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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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판결'시리즈로 불린다고 하는데요.

법에 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저로선 크나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네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에 대해 법원의 판결로 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그 무엇도 모두를 충족시키는 판결은 없었다는 거였어요.

상반된 신념들, 다양한 목소리로 가득 찬 현시대에 모두를 반영할 수는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일 거예요.

제대로 된 결정을 위해 지표가 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작가는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가 외쳤던 "정치적 자유주의"에 주목했어요.

법 관련 용어들만 나오면 머리가 빙글빙글~ 같은 말인데도 어렵게만 느껴졌는데요.

롤스가 주장하는 '정의'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지를 실제 대법원 판결문을 통해 상세히 파헤쳐 봄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었네요.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 등이 다르더라도 바람직한 사회적 질서에 대하여 대체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그 중첩된 부분에 한 해 성립시키는 합의, 즉 '중첩적 합의'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분묘 기지권, 제사 주재권, 친생자 추정 사건 등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사실 법원 판결의 결과가 의외인 부분들도 있긴 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니 왜 그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근대법으로 인해 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반영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롤스가 말하는 기본적 자유의 우선성에 대해선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성적 소수자의 기본권 보호 등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법관들의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보니 그동안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보고 판단했던 저의 성급함에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법규범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완벽하게 규율할 수는 없다.

...

일정한 경우 유추나 목적론적 축소를 통하여 법률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법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121p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는 시대이면서도 온라인 매체를 통한 여론몰이로 인해 극단적 대결로 치달아 다양한 목소리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모순적인 사회라는 작가의 말에 격한 공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어떤 판결이든 한마음 한뜻이 있을 수 있는가에 해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다수가 원한다고 정답이 될 수 없고, 소수이기에 틀렸다고 할 수는 없기에 '판결'은 공적 이성의 가치들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판결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법 이야기!

그동안 뉴스나 기사를 읽으며 법원 판결에 한 번이라도 답답함을 느끼셨다면 이 책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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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퍼즐 2 - 문장 속에 숨겨진 범인을 찾는 두뇌 게임 100 크라임 퍼즐 2
G.T. Karber 지음, 박나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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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같은 스토리에 스도쿠를 접목했던 독특한 퍼즐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던 추리 스도쿠 <크라임 퍼즐> 2권이 드디어 출판되었어요~

1권을 너무 빨리 풀어버리는 바람에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는데 너무나 반갑더라고요.

1권과 마찬가지로 단계별 25개씩 4단계로 총 100개의 퍼즐이 있어요.

단계가 올라갈수록 조건이 늘어나기 때문에 따져봐야 할 것들도 많아져요.

단계별로 퀴즈를 풀기 위해 꼭 필요한 자료가 제시되어 있는데, '자료 B' 같은 경우에 배경도 어두운데 글씨도 검은색이라 살짝 보기 힘들었네요.

1권에서 제일로 꼽았던 것 중 하나가 여러 암호 메시지를 해석하는 거였는데요.

아쉽게도 2권은 뒤죽박죽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1권을 참고해 풀어야 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숨어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겠죠~

이번 2권에서는 전에 없었던 번외 퀴즈도 들어있어요.

2단계(중급)에 중간중간 끼어있는 피타고라스의 일곱 수수께끼가 바로 그것인데요.

딱히 이 문제의 정답을 몰라도 범인을 색출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지만, 왠지 모를 승부욕에 퀴즈를 풀게 되더라고요.

뒷부분에 친절하게 정답도 있으니 한 번씩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퀴즈를 풀다 보면 이렇게 지워진 부분이 꽤 나오는데요.

편집상의 문제인가 싶어 문의드렸더니 원서에도 똑같이 되어있는 부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읽어보면 별거 아닌 거 같다가도 왠지 궁금한 느낌적인 느낌~

옆에서 지켜보다 갑자기 불붙은 큰딸 덕분에 책에 표시를 못해서 못쓰는 파일 이용해 테두리만 그리고 보드마카로 다회 이용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두 권 살 걸 그랬어요~

아이도 제법 빠르게 잘 풀더라고요.

