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뜯어먹는 소리 1
글피 글.그림 / 네오카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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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뜯어 먹는 소리 1

 

 

나의 로망인 귀촌 라이프!!

마당이 있는 집에서 과일나무도 다양하게 심고, 각종 채소를 기르는 텃밭도 가꾸고, 달걀을 위해 닭도 몇 마리 키우고, 요즘 삼시 세끼를 보며 염소도 살짝 추가해본다. 그리고 우리 강아지 꽁지도 마음껏 흙 위에서, 풀 위에서 뛰어놀게도 하고 (진드기가 겁나지만. 예방은 철저히 하면서!). 그리고 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마당에서 책도 읽고 싶고... 창밖으로 푸른 산이 있는 곳에 비나 눈이 내리는 것도 보고 싶고... 와 같은 것들. 이것이 나의 귀촌 생활에 대한 것들이었다.

누가 봐도 모든 사람이 혹 할만한 것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물론 저런 생활을 누리며 살 수 있지만 저렇게만 살 수는 없다는 것. 왜 생각을 안 해봤을까 싶다. 그냥 지금 도시생활에 지쳐 현실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냥 꿈같은 귀촌 생활을 꿈꾸었던 나에게 '귀촌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내가 귀촌의 현실을 한번 보여주지!'라고 제대로 보여주는풀 뜯어 먹는 소리​. 

 천도복 & 치마요 부부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 모아 놓은 돈이 없다는 것. 돈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은 결국 귀촌을 결정! (그렇다고 돈 없다고 무작정 귀촌은 금물... 이유는 뒤에 자세히 나온다.)

 

아침 일찍 상쾌한 공기와 함께 푸른 경치를 보며 마시는 모닝커피♥

처음엔 나의 귀촌 로망을 이들도 실천하는 듯하였으나...

우편물을 보고 놀라는데!! 그것들은 각종 청구서들!!! 시골에서 살면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집을 비롯하여 각종 필요한 물품들, 텃밭을 가꾼다면 거기에 필요한 것들, 과일나무를 기른다면 그것에 필요한 것들... 등의 비용도 필요하다.

할머니 댁이 시골이라 매년 가는데 난방을 한다고 해도 신축 주택이 아닌 경우에는 창가에서 엄청나게 불어 들어오는 웃풍도 생각을 해야 한다. 바닥은 뜨겁고, 얼굴은 시리고.

농사를 짓거나 텃밭을 가꾼다면 요주의 동물인 고라니!!! 시골집에 가면 항상 고라니 욕(?)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에는 아기사슴같이 귀여워 보였는데 이 녀석들이 농작물을 망친다는 것. 빠르기도 엄청 빠르다.

고라니 울음소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지만 작년에 고라니를 보 적이 있다. 시골집에 놀러 가서 창밖을 내다보는데 멀리 길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안으로 들어오시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휙 돌더니 멈추셨다. 그리고 보이는 것! 길가의 높이 자란 풀들 옆에서 튀어나온 고라니!!! 고라니는 그대로 뛰어 달아났고, 속도를 많이 내시진 않으셨던 터라 두 분도 무사하셨다.

고라니 외에도 맷돼지같은 복병들도 있다.

 

난 이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치킨, 피자 등 각종 배달 음식들. 할머니 댁에만 가도 이런 것들은 상상할 수 없다. 집에 들어오기 전 읍내에서 사가지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도 오래 걸려 결국 다 식어버린다. 근처에 마땅한 슈퍼마켓도 없으니 배달 음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결국 내가 치킨도 튀기고, 피자도 직접 반죽해 구워야 한다는 거??? 그리고 커피도 종류별로 가능할까?


대신 무공해 나물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잡초인 줄 알았던 풀들이 사실 각종 나물들이었던 것!!! 요즘처럼 먹거리에 불안한 시대에는 너무 좋을 것 같다. 
 

암튼 배달 음식에 고민하던 중, 더한 강적을 만났으니!!! 그것은 바로!

