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조대호.김응빈.서홍원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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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벼룩에서 인공지능까지

                         철학, 과학, 문학이 밝히는 생명의 모든 것

 

 

끊임없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과 함께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윤리적인 문제들이다. 최근에는 로봇의 발전과 관련하여 많은 윤리적 쟁점들에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다. 과학, 의학의 발달이 주는 편리함의 혜택 이면에는 언제나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생명, 윤리에 관련된 문제들이 따라온다. 


 p.20

과학자에게 건강한 인문정신이 결여되면 과학으로 인류의 안녕과 번영을 이끌기는커녕 자칫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자가 인문학의 울타리에 갇혀 과학과 기술에 무지하다면 세계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인문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학·기술의 영향력을 외면할 경우 사회과학은 더 이상 본래의 가치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융합의 시대이다. 어느 한 쪽에만 치중해서는 살아나갈 수도, 급변하는 시대를 이해할 수도 없다. 인문학자에게도 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과학자에게도 인문학적인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과학자에게도 인문 정신과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사회적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이다.


《위대한 유산은 철학, 생물학, 경영학&문학을 전공한 세 명의 저자들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주제로 독자들이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그것을 이해하도록 풀어나간 책이다. 세 명의 저자들-조대호, 김응빈, 서홍원은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각자의 전공분야들이 있지만 자신들의 전공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학문적 융합의 시대에 맞춰 자신들의 시각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도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와 더불어 그것과 관련하여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을 사회적·과학적으로 넓혀보고 싶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개념을 나 스스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 영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논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아직 미지의 세계이기도 한 '영혼'. 영혼에 대한 정의는 시대의 상황, 종교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프시케'란 무엇인가

 p.33

프시케란 물질적인 신체 현상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는 입장, 물질적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정신적 존재라고 보는 입장,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일종의 '숨'과 같은 존재이거나 유령과 같은 존재라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영혼관:

 p.41~42

영혼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에는 숨처럼 몸에 붙어 있지만, 몸을 떠난 뒤에는 지하 세계에서 아무 의식도 없이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머문다는 것입니다.

 

오르페우스교도의 영혼관:

 p.47~49

~인간의 육체는 티탄들에게서 왔지만 영혼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인간의 몸을 디오니소스적인 것, 즉 영혼의 감옥이자 무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인간이 몸과 영혼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서양의 이원론적 인간관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는 오르페우스 교의 인간관과 만나게 됩니다.

 

오르페우스 교도들은 이러한 영혼의 윤회와 육화incarnation를 믿었습니다.

 

요즘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인데, 관점은 조금 다르지만 이전에도 윤회를 믿어 인간이 동물의 모습으로도, 동물이 인간의 모습으로도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동물의 권리를 중요시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생각이 어떻게 플라톤을 거쳐 서양 사상에 수용되었는지도 뒤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인:

 p.52~53

~결국 그리스인들이 영혼을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죽으면 우리의 몸을 떠나 지하 세계에 허깨비의 모습으로 머무는 숨과 같은 것, 우리 몸에 갇혀 있는 신적인 실체, 공기나 원자와 같은 일종의 물질~

 

 

▶ 진화

19세기 유럽에서 진화론이 등장하기 이전 기원전 5세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진화론적인 사상에 대하여.

기원전 6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들은 그들 이전의 사람들이 관심을 두었던 '신'이 아니라 '자연'에 관심을 두었다. 신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자연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p.56

 ~ 그 뒤 대체로 16세기 이후부터 그러한 종교적인 자연 이해의 틀을 거부하고 자연을 수학적·물리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기술하려는 경향이 태동하면서 오늘날 서양의 자연과학이 생겨났는데, 그와 유사한 움직임이 이미 기원전 5~6세기에 그리스에서도 일어났던 겁니다.

 

그리스 자연철학에 이해에 필요한 개념: 피시스physis (nature), 아르케arche (beginning, origin, the first power place)

 

 p.120

기술혁명은 사람들의 사고를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게 됩니다. 부분들이 잘 맞아야 만들어낸 것들이 오래 작동하고 지탱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 만물을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의 합으로 보고, 부품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진적으로 기계화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p.144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은 특히나 열린 태도, 다면 사고 능력이 필요합니다. 과학과 철학, 문학의 한계를 직시하고 앎과 사유, 상상 사이에 경계를 그어 사안마다 갈리는 세 학문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를 통해 이들 학문의 접점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행하길 바랍니다.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다윈의 '종의 기원-자연 선택 이론'

 

 p.147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 또는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종의 보존에 대하여』, 흔히 『종의 기원』이라고 알려진 책의 전체 제목입니다. '종의 기원'이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생명체의 탄생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듯한데, 이 책은 생물의 기원을 말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종의 기원, 그러니까 기존 생명체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생명체의 '기원'이 아니라 '변화'를 말하고 있어요. ~

 

종의 기원에 대해 배웠던 것이 언제였나 싶다. 학교 수업시간에 다룬 기억은 있었지만 이 역시 오래 전이라 기본적인 내용 외에는 기억조차 하지 못했고, 기억의 오류로 잘못 기억된 내용들을 하나씩 바로 잡아가는 재미와 새로운 내용들을 받아들이는 재미 또한 있었다.

 p.190

GMO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 용어가 '유전자조작생명체'라고 번역되면서 '조작'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된 듯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유전자조작'보다는 '유전자재조합'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단순히 명칭의 문제만은 아니지요. ~


누군가 내게 'GMO를 왜 피해?'라고 묻는다면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나오니까 안 좋은 거 아냐? 어느 연구소에서 실험을 해봤다는데 안 좋았대.' 정도로만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게 식품에 까다롭게 굴면서도 정작 나는 GMO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했구나 싶었다. 이번 계기로 아주 자세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개요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p.288

~ 인간 계통은, 오랑우탄과는 1500만 년 전 쯤 갈라졌고, 침팬지와는 적어도 500만 년 전쯤에 갈라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요. 그런데 왜 영장목에 속한 동물 중에서 사람만 두드러지게 달라 보일까요? ~ 놀라지 마십시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염기서열이 약 96퍼센트 일치한답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인간의 유전정보가 침팬지와 4퍼센트밖에 다르지 않다는 얘깁니다. ~

 

 ​p.413~414

~ 이렇게 인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절대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다른 동물들의 경우와 달리 인간에게는 이성적 확신에 의거해서 본성과 습관을 넘어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인간 사회의 뿌리 깊은 악,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인간이란 완전해질 때에는 모든 동물 가운데 최선이지만, 법과 정의로부터 일탈할 때에는 최악입니다. 인간에게는 이런 양극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 양극의 가능성은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 즉 호모사피엔스라는 데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


개인적으로는 각 시대별 영혼관, 진화에 대한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부분과, 플라톤의 윤회론, 동물권리론까지, 아리스토텔레스와 동물행동학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성서를 통해 본 기독교적인 관점, 그리스 신화적 관점 등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단어들의 어원까지 잘 설명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두고 과학, 철학, 문학 각각의 관점으로 보며 그 접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흔히 들어 알고 있었던 용어들과 그 용어가 생겨난 과정들, 다양한 철학자들,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 철학적·과학적 이론들의 배경과 예시, 관련된 다양한 문학 작품들,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도 한번 기억해 볼 수 있었고, 새로운 내용들도 많이 알 수 있어 읽는 내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아르테(art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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