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크리스마스 골드 에디션) - 생텍쥐페리 재단 공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더모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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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는 많은 사람의 인생책이잖아요! 저 역시도 다양한 버전의 어린왕자가 있지만 크리스마스 골드 에디션 너무 예뻐서 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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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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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벌써 3년 전이라니! 무라세 다케시의 신작, 이번에는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이다.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스쳐지나가는 듯한 짧은 광고를 찰나에 포착한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죽은 사람에게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천국에 보내는 편지의 우표를 사려면 연간 소득이나 저축액을 기입해야 하고, 천국에 편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고인이 죽고 49일까지라는 점 등의 조건이 있다.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자신을 새롭게 살게 해준 최애의 아이돌에게 마지막으로 꼭 할 말이 있었던 마키무라. 알바 자리에서 자신에게 끝없는 신뢰를 줬던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에키를 향한 사죄와 고마움의 편지를 올리는 오키. 용기가 없어 사라지고만 싶었던 자신에게 진정한 용기의 마음을 심어준 할머니에게 꼭 전할 말이 있었던 야요이. 자신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반려견 페로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며 요원하던 딸과의 사이도 회복하게 된 후루타 지요코. 승승장구 하던 사업체를 이끌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도망만 다니던 사와무라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고인이 된 누군가와 생전의 추억들을 동반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기차역에서는 주체하지 못할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면, 마지막 우체국은 좀 더 평온한 온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기분이 든다. 기차역 보다는 잔잔했지만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건 전작이나, 신작이나 매한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천국에 보낼 편지를 쓰려면 상상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액을 우표값으로 써야 한다. 게다가 답장까지 받고 싶다면 x2배 금액... 너무나 매혹적인 우체국이지만,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해가 쌓이지 않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아끼지 말고 표현하자. (우표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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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서 서성일 때면 네가 지나온 과거를 믿으면 돼. 현재는 과거를 이겨냈다는 증표잖아 괴롭다는 건 과거의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196.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결정할 수는 없단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무엇을 믿느냐에 달렸단다.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199.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356. 맨 마지막에 당신이 물었잖아.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뭐냐고. 가르쳐 줄게... 아사리는 마지막 줄에 이렇게 쓰고 편지를 맺었다. 살아 있는거야. 이상.

#무라세다케시 #세상의마지막우체국 #모모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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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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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납치한 범죄 조직을 직접 추적하고 복수해야 했던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논픽션 일대기이자 범죄 르포르타주. 책을 읽는 내내, 다 읽고 난 직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대체 왜?"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까마득한 옛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21세기에...

공권력을 잃은 나라는 너무도 쉽게 두 카르텔에 장악된다. 두 카르텔의 전쟁으로 너무나 당연하고 참혹한 피해를 받는 건 선량한 국민들이었다. 2014년(!!!) 지역사회를 장악한 카르텔 '세타스' 일당에게 납치당한 미리암의 딸 카렌. 카렌의 가족은 카렌을 돌려받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몸값까지 지불했지만 범인들은 카렌의 생사도 알려주지 않고 당국은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피해자 가족을 기만했다. 카렌의 사망을 예감한 미리암은 카렌의 납치에 연루된 모든 용의자를 추적,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카르텔이 장악한 지옥같은 현실 속에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람의 수는 10만이 넘는다. 기대했던 납치된 딸을 찾아가는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의 무능하고 부패했던 현실 아래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한 일상의 순간이 무너지는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믿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줬다. 도대체 오늘날 왜 이런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던 국가 안보의 구멍에 끔찍한 민간인 납치와 실종, 학살이 매일의 일상이던 멕시코 주민들의 공포와 무력함을 공감하게 된다.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용의자들을 추적한 미리암의 용기 역시 누구나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빛을 발했다. 잔혹한 복수극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양한 피해자 가족들과의 연대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그들의 진심이 결실을 이루었을까? 개인적인 사건이라 보기엔 무능한 정부 당국 역시 비극의 큰 원인이었던 게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에서 존재 유무를 쉽게 잊기 쉬운 지역사회 및 국가의 가치를 크게 깨달았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모이고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면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이 책은 미리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멕시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중요한 자료로써 읽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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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모든 전쟁은 파열 혹은 분출과 함께 시작된다. 무력 충돌의 잠재력이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툭 끊어지는 순간, 잔뜩 응축된 긴장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말이다.

