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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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마음을 새기는 일이다. 칼은 힘이 좋다. 칼 위에 마음을 얹으면 돌 속에 내 마음이 아로새겨진다.”(서문 중에서)

 

<전각>이란 문자보다는 도형에 가까운 글자를 돌과 나무,기와 등에 새기는 기법을 말한다.이 책은 고전 인문학자 정민 한양대 교수가

 중국 명나라 말기 장호(張灝)라는 사람이 유명한 명대 전각가들의 옛 책에서 좋은 글귀를 골라 새긴 인장을 모아 엮은 책이『학산당인보기(學山堂印譜記)』이다. 이 책을 풀어쓴 글의 서문은 조선 후기 박제가(朴齊家)가 썼는 바, "내 친구 이덕무가 이를 위해 풀이한 글을 손수 뽑고서 내게 서문을 구하였다"고 적고 있다 책에는 간결한 아름다움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담백한 글귀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인장에 새겨진 한문으로 된 글귀를 적고, 그 글귀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고, 맨 마지막 란에 이와 관련하여 작가의 생각을 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책 한 쪽에 하나의 인장을 소개하고 있다. 2000년 7월 초판을 내고 2012년 방문학자의 신분으로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옌칭 연구소에서 일년간 머무는 동안 그곳 희귀본 서가에서 처음 <학산당인보>원본을 발견하고 전권을 한장한장 촬영한 후 전작에 내요을 보충해 다시 펴낸 책이 이책이라고 한다. 전각이란 인면에 전사하고 배치하여 조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다름에 따라 문자의 함축된 힘은 사람의 여러 가지 풍모를 움직이게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인면 안의 생생한 자태도 일종의 정취가 있고  또 이치가 있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돌에 짦게 세긴 글이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문장들이 많다. 많은 잠언집이 그렇듯이 마음 속의 양심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도 평상시에 간과하고 있는 내용들을 끄집어내어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돌 위에 새긴 생각’은 일종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는 전각의 아우라까지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양에는 오래 전부터 예술적인 견지에서 전각을 새기고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각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향수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픈 글귀가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인장을 하나 정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각이란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한자라는 문자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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