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페이지
홍승완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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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늘 이런 책을 기다려왔다.

중간중간 인생의 여러 사건들로 텀이 있긴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독서는 나의 꽤 오랜 취미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처음엔 단지 재미로 독서에 빠져들었다. 아!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 《책을 읽읍시다》도 크게 한몫을 했고.

이제는 하루에 30분이라도 짬이 나면 꼭 책을 읽는다. 하지만 신간은 쏟아져 나오고 수많은 책스타그래머들의 피드를 살피다 보면 빠르게 읽지 못하는 내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휘발되는 기억을 붙잡으려 기록을 남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지던 차였다. 이 책은 나처럼 책을 읽으며 느끼는 다양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줄 좋은 책으로, 저자의 인생과 경험을 통한 책을 사랑하는 방식과 읽은 책을 체화하여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결국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신중보다 신속을 바라는 세상,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멋지고 화려한 것들의 일색인 SNS와 짧은 시간에 정답을 찾아주는 AI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건 '자기 발견'이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수백, 수천가지를 알고 있더라도 아무 소용도, 가치도 없는 일인 것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성장하려는 힘은 앞으로 더 빛나고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하는 힘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아니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영상이나 세 줄 요약, AI로는 그 힘을 키울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우리 곁에 있으니 바로 <깊이 읽기>다. 내가 앞으로 책과 더 친해지려는 이유다. 나는 다짐한다.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읽으리라. (p.363)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안의 경이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독서는 완벽한 방법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며 막연하게 좋은 점을 느끼고 있었지만 역시 언어로 풀어 설명하게 되면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지는 법. 그저 많이 읽기를 넘어 진정한 '독서'의 의미와 심독과 재독, 기록과 필사의 중요성을 절절히 깨닫게 해준 의미있는 책이다. 나 역시 이제 더이상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지금보다 좀 더 깊이 있는 책 생활을 해야겠다고 간절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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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대부분 자신의 그림자를 억제하고 회피한다. 나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책은 여러 방식으로, 특히 이야기 형태로 내가 무시하고 억압해 온 그림자에 빛을 비춘다. 다른 누군가가 직접 들춰내면 싸우거나 도망치겠지만 책이라는 극장에서는 영화 보듯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 책은 내면과 일상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22. 독서는 남는 게 없는 듯해도 무의식에 녹아들고 문해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애석하게도 인간의 기억력은 소중하지만 믿을 만하지는 않아서 <읽은 책>은 곧잘 <잊힌 책>이 되어버린다. 좋은 책을 읽고 유용한 뭔가를 남기는 확실한 방법은 글로 정리하는 것이다. 기록은 <읽은 책>을 <잊힌 책>이 아닌 <남는 책>으로 만들어준다. 어떤 대상에 대한 기록은 그걸 이해하려는 모색이다. 어떤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면 그 경험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304. 독서는 사람 여행이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의 인물 누구나 만날 수 있다. 책으로 시공을 가로질러, 내가 원할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사귈 수 있다.

#홍승완 #터닝페이지 #열린책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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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철학의 세계 - 삶에 철학이 들어오는 순간 ㅣ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2
성창원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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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점점 철학서의 매력을 느낀다. 이전에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나 [월든] 같은 책을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곤 했다. 인생이 막막하거나 불안에 휩싸일 때면 저절로 손이 가는 장르가 철학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이때까지 읽은 철학서와는 달랐다. 어려운 개념어와 다양한 사상을 쉽게 풀이하면서도 그 근본에 파고든 책이랄까. 정답은 하나도 없고 수많은 질문만을 던져준 책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심도 있게 읽히고, 끝없는 사색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이는 시간이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주치는 실천적 질문들, 명확한 답은 없지만 살면서 수없이 마주할 질문들을 탐구한다.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치열하게 논쟁 중인 스물 세가지의 질문 속에 내동댕이 쳐져 그 속에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못하고 여러 대안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에서 나아가,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 삶과 죽음에 대한 존엄적 질문, 국가와 사회에 소속된 개인으로써의 자유와 의무에 대한 철학적 고찰로 점진적으로 나아가서 흥미로웠고, 또 AI 시대를 살면서 우리 인간의 존재 가치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어 구성 자체로도 완벽, 탄탄하다. 어느 하나 빼놓을 주제가 없었다.

