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빵 - 평범한 빵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마법의 요리 시리즈
야기 가나 지음, 황세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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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빵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마법의 빵 
  
예전의 나는 밥은 안 먹어도 빵은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새로 나온 빵이 있으면 꼭 맛을 봐야 할 정도로 좋아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빵을 좋아해 항상 식빵과 함께 각자 좋아하는 종류의 빵과 새로 나온 빵을 가득 사가지고 가곤 했다. 신나서 집에 돌아와 새로운 맛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제일 먼저 새로 나온 빵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만의 작은 시식회, 품평회를 가지곤 했다.

새로 나온 빵이 가족 중 누구의 입맛이라도 맞으면 좋지만 어느 누구도 손이 가지 않을 경우도 종종 있다. 얼마 전에도 쑥을 주재료로 한 새로운 빵을 하나 사서 왔는데, 정말 쑥과 밀가루, 물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 맛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건강한 맛 자체였다. 결국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거의 일주일 사이에 말라 버린 그 빵은 음식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한 빵을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도 있었는데 왜 진작 그 생각은 하지 않았었나 모르겠다. 아마 나의 귀찮음이 큰 이유였지 않을까 생각하며 반성한다. 그 쑥빵도 크랜베리와 크림치즈를 섞어 발라주기만 했어도 맛이 달라졌을 텐데 하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책, 평범한 빵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마법의 빵'을 보다 보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빵을 살 때 빼놓지 않고 사는 빵이 식빵과 캄파뉴이다. 토스트를 하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에도 좋아 항상 구비를 해두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항상 먹던 토스트, 샌드위치가 지겨울 때도 있다. 그럴 때 딱 좋은 책, '마법의 빵'.

불(Boule), 캄파뉴(Campagne), 식빵, 바게트를 활용하여 기존에 흔하게 먹던 레시피에서 파티까지 가능하게 할 정도로 예쁘고 맛있는 빵으로 변신시켜 줄 레시피들이 들어 있다.
 
Contents 

 
빵을 활용한 레시피에 들어가기에 앞서 빵에 대한 기초 상식도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기까지 하다.

1. 빵에 대해 : 불이란? 식빵이란? / 남은 식빵 껍질 활용법 / 치즈 팬케이크
2. 치즈에 대해 : 치즈의 종류와 활용
3. 도구에 대해 :  흔히 사용되며 책에서 이용되는 도구들에 대한 설명
4. 재료에 대해: 필요한 재료에 대한 기본 상식
5. 자주 하는 질문    이 책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빵이 '고슴도치 빵'과 '크로크 케이크'라고 한다.
'고슴도치 빵'이란 불이나 캄파뉴에 격자무늬로 칼집을 낸 다음, 그 사이에 치즈와 채소를 넣어 오븐에 구운 것. 오븐에 구우면 격자무늬 칼집이 마치 고슴도치의 등에 난 가시처럼 보인다고 한다. (p.5)
'크로크 케이크'란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간편한 요리인 '크로크 무슈'를 파운드케이크 틀에 구워 케이크로 만든 것. (p.5   불, 캄파뉴, 식빵, 바게트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빵이라 활용도가 아주 높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빵에 비해 간혹 재료에 보면 말린 토마토, 케이퍼, 살라미 등 집에 흔히 없는 재료들도 있다. 물론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항상 구비되어 있는 재료는 아니기 때문에 레시피를 보고 생략하거나 다른 재료로 대체해 응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물론 레시피의 원재료가 있다면 그대로 사용하면 제일 좋겠지만 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집에 있는 재료로 대체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크로크 케이크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일단 사진을 보고 혹했기 때문이다. 물론, 집에 식빵도 있었고. 
 

 
 일단 레시피상 필요한 재료 중 가지고 있는 것들은 식빵, 달걀, 우유, 소금, 후추, 치즈, 흑후추 정도였고, 없는 재료들이 화이트소스, 햄, 처빌이었다. 그래서 화이트소스는 급하게 만들었고 (그러다 실패 좀...), 햄 대신 베이컨을, 처빌 대신 쪽파와 깻잎을 넣었다. 

