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트래블러 -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
W. J. T. 미첼 지음, 김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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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라는 부제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일단 이 책은 정신병적인 측면의 조현병의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책이 아니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회고록이다. 일단 조현병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병 : 사고의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따위의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의 증상. 대표적 증상으로 망상과 환각이 있다. 조현병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고 당사자의 의지력만으로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제대로 된 치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상'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두고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치료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가브리엘 미첼 역시 본인의 진단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조현병에 대해 저항을 했다고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끝없이 부정하는 마음. 그 마음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걸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역시 헤아릴 수도 없다.

작가는 아들인 가브리엘의 생전에 대한 기억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시카고 대학의 영문학 및 예술사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확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을 하며 책을 쓴 게 느껴진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 텐데'로 점철된 아버지의 한탄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포착된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가브리엘이 마지막까지 예술성과 창의력을 끌어모아 여러 작품을 만들어 낸 것과 그 작품들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을 찾아가며 가브리엘을 이 책속에서나마 다시 살게하는 행위로써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광기"와 "정상"에 대해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침착하게 서술하며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정신의 질병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려고 애쓰는 흔적이 많다. 조현병을 비롯한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병으로 인한 증상의 발현보다 병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회적 낙인들이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가브리엘이 자신을 괴롭히는 시선과 낙인으로부터 도망을 친 것인지 늘 꿈꾸던 다른 차원으로의 깨어남을 목표로 자살을 시도한 것인지 작가도 독자도 끝까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글 속에서 가브리엘은 영원히 살아숨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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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누군가를 질병이 아니라 정체성으로서 "조현병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조현병을 가진 사람" 이나 "이른바 조현병 환자라고 불리는 사람"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다. 랭의 정식화는 조현병이 당뇨병처럼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회가 그렇게 불러서 생긴 정체성 말이다. 그것은 당사자가 선택한 정체성이 아니라 외부에서 부과한 정체성이다. 게다가 의료당국이 그렇게 부과했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다.

🔖19. 광기를 "정신적으로 아픈"이라고 분류해서 낙인찍고 고립시키는 이름표로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비판적 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105. 각각의 꼬리표는 전형적인 사례사를 수반한다. 정신병의 특수한 형태의 일반적 요건들을 충족하는 "질병의 그림"을 말이다. 그러한 꼬리표는 모두가 그 개인을 그렇게 바라보게 되는 일종의 치명적 가림막 혹은 창살이 되고, 그래서 그의 운명이 되고 만다. 광기란 어떤 것을 세상에 존재하는 명확한 것으로 보는 문제라기보다는, 꼬리표와 행동에 대한 담론으로서 보는 문제다.

🔖115. 머리가 비상한 개인이 조현병을 앓을 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특징들 중 하나는, 자신의 강한 의지로 조현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최초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게 진단이 필요하고 의지나 소망만으로는 자신의 삶에 닥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정이야말로 성공적 치료의 전제조건이다.

#wjt미첼 #멘탈트래블러 #에디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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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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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Z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
최근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 나이도 MZ에 포함되지 않냐는 물음에
"내 나이가?"라고 되묻고 그제야 MZ세대의
뜻과 포함 나이를 알아보게 되었다.
밀레니얼세대(1980 ~1990년대 중반)와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까지
뭉뚱그려 포함한 세대를 뜻한다.
그래, 85년생인 나도 일단 MZ세대에 포함이 되는구나.
처음 놀랐던 이유는
이미 30대 중반인 나로서는
지금 통칭 Z세대로 묶여 있는 나이대의 구성원만을
MZ세대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요즘 애들은', '나때는~' 이런 이야기들은
내 나이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긴줄 알았는데
사실 내 나이대의 밀레니얼 세대까지 통으로 묶여
더 윗세대의 사람들이 '요즘 MZ들은 그런다며?'라는
차별 섞인 질문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책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
어느 부분을 펼쳐 먼저 읽어도 될만큼 순서에 상관이 없었고
챕터마다 일련의 사회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적해 주고 있어서 많은 공감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91년 생으로 묶어 보자면 Z세대에 포함된 세대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분도 꽤 많았고(거의 대부분)
약간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다.
개인의 의견 차이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라고
나부터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많은 유행을 한 MBTI의 인기부터,
짠테크를 하면서도 플렉스를 할 부분에서는 또 과감하게
아끼지 않으며, 인간관계에서의 쉬운 손절,
자신감과 자존감만이 정답인 듯한 세상,
파이어족과 욜로족, 뿌리 깊이 내린 혐오 사상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착각하고 있는
요즘의 키워드를 MZ세대의 눈으로 분석한다.
글을 읽으며 주어진 키워드에 대한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세대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좁혀보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세대를 나눈 것이 아니라
뭉뚱그려 묶으면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묶여버린 MZ 세대에 대해서
'젊어서 그렇다'느니, '세상이 너무 변했다'느니
그저 당신들 편한대로 단정짓지 말고
서로간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속내를 진심으로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는
그 간극도 좁혀질 수 없을 테니.
차별을 위해 묶여 버린 "MZ 세대"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 답고 너 답고를 따지기 전에
여러 세대간의 언어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노력을 해 볼 준비를 해보자.
이 책이 그에 앞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42. 고맙게도 이젠 시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많은 편견으로 겹겹이 싸인 이런 질문 세례에 더는 일일이 해명할 의무가 없다.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괜찮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이 "남들에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라 다행이다.