요즘처럼 극단적이고 혐오가 넘치는 세상, 흑 아니면 백으로 나뉘어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도, 용납하지도 않는 세상에서 '스스로 생각하기'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다시 한 번 되뇌이게 된다. 남이 정한 답에 휘둘리지 않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나의 기준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단정했던 수많은 문제들에 다시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기에 독서 자체가 수월하진 않았다. 내 작은 틈이 깨지고 벌어지는 일은 쉽지 않지만 끝끝내 가야 할 길이기에 공부하듯 읽어갔다.

쉽게 쓰여진 글이지만 수많은 물음표를 내게 남기며 더 복잡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편협하고 쉽게 단정하는 나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 결국 우리는 공평함이라는 이성의 명령과 편향성이라는 자연스러운 동기 사이에서, 어느 쪽도 온전히 버리지 못한 채 위태로운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어쩌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이 모순적인 두 길 사이에서 영원히 정답이 없는 답안지를 채워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p.123)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철학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훈계한다면 철학이 아니다. 살면서 마주칠 수많은 난관과 질문 안에서 온전한 나로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좋은 철학책인 것 같다. 정답이 없으니 막 살자,가 아니라 늘 정답을 고민하며 성실히 자기만의 답을 채워 나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넌지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책이 바로 좋은 철학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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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삶 앞에서 진지하게 질문하고,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고, 더 나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부지불식간에 '철학함'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함'은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믿음, 가치, 선택을 최대한 논리적이며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지속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3.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관계라는 그물망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에, 행위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에서 "나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244. 무제한의 자유가 초래할 혼란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자유가 멈춰 서야 하는 한계선을 명확히 긋는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협찬 #성창원 #처음만나는철학의세계 #처음만나는세계시리즈
#북플레져 @_book_ple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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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성희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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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나누어 주는 종이에 역사 속 인물을 3명 적어 보세요. 국가나 시대는 상관없습니다(p.8)

난 누굴 적었을까.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은 너무도 많다. 아마 확실한 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인물 세 명을 나열하라 했을 때 모두 남성의 이름을 적지 않았을까,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은 정말 남성뿐일까?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인식하고 있는 역사에서도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놓치고 있다고 생각조차 못했던(나조차도 그랬다🥲) 사실은, 여성 역시 남성과 같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존재인 것. 의식적으로라도 잊지 않고 떠올려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의 머리말을 읽고 목차를 들여다보니 목차만으로도 벌써 눈물이 찡하다.

역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자 했던 명성황후부터 순헌황귀비로 근대의 시작을 알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상황에서의 여성들의 활동, 독재정권을 지나 비로소 현대까지의 시대배경에서의 여성들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들도 알기 쉽게 소설이나 드라마도 소개하며 흥미를 돋웠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배웠던 역사적 사실에서 너무 미미한 존재였던 여성의 자리.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배움에서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깊게 들여다 보고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의문이 쌓이고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미미하게나마 세상은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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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한국 전쟁 이후 남북한 양쪽에서는 모두 남성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말하자면 마초적이고 호모 소셜한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보다 '여성다워질' 것이 요구되었지요. 또한 전쟁의 역사는 승리한 쪽 군대와 패배한 쪽 군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고 여성의 피해나 협력은 간과되어 왔습니다. 전쟁과 학살 성폭력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250.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 돌아가려고 하면 돌아갈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던 한국의 일본인 부인들. 그리고 만남과 귀국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북한의 부인들. 저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부인'이라는 위치에서 다양한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소외된 채 살았습니다.

#최성희 #여성의자리에서본한국근현대사 #사계절 @sakye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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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
수지 호지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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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 초반부에 대형 미술관을 털려고 미술관장에게 접근한 예니콜과 씹던껌이 환상의 콜라보로 문화재를 터는 장면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자주 오버랩 되었던 영화 속 장면이었다. 이런 일들이 정말 가능하다고?

물론 영화에서 보듯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범죄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허술하게 미술관이 털린다고?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황당한 범죄도 있었다. 1부는 여전히 행방을 알지 못하는 미해결 도난 사건, 2부에서는 극적으로 작품들을 되찾은 도난 사건에 대해 낱낱이 살펴본다. 총 253 작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접해볼 수 있어 좋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도난 사건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가 그 어떤 영화나 추리소설 못지 않은 흥미를 주었다.

