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시렁 - 등산이 싫은 사람들의 마운틴 클럽
윤성중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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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책 제목 이게 뭐야? ㅋㅋ 제목때문에 더 이끌렸던 책이다. 일단 등산 얘기인 건 확실하겠고 도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까지 싫은지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 하고.

사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다시 내려올 거면서 뭣하러 그렇게 힘들게 꾸역꾸역 산을 올라가겠다고 하는 거냐고요. 그 마음이 바뀐 건 코로나 19 시기부터다. 사람은 피해야 하고 집에만 있기는 싫고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때 당시 막 8살과 6살이 되었던 내 아이들과 거제의 산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거제 특성상 어떤 산에 올라도 바다가 펼쳐지고 힘들게 오른 만큼 정상에서 느끼는 풍경은 진짜! 말잇못. 일단 한번 가보셔라구. 가보시고 다시 얘기하자 이거야. 거제의 산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 그렇게 산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초딩이들 둘을 키우는 학부모라 온전히 산을 느낄 충분한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진 않았다.

전국의 산을 종횡무진 다니며 감각적이고 위트있는 기사를 써온 《월간 산》의 기자 윤성중의 책!! 기사도 쓸 겸, 산의 매력에 입수시킬 겸 등산이 싫다는 사람을 끄집고 여차저차 산에 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천천히는 무적'이라는 마음으로 지치지 않게, 시작부터 산에 정 떨어지지 않게 천천히 그들에게 발 맞춰 길을 이끌어주는 윤성중 대장의 배려와 유머감각에 키득키득이 부지기수. 아무나 맛볼 수 없는 개운함과 성취감, 말로 다 못할 풍경을 직접 본 그들은 역시 다음 산을 또 찾게 된다.

나도 여러 사람 끌고 다녀본 경험이 있는지라! 사람들의 반응을 안다. 물론 여전히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에 맛을 들인다. 정직하게 땀 흘린 후의 상쾌한 기분은 한 번만 맛보기엔 강렬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이끌고 감에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있고 특히나 속도가 맞지 않는 경우에는 서로의 배려 없이는 너도나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종종 생기는데 내 곁에 윤성중 기자처럼 배려 넘치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윤성중 기자와 함께라면 다리보다 입이 더 아플 것 같다. 쉬지 않는 기자 정신!!!ㅋㅋㅋ 질문 공세에 답하다 보면 금세 정상에 와있을 것 같은데?

다른 지역의 산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더 크고 좀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국 곳곳의 많은 산들을 다녀보고 싶다. 그나저나 국내 최상급 난이도의 트레일러닝으로 유명한 《거제 100K》 언급이 몇 번 있어서 잔뜩 기대하며 읽었는데 참가 여부 어떻게 된 건가요? 궁금해. 24년 거제 100K는 기상악화로 대회 중단 이슈가 있어서 글로 못 쓰신 건지. 거제 100K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가슴 콩닥거리던 설렘 역시 잊을 수없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자님! :-)

덧. 그간 내가 다닌 거제의 산 사진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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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멀리서 보면 어려워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길이 있어요. 천천히 가면 됩니다. 천천히는 무적이에요!

🔖93. 인간은 커다란 컴퓨터다. '경험'은 키보드 자판을 두드려 머릿속에 뭔가를 입력하는 행위와 같다. 생애 처음 산 정상에 오르는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그 굉장한 경험이 그녀 머릿속에 입력된다면 나중에 어떤 것이 출력될까? 나는 그것이 기대됐다.

🔖170. 제가 느리게 보이는 건 당신의 기준인 것 같은데, 그러는 당신은 왜 그리 급한건가요?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나요? 뭔가가 당신을 잡아먹으려고 쫓아오나요?

#윤성중 #등산시렁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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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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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준 책. 너무도 빠르고 간편해진 서로의 안부를 묻는 행위가, 어쩌면 편해진 만큼의 여운을 빼앗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펜을 들고 고뇌하며 고르고 고른 단어들을 써내려 가고 곱게 담은 그 마음을 우편으로 부쳐 며칠에 걸려 소식을 전할 수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스마트한 세상에서도, 여기저기 넘치는 안부 인사에도 어쩐지 외로움은 더 깊어지지 않았나 싶다.

작가는 주변의 모든 것에 따스한 시선을 품고 그 시선을 그저 흘려 보내지 않고 품고 보듬어서 그 마음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라 느껴진다. 시인의 시선엔 이렇게 온기가 가득한 걸까.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느끼기 쉬운 사람들과 장소, 물건들에까지 다정한 눈길을 주는 일은 쉬워 보이는 한편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치는 순간들이 매번 오더라도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게서 받는 애정의 힘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가끔 못나고 추레한 내 모습일지라도 온전히 나이기 때문에, 나로 존재하는 모든 시간들에 순순히 감사하게 될 그날을 위해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배워간다.

