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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평점 :
뒷통수에까지 소름이 돋고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경험!! 4장 마지막 부분에서 !! 으악 무서워라. 잘 만들어진 K-오컬트의 정수.
첫째 아들을 먼저 보낸 상조는 아들의 죽음이 영 탐탁지 않다. 악몽을 꾸기를 반복하며 우울증에 빠진 그에게 아내 순화는 남은 자식들을 불러 살아 생전에 땅의 명의를 물려주려 한다. 배 다른 자식을 데려 왔던 첫째 며느리와 그 아이에겐 절대 재산을 물려줄 수 없었기 때문에 미리 손 써두려던 것. 둘째 아들 형용과 막내 성희. 그 과정에 형용은 자신의 형, 형진이 엄마의 이름으로 대신 사 둔 군산 청사동의 한 땅을 알게 된다. 대기업에 다니다 희망퇴직을 당한 형용은 스물스물 욕심이 생기는데.
형진의 소유였으나 형진은 이미 죽었고 함께 오래 살지 않았던 형수는 땅의 존재도 모르는 것 같으니 전재산에 빚까지 털어넣어 꿈의 집이라는 뜻의 '유메야'라는 이름으로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를 차려보려는 형용. 죽은 형진과 공동으로 사업을 하려했다는 필석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넘겨 가며 카페를 오픈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이 땅에 얽힌 흉흉한 과거를 언급하고, 형용의 아내 유화는 계속 흰 얼굴의 남자 귀신을 마주하며 심신이 불안해지는데다 음식은 하루만에 다 썩어버린다. 이 땅의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에 다가갈수록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나. 등장인물 모두가 얽혀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한 발 떨어져서 주인공들을 바라보니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여러 번 탄식했지만 과연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된다면? 나는 욕망에 잠식되지 않고 현실을 바르게 볼 수 있을까? 내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 이전의 집념을 내려놓고 소박한 만족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더 욕심내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질문을 던지게 된 시간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지는 한국인의 삶, 광복 후 쫓겨 나야했지만 가진 것을 놓지 못한 일본인의 집착, 재산 상속의 문제, 인간의 소유욕을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로 탄생 시키다니. 많이들 언급한 <파묘>가 생각나는 이야기엿다. 집착과 탐욕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무언가를 봐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뭘 들어도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단디 챙기고 살자. 이 험난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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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형용에게 땅은 단순히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했다. 건물을 세우고 임대를 놓아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고, 그 돈이 다시 돈을 불러들이는 구조를 짜내는 것. 원룸 몇 채, 상가 한 동이 더해지면서 고정 수입이 불어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땅이 가진 진짜 힘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집을 넓히고,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다니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시키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기는 것, 그게 형용에게 중요했다. 하지만 부모는 평생 땅을 늘리는 데만 골몰했을 뿐 그 땅에서 어떤 생산적인 구조도 만들지 못했다. 은행 예금처럼 땅을 묶어둔 채, 마치 그것만으로도 후손에게 유산을 남긴 셈이라 안도했다. 목숨처럼 붙잡은 땅이 정작 가족을 풍요롭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형용에게 아이러니이자 불합리로만 다가왔다.
🔖322. 강한 염원을 품은 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크게 흔들린다고. '저주'라는 행위만으로도 사람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고 필석은 말했다.
#김진영 #여기서나가 #반타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