(지금 생각이지만 화이트소스 만드는 방법이 책에 잘 나와 있지만 어렵다면 시판 소스를 사용해도 될 것이고, 좋아하는 잼을 얇게! 발라도 괜찮을 것 같다. 그것도 싫다면 과감히 빼보는 것도 아마 괜찮을 것 같다. 대신 소금, 후추를 좀 더 넣어 간을 맞춰주기.)
 
가능하면 베이컨, 햄 종류는 아질산나트륨 같은 화학물질들 때문에 안 먹으려고 하는데 가끔 꼭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꼭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친 후 씻어서 물기를 빼서 요리해 먹는다. 이번에도 3분 정도 데친 후 물기를 제거한 후 사용하였다.
 

 
테두리를 자른 식빵을 파운드케이크 틀 사이즈에 맞게 자른 후 달걀, 우유, 소금, 후추를 잘 섞어둔 계란 물에 15분 정도 담가두어 잘 흡수시킨 후 틀에 깔아준 후 잘 눌러준다. 그 위로 화이트소스를 발라준 후 쪽파, 깻잎, 굵게 간 흑후추를 뿌린 후 베이컨을 올리고 치즈를 올린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식빵-화이트소스-쪽파, 깻잎, 흑후추-베이컨-치즈)
 
계란 물 적신 식빵을 올려 잘 정리 후 남은 치즈를 올리고 깻잎, 쪽파를 뿌린다.

 
예열한 오븐에 구워준다.

 
구움색이 너무 예뻤다! 
 
꺼내자마자 뜨거움에도 유산지를 벗겨 보았다. 

 
뜨거울 때 자르니 좀 뭉개지긴 했다. 좀 식은 후에 자를 것!

 
화이트소스와 치즈의 고소한 맛, 베이컨의 짭짤한 맛, 약간의 후추 맛도 느껴지고, 쪽파와 깻잎의 맛과 향도 느껴졌다. 치즈의 맨 윗부분은 바삭한 식감에 빵은 촉촉함에 쫄깃함까지! 
 
쪽파와 깻잎을 더 넣었으면 훨씬 맛있었을 것 같다. 
화이트소스  대신 제대로 느끼하고 맛있도록 치즈소스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레시피 하나에도 벌써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매일 먹는 빵이 지겹다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는 마법의 빵 레시피를 활용해보면 보시길!
 
​모두 모두 맛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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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당록
이이담 지음 / 청어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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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당록」

 

 

「조선반당록」

 

조선시대의 반당의 기록/문서? 반당?? 생소한 단어였다. 반당이 뭐지?

 

반당: 조선시대 종친·공신·당상관들에게 그 특권을 보장하고 신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급한 호위병.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56439&cid=46622&categoryId=46622)

 

조선반당록이란 조선시대의 반당이라고 불리는 호위병에 대한 기록 또는 문서를 뜻하는 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표지부터가 너무 예쁜 조선반당록. 어떤 내용이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평소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역사 로맨스인데 신간이 나올 때면 한 번씩 궁금해지고는 한다.
왠지 더 안타깝고, 왠지 더 애틋하고, 애잔한 느낌이랄까.
지금이야 연락하고 싶으면 언제든 어디에 있든 휴대폰도 있고, 이메일도 있으니 연락하기가 너무 편하고 쉽지만 옛날에는 안부라도 물으려고 하면 근처에 살지 않는 한 몇 날 며칠을 혹은 그 이상이 걸려 기다리다 애가 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근처에 산다 할지라도 바로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이니 아니었으니 그것도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애타게 가족들의 안부, 상대방의 안부를 기다렸을까.
지금보다 여러 가지 제약이 훨씬 많았던 시대의 사람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참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날도 점점 쌀쌀해지니 가을 타는 느낌도 살짝 느끼고 싶고 해서 오랜만에 역사 로맨스 소설을 손에 들었다.

 

 

송화영.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게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자랐다. 어머니의 지기였던 어리니가 젖을 물려 목숨만은 살렸다. 생전 화영의 어머니가 허드렛일을 했던 영월관이라는 주루에서 화영을 들이려 했지만 그동안 관심도 없었던 아버지 송학수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다. 그리고 화영이 열셋이 되던 해 화영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해버리고 떠나버린다.