다정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왜 그럴까 고민해보게 되는 것만으로 가치있는 책이다. 조금 더 다정해지고 싶다. 나를 내세우고 남들을 짓눌러 우위에 서는 강인함이 아니라 타인을 부드럽게 포용하고 녹아들게 하는 힘은 진정 다정함에 있는 것이리라. 내 온도를 가늠해보며 아직은 터무니 없는 미적지근함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따뜻해질 나를 상상하며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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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어떤 사건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끔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사물이나 사람이나 지워지지 않는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나에겐 더 이상하게 다가온다. 삶은 유리컵을 엎지르고 싶지 않아도 엎지르게 되는 일처럼 통제할 수 없으니.

🔖139. 나는 일곱 번째 문진을 구매한 뒤로는 새로운 문진을 들이지는 않았다. 마음이 식었다기보다는 어떤 사물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려는 태도가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미 가진 사물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아껴주는 방향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싶었다.

🔖166. 네가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 같았어. 앞으로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알고 있는 거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지의 방향만큼은.

🔖185. 벚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어떻게 날씨가 변하고 있는지, 그 영향으로 어떤 식물이 더는 씨앗을 품지 않는지 잘 지켜보지 않는다면 지켜낼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나의 일상이 그 존재들 덕택에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야 그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테니 말이다.

🔖270. 어찌 되었든 나에겐 이날밖에 없다는 것. 내가 맞이한 오늘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고 오로지 단 하루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 그 단상을 곱씹다가 어떤 페이지도 찢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 삶이 추하게 느껴지는 날에 대해 썼더라도,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맨얼굴처럼 드러나도 없애거나 버리지 말자고.

#정다연 #다정의온도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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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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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별 다섯 개 박아 놓고 시작하는 리뷰_⭐️⭐️⭐️⭐️⭐️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제이드가 딸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는 항상 딸인 자신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에서 벽을 치고 스스로 갇혀 사는 듯 보인다. 어느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는 엄마의 속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제이드. 제이드 역시 커가면서 엄마와의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느끼며 점점 멀어진다. 엄마의 죽음 뒤에 엄마의 몇 안 되는 유품을 정리하던 제이드는 엄마가 소중히 간직하던 초록색 보석이 박힌 반지 하나와 어느 흑백 사진 속 자신의 엄마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은 동양인 남자를 발견한다. 죽을 때까지 간직한 조촐한 물건 중에 속한 것이니 엄마에게 어느 의미로나 소중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사진 속 인물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그 남자를 만나면 엄마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피해자이면서 생존자.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인생이자 어두운 시절 속에 많이도 희생 당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여자들의 인생 그 뒤에 서서 나는 많이도 울었다. 누군가의 삶이 자신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고 나서는 왠지 모를 억울함과 서러움으로 들썩이던 어깨를 멈추기가 힘들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운명 앞에서도, 모진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그럼에도 꿋꿋히 살아가는' 모든 영숙의 삶을 떠올려 본다. 나라면, 나였다면...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극한 괴로움을 안겨 준 영숙의 삶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기억해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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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극한 상황에 처하면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길을 모색하는 법이니까.

🔖199. 영숙아,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그렇게 피하지만 말고 고개 들고 당당히 맞서. 주눅들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잘못이 없으니까. 잘못은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있는 거야.

🔖199. 경아의 말은 나를 향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처럼 들렸다. 나는 그때 경아가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그녀의 자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흰 알약에, 미자 언니가 담배에 의존했던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경아를 그때까지 지탱해준 것은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었다.

🔖204. 때로는 경아가 내게 해준 것만큼 내가 경아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하지만 경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게 베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듯이.

🔖228. 그냥 그곳에 있는 모두가 경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모두가 꿈을 짓밝히고 젊음을 유린당하다 쓸쓸하게 죽어간 경아일 거라고.

🔖284. 어둠에 몸을 맡긴 채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본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날들, 한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날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때로는 한 줄기 희망이 비쳤고, 지친 내게 쉬라며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진주는 조개 속에 난 무수한 상처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 인생을 할퀴고 간 수많은 상처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면, 그건 바로 내 딸 제이드다. 제이드는 내 상처투성이 인생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영롱한 빛을 발한
내 보석이었다.

#오윤희 #영숙과제이드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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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칵테일과 레코드 - 크리스마스 명반과 홀리데이 칵테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 파티 가이드
안드레 달링턴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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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한 게 얼마나 됐더라. 12월이 성큼 다가왔는데도 전혀 연말 분위기가 안난다. 아마 그간 너무 따스하기도 했고 또.... 내가 어렸을 때는 12월에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캐럴이 흘러 나왔었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며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과 흥을 한껏 올려주었던 음악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고운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꼭꼭 눌러 읽은 이 책으로 나는 이미 크리스마스의 기운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시즌 음악! 손이 꽁꽁 얼고 코끝 빨개지면서도 눈 내리는 거리에서 캐럴이 울려 퍼지면 추운 마음 어느새 녹아 따스한 행복이 감도는 그 기분. 사실 음악으로도 만끽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다. 거기에 음악과 어울리는 칵테일 한 잔까지 있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천국 아니겠냐고.