벌레다!!! 손으로 절대 잡을 수 없는 벌레... 나는 일 년 내내 전자 모기채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벌레가 많아지는 여름이 오기 전에 항상 확인해 충전해 두고 만만의 준비를 해둔다. 도시에서는 이 정도만으로 가능하지만 매년 시골에 가면 나를 기함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지네!!! 지네 어쩔 것이냐... 아침에 일어나서 매번 듣는 말. 자다가 이상해서 깨어보니 지네가 있더라는... 2년 전에 엄마가 지네에 물리기도 하셨다.

나에겐 다른 무엇보다 이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벌레 잡다 놀란 경험이 있어서인지 벌레 잡는 것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집에서도 결국 잡긴 하지만 심장이 두근두근...

 

벌레 외에 또 하나의 큰 고민거리. 그것은 귀촌 로망을 꿈꾼 나는 그동안 생각도 못한 고민거리였다.

 

바로 이웃과 관련된 것들. 요즘 도시에서도 이웃과 친해지기 점점 무서운 분위기이지만 시골은 시골 나름대로 이웃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어디를 가나 텃세가 있으니 말이다. 그건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시골에 가면 마을회관에서 무슨 행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를 한단다. 마을회관에 모여 다 같이 식사 준비를 하며 식사를 하고, 뒷정리도 하고. 그리고 단체 관광을 가기도 하고. 마을끼리의 행사도 있고. 뭐가 많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해져서 인지 그 모든 행사들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니 도시생활보다 더 바쁠 것 같았다. 일에서 벗어나, 자연을 더 느끼며 여유 있게, 조용하게, 편안하게, 느리게 사는 삶만을 생각했던 나에게 '이웃을 고려하라'라는 사항은 꽤 고민이 되는 사항이 될지도 몰랐다.


천도복 & 치마요 부부는 귀촌 마을로 다시 이사를 해 그런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이제 집도 자리를 잡았으니, 새 집으로 이사해간 천도복 & 치마요 부부 그리고 시즌 1에서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지만 태어난 아기까지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지 시즌 2가 너무 궁금해진다.

 

텃밭 가꾸기는 좀 익숙해졌을까?

 

시즌 1에서 내가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문제를 제기해 주는 바람에 정말 진지하게 귀촌 생활을 고민해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 시즌 1에 관련된 내용만이라도.

시즌 2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즌 2로 Go~ Go!

농사와 텃밭 가꾸기는 게임도 도움이 된다! ;-)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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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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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은 19년 동안 중환자실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왔던 한 간호사가 병원에서 일어나는 숱한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낀 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죽음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써 내려간 '죽음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본 죽음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는 죽음이다. 제목 그대로 도시적인 죽음이다.

 

차례

 

죽음. 죽음이라는 단어를 화제로 내어놓았을 때 흐르는 분위기는 아마 절대적으로 어둡고  부정적인 분위기일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므로 피하고 싶은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인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강의나 책들도 종종 나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그나마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해 볼 수 있는 여지는 만들어지고 있다. 한때 '웰빙'의 붐이 일어났듯이 '웰다잉'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가까웠던 저자와는 달리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죽음이라는 것에 그다지 가깝지 않았다. 내가 처음 장례식을 본 것은 대학생 때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였다. 방학 중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던 중 시골에서 연락이 와 가족 모두 내려갔지만 그때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후였다. 나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어려운 분이셨다. 할아버지와 인사 외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른들이었고 그 어른들도 할아버지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정서적 교감이 별로 없었던 나를 포함한 손자, 손녀들은 그때 할아버지의 죽음 자체의 슬픔보다는 슬퍼하는 자신들의 부모님들의 모습에 더 슬픔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는 내 삶 속에 가까운 이의  죽음은 작년까지는 없었다. 죽음은 뉴스나 책,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나 있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갑작스럽게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계시고 위독하시니 기도를 해달라는 전화였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친구의 아버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친구의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 친구를 비롯하여 남겨진 이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그동안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가까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올해는 달랐다. 나에게는 친구 아버지 한 분이셨지만 나의 부모님에게는 여느 때보다 많은 부고가 들려왔다. 오랜 기간 투병하셨던 친구분들의 부모님부터, 때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 소식에 마음 아파하셨고, 심지어 날벼락처럼 당한 사고로 자식을 잃는 분도 계셨다. 올해 유난히 부고 소식이 많았다. 아마 그만큼 부모님이 연세가 드셨다는 게 아닐까 싶어 내 마음도 편치 않다.