 "계집으로 살지 말거라. 네가 계집이라는 사실을 잊어. 그게 너를 위한 길이니라."

 

정 율. 수려한 외모와 함께 출중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율. 그와 형조참판인 그의 아버지 정충경에게는 오래된 비밀이 있다. 율은 그 비밀이 결코 달갑지 않다. 그에게는 족쇄나 다름없는 비밀이다.  

 

 어둠이 스며야 떠오르는 달. 태양처럼 찬란할 순 없어도, 칠흑 같은 밤중을 밝히는 달처럼 살아가리라.


 

'조선반당록'은 비운의 홍위 (단종), 수양대군 (세조), 한명회, 신숙주, 정충경 등 많은 역사 속 인물이 등장하는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위(단종)과 수양대군(세조),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남겨진 이들의 삶.

수양대군과 단종.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이 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건들은 얽혀든다.

어린 왕 단종과 조카의 자리를 차지한 수양대군의 이야기에는 그 과정에서 아마도 많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희생된 사람들의 가슴 아픈 가족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사랑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화영과 율.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도 그 안타까운 역사 속에서 아마 있었을 법도 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았을 그들의 안타깝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알려진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은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메꾸듯 채워 넣어 '조선반당록'이라는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역사적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팩션 사극이라는 장르의 소설들은 '역사가 스포'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끝을 알기에 더 안타깝기도, 애틋하기도 하다. 팩션 사극을 읽는 이유가 역사적 사실들을 파악하려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함일 것이라 생각한다.

 

로맨스라는 장르를 읽는 것은 오랜만이었지만 한창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엄마와 함께 즐겨 보았다. 박보검보다는 김유정을 보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예쁘게 커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구나 생각했다. 소설 특히나 이렇게 그림이 잘 그려지는 소설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장면들을 그리면서 읽게 되는데 '조선반당록'을 읽다 보니 최근에 시청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이 생각나기도 했다.

 

'꼭 정통 사극이어야만 한다!'라는 정통 사극파 아니라면, 

'당시 역사 속 인물들이 이런 일들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이런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라는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청어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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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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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소설로도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 제작되어 더 관심을 끌었던 밀레니엄 시리즈.

 

밀레니엄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본 영화 속 여주인공인 리스베트의 상당히 강한 스타일에 살짝 거부감이 들어 선뜻 볼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그런 여주인공의 스타일이 꽤 설득이 되었다. 러닝타임이 약 3시간이나 되었지만 시간을 내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에 점수를 훨씬 더 주고 싶다.

 

 

 

 책의 제목이자 소설 속의 '밀레니엄'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회고발 잡지의 이름을 말한다.

687페이지라는 결코 적은 수의 페이지가 아님에도 몰입도가 상당했다.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 생전 기자 생활도 하고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가 생전 추구했던 기자정신이 글 속에 녹아들었을까? '밀레니엄' 속 등장인물이며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추구하는 기자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p.82

그는 동료 기자들을 경멸했고, 그 경멸은 인간의 기본적 윤리만큼이나 명백한 진실들에 기반했다. 그가 보기에 등식은 간단했다. 터무니없는 투기로 수백만 크로나를 날린 은행 이사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사욕을 채우려고 유령회사를 만든 CEO는 감옥에 가야 한다. 마당에 공용 화장실을 놓고 비좁은 원룸을 학생들에게 임대하면서 세금까지 떼먹으려고 월세 영수증을 발행해주지 않는 악덕 집주인은 죄인 공시대에 매달아놔야 한다.

 

어느 나라나 비리, 부정부패 없는 나라가 없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p.36

"~ 정부가 수조에 이르는 혈세를 퍼주었고, 거기다 보너스로 외교부를 동원해 동유럽의 문까지 열어주었다. 기업들은 돈을 받아 '현지 합작 벤처회사' 따위를 만들어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비즈니스 판에선 흔히 있는 일 아냐? 어떤 사람들이 죽어라 세금을 내면 다른 놈들이 그 돈으로 호주머니를 두둑이 불리는 것,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지!"