46. 사실 취향이 지배하는 분위기는 누군가에겐 때로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한때는 "혼자 툭 튀어나오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만 해"라는 압박이 세상을 지배했었다. 반대로 이제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마. 넌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가 너무 강력한 압박이 돼 버렸다. "넌 뭘 좋아해?"라는 질문에 "글쎄, 난 잘 모르겠어..."밖에 달리 할말이 없을 땐 무언가가 모자란 사람이 된 것처럼 부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만약 또렷한 취향이 없는 사람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을 못 갖췄다거닌, 뒤처지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몹시도 무례한 일이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취향을 생각할 새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삶을 버티는 것만 해도 큰 도전 과제니까. 매번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하려면 경제적 여유와 시간 그리고 체력이 필요하다.

64. 예쁜 집을 꾸미겠다고 갬성 패브릭 쿠션을 사면서 정말 내가 나를 더 아끼게 됐을까. 혹시 이불 위에 《킨포크》잡지를 올려 두고, 죽은 빵을 살리는 발뮤다 토스터를 식탁에 들여놓으면서 단지 내가 나를 아끼며 사는 것처럼 속이려던 건 아닐까. 우리는 언제부터 집을 편안한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잘 가꿔진 과시의 대상으로 삼게 됐을까.

126. 온 가족 한 달 식비를 20만 원으로 선 그어 놓고 빠듯하게 사는 사람과 1억 원짜리 차를 48개월 할부로 일단 긁어 놓고 허덕이는 사람 중 누가 더(혹은 덜) 현명한 것인지 역시 누구도 섣불리 말할 수 없다.

136. M과 Z가 각자의 안전지대에서안 담을 쌓고 지낸다면 각자는 물론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한쪽은 분명 점점 '고인 물'에 머물 것이고, 머지않아 30대가 될 Z세대 역시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밀레니얼들과 조금씩 싸워 가면서라도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은, 누군가에게 멋진 윗세대가 되기 위한 연습 과정이 될 테니까.

144. 그동안 계속 인구가 늘기만 했던 것이 과연 자연스러웠는지, 이젠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끝없이 달리며 이어져 온 관성을 단순히 유지하기 위해, 행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세상에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며ㅡ정확히는 더 많은 납세자이자 소비자를 생산하라고ㅡ강요하는 것이 더 잔혹한 일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홍정수 #답지않은세계 #부키
#에세이추천 #공감에세이 #mz세대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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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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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 해 읽은 스릴러 중에 최고라고 쓸랬더니
정작 스릴러를 많이읽진 않았던 것 같다!!ㅋㅋㅋ
입소문대로 역시 너무 재미있었고
한 번 손에 잡으니 놓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넉넉히 있을 때 책을 시작하기를 당부드리며 🖤

죽음이 갈라놓는 사랑은 시시하다고
뒤틀린 사랑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미친 연쇄살인마와
매력적인(내가 느끼기에) FBI 요원 테이텀과
범죄심리학자(프로파일러) 조이 벤틀리의 이야기.

작가 마이크 오머는
언제 어디서든 (1)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반인들과
(2)웃긴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설명이 시작부에 있는데
그 설명대로 좋아하는 그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글 끝까지 위트를 놓치지 않는다.
무겁고 끔찍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코믹요소들을 잘 섞어서 읽는 동안 괴롭지만은 않았다.

과거 어린 시절 조이가 겪은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목을 졸라 살해를 하고 시신을 방부처리하는
미친놈의 이야기와 교차편집되는 구성도 좋았다.
혹시? 역시?하고 생각했던 결과는 아니었고
2편을 기다리게 하는 반전으로 끝맺음!!!
역시나 후속편인 [살인자의 동영상]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팬들의 요청으로 집필에 들어간 것이라고!
그럼 요청 없었으면 저렇게 그냥 끝을 맺을 거였다고? (의문)
미국에는 이미 3편의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국내에도 얼른 출간이 되길 바라본다.
3편 기다리기 전에 2편부터 읽어봐야겠다!!!
조이벤틀리 시리즈로 미드로 제작되어도 존잼일 거 같은데!!!!

