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블루픽션 시리즈 82번째 작품 <녀석의 깃털>입니다.
윤해연 작가님의 6가지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인데요.
청각, 시각, 후각, 촉각이라는 우리의 감각을 독특하게 자극하는 작품들이었어요.
청소년문학으로 등장인물들 역시 모두 학생들입니다.
[전이개누공]
전이개누공은 이루공이라고도 불리며, 귓바퀴 앞쪽에 생긴 작은 구멍이라고 하는데요.
주인공 병진이는 전이개누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니 잠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수영을 계속하려면 수술을 하라고 의사는 권하는데요.
간단한 수술인데도 불구하고 병진이는 이 구멍이 마치 퇴화한 아가미라고 생각하며 수술을 꺼려 해요.
병진이의 수영 실력은 정말 아가미 같은 이 구멍 덕이었을까요?
[녀석의 깃털]
곧 고3으로 접어드는 녀석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라고 해요.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2층짜리 건물 높이쯤을 나는 것이라니 황당하기만 한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한 일이라며 불러내서는, 등에 무언가가 간질간질 나고 있다고 해요.
날갯죽지 밑에 빼꼼히 보이는 깃털의 모습!
뽑고 뽑아도 계속 자라는 녀석의 깃털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데요.
녀석이 날고 싶다고 꿈꿔서 깃털이 생긴 건지 깃털이 생겨서 날아야겠다 결심한 건지 모르겠네요.
[페이머스 양]
16세의 어린 소녀가 공중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 사망케 한 사건이 벌어져요.
인근 편의점 알바생의 신고로 소녀는 경찰에 넘겨지는데요.
붙잡힌 소녀는 그저 양을 찾아야 한다며, 양의 울음소리 때문에 너무 무서워 살 수가 없다고 말해요.
인터넷에 이 이야기가 이슈가 되며 양은 순식간에 유명해지는데요.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 걸까요?
[여섯 번째 손가락]
학교를 지각한 그날 2학년 선배 오지수와 처음 마주쳤어요.
선생님의 훈계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선배에게 내 눈에 비친 건 그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었어요.
왼손 새끼손가락 옆에 자리한 여섯 번째 손가락...
그 후 체육시간에 마주하게 된 선배는 함께 농구시합을 하자고 제안해요.
여섯 번째 손가락과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분명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생각과 달랐어요.
설상가상으로 선배의 여섯 번째 손가락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해요.
[야생 거주지]
이혼한 엄마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17세의 딸아이를 월세방에 혼자 두고 떠나요.
자신의 처지를 몸소 느낀 건 다니던 학원들을 못 가게 된 것도, 맛난 음식을 배불리 못 먹게 된 것도 아닌 배설을 위한 변변한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던 중 새로 이사를 온 남자아이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번뇌를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지 뒤를 밟아요.
그에게서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소똥으로 집을 짓는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없는 얼굴]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방에 죽은 듯 숨어 사는 사촌 동생은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요.
같은 반 해식이도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아이였죠.
그저 우연히 한 한마디 말로 인해 없는 듯 살았던 해식이는 순식간에 반 아이들에게 훅 떠올랐죠.
싫다는 표현 한번 하지 못했던 해식이는 급기야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데요.
억울하면서도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사촌 동생의 방문 앞에서 쏟아내던 그때, 조용히 방문이 열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형은 사라질 거라는 쪽지를 건네 받아요.
여섯 편의 이야기에는 다소 판타지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조금씩 섞여 있어요.
꿈, 진학, 미성년 사건사고, 소외된 아이들, 학폭 등 청소년들이 마주하게 되는 세상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작품들이 모두 오픈 결말이라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