처음에는 스웨덴 어의 낯선 발음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 등이 익숙지 않았지만 그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였다. 예쁘게 정돈된 목가적 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은 마을의 예쁜 풍경과는 대조적인 면 때문에 더욱 사건을 잔인하게 보이게 만든다.

 

밀레니엄의 사회 고발 잡지라는 특성상 처음엔 주로 기업 간 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듯했다. 대기업 간 비리, 혹은 기업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리들을 파헤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밀레니엄의 일 외에 많은 양의 페이지를 할애해 말하고 싶은 것은 더 있었다.

 

 ​p.16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면서 한 번 이상 남성에게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

 

 ​p.156

스웨덴 여성의 46퍼센트는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다.

 

 ​p.318

스웨덴 여성의 13퍼센트가 심각한 성폭행을 당하 경험이 있다.

 

 ​p.520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p.521

" ~ 여자들은 끊임없이 실종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하나도 없거든. 예를 들어 이민자들 말이야. 러시아 출신 매춘부랄지.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들어오고 있잖아."

 

여성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가 참으로 기가 막혔다. 여성이어서, 사회적 약자여서, 자신보다 힘이 약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범죄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너무나 화가 난다.

 

잠시 밀레니엄과 떨어져 헨리크의 일을 맡게 된 미카엘. 전혀 진전이 없던 사건은 끔찍한 진실을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드러나는 끔찍한 일들에 충격적이었다가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감정이입이 되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그 희생자들의 고통을, 맺힌 한을, 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슬펐고, 화가 났다.

 

예전에 나는 오히려 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땐 나 스스로 겁이 많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내가 겁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이 간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절대로 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길지 않은 인생 동안 누군가를 그토록 혐오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제대로 된 생각,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진지한 생각도 없이, 지식도 없이 순간적으로 내뱉는 말에 현혹되어 내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다.

예쁜 것만 보아도 부족할 시간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도 마지막 순간에는 후회가 가득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너무 자주 뉴스에서 보도되는 범죄 소식을 들을 때면 무서운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범죄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약자를 가려낼 뿐이다. 하지만 성범죄에서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기도 하다. 잠재적 피해자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아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사람들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밀레니엄 시리즈1부'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헨리크 방에르가 원하던 진실도 밝혀졌고,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원하던 진실도 밝혀졌다.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밝혀낸 벤네르스트룀의 각종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살짝 감정 이입을 해보았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진실. 전 정권들의 비리도 깨끗하게 밝혀졌으면 얼마나 통쾌하고 속이 시원할까.

헨리크와 미카엘은 각자가 당시 가장 원했던 것을 찾았지만 1부 전체에서 어찌 보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도 할 수 있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도 없고,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도 얻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2부로 이어져 다뤄지지 않을까. 영화 포스터 때문에 살짝 호감도가 떨어져 있었던 리스베트에대한 이미지는 책장을 넘길수록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그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나 보다. 그녀의 과거가 어떤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 시리즈에서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위한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

 

스티그 라르손이 남긴 작품이 밀레니엄 시리즈 단 3권이라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의 글은 상당히 흡인력이 있었다. 스티그 라르손이 남긴 밀레니엄 시리즈는 3권이지만 또 다른 스웨덴의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이 그 뒤를 이어받아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을 출간했다. 그가 스티그 라르손이 남긴 앞의 시리즈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만의 개성을 살려 이어갔을지 궁금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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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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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그녀의 첫 장편소설 '아몬드'로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 손원평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서른의 반격」.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가독성이 좋아 잘 읽혔다.

 

「서른의 반격」은 그녀의 흔한 이름만큼이나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지금 이 시대의 보통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통 사람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가고 싶지만 세상은 그 보통 사람에게는 그렇게 살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생각해 볼 것들도 많은 이야기. 너무나 현실적이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짓게 되는 이야기이다.