➰️➰️➰️➰️➰️➰️➰️

🔖109. 이제 남자는 여자가 그리웠다. 적어도 집에 있는 여자의 존재가 그리웠다. 남자는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다음번은 다를 것이다. 올바른 여자를 데려오리라. 남자는 이튿날 물색해보기로 했다.

🔖153. 누군지 몰린도 이 짓을 저지르고 있는 놈은 냉정하고 계산이 치밀하고 차분해요. 당신이 묘사한 것처럼 정신착란에 빠진 놈은 흔히 충동적이고,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자신의 망상을 행위로 옮기죠. 놈은 절대 충동적이지 않아요.

🔖159. 남자는 여자를 결에 두고 함께 늙어같 미래를 상상하며 슬며시 웃음 지었다. 소파에서 서로 껴안고 담요를 덮은 채로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추운 겨울을 나는 두 사람을.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여자를. 손에 책을 든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은 자신을.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하루 일을 이야기하는 자신에게 감탄과 애정이 담긴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여자를. 남자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너무나 행복했다. 확실히 포름알데히드를 좀 더 써야 하리라.

🔖271. 저는 아저씨가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장담하는데 그 아저씨가 범인이에요. 어쩌면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경찰 아저씨는 적어도 확인은 해야 하지 않나요?

🔖401. 테이텀은 기정사실이라는 말에 하마터면 얼굴을 찡그릴 뻔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같은 말을 하고 또 하면, 의혹은 쉽게 기정사실로 바뀔 수 있다.

#마이크오머 #살인자의사랑법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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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는 계절
김의경 지음 / 책나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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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님의 책은 처음이다.
생활을 하며 글을 쓰고,
경험과 생활에서 주로 글감을 얻는 작가님답게
작가님의 일상이 담담한 글로 담겨 있다.
일상에서 쉽게 흘려 보내기 쉬운 사사로운 것들을
깊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무작정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가 아니라서 더 좋았고
우여곡절이 매우 많은 삶을 보내신 것 같은데
글이 주는 무게나 감정에 우울함이 없고
그저 바라보고 있는 듯한 담담한 태도의 글이라서더 와닿았다.
지금 힘든 생활도 지나고 돌아보면 삶의 일부가 되듯
진부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로
스스로를, 독자를 응원하는 느낌이다.

짤막한 글들로 생활이 소재가 되어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전개되어 읽는데 부담도 없다.
글 중 '시루떡 언니'가 마음을 많이 뭉클하게 했다.
모두가 힘든 그 시절에
인사도 서로 나누기 힘들었던 순간들이었지만
따뜻하고 말캉한 시루떡을 먼저 건네준 그 언니.
이름도 몰라서 작가에게는 그 언니가 '시루떡 언니'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 외롭고 힘든 길 위에서도
아주 작지만 따뜻한 온기를 서로 필요로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온기의 나눔으로
잠깐의 힘이 되고 추억이 되는.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온기를 나누려는 작은 마음을 품고 살아야겠다.

이 책은 모든 계절 중 지금 가을과 제일 많이 닮아있다.
덤덤하고 가끔은 시리지만
햇살은 따뜻하며 여전히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차갑지 않고 무겁지도 않지만
다양한 생활들의 색깔이 휘황찬란한 원색은 아닐지라도
채도가 조금 낮아도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의 '소설가 김의경'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계속 응원하게 될 것 같다.

➰️➰️➰️➰️➰️➰️➰️

🔖17.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함께 걸을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77.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고 있다고.

🔖112. 모두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버리기 전까지는 쓰레기가 아닌,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시의 의미도, 시를 읽는 즐거움도 모르는 사람에겐 시도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결국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162. 기억은 변질되기 마련이니까. 회상한다는 것은 그 일들이 이젠 멀어졌다는 뜻이리라. 한편으로 회상한다는 것은 어떤 공간이, 시간이, 사람이 내게 사무쳤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노래를 통해 되살아나 시간의 옷을 입고 재정의되기도 한다. 한 곡의 노래는 어쩌면 그 노래가 만들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그 노래를 들으며 한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노래를 흥얼거리던 때를 회상하게 되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172. 축 처진 마음은 남 탓이라도 마음을 말리는 건 내 몫이죠. 빨래는 셀프니까요. 뽀송뽀송한 마음 오래 간직하시길요.

🔖175. 지금은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흐릿하지만, 급속도로 휘몰아치며 발목을 잡던 절망의 구렁텅이도 결국엔 삶이라는 흙으로 평평해지지 않았느냐고. 삶은 계속될 것이므로.

