다볼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 나를 놓아주지 않을 때가.


이 책은 고대 로마 최초의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본명은 가이어스 옥타비어스)의 일생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갑작스러운 시저의 암살로 로마는 혼란에 빠지고, 시저의 양자이자 후계자로 지목된 가이어스 옥타비어스는 시저의 독재가 왕정이 되는 것을 견재하는 공화론자들과 당시 권력의 이인자였던 마크 안토니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저자는 동시대 인물들의 다양한 기록들의 단편들을 엮는 형식으로 소년 가이어스 옥타비어스가 정적들을 물리치고 혼란에 빠진 로마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오거스터스 ‘위대한 자’라는 명칭을 얻고 노년에 이르는 모습을 그려낸다.


모두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야기에서 첫 번째 부분은 아우구스투스의 동시대 인물들-시저를 비롯한 친우들과 정적들-의 회고록과 서신들을 통해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어린 아우구스투스가 정적들과 싸워 이기며 권력의 정점에 서는 과정이 때로는 담담한 어투로, 또 때로는 격정적인 시선으로 그려진다. 전체 이야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첫 부분에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퍼즐처럼 이야기 한 조각씩을 던져 넣으며 이야기가 만들어져 간다. 그런데 정작 아우구스투스 본인의 목소리는 없다. 인품과 재능을 겸비한 어린 정치 천재인 주인공의 모습은 어렴풋이는 보이지만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두번 째 부분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오거스터스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올라 있는 시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본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딸 줄리아의 회고록과 친우들의 서신등을 통하여 권력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인물 이면에 숨겨진 개인적인 고통과 갈등을 보여준다. 단 하나밖에 없는 핏줄인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그 딸을 외딴섬으로 귀향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와 고통이 그려진다. 격렬하고 직접적이지 않기에 그 감정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책의 거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아우구스투스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내고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숙고한다. 짙은 감동과 여운이 남는다. 마치 그와 더불어 격동의 시대를 숨가쁘게 달려와 드디어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한 듯한 감회가 밀려 온다.


The young man, who does not know the future, sees life as a kind of epic adventure, an Odyssey through strange seas and unknown islands, where he will test and prove his powers, and thereby discover his immortality. The man of middle years, who has lived the future that he once dreamed, sees life as a tragedy; for he has learned that his power, however great, will not prevail against those forces of accident and nature to which he gives the names of gods, and has learned that he is mortal. But the man of age, if he plays his assigned role properly, must see life as a comedy. For his triumphs and his failures merge, and one is no more the occasion for pride or shame than the other; and he is neither the hero who proves himself against those forces, nor the protagonist who is destroyed by them. Like any poor, pitiable shell of an actor, he comes to see that he has played so many parts that there no longer is himself. (pg. 274-275)


미래를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인생을 낯선 바다와 알지 못하는 섬들을 뚫고 나가는 오디세이 같은 서사적 모험으로 여기지. 이 모험의 장에서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떨치고 영구히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인생의 한때를 산 중년의 사내들은 인생을 비극이라 여기지. 아무리 스스로의 능력이 뛰어나도 결국 신의 영역으로 돌리는 운명과 자연의 힘 앞에서는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유한의 존재라는 걸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이 생에서 자신의 맡은 역활을 잘 살아낸 노인들은 인생을 한편의 희극으로 볼거야. 지나온 인생의 모든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하나로 결국은 그다지 다르지 않고, 그 어떤 성공이나 실패도 자랑스러워할 일도.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님을 알게 되니까. 결국 인간은 운명과 맞서 싸워 이기는 영웅도, 그에 져서 파멸하는 실패자도 아님을 알게 돼. 마치 불쌍하고 애처러운 겉모습만 남은 늙은 배우처럼 그 자신이 연기했던 수많은 역활들 중 그 어느 것도 결국은 자신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지. (274-27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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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Edward Williams (Picture from Wikipedia.com)


1922년 생인 존 윌리엄스는 71세의 나이로 1994년 사망했다. 평생 두 권의 시집과 네 권의 소설을 출간했는데 사망 당시 다섯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었다고 한다.영미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데 일생을 바친 작가는 1985년 한 인터뷰에서 문학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Absolute. My God, to read without joy is stupid.”

당연하지요. 즐거움이 결여된 책읽기는 멍청한 짓입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작년에 한국에서 번역된 <스토너>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아우구스투스>는 1973년 내셔널 북 어워드를 작가에게 안겨주었다. 한동안 절판이었던 작가의 책들은 2003년 New York Review Books Classic-약자로 NYRB로 알려진 이 출판사에서는 영미문학와 제 삼국의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수한 문학 작품들을 선별해서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에서 재발간되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3일에는 <스토너> 출간 50주년을 기념 판본이 출간될 예정이다.

Title: Augustus

Author: John Williams

It was first published in English in 1972 in the United States.

I read the book for the first time in the spring of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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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사랑 2016-09-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제가 아직 번역본은 못읽어 봤어요. 워낙 좋아하는 책이라 한국어 번역본도 구매할까 했는데 저기 위에 한 분이 번역이 별로라는 말씀을 하셔서 고민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도 호평을 받아서 남은 한 권도 번역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즈의 하나 남은 미번역본은 미국 서부시대 소설이라 한국에 번역될지 모르겠네요. 이쪽 장르에서는 많은 이들이 최고의 수작 중 하나로 꼽는 책인데 한국 정서에는 어떨지. 틀은 틀리지만 결국은 큰 서사를 말하는 면은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