점점 각박해져가고, 영악해져가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끼여 살아보려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가 자꾸만 작아지고, 숨고 싶고, 그러다 결국 세상에서 스스로를 소외시켜 버린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이런 비슷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소외되어 버린 작은 존재들. 정규직 취업에 실패하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 애써 쓴 대본을 대기업에 빼앗겨 버린 무명작가. 몸을 망쳐가며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사기당해 빼앗겨 버린 전직 떡볶이 가게 사장. 자신이 거의 쓰다시피 한 책이 그대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출판되어 억울한 사람. 이들이 모여 이룬 작은 반란! 사소하게 하지만 용기 있게 지속되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외침.

 

 p.8

내가 아는 건 그 정도다. 그전에 벌어진 피, 광장, 투쟁의 흔적은 사진과 다큐에서나 본 겪지 못한 옛날 얘기일 뿐이다. 세상은 몇 발자국쯤 앞으로 나아갔지만 그 몇 벌자국이 전부인 것 같다. 여전히 부당함이 우위를 점령하고 있고 당연히 보통 사람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대신 대세에 머리를 조아려 수긍하면서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나는 몹시 특별난 사람이라고, 그러니 제발 나를 좀 주목해달라고 온몸으로 외쳐야 하는 세상이 왔다. 나는 하필이면 이 시대에 청춘의 끝자락을 맞이한 숱한 여럿 중 하나이다.


'보통'의 기준은 무엇일까? 여기서 '보통'은 지금 우리 시대에서의 '보통'이다.
'보통'이라는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에 보통이었던 것이 지금은 더 이상 보통이 아닐 수도 있듯이 지금 보통이라는 것도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보통'의 기준이 다를지라도 보통 사람이 원하는 것은 시대에 상관없이 같지 않을까.

 

 ​p.9

나는 추봉(秋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 운명이었다.

 

추봉이라니! 추봉으로 살게 되면서 앞으로 겪을지 모르는 일들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읽어내려가던 중. 역시 엄마는 위대했다. 출산이 임박해 통증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아이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각서를 결국 받아내었다. 추봉이 될 뻔한 주인공은 대신 김지혜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첫 번째 수단을 갖는 셈이다. 이름은 '나'라는 존재에 속한 일부인데 간혹 그 일부에 의해 존재가 이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개명을 하기도 한다.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아무튼 추봉은 할아버지의 유언처럼 남겨진 이름이라 개명도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주인공에게는 참 다행한 일이다.

 

주인공 김지혜는 그 당시 흔했던 이름만큼이나 튀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녀는 현재 서른 살의 나이로 DM 아카데미의 말단 인턴으로 일해오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정직원이 되고 그 경력을 인정받아 본사에서 일할 기회를 갖겠다는 꿈을 가지고서.
 

 ​p.32

그 자리는 팔짱을 낄 수 있는 자리였다. 다리를 꼴 수도 있고 갑자기 울린 핸드폰에도 여유 있게, 잠시만요,라며 전화를 받아도 되는 자리.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권력자라고 생각할 거다. 설사 그게 별 볼 일 없는  작은 아카데미의 인턴 자리 면접일지라도,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건 결정권을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일정 수준의 경험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앉을 수 있는 다리.

 

'그래, 그 자리에 있으면 그런 태도가 당연한 거야.'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싫다. 하지만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더 싫다.

interviewee의 태도가 중요한 만큼 interviewer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앉기 위해 해 온 노력은 충분히 인정받을만하다. 또한 면접관들은 면접자들에게 자신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실제적으로, 직접적으로 제일 먼저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하고 듣는 말들에 의하면 마치 회사의 이미지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권위의식에 취해 무례하기까지 한 경우도 종종 있다. 면접자들도 어찌 보면 일단은 회사를 찾은 손님들인데도 말이다. 서로 기본적인 예는 갖추었으면 좋겠다.

 p.34

정진 씨에겐 그런 수고나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 정진 씨는 내 친한 친구지만 존재하지 않으니까.
정진 씨를 만들어낸 건, 이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하나의 숨통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언제나 같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다는 건 정말이지 숨 막히는 일이다. ~ 다들 그런다고 생각하면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가끔은 도피처가 필요했다.

 

p.35

어딘가 정말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진 씨같이 아무 때고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이.

 

 p.37
생전 만나볼 일 없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나를 웃게 한다.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으니 조금쯤은, 적어도 하루쯤은 다시 버틸 수 있을 거다.

