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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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더 다양한 책들을 읽고 싶어 한 달 정도를 전자책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저에겐 종이책이 잘 맞는가 봅니다.

왜 때문인지 전자책은 가독성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리하여 새해 첫 책으로 만나게 된 작품은 정보라 작가님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인데요.

작가님의 첫 sf 소설이라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어요.

그동안 읽었던 연작 소설집은 같은 주제에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주인공은 같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내용이라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네요.

무엇이든 잘 먹고, 외계 생물체도 무심한 듯 허물없이 대하는 위원장과 그런 그를 믿고 의지해 같은 노조에 가입한 대학 강사의 케미를 보고 이거 실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특히나 반가웠던 건 배경이 되는 장소가 포항이라는 거였는데요.

작가님과 같이 '결혼'이라는 이유로 포항에 살고 있는 동생 덕에 포항, 경주를 자주 방문했던 터라 글 속의 장소들이 나올 때마다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로 이어지는 해양 생물들이 sf 적인 요소로 등장하는데,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유난히 더 의인화된 '대게'가 전 인상 깊었네요.

이름도 있고 말도 하는, 자유를 위해 다리 하나를 내놓아야 했던 러시아 노동대게의 대표자!

개복치 편에서 잠시 다시 등장했을 땐 어찌나 반갑던지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어요.

또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캐릭터인 해양정보과의 검은 정장 사람들은 맨 인 블랙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요.

진지함 속에 녹아있는 엉뚱함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이야기는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주는듯하지만 그 속에 해양 오염, 지구 환경 문제, 사회적 문제까지 담고 있었어요.

특히 경북 지역 산업 단지의 외국 투자자 유치에 대한 글은 분통 터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는데요.

외국 기업의 횡포로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는 건 한국 노동자들인데 한국 정부는 도와주기는커녕 외국 투자자에게 공짜 부지에 세금까지 감면해 준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적극적으로 대응해 다 같이 살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며, 세계의 위기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모든 지구 생물체가 꼭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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