이제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모른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그 자체가 두려웠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작가의 말대로 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p.36

나는 늘 죽음 자체보다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이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피해 갈 수 없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문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p.50

하루에 두세 번, 30분씩 가족 면회를 하는 시간에만, 그것도 제한된 인원만 출입할 수 있을 뿐인 중환자실에서 환자는 완벽하게 고립된다. 입원 직전까지 그가 어떤 사람이었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순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을 통제받는 상황.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사소한 것조차 통제받아야 한다. 나는 절대 중환자실에서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인 채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p. 61

그때 환자가 시술을 설명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죽음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좀 심란해하면서 만약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농담처럼이라도 가족에게 한마디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죽음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남은 가족들에게 한 마디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고 싶지 않다.

저자는 간호사의 눈으로 환자들이 병원에서 다양하게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그 후에 오는 일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을 통해 나는 환자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나를 위하는 것이고, 두 번째, 내 가족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p.44

​이로써 특히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보낸 마지막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항상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언제고 환자요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자주, 자연스럽게 생의 마지막 순간과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바람처럼 누구에게나 죽음은 당연하게 오는 것이듯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주제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나 스스로도 당황하지 않고, 나의 가족들의 마음의 짐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의식 없는 나를 두고 한 결정으로 힘들어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나마 쉽지만 다른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는 아직 쉽지 않을 것 같다. 본인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해도 말이다.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가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죽음이 무서운 것이라는 인식의 틀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다면,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가꾸어 나갔듯이 마지막도 제 손으로, 스스로답게 마지막을 준비하거나 준비될 수 있었으면 한다.

 

 

 ​p.186

사전의료의향서는 생명 연장 및 특정한 치료 여부에 대한 의사를 서면으로 밝히는 문서다.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반드시 요구하는 형식은 없지만 전문가적 의견을 참고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양식이 마련되어 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02-2228-2670)에서 받거나 한국죽음준비교육원 블로그 등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저자가 경험한 많은 사례들을 눈물과 안타까움으로 읽어내려가며 내가 나의 마지막에서 무엇을 원하게 될지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모두가 맞이하게 되는 죽음. 두려워하지 말고 미리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를 읽고 나니 죽음에 대한 현실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나는 결코, 절대 어느 날 그냥 날벼락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나, 마지막까지도 '나'다울 수 있기를.

 

 

 

* 이 서평은 출판사 뜨인돌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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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창비청소년문학 80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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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맛

 

※읽기 전 주의할 점!

- 반드시! 꼭! 배를 채우고 읽을 것. 아니면 옆에 간식이라도 꼭 챙겨둘 것.

 

 

 

차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너무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 장마다 나오는 요리들 때문에 한밤중 책을 펼쳐 들었던 나는 결국.... 냉장고에 넣어둔 케이크를 꺼냈다...  

 

 

 

'제92회 도쿄-하코네 간 왕복 대학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이스 구간인 2구간을 맡은 하루마. 하루마는 반드시 이겨서 후지사와 대학의 종합 우승을 이끌고 싶다. 드디어 하루마의 차례! 첫 주자에게서 어깨띠를 전해 받고 달리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그의 앞엔 형, 소마가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하루마의 대학 역전 마라톤에서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소마, 하루마 형제는 둘 다 육상부원이다. 소마는 무릎 부상으로 수술 후 재활 중이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더 이상 육상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동생인 하루마는 육상부에서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노루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가지고 미야코가 있는 조리 실습실에 온 소마. 부자가정이라 요리를 해야 하는 소마는 미야코의 도움으로 제대로 맛을 낸 요리에 입문하게 되고 점점 요리하는 재미도 느끼게 되었다.