이 책은 1949년 빙 크로스비의 음반으로 시작해 2021년까지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총망라한다. 앨범의 구성은 '1.록, 2.웜 앤 퍼지, 3.재즈 & 클래식'의 총 3챕터로 설명한다. 앨범 한 장 한 장 정성들인 소개와 앨범마다 수록된 곡과 어울리는 칵테일, 눈이 즐거운 총천연색의 칵테일 사진들이 읽어 내려가는 손에 설렘을 안겨준다. 첫 장부터 모든 정성이 들어간 듯한 책은 쉬이 넘기기에 미안할 정도로 꼼꼼하고 친절하며 다정하다. 수많은 칵테일 만드는 방법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 당장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책을 읽는 내내 쌀쌀한 겨울 밤, 마음 편한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구(?) 시키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이미 행복 ꯁ

게다가 이렇게나 다양한 크리스마스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내내 같은 음악 몇 곡만 들어왔던 시간들이 살짝 아쉽기도 할 만큼 새롭게 알게 된 곡이 많았다.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알게돠 씨로 그린(CeeLo Green)이란 아티스트의 2012년 앨범 《CeeRo's Magic Moment》의 첫 곡(엘피판의 첫 곡과는 다를 수도 있겠다) "This Christmas"를 듣는 순간 소리 질렀다!! 꺅! 이런 크리스마스 음악을 이때까지 몰랐다니!!!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파티 분위기를 업 시켜줄 그런 음악.

무르익은 크리스마스 시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말을 보낼 때 빠질 수 없는 음악과 칵테일.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 그 자체다. 소장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행복이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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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난장판은 크리스마스 날 거실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이다. -앤디 루니

#안드레달링턴 #크리스마스칵테일과레코드 #진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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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햇살을 - 짧은 휴가를 떠난 엄마가 마주한 눈부신 순간들
이재영 지음 / 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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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를 떠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재정의하고 육아할 힘을 키울 수 있는 엄마의 입장으로 쓴 육아 공감 여행 에세이! 제목처럼 낯선 곳에서의 따스한 햇살 한 줌으로도 눈부셨던 과거의 나와, 앞으로도 여전히 찬란히 빛날 나를 찾는 엄마의 성장기 같기도 하다.

무려 10년 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는 사실을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았다. 나도 작가와 같은 연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10년은 앞서 계셨던! 내게도 딱 서른 차이가 나는 자식이 있기 때문에 대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종종(어쩌면 가끔이겠지만, '가끔'을 한 권에 모아 엮었기 때문인지 읽는 사람으로 느끼기엔 굉장히 자주)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작가에게 왠지 모를 시기, 질투도 느껴졌다. '아 부럽다' 뭐 이런 ㅋㅋㅋ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기란 보통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또 떠남으로써 다시 온전히 자리를 찾아 오는 작가의 모습에 나를 빗대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육아를 해봤기에 나도 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바로 육아라는 걸.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내 몸이 이전보다는 조금 편해질 뿐 마음은 배로 힘들어지는 걸 겪고 느끼며, 역시 육아는 단 한 순간도 쉬운 게 없음을 경험으로 깨달은 바! 내 확고한 가치관과 나 자신에 대한 자아상을 반드시 뚜렷하게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다.

흔들리고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어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내야한다. 작가가 스스로를 찾는 방법은 여행이 주는 모든 시간들이고, 여행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각과 풍요로운 감각을 선물해 준다. 당장에는 어디 국내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던 중에 책 제목과 같은 챕터인 2부 '나에게도 햇살을'의 여행지가 마침 통영과 거제였다.

나의 제 2의 고향, 거제도는 울산에서 태어나 춘천과 서울에서 조금씩 살다가 결혼을 시작으로 머물게 된 곳으로 이젠 진짜 고향인 울산보다 내 마음의 정이 더 깃들어 있다. 온동네 예쁜 거제를 소개하고 싶은데 작가의 글 속에서 예쁜 거제를 정말 예쁘게 표현해주어서 마음이 좋았다. 작가에겐 일상을 벗어나 '화사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게 해준 거제에서 이미 살고 있는 나. 당장 쉽게 떠나지 못할 상황이라 해도 누군가에겐 마음에 품는 여행지가 나의 일상이라면 이것 또한 나의 '행운' 아닐까.

행운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p.194)

작가는 행복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행운을 이야기했다. 행운이 깃든 순간이 물론 행복하기도 하겠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시시각각 변해서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그 자체로 정말 내게 큰 행운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건 정말 굉장한 운이라고! 이미 일상을 여행처럼 누리고 있는 내 모습에 감사하며 나 역시 보통의 많은 엄마들에게 응원을 건넨다. 특별하지 않아도 나름의 일상을 궁리하며 매일을 살아내는 작가 님도, 나도, 모든 엄마들도 화이팅을 건네고 싶어지는 다정한 책이었다.

덧. 내가 누리는 거제의 면면도 함께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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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안정'이란 말이 이렇게 감미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안정적인 직업을, 안정적인 남자를, 안정적인 환경을 야유하며 더 불안하더라도 자유롭고 거침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던 나였는데, 됐고, 안정적인 것만큼 안정적이고 편안한 단어는 없다고 나이 서른넷에 세상의 중요한 이치를 깨달았다.

🔖184.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가진 사람들의 넘치는 동정이 얼마나 쓸데없고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이재영 #나에게도햇살을 #출판사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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