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감각 - 디자인은 어떻게 도시를 움직이는가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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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삶의 터전으로써의 공간, 도시에 살면서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같은 공간, 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각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건 천차만별일 터! 좀 더 나은, 조금 더 색다른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그저 흔해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은 도시의 많은 면면에 사실은 엄청난 디자인들이 숨어 있다. 길 위, 손 안, 골목과 동네, 경계 없는 공동, 열린 예술. 다섯 가지 큰 주제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낸 글은 도시를 충분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모두가 쉽게 인식하는 노란 표지판과 빨간 우체통부터 만년 스테디셀러 곰 인형과 북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시킨 펭귄 북스, 도시의 다양한 상점과 오픈 스튜디오, 장인과 공예품까지. 종잡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주제들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말하고자 하는 최종의 목표가 슬쩍 보이는 것도 같다.

우린 이렇게 많은 디자인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그 감각을 오롯이 느끼는 건 그냥 흘려 보지 않겠다는 노력과 의식이 필요하다. 여행을 가야만 여행이랴, 매일 누리는 내 곳곳의 디자인을 의식하고 집중해서 바라보려는 태도를 지닌다면 반복되는 하루의 시간이 단단하고 충만한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관심을 가지는 순간 발견하게 되는 가치.(p.327)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 봐도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물건들이 많은 것 같다. 멀리만 바라보지 말고 더 가까이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내일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나서서 느긋하고 약간은 더디지만 깊게, 내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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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는 어디에나 있지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는 어디에나 있지 않다.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애써가며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버스 대신 도보로 여행하며 밀도 높은 도시 틈새의 풍경을 즐기려는 마음, 온라인 쇼핑몰과 지역 상점을 균형 있게 이용하려는 의식, 식재료를 가급적 동네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려는 태도와 일상에 필요한 물건들은 직접 만들고 꾸며보려는 의지처럼 기술을 연마하듯 각자의 방식대로 쌓아가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공간과의 상호 관계를 만들어내며 도시 속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가게 한다.

🔖64. 낙서화는 소리가 나는 그림이다. 그 리듬은 쌓이고 쌓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 너무 많은 소리는 혼란을 줄 수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만 가졌다면 도시는 훌륭한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다.

🔖95.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말이죠. 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 런던 같은 대도시에는 허물지 않아도 좋을 신기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지나친 개발은 물론 아름다운 물건들을 과도하게 생산하는 것도 우리 땅의 고통을 주는 일이에요.

🔖328. 예상치 못한 발견의 기쁨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자는 그 우연한 발견을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해석하고 추론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자이다.

#김지원 #도시감각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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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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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시선에 갇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돌아본 적 없는 모두에게 추천하는 소설!

치열한 제작사 경쟁에서 소니 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선점한 화제작이 바로 이 소설이다.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가디언》, 《타임》 선정 올해의 책, 굿리즈 독자 선정 최고의 소설 등 화려한 수식어는 접어 두더라도 위트 넘치고 따뜻한 치유 소설.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 피비는 완벽한 남편 맷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려는 시도가 매번 좌절되고 그 균열 속에서 어긋난 관계는 어느새 돌이킬 수 없어졌다. 남편은 끝내 그들과 서로 친했던 동료 미아와 바람을 피고!!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한 피비는 생을 마감하려 호화로운 호텔에 투숙한다. 100만 달러를 들여 엿새동안 결혼 주간을 보내고 있는 라일라와 게리 커플을 마주하며 투숙 첫 날 생을 마감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지고, 낯섬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며 피비의 인생은 점점 변화하는데.

우연한 만남으로 결혼식 신랑 신부와 하객들과 정을 나누게 되는 피비는 그들 각자의 진심을 듣게 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가진다. 어쩌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온전한 나의 모습을 바라 볼 시간조차 없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이야기.

완벽하지 못한 이 빌어먹을 내 모습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p.333) 불안하고 두렵다면 작은 것에서부터 내 마음을 진솔하게 꺼내 보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낯선 상황에서 완벽한 이방인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서서히 스며드는 우정,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생에서도 내 선택을 믿어보는 마음까지! 아주 다양한 감정을 내게 남긴 이야기. 우당탕탕 시끄럽고 화려했던 그들의 결혼 주간에 생뚱맞게 낀 피비가 서서히 스며들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갔듯이 나도 함께 결혼 주간을 보내고 나니 복작복작하고 다정한 소음이 아직 내 귓가에 남아 마음을 울린다. 피비와 라일라, 게리와 짐 모두를 위해 오래 축복을 빌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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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내 말은 그냥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드는 게 꼭 결말이 아니라 전개 방식일 수도 있다는 거야.

🔖147. 이런 게 낯선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선물이구나, 피비가 깨닫는다.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 자유로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남자는 피비를 모르고 앞으로도 영원히 피비를 모를 것이다.

🔖176. 피비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늘 인생을 사랑하고 또 증오했다. 인생이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다는 이유, 한순간에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금 전만 해도 남편에게 저녁 식사로 뭘 만들어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어제만 해도 호텔방에서 홀로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낯설고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요트를 타러 갈 준비를 하는 것 또한 인생이다.