🔖75. 불운과 행운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인생의 비극에서 유일한 해독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201. 피해자 대부분은 여러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갔고 결코 그 질문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도와줄 수 있으며 과연 그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는지. 미리암은 슬픔에 빠진 채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을 그만두고 답을 구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눈에 띄고 사회적 관심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해야 했다. 자신의 절망을 남들보다 더 내세워야 했다. 부도덕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이기심은 필요했다. 그녀는 자신의 투쟁을 정부에서 개입할 문제로 만듦으로써 무관심이라는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216.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었다. 스스로 내세우던 특백 논리를 거스르는 일이었고 자신의 엄벌주의를 뒤흔드는 결정이었다. 미리암은 해병대를 동원해 끔찍한 폭력으로 마르가리타 렌타리아에게 신속하게 정의를 구현했다. 균형을 추구하지도 스스로를 의심하지도 않는 정의였다. 그런데 마르가리타 렌타리아를 피해자로 간주한다면 그녀를 사살한 건 역시 정의로운 행동으로 보기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마르가리타 렌타리아가 비뚤어진 것이 그녀 가족의 책임일까? 그런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나라가 망가졌다는 증거이며 미리암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이유가 아닐까? 마르가리타의 가족도 그녀가 저지른 악행에 피해자가 아닐까?

🔖221. 피해자 가족 단체의 회원 수가 늘면 개인적 비극은 사회적 위기가 되고, 위기감을 키우는 것만이 정부의 행동을 촉구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변했다.

#아잠아흐메드 #두려움이란말따위 #동아시아 @dongasi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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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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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시다 슈이치가 워낙에 오랜만이라 요시다만의 무던함 속의 벼려진 칼날같은 문체를 기대했었는데 기대와는 달랐지만 참신하고 색다른 소설을 읽은 것 같다. 뒤통수 후려 맞을(?) 준비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괜한 준비였고.

유명 백화점 창업자 우메다 소고, 그의 미수를 축하하기 위해 그의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와 손녀가 모인 곳. 오리무중의 보석 '만 년을 사랑하다'를 찾아달라는 우메다 손자의 의뢰를 받아 탐정 도갓타도 축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도갓타와 우메다 가족 외 또다른 3자는 전직 경위였던 사카마키. 사카마키는 45년 전 주부 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로 그 당시 용의자가 우메다 소고였지만 미해결로 종결 나고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던 둘도 그 후로 쭉 오랜 우정을 유지하게 된다.

마침 탐정도, 전직 경위도 모여 있던 그날 밤의 만찬이 지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홀연히 사라진 우메다 소고! 그의 침실에 있던 편지에 남겨진 글은 "내 유언장은 어젯밤의 내가 가지고 있다"라는 한문장. 폭풍우 휘몰아치는 외딴 섬에서 우메다 소고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타살의 정황은 있는지, 타살이라면 도대체 누가 저지른 범행인지!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의심스럽다.

추리 소설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이건 잊지 못할 진한 사랑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생각한 범인? 혹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상상은 모두 헛발을 짚은 거였다. 아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전개로 독자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예상이 다 빗나가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비극적 생애와 그 안에서 소중했던 우정과 사랑,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받아야 했던 수많은 전쟁 고아들... 많은 이야기들이 응축되어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후반부에서는 살짝 으잉?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걸 sf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소설적 허용으로 볼 건지 나 혼자 괜한 고민을 오래했다. 살짝 난감했었던 것도 같다.