 

다시 역전 마라톤이 열리는 날. 이야기는 이렇게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소마는 자신이 더 이상 육상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련도 있고, 갑작스럽게 변해 버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아마 그대로 상황을 방치하며 결정을 미루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며 그것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버린다면? 자신을 앞서 점점 발전하는 동생을 보면서 소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루마는 형이 왜 부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지 속상하다. 세워진 계획대로 치료받고 재활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형은 그런 마음이 없어 보인다. 대신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형을 이해할 수 없다. 하루마가 소마의 복귀를 재촉하는 이유 중엔 죄책감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망쳐버린 경기를 형이 만회하느라 형의 다리가 망가져버렸다는 죄책감.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형이 복귀해 예전처럼 달려준다면 자신의 마음의 짐도 좀 덜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p.120

사과를 해서 돌아오게 해야지. 마이에 소마가 이쪽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야지.

"형이 다친 건 내 탓이잖아. ~ 내가 제대로 순위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무지막지하게 달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소마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돌아본 얼굴은 오싹할 만큼 무표정했다. 그의 등 뒤로 끔찍하게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사죄의 말은 지워져 버렸다.

"나는 너를 위해 달리거나 하진 않아."

나는 나를 위해 달렸어. 내가 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달린 거라고.

스스로 달렸고 나 때문에 부상한 거야.

착각하지 마.

뭔가에 홀린 듯이 재빨리 말한 소마는 본 적이 없는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입술을 실룩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비닐봉지 손잡이를 움켜쥐는 메마른 소리가 몹시 크게 귓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은 닭다리와 가슴살이 본때를 보여 주마, 하듯이 몽땅 들어간, 게다가 채소까지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 카레였다. 달콤한 맛, 채소 맛도 고기 맛도 묻혀 버릴 정도로 다디단 카레였다.

 

소마가 육상을 그만둔 이유는 단순히 부상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잘 이겨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도 찾았다. 자신이 만든 것을 잘 먹는 동생을 보며 초딩입맛을 가진 동생을 제대로 먹이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때문에 너무 일찍 어른 연습을 시작한 미야코. 그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형편없었던 그녀의 요리 실력을 제대로 키워 냄으로써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흔히 인생을, 삶을 장거리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번에 힘을 내어 달려버리면 지쳐 버려 끝까지 달릴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계획 없이 달려 버리면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보이지 않아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직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굴곡진 코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온화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고, 험한 날씨 속에서만 달리는 것도 아니다. 달리는 동안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싸움이다.

 

『달리기의 맛은 장거리 달리기를 소재로 한 맛있는 인생 이야기이다. 

음식은 달리기와 더불어 우리 인생에서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일부러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한다.  

『달리기의 맛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달리기 같은 삶과 자연에서의 재료로 맛있게 밥을 만들어 그 밥을 먹으며 위로를 받는 요리가 서로 잘 버무려져 있다.

 

 p.275

제대로 달려라.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달린다는 것은.

제대로 달리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삶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산다는 것'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제대로'를 '계속한다는 것'은.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있듯이 힘든 일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것 하나 결정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최선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최선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가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던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p.165

고민하고 싶으면 반년이고 일 년이고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건 변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주변 인간들 역시 기다려 주진 않는다. 고민 끝에 형이 육상으로 돌아와 봤자, 거기 그의 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일 년 이상 공백이 있었던 소마의 몸이 어느 정도나 달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정답이 없기에, 미래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에, 걱정하는 것이며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함께 견뎌줄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반려동물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 되었든, 마음에 위로가 될 만한 그 무엇이 있다면, '괜찮아.'라고 마음으로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두렵지만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한 발짝 씩 앞으로 나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일단 한 발짝이라도 내디뎌야 무언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움에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변하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미노루 선생님의 텃밭+요리 연구부의 유일한 부원 미야코의 레시피+육상 부원이자 텃밭 도우미 소마의 맛있는 요리들로 가득한『달리기의 맛. 

 

 p.27~28

아스파라거스·토란·돼지고기볶음

청주, 맛술, 간장, 설탕, 소량의 고추냉이로 양념장을 만들어 돼지고기를 볶는다.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얼추 익었을 때 토란을 넣어 양념장이 잘 스며들 때까지 볶으면 완성.