#김의경 #생활이라는계절 #책나물
#에세이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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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레시피 - 남편의 집밥 26년
배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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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공감이 가지 않았다.
집밥 26년차의 남편의 레시피라니. 그런 남편도 있긴 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미더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 나는
부러움과 놀라움으로 순간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나 처자식을 위해 건강식을 요리하고
회사일이 늦어지거나 약속이 생겨도 그전에 집에 돌아와 잠깐의 짬을 내어
저녁거리를 준비해주고 다시 나가는 남편의 삶이라니.
배지영 작가보다 일단 작가의 남편이 더 궁금해졌다. 쿡쿡😁 (cook cook)
작가의 남편은 아마도
자신이 요리하는 과정과
처자식들이 맛있게 즐겁게 먹어주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 같았다.
일종의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이신 분이다.
그렇다고 전업 주부도 아니고
본업이 굉장히 바빠서 평일엔 거의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힘드시다는데도
꿋꿋하게 집밥을 차리시는 모습에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 왜자꾸 작가님이 부럽지 ㅋㅋㅋ
이시점에서 우리집 남편의 취미는 뭐였더라, 되돌아보게 된다.
(비교하지 말자.)

글 중에 나오지만
작가의 시아버지도 요리를 하시고
작가의 남편인 강성옥 씨도 26년 째 가족의 집밥을 책임지더니
작가의 든든한 첫째 아들 강제규 씨도
고등학교 3년 내내 가족의 저녁을 책임졌다고 한다.
아들이 저녁을 담당할 때는
자리를 잠시나마 빼앗긴 강성옥 씨의 어깨가
왠지 작고 초라해졌을 듯한 상상마저 생생하게 들었다.

작가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가지각색의 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남편이 차려주어도
네다섯 숟갈부터 힘이 든다고 했다.
난 정말 끝까지 잘 먹을 수 있는데.
자꾸 공감이 안 간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의 글은 의식하지 않아도 그 행복이 묻어난다.
일상의 작은 행복이 무언지 아는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물론 일종의 질투심(ㅋㅋㅋ)도 일어나지만
무엇보다 나도 덩달아 방그레 행복해진다.
읽는내내 행복했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은
강성옥 씨의 두부김치전과 김치볶음김밥을 따라 해보려고
장바구니에 두부와 단무지를 담고 있다.
마성의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맛있는 음식과 맛깔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까지 맛있는 책 !!!

📘📘📘

23. 소중한 관계일수록 깨어지지 않게 시간과 마음을 쏟는다. 정확하게 반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서로에게 오고 가는 게 있다.

85. "먹을 만해?"
라이스 페이퍼에 야채를 순서대로 싸서 소스를 찍어 입에 막 넣었는데 강성옥 씨가 질문했다. 기술도 없고 눈치도 없고 염치까지 없던 시절에는 "아직 씹지도 않았거든."이라고 쏘아붙였다. 지금은 한없이 성숙해졌으므로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5초 정도 뒤에 나올 리액션을 당겨 쓸 수도 있는 거니까.

86. 공부도 독서도 글쓰기도 엉덩이의 힘이 중요하다. 먹는 것도 그렇다. 배불러도 식탁에 앉아서 숨 고르며 잡담을 하면 가짜 식욕이 생긴다.

171. 굴비구이, 소고기구이, 달갈찜, 소시지야채볶음, 단정하
계 칼로 썬 배추김치, 미역국에 흰밥. 하나도 신경 안 썼다는 밥상은 어릴 때 전남 영광군 군남면 외가에서 본 구성과 대동소이했다. 외할머니는 외삼촌 군대 보내기 전에 굴비와 소고기를 구웠다. 밥 뜸 들이는 가마솥의 뚜껑을 열고 파 쫑쫑 썰어넣은 달걀 물이 든 스뎅('스테인리스'의 속어) 그릇을 가만히 쌀밥 위에 올려봤다. 할머니는 외가에서 보기 드물었던 분홍 소시지까지 달갈 물 입혀서 부쳤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거창한 밥상이었다.

175. 말은 주고받을수록 샘물처럼 솟아난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잘 통하는 사이가 되지 않는다.

243.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품을 물려받은 강성옥 씨는 처자식에게 바라는 것 없이 너그럽다. 사춘기에 걸맞게 '흑화'된 제규가 주먹으로 자기 방의 문을 박살내고 집안이 떠내려갈 듯 괴성을 질러도 비위를 맞취주었다. 끼니가 닥쳐와도 가만히 있는 '무능력한 아내'에게 뭐라도 해보라고 채근하지 않았다. 뜨거운 가스 불 앞에 서는 여름에도, 숙취로 고생하는 이른 아침에도 밥하는 자기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다.

#배지영 #남편의레시피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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