딸아이가 찾아낸 용의자 틀린 그림도 있어요~

기대했던 것만큼 큰 재미 준 크라임 퍼즐 2!!!

1권을 풀고 2권을 해서 그런지 전 이번 게 더 쉬운 것 같기도 했어요.

바로 끝내버리기 너~ 무 아쉬워 20개를 남겨두고 아껴서 풀고 있습니다.

다 풀기 전에 3권 출판 소식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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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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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조해진 작가님의 <로기완을 만났다>가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출판되었습니다.

송중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제작되어 큰 관심을 받고 있기에, 저도 영화로 보기 전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어요.


방송 프로그램 메인 작가였던 김 작가가 일기 형식으로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김 작가는 우연히 한 시사주간지에 실린 이니셜 L의 인터뷰를 읽게 되는데요.

이때 이니셜 L(로)이 기자에게 고백한 한 줄의 문장으로 인해 그녀는 무작정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그가 있었다는 벨기에 브뤼셀로 떠나요.

김 작가의 마음을 뒤흔든 그 문장은 무엇이었을까요?


2007년 탈북인 '로'가 무국적자로 베를린을 거쳐 브뤼셀로 와 한국 대사관에 가기까지의 여정과 이후의 일들을 적은 일기를 그의 은인 '박'을 통해 김 작가에게까지 전해지는데요.

일기를 바탕으로 그가 생활했던 하루하루를 3년의 시간차를 두고 2010년의 김 작가가 똑같이 따라가게 되죠.

그녀는 자신의 시선으로 본 '로'의 생활과 감정을 글로 남기게 됩니다.


"전 우주에서 혼자 깨어나

눈 뜨고 있는 자"

-본문 105p

처음 베를린 공항에 도착해, 이방인으로서 말도 통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었던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독, 불안이 고스란히 담긴 가장 쓸쓸한 문장이 아닐 수 없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 국적, 호적은 그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만 줄 뿐 인간은 누구보다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어딘가에 소속되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진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타인의 외로운 삶에 연민을 느끼고 이해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

타인의 고통에 내가 괴로워하는 게 진심인지, 그게 가능한 건지 김 작가 또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데요.

결국 '로'의 흔적을 쫓으며 공감대를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죠.


작은 희망마저 좌절되고 오롯이 혼자라고 느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야만 했고, 결국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는 연민 이상의 감동으로 저의 마음 한구석에 깊이 남아버렸습니다.

나의 문제가 아니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고, 위로라고 했던 말들과 행동들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원작을 읽으니 영화화된 '로기완'은 어떨지 엄청 기대가 됩니다.

예고편에선 여주인공이 작가가 아닌 다른 인물로 나오는듯하던데 원작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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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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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소설이 가득한 창비의 소설Y 시리즈!

2024년 따끈한 신간인 <터널 103>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즘 스위트홈, 경성 크리처 등 크리처 스릴러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잖아요~

<터널 103> 역시 괴물들이 나오는 소설이랍니다.



검은과부거미섬에 살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피귀(피부가 없는 괴물)들의 습격에 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터널로 피신하게 됩니다.

내륙과 연결된 해저 터널이었던 이곳은 유일한 탈출로였지만, 철수하던 군인들은 터널 중간의 차폐문을 닫아버렸고 당시 촌장이었던 황선태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터널 입구에 채석장 석재를 부어 봉쇄해버립니다.

터널 사이에 갇혀 40년을 버틴 사람들은 점점 유입해 들어오는 바닷물과 가뭄으로 인해 결국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데요.

남의 안위에는 관심 없는 현 촌장 황필규(황선태의 손주)에 의해 불가능해 보이는 탈출 계획을 수행하게 된 16살 소녀 다형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터널 밖 세상으로 혼자 내몰리게 됩니다.