뭉크의 <절규>는 무려 두 번이나 도난 당했다가 다시 되찾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전까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차지하지 못한 <모나리자> 역시 도난을 당한 전적이 있으며, 오히러 도난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부추기며, 되찾은 <모나리자>를 직접 보겠다고 역대급의 인파가 몰리며 지금의 명성을 누리게 되기도 했다. 순수미술을 상업미술에 최초로 접목한 앤디워홀의 작품 역시 도난 당한 후 범인들이 걸어놓은 복제본이 한참 동안 전시되기도 했다는 이야기엔 너털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제일 황당하고 어이없는 건 무지막지하게 큰 조각상들 역시 도난 범죄를 피해가지 못한다는 점. 되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지도 못할 텐데. 작품 가격만큼을 받지 못하지만 분해하여 고철값을 벌기위한 범죄로 추측한다는데 이렇게나 허망한 범죄가 또 있나 싶다.

그러면 이런 도난 사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해야 할까?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의 한 조각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작품을 보며 감동하고 연대할 기회를 영영 잃었다는 슬픔이 책 말미로 갈수록 도드라졌다. 괘씸한 놈들. 다양한 작품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넘어 사실에 기반한 실제 상황에의 생생한 이야깃거리와 되찾지 못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에 대한 여전히 놓지 못할 희망까지, 생생하고 다채로운 감동을 주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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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도둑맞은 미술품과 유물은 인류 공동의 과거와 유산을 알려주며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과 창의성을 보여준다. 창의성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이다. 미술품은 보통 즐거움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과 관점과 경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인간의 업적과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제작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므로 미술품이 도난당할 때 도둑들이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39. 나치의 미술품 약탈은 단순히 부를 획득하거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적 정체성을 지우고 역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였다. 따라서 도난당한 미술품을 계속 추적하는 일은 단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문화 전통을 복원하고 인류 공통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유의미한 노력이다.

#수지호지 #도둑맞은미술관 #현대지성 @hdj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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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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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정전과 단수를 겪을 줄이야. 몇 시간의 짧은 정전과 단수도 불편한데 전기가 끊겼던 건 4~5일? 그리고 단수는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이 글을 쓰는 지금 단수 15일차)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런 짧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 내게 그 누구보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일단 그저 웃지요.

철학이라는 건 결국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하여 대혼란의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학문 아닐까. 이 책은 에피쿠로스의 평정심, 즉 아타락시아에 이르는 길을 소주제로 나눠 다양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어쩌면 누구나 다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현재 내게 닥친 상황에 접목해 읽다 보면 의외로 뼈 맞는 내용도 많고,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하게 되고 격하게 밑줄을 좍좍 긋게 되는 것이다.

무던한 성격으로 일생 살아왔기에 에피쿠로스가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다양한 챕터로 이야기를 전한 작가 덕분에 지루함도 없었다. 첫 챕터 '소비'에서는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에 답해 보면서 민음사빵 대란에 괴로워하던(가지지 못해)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평정을 찾기도 했다. 지금 닥친 나의 위기, 단수에 대해서는 평생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나를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진짜다.

고통스러운 일상이 다가와도 우린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21세기에 단수 15일차를 겪고 있는 나 역시, 물론 굉장히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나름으로 적응하며 살아진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기 보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가끔 떠올리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게 어쩌면 제일 시급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면, 쉴 틈을 만들어준다면 좋은책이다.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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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때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면서 그걸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굴기도 하니까요. 정말 이걸 다 이루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이걸 다 이루는 것은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76. 무던함은 열등함이 아닙니다. 어쩌면 세상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부른 열정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일 수도 있 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던함이 사실은 평정과 가까운 것입니다.

🔖82. 경제적 어려움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도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일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걱정으로 어떤 일을 포기한다고 해서 스스로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할 때 꼭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만큼 좋아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96.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아서 힘들다고 느낄 때 혹은 꿈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거나 꿈이 아니라는 말로 자신의 불성실을 정당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사실은 일을 잘할 만큼 열심히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말로 쉽게 도망가지는 말아야 합니다.

#박은미 #철학은어떻게불안을이기는가 #철학 #에피쿠로스
#서사원 @seosa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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