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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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조해진 작가님의 <로기완을 만났다>가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출판되었습니다.

송중기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제작되어 큰 관심을 받고 있기에, 저도 영화로 보기 전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어요.


방송 프로그램 메인 작가였던 김 작가가 일기 형식으로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김 작가는 우연히 한 시사주간지에 실린 이니셜 L의 인터뷰를 읽게 되는데요.

이때 이니셜 L(로)이 기자에게 고백한 한 줄의 문장으로 인해 그녀는 무작정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그가 있었다는 벨기에 브뤼셀로 떠나요.

김 작가의 마음을 뒤흔든 그 문장은 무엇이었을까요?


2007년 탈북인 '로'가 무국적자로 베를린을 거쳐 브뤼셀로 와 한국 대사관에 가기까지의 여정과 이후의 일들을 적은 일기를 그의 은인 '박'을 통해 김 작가에게까지 전해지는데요.

일기를 바탕으로 그가 생활했던 하루하루를 3년의 시간차를 두고 2010년의 김 작가가 똑같이 따라가게 되죠.

그녀는 자신의 시선으로 본 '로'의 생활과 감정을 글로 남기게 됩니다.


"전 우주에서 혼자 깨어나

눈 뜨고 있는 자"

-본문 105p

처음 베를린 공항에 도착해, 이방인으로서 말도 통하지 않고 가진 것도 없었던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독, 불안이 고스란히 담긴 가장 쓸쓸한 문장이 아닐 수 없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 국적, 호적은 그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만 줄 뿐 인간은 누구보다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어딘가에 소속되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진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타인의 외로운 삶에 연민을 느끼고 이해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

타인의 고통에 내가 괴로워하는 게 진심인지, 그게 가능한 건지 김 작가 또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데요.

결국 '로'의 흔적을 쫓으며 공감대를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죠.


작은 희망마저 좌절되고 오롯이 혼자라고 느끼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야만 했고, 결국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는 연민 이상의 감동으로 저의 마음 한구석에 깊이 남아버렸습니다.

나의 문제가 아니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고, 위로라고 했던 말들과 행동들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원작을 읽으니 영화화된 '로기완'은 어떨지 엄청 기대가 됩니다.

예고편에선 여주인공이 작가가 아닌 다른 인물로 나오는듯하던데 원작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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