소설의 주 무대가 되고 있는 '검은과부거미섬'의 지도예요.

거미의 모습을 닮은 데다 검은 숲과 까막산 덕분에 섬이 검게 보이는 특징을 담아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주인공의 경로를 따라갈 때 참고하며 보았는데 생각보다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장면을 상상하기 수월했어요.

사실 터널에서 40년을 생존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왜 그동안은 탈출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긴 했거든요.

위기가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이렇게 어린 소녀에게 꼭 모든 걸 걸었어야 했을까요?

다형이 지상으로 나오면서 하루도 안돼 다른 생존자를 만난 걸 보면 40년을 너무 허무하게 터널에서만 보낸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네요.

가장 볼만한 건 혼자 또는 같이, 마을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무피귀들과 싸우는 전투 신이었는데, 특히 무피귀들도 버전이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제일 궁금했던 부분은 '이 괴물들은 과연 어디에서 온 걸까?' 였는데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괴물들이었어요.

또 다른 궁금증은 '제목의 터널 옆 103이라는 숫자는 뭘까?' 였는데요.

이야기 끝부분 에필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었어요.

그나저나 왜 내륙에 있는 사람들은 섬사람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을까요?

박형식, 한효주 주연의 드라마 '해피니스'를 보면 감염자들과 함께 격리되었던 일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바로 옆 동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 점에서 내륙에 있는 사람들도 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줄 모르고 4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마지막을 보니 왠지 영화의 시즌 2처럼 이것 역시 2권이 나와야 할 것 같은 오픈 결말로 끝나버려요.

생존자 중 한 명인 5살 여아 싱아에 대한 비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겨지는 건지... 궁금증만 한가득 남아버렸습니다.

터널에서 40년을 생존했다는 것과 너무 어린아이들이 탈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은 조금 아쉬웠지만, 빠른 스토리 전개에 너무 몰입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읽었네요.

크리처 장르를 좋아하거나 영화 같은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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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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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더 다양한 책들을 읽고 싶어 한 달 정도를 전자책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저에겐 종이책이 잘 맞는가 봅니다.

왜 때문인지 전자책은 가독성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리하여 새해 첫 책으로 만나게 된 작품은 정보라 작가님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인데요.

작가님의 첫 sf 소설이라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어요.

그동안 읽었던 연작 소설집은 같은 주제에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주인공은 같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내용이라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네요.

무엇이든 잘 먹고, 외계 생물체도 무심한 듯 허물없이 대하는 위원장과 그런 그를 믿고 의지해 같은 노조에 가입한 대학 강사의 케미를 보고 이거 실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반가웠던 건 배경이 되는 장소가 포항이라는 거였는데요.

작가님과 같이 '결혼'이라는 이유로 포항에 살고 있는 동생 덕에 포항, 경주를 자주 방문했던 터라 글 속의 장소들이 나올 때마다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로 이어지는 해양 생물들이 sf 적인 요소로 등장하는데,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유난히 더 의인화된 '대게'가 전 인상 깊었네요.

이름도 있고 말도 하는, 자유를 위해 다리 하나를 내놓아야 했던 러시아 노동대게의 대표자!

개복치 편에서 잠시 다시 등장했을 땐 어찌나 반갑던지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어요.

또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캐릭터인 해양정보과의 검은 정장 사람들은 맨 인 블랙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요.

진지함 속에 녹아있는 엉뚱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이야기는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주는듯하지만 그 속에 해양 오염, 지구 환경 문제, 사회적 문제까지 담고 있었어요.

특히 경북 지역 산업 단지의 외국 투자자 유치에 대한 글은 분통 터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는데요.

외국 기업의 횡포로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는 건 한국 노동자들인데 한국 정부는 도와주기는커녕 외국 투자자에게 공짜 부지에 세금까지 감면해 준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적극적으로 대응해 다 같이 살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며, 세계의 위기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모든 지구 생물체가 꼭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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