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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30여년을 과학자로 시간을 보낸 찰스S. 코켈은 어느 날 택시를 탔다가 택시 기사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게 된다. "저 밖의 우주에도 택시 기사가 있을까요?" 어쩌면 터무니없는 질문이라 여기고 시큰둥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우리의 우주생물학자이며 이 책의 작가는 그 질문에 대해 곰곰이 파고든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삶이 보통 일반적이고 평균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느낀다. 나에게 당연한 부분이 타인에게 당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조차 쉽게 하지 못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질문이라도 속을 파고 들어 흥미로운 점을 찾아내고 상대와 계속 대화하려는 작가의 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았다. 비슷한 생활권, 비슷한 지식권의 사람들과만 어울리다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기분이 간혹 드는데 나와는 완전하게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만나면 뭔가 트이는 기분이 들면서 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상대에 대한 상상력과 배려가 결국은 이런 멋진 책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화성 여행이 가능하다면 고민 없이 나설 것인지, 외계인은 정말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로 나아가 지구인만이 우주에서 예외적인 존재인지,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지까지 고민해보는 과학적이고 정치적이며 개인의 내면을 건드리는 심오한 질문까지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모든 챕터가 택시 기사들과 나눈 대화에서 시작되었으며 작가가 정답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여전히 미지의 우주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택시 기사의 견해를 어렵지 않은 일상대화로 엮은 게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질문에 나도 푹 빠져 보낸 며칠의 시간들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고 탐구하려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고 말하는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까지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무궁하고 광활한 우주 이야기는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부분인데 이 책으로 아주 조금은 우주와 가까워진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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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택시 기사들과 나누는 모든 대화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늘 매우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수많은 학문적 지식, 기술적 세부사항,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중한 자세에 전혀 개의치 않고 택시 기사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75. 그래요 모두 자기 세계에 갇혀 살아가지요.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죠.
🔖86. 마찬가지로 지구도 자원이 한정돼 있다. 효율을 높이고 낭비를 최소화하고 생물권에 가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인류의 모든 미래를 이한 행성에만 맡기고 필요한 모든 에너지와 물질을 영원히 공급받으려고 의존하는 것은 우주가 제공하는 무한한 풍요의 눈을 감는 것과 같다. 지구에는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철광석이 수백 년 분밖에 없지만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대에 떠도는 소행성들에는 수백만 년이나 쓸 수 있는 철이 매장돼 있다.
🔖250. 나는 많은 사람들이 붉은 행성의 꿈에 사로잡혀 마침내 그것이 가능해지면 화성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을지 궁금하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먼지와 바위가 흩어진 평원을 바라보면서 새소리와 빗소리, 가을의 다채로운 색채, 봄의 푸른 색상을 동경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기대를 품은 사람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 화성에 잠시 머물러 지낼 수는 있겠지만 그들 중 누가 그곳을 고향이라 생각할까?
🔖368. 이러한 과학적, 기술적 노력에서 우리 자신의 궁극적 목적을 발견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려는 탐구 자체가 목적이다. 이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발견들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자기 인식과 지각의 색을 더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삶의 의미를 바꾸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문명의 궤적을 바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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