 

 p.135

두유국수

냉장고에서 티포트에 넣어 둔 우린 국물을 꺼내 냄비에 붓고 불을 붙인다. 끓고 나면 작년 세밑에 밭은 소면과 다진 양파를 넣는다. ~ 소면이 익으면 간장과 맛술로 맛을 낸다. 위장을 자극하는 좋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비에 된장 큰 술 하나를 풀어 넣는다. 된장 맛이 우린 국물에 퍼지면 두유를 붓고 시금치를 넣는다. 시금치 줄기까지 연해지면 완성.

⁠… 

 

내 인생도 이렇게 맛있는 레시피들로 가득가득했으면 좋겠다.

 

일본 소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담긴 이야기였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오차즈케 한 그릇하고 싶어진다.

 

 

 

 

 

 *이 서평은 창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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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캥거루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5
에릭 바튀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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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캥거루가 살고 있어요.

 

어느 날, 하얀 캥거루들 사이에서 털이 빨간 아기 캥거루가 엄마 캥거루 주머니에서 나왔어요! 엄마 캥거루는 아기 캥거루의 털이 빨개서 이름이 '빨강'이라고 소개해 주었어요.

 

하얀색의 털을 가진 다른 캥거루들과는 달리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강렬한 빨간색의 털을 가진 빨강이는 어떤 캥거루일까요?

 

 

 

 

 

 

  

 

 

전부 하얀 캥거루들뿐이에요. 엄마 캥거루마저 하얀색인데, 아기 캥거루만 빨간색 털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아기 캥거루를 본 다른 캥거루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자신과는 다른 색을 가진 아기 캥거루를 무서워해요. 

 

 "무섭지 않아. 얘는 그냥 털이 빨간 거야. 그래서 이름도 빨강이야."

 

 

 엄마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나온 아기 캥거루는 세상이 궁금해요. 그래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세상 구경을 하러 다녀요.

 

 

 아직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빨강은 여러 가지에 깜짝 놀라 폴짝폴짝 뛰어서 엄마에게로 도망쳐요.

고슴도치에도 놀라 엄마 캥거루의 주머니 속으로 숨는 빨강에게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겁내면 안 돼. 캥거루면 캥거루답게 용감해야지."

 

 

다음 날 다른 아기 캥거루들과 함께 풀을 먹으러 나간 빨강은 좀 더 멀리 가 보기로 했어요.

 

 

빨강은 처음 보는 이상한 동물의 모습과 그것이 내는 큰 소리에 너무 무서웠어요.

 

 

무서워서 엄마에게 돌아온 빨강은 엄마 주머니 속에 숨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자라서 그럴 수 없었어요. 그 모습을 다른 캥거루들이 빨강을 겁쟁이라고 놀렸어요.

 

 "쟤 좀 봐. 트럭을 보고 무섭대! 겁쟁인가 봐."

"빨강은 겁쟁이래요!"

 

 

또 다음 날도 빨강은 껑충껑충 뛰어 세상구경을 가요. 그리고 머리에 털이 난 작은 동물을 보고 걷기만 해서 불쌍하다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무섭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날씨가 험악하게 변했어요. 먹구름도 몰려오고, 천둥, 번개가 치기도 했어요.

무서워진 빨강은 온 힘을 다해 달아났어요.

 

 

빨강은 무서워져 이번에도 결국 엄마 캥거루에게로 갔어요. 하지만 몸이 너무 자라 주머니 속에는 코만 넣을 수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본 다른 캥거루들이 빨강을 겁쟁이라고 또 놀렸어요.

 

 "세상에! 비가 무섭대. 빨강은 겁쟁이래요. 빨강은 겁쟁이래요.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아지자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타났어요. 빨강은 무지개가 어디서 오는지 알고 싶었지만 엄마도 설명해 줄 수 없었어요.

 "아직 어떤 캥거루도 무지개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내지 못했단다. 캥거루는 용감할 뿐만 아니라 지혜롭기도 한데 말이야."

 

 

무지개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한 빨강은 껑충껑충 뛰어서 마침내 무지개 끝에 다다랐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하얀색도 아닌, 자신처럼 빨간색도 아닌, 파랑 캥거루 소녀를 만났어요.

파랑빨강처럼 무지개가 궁금했을까요?

"난 겁쟁이 캥거루야."

"나도 겁쟁이인걸."

파랑이 대답했어요.

 

 

 빨강파랑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이야기해요.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거야."