여전히 난 요시다 슈이치 작품 중에는 [퍼레이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요시다가 신작을 내면 계속 사서 읽고 있겠지. 어쨌든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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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내 유언장은 어젯밤의 내가 가지고 있다.

🔖283. 전쟁을 시작한 건 어른들이야.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게로였어. 게로를 죽인 건 누구지?

#요시다슈이치 #죄만년을사랑하다 #국보 #미스터리 #은행나무 @eh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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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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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았다. 23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드디어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문유석 님의 에세이. 법복을 벗고 작가의 이름으로는 처음 쓴 글이다.

제목에 대한 비하인드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와닿는 제목이라고 느낀다. 판사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애정과, 성찰, 앞으로의 결심 등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겸손한 태도와 다정함으로 무장한 그의 문장에서 내내 따뜻함을 느꼈다. 중간중간 숨길 수 없는 유머러스함과 위트가 글의 재미까지 더해줬고, 정말 말 그대로 좋은 사람임이 저절로 느껴졌달까.

막상 법복을 벗고 보니 생각보다 더 화려해진 삶도 아닌 것 같고, 자꾸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첫사랑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첫 번째의 삶에 열정을 다했기에, 그 치열함과 성실함이 결국 두 번째 삶의 씨앗이 되었다는 믿음은 분명 모두의 공감을 살 만하다.

판사와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다수와 보편을 위해서 일하는 판사라면, 작가는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개개인의 다름을 파고 들고, 매순간 질문을 던지며, 매섭게 포착한 작은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켜내는 일을 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서 지치지 않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고뇌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해서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좋은 사람에 대한,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시는 게 오롯이 느껴진다. 작가님의 말처럼 취향이 다양해지고, 차별과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좋은 이야기'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딱 한 가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진심이 가득 담긴 글, 경험에서 깨달은 진리는 끝내 독자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이다.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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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지만 꿈이란 일단 이루어지면 또 다른 현실이 되어 버린다. 당장 매일매일 부딪히는 새로운 현실에 쫓기다 보면 이 삶이 과거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꿈이었다는 것조차 금세 잊게 된다. 반대로 현실이 새로운 꿈이 되기도 한다.

🔖76. 세상은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현실은 할리우드 법적 영화가 아니었다. 원칙은 힘 앞에 무력했다. 사람들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벌어질 일은 벌어지고야 만다.

🔖106.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몸이 늙기 시작하니 마음마저 늙기 시작한 것이다. 무한한 자유를 찾아 새로운 길을 떠났는데, 갑자기 어딜 가도 즐겁지 않다. 뭐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는데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을 잃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참 지랄맞다.

🔖142. 실패와 좌절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 내가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 세상은 어차피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바뀐다는 것. 이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숨어 있기보다,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아가서 얻어 맞으려 한다. 두려움 속에 웅크리고만 있는 것이 더욱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189. 거창한 이념도 집단도 아닌, 서로의 경계를 존중할 줄 아는 합리적인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가 세상을 실질적으로 낮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

🔖203. 핵심은 약자의 입장을 더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과 '태도'에 있는 것이지, 무조건 약자 편에만 서면 정당하다는 뜻이 아닌 것이다. 그런 신중함 없이 무조건 세상을 흑백 구도로 나누어 '약자에게 잘못이 있어도 나는 일단 흐린 눈하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 강자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태도는 기계적 중립보다 더 유해한 '기계적 정의 코스프레'에 불과하다. 그로써 얻는 것은 스스로 선하고 정의로운 인간이라는 자기 충족감뿐이고 실제 세상은 더 나빠질 따름이다. 그런 가짜 정의가 오히려 정의에 대한 피로감을 낳고 냉소와 반동을 추동한다.

🔖238. 삶은 계속된다. 첫 번째 삶과 두 번째 삶은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전의 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문유석 #나로살결심 #문학동네 @munhakdon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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