 

힘들고 서러운 비정규직의 직장생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장이라는 곳이 맡은 일 외에도 감정 소모 또한 엄청난 곳인 것 같다. 그곳은 직장생활이 아니라 직장 버텨내기이다.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버텨내는 곳. 그곳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원동력을 제공해줄 자신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p.87

그에 따르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건, 장난 혹은 놀이였다. 놀이하듯 부당한 곳에 일침을 가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무언가가 변하거나 확산될 것이다. 그게 그의 주장이었다.

 

세상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은 함께 뭉쳐 용기를 내기로 한다. 더 이상 세상이 자신들을 얕보고 이용하지 않도록 자신들의 인생 연극에서 반전 스토리를 만들 계획이다. 스스로가 세상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모든 관객들이 무대 위로 당당히 올라갈 수 있는 사회.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소신 있게 행동하면 그것이 모여 바뀔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고 사소할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p.233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륙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온몸으로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 나를 보아 달라고 외쳐야 하는 세상에서 그 사실을 머리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인정하며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힘든 현실이 자꾸 그것을 잊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개인은 특별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특별함의 기준은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나답게 반짝인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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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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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끊임없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과 함께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윤리적인 문제들이다. 최근에는 로봇의 발전과 관련하여 많은 윤리적 쟁점들에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과학, 의학의 발달이 주는 편리함의 혜택 이면에는 언제나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생명, 윤리에 관련된 문제들이 따라온다. 


 p.20

과학자에게 건강한 인문정신이 결여되면 과학으로 인류의 안녕과 번영을 이끌기는커녕 자칫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자가 인문학의 울타리에 갇혀 과학과 기술에 무지하다면 세계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인문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학·기술의 영향력을 외면할 경우 사회과학은 더 이상 본래의 가치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융합의 시대이다. 어느 한 쪽에만 치중해서는 살아나갈 수도, 급변하는 시대를 이해할 수도 없다. 인문학자에게도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과학자에게도 인문학적인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과학자에게도 인문 정신과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회적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이다.


《위대한 유산은 철학, 생물학, 경영학&문학을 전공한 세 명의 저자들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주제로 독자들이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그것을 이해하도록 풀어나간 책이다. 세 명의 저자들-조대호, 김응빈, 서홍원은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각자의 전공분야들이 있지만 자신들의 전공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학문적 융합의 시대에 맞춰 자신들의 시각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도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와 더불어 그것과 관련하여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을 사회적·과학적으로 넓혀보고 싶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개념을 나 스스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 영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논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아직 미지의 세계이기도 한 '영혼'. 영혼에 대한 정의는 시대의 상황, 종교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프시케'란 무엇인가

 p.33

프시케란 물질적인 신체 현상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는 입장, 물질적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정신적 존재라고 보는 입장,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일종의 '숨'과 같은 존재이거나 유령과 같은 존재라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영혼관:

 p.41~42

영혼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에는 숨처럼 몸에 붙어 있지만, 몸을 떠난 뒤에는 지하 세계에서 아무 의식도 없이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머문다는 것입니다.

 

오르페우스교도의 영혼관:

 p.47~49

~인간의 육체는 티탄들에게서 왔지만 영혼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인간의 몸을 디오니소스적인 것, 즉 영혼의 감옥이자 무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인간이 몸과 영혼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서양의 이원론적 인간관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는 오르페우스 교의 인간관과 만나게 됩니다.

 

오르페우스 교도들은 이러한 영혼의 윤회와 육화incarnation를 믿었습니다.

 

요즘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인데,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이전에도 윤회를 믿어 인간이 동물의 모습으로도, 동물이 인간의 모습으로도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동물의 권리를 중요시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생각이 어떻게 플라톤을 거쳐 서양 사상에 수용되었는지도 뒤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

 p.52~53

~결국 그리스인들이 영혼을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죽으면 우리의 몸을 떠나 지하 세계에 허깨비의 모습으로 머무는 숨과 같은 것, 우리 몸에 갇혀 있는 신적인 실체, 공기나 원자와 같은 일종의 물질~

 

 

▶ 진화

19세기 유럽에서 진화론이 등장하기 이전 기원전 5세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진화론적인 사상에 대하여.