 

그리고 둘은 손을 잡고 힘차게 껑충 뛰어올랐다고 해요.

빨강은 하얀 캥거루들 사이에서 혼자만 빨강이라는 다른 색깔의 털을 가지고 있었어요. 빨강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높이, 더 빨리 뛸 수 있는 캥거루였지만 다른 캥거루들은 빨강의 그런 좋은 점을 인정하기보다는 처음 보는 것들에 두려워하는 빨강의 모습만을 보며 겁쟁이라고 놀렸어요. 빨강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것은 단지 고슴도치일 뿐이라고, 그것은 기차라는 것이라고, 그들은 원주민들이라고, 그것은 비라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캥거루 친구들이 단 한 마리도 없었어요.

 

빨강은 처음 보는 세상이 두렵기도 했지만 하얀 세상에서 혼자만이 빨강인 것에 틀림없이 많이 외로웠을 거예요.

 

그리고 처음 무지개를 본 빨강은 그 아름다운 모습에 끌려 껑충껑충 열심히 뛰어 무지개의 끝에 다다랐어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끝에는 자신과 색깔은 또 다르지만 어쩐지 자신과 너무 닮은 것 같은 파랑 캥거루를 만나요. 이제 둘은 함께 세상에 나갈 거예요. 세상에서 처음 보는 것들이 나와 무서워도 둘이 함께 이겨낼 거예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빨강파랑은 손을 잡고 껑충껑충 힘차게, 용감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갈 거예요.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가졌다고 해서, 자신들이 잘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해서, 자신들이 잘 하는 것을 못한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에요.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더 잘 아는 분야가 있고,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빨강파랑을 찾기까지,

파랑빨강을 찾기까지,

너무나 외로웠을 그 두 캥거루들이 앞으로는 용감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이 서평은 북극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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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봉
원명희 지음 / 좋은땅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나팔봉'은 주인공 나팔봉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나팔봉. 나팔봉이라는 이름은 그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가 남의 집 머슴살이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팔자가 봉을 만나라'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장남.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늙고 병드신 어머니와 한쪽 눈이 멀어버린 여동생. 가난의 무게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양쪽 어깨를 누르고 있지만 나팔봉은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그는 앞이 캄캄한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그의 가족과 함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나팔봉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인물이다. 최고가 아닐지라도 차석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인물이다.

 

검정고시에 합격해 야간대학 장학생까지 되고, 10년간 일해 온 곳에서 인정까지 받아 나팔봉은 그동안 자신의 모든 즐거움을 절제하며 오직 안정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지치지도 않고 노력해 온 보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모든 행복을 앞두고 그는 군대에 가게 된다. 그는 그 외에는 부양할 가족이 없어 6개월의 군 생활만 버티면 의가사제대를 할 수 있다. 제대를 하게 되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동태 두 마리'만 아니었다면...

단지 그 동태 두 마리만 아니었다면 그는 그 모든 것을 이루고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처럼 그가 희망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동태 두 마리가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의 운명에 반전이라는 것은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성실함과 노력만으로 채운 그의 시간들은 그에게 운명을 넘어서도록 가만두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를 끌어내려 버렸다.

그에게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모든 것들을 눈앞에 펼쳐두고서는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는 다 거두어 가버리는 잔인한 희망고문이었다. 운명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나팔봉은 장발장이 될 수도 있었으나 결국 장발장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쇠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원망, 복수라는 것은 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어서라도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남은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눈에 밟힌다. 그는 다시 일어서기를 다짐한다. 그는 다시 희망을 꿈꾼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더 잘 살 수 있다고. 무엇이든 해낼 힘이 있다고 약속한다. 그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겐 아직 그를 생각해 주는 그의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최소 세 번의 기회가 온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놓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팔봉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기회가 왔고, 그것을 잡는 듯했으나 순간의 감정으로 그것을 놓쳐 버렸다. 작다면 작은 사건을 계기로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른 나팔봉이지만 그 죄만을 보기에는 그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다. 그에게 아직 남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젠 마음까지 단단해진 나팔봉이 꼭 그 기회를 잡아 모든 것을 이루어 그의 가족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좋은땅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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