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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천도교 역사의 재조명
황선희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상명대 사학과 교수와 동학학회장을 역임하시고 현재 서울시사편찬위원회의 고문으로 계시는 황선희님으로 186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동학, 천도교의 사상이 어떻게 종교철학으로 심화 발전되어 왔으며, 또 이에 따라 동학 천도교의 민족운동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알아보고 그 의의를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종교는 동학과 천도교이다. 제1부에서는 동학 천도교의 인본주의 사상을 다뤘으며, 제2부에서는 동학 천도교의 민족운동에 대해 다루었다. 특히 동학 천도교사상 및 민족운동에 관한 현재까지의 학계의 연구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그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명시함으로써, 동학 천도교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동학과 천도교는 최제우, 최시형, 손병희 등을 거치면서 동학 교리를 시의적절하게 사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사람을 신과 같이 섬긴다’라는 사인여천사상(事人如天思想)을 통해 동학농민운동을,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통해 범국민적인 문화운동과 3·1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민족종교는 1860년 발생한 동학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동학이 발생하던 조선조 후기는 여러 가지 사회적 아노미 현상이 나타난 시기였다. 각지에서 도적이 들끓고 민란이 발생하는가 하면, 관직에 등용되지 못한 양반층이나, 경제적 수탈을 당한 하층민들은 절망 상태에 빠져들었다. 동학이 창도된 이래 이 땅에서는 여러 가지 ‘새 종교’가 일어났다. 일찍이 밖에서 들어온 불교·도교·유교 그리고 천주교 등의 외래 기독교가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 한국의 사회적 변환기를 맞는 한민족의 종교적 욕구를 고루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그와 같은 새 종교운동은 한민족의 주체성이 종교를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한국의 새 종교운동은 한민족의 종교사는 물론 정신사적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높이 평가된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 속에 천주교가 유입되었고 민중들의 호응을 얻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 그 다음의 이유였다. 동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해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정치운동을 겸한 종교운동을 전개하였다. 동학을 단지 19세기라는 시대 상황에 따른 사상으로만 보지 않고, 인류 문명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후천 개벽의 종교라는 관점에서 동학이 제시하고 있는 ‘다시 개벽’의 체계 다시 말해, 우리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틀’을 제시하는 민족종교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다.
사회적 혼돈을 치유하는 대안으로 새로운 종교운동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한 신앙운동에 그치지 않고 관료의 폭정에 항거하는 등, 민중운동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민족종교들은 그 교리나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한민족 중심의 개벽을 지니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나라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고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시키는 정신적 근거였다. 그것은 곧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하였으며, 독립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족 종교들은 일제에게 있어서는 민족정기와 항일정신을 고취시키는 배후였기 때문에 조직적 탄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동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정치운동을 겸한 종교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동학은 시의 적절하게 교리를 점진적으로 사회사상화 하였으니 시천주-사인여천-인내천으로 정리하면서 점차 종교와 정치 그리고 철학을 아우르는 종교철학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p6. 들어가는말 중에서)
동학ㆍ천도교의 민족운동사적 위상을 규명함으로써 미래의 한국 사회를 나름대로 예측ㆍ처방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또한 동학ㆍ천도교의 사회사상화 과정에 따른 민족운동 참여도와 성격변화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