기원전 6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들은 그들 이전의 사람들이 관심을 두었던 '신'이 아니라 '자연'에 관심을 두었다. 신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자연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p.56

 ~ 그 뒤 대체로 16세기 이후부터 그러한 종교적인 자연 이해의 틀을 거부하고 자연을 수학적·물리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기술하려는 경향이 태동하면서 오늘날 서양의 자연과학이 생겨났는데, 그와 유사한 움직임이 이미 기원전 5~6세기에 그리스에서도 일어났던 겁니다.

 

그리스 자연철학에 이해에 필요한 개념: 피시스physis (nature), 아르케arche (beginning, origin, the first power place)

 

 p.120

기술혁명은 사람들의 사고를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게 됩니다. 부분들이 잘 맞아야 만들어낸 것들이 오래 작동하고 지탱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 만물을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의 합으로 보고, 부품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진적으로 기계화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p.144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은 특히나 열린 태도, 다면 사고 능력이 필요합니다. 과학과 철학, 문학의 한계를 직시하고 앎과 사유, 상상 사이에 경계를 그어 사안마다 갈리는 세 학문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를 통해 이들 학문의 접점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행하길 바랍니다.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다윈의 '종의 기원-자연 선택 이론'

 

 p.147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 또는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종의 보존에 대하여』, 흔히 『종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책의 전체 제목입니다. '종의 기원'이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생명체의 탄생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듯한데, 이 책은 생물의 기원을 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종의 기원, 그러니까 기존 생명체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생명체의 '기원'이 아니라 '변화'를 말하고 있어요. ~

 

종의 기원에 대해 배웠던 것이 언제였나 싶다. 학교 수업시간에 다룬 기억은 있었지만 이 역시 오래 전이라 기본적인 내용 외에는 기억조차 하지 못했고, 기억의 오류로 잘못 기억된 내용들을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재미와 새로운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재미 또한 있었다.

 p.190

GMO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 용어가 '유전자조작생명체'라고 번역되면서 '조작'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된 듯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유전자조작'보다는 '유전자재조합'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단순히 명칭의 문제만은 아니지요. ~


누군가 내게 'GMO를 왜 피해?'라고 묻는다면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나오니까 안 좋은 거 아냐? 어느 연구소에서 실험을 해봤다는데 안 좋았대.' 정도로만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게 식품에 까다롭게 굴면서도 정작 나는 GMO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했구나 싶었다. 이번 계기로 아주 자세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개요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p.288

~ 인간 계통은, 오랑우탄과는 1500만 년 전 쯤 갈라졌고, 침팬지와는 적어도 500만 년 전쯤에 갈라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요. 그런데 왜 영장목에 속한 동물 중에서 사람만 두드러지게 달라 보일까요? ~ 놀라지 마십시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염기서열이 약 96퍼센트 일치한답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인간의 유전정보가 침팬지와 4퍼센트밖에 다르지 않다는 얘깁니다. ~

 

 ​p.413~414

~ 이렇게 인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절대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다른 동물들의 경우와 달리 인간에게는 이성적 확신에 의거해서 본성과 습관을 넘어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인간 사회의 뿌리 깊은 악,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인간이란 완전해질 때에는 모든 동물 가운데 최선이지만, 법과 정의로부터 일탈할 때에는 최악입니다. 인간에게는 이런 양극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양극의 가능성은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 즉 호모사피엔스라는 데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


개인적으로는 각 시대별 영혼관, 진화에 대한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부분과, 플라톤의 윤회론, 동물권리론까지, 아리스토텔레스와 동물행동학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성서를 통해 본 기독교적인 관점, 그리스 신화적 관점 등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단어들의 어원까지 잘 설명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두고 과학, 철학, 문학 각각의 관점으로 보며 그 접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흔히 들어 알고 있었던 용어들과 그 용어가 생겨난 과정들, 다양한 철학자들,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 철학적·과학적 이론들의 배경과 예시, 관련된 다양한 문학 작품들,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도 한번 기억해 볼 수 있었고, 새로운 내용들도 많이 알 수 있어 읽는 내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아르테(art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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