🔖238. "학생들을 보면 스스로를 끝없는 슬픔에 빠뜨리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피비가 말한다. "젊은 애들한테는 고결해 보이나 봐요, 그런 게."
"정말로 대단한 행동은...... 어떻게든 샤워를 하고 장 보러 나가는 거라는 사실을 애들은 잘 모르겠죠." 둘이 웃는다.

🔖309. 암튼, 정상은 아니에요. 아줌마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너무 신경 써요. 몇 시간이나 고민한다니까요, 뭘 입고 나갈지...... 아니 화장실에 가면서요! 완전 시간 낭비잖아요.

🔖333. "나 자신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걸 바라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벌거벗은 채로 서서, 이 빌어먹을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도 된다는 허락이죠." 피비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피비가 원하는 것, 늘 바라욌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 것, 슬플 때 슬퍼하는 것, 무서울 때 무서워하는 것,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 지루할 때 지루해하는 것.

#협찬 #앨리슨에스파흐 #웨딩피플 #북로망스 @_book_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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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우리가 서로를 적이라 믿게 만드는 마음의 함정
커트 그레이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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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있고 전문적인 내용이라 읽는데 오랜 시간 걸리긴 했지만 막상 읽다보면 어렵진 않고 매우 재미있다. 특히 요즘은 흑 아니면 백, 내 생각과 다르다면 적으로 쉽게 치부해버리는 현상이 워낙 많지 않나. 우리 모두가 분노하는 이유를 도덕적 관점에서 가설을 세워 입증하는 방식의 책이다. 분노의 원인을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일이 있었던가. 정말 흥미로웠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고 작가는 분노의 원인을 '위협'에서 찾는다. (매 챕터마다 띠용!하는 주제가 나온다. 분명 그럴싸한데 읽기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랄까. 난 얼마나 편견에 휩싸여 있었던지!)

사람은 어떤 포인트에서 위험을 느끼는가?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인간의 본성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드러낸다고 한다. 실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처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일부 무식하게도 여긴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자꾸 엉뚱한 의견을 내놓고 헛소리를 한다고 느낀다는 것. (ㅋㅋㅋ)

이 책으로 깊이 있게 분노의 근원을 따라간 사람은 깨닫게 된다. 정치 성향이 다르거나, 가치관이 달라 나와 언쟁을 일으키는 사람 역시 사실은! 나와 비슷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위험'을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 각자의 의견이 나뉘지만 실은 모두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거라는 걸. 그리고 이 위험 모두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각자의 경험과 신념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위험을 다르게 판단하고, 의견이 갈리고, 분노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분열과 혐오가 기본이 된 세상에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능력은 꽤 까다로운 기술이라 고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같은 생각만을 가진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이 정말 아름다울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다채롭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거 아닐까.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이 보인다. 내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세상을 얼마나 다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 세상은 제법 기대가 되는데??!!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었지만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로 적어보니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했던 독서였다는 기분이 든다. 편 가르기가 취미인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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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들은 선거에서 합리적인 숙고 끝에 최상의 후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상대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부화뇌동한다고 여긴다. 진보 성향 언론들은 보수주의자를 곧잘 속아서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후보에 투표하는 시골 촌뜨기로 묘사하고, 보수 성향 매체들은 진보주의자를 멍청하고 현실감이 떨어져서 실생활과 맞지 않는 정책에 표를 주는 도회지 인간들이라고 표현한다.

🔖283.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깊은 욕구는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다. 이를 토대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그 역시 위험하고 해로운 걸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위험성이 도덕적 판단의 바탕이며, 이는 상반된 도덕적 입장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언어다. 자신이 보기에 부도덕한 일을 옳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저 사람은 무엇을 위험하고 해롭다고 느끼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492. 도덕적 겸손함은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고수하면서도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확신하는 도덕적 판단도 타당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즉 상대방의 도덕적 판단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그 판단 역시 진정성이 있음을 수긍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파괴적인 의도로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거라는 단순한 억측을 거부하는 것, 알고 보면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아는 것이 도덕적 겸손함이다. 내 생각과 '대립하는' 사람도 같은 인간으로서 동일한 도덕 정신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 위험을 피하고, 방지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벌충하려는 똑같은 마음으로 각자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커트그레이 #나와당신은왜분노하는가 #김영사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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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에 진심 -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 진심 시리즈 3
곽민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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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잠깐의 짬에 티비 프로그램을 선택하려다 보면 요새 참, 몇 가지 틀로 나뉘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티비를 잘 보진 않지만 요새 유독 이혼 관련, 육아 관련, 연애 관련으로 몰려 있는 느낌? 그중에서 이혼과 육아 관련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손이 안 간다ㅋㅋㅋ 내 삶도 지치고 힘든데 남의 고충과 트라우마까지 안을 힘이 도저히 나질 않는 것이다. 열심히 볼 만한 걸 고르다가 결국 선택하는 건 하하호호 머리 아프지 않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웃으면 힘이 잠시나마 나니까.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예능을 만들고 팟캐스트 <비혼세>를 운영하고 있는 방송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작가 소개에서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의 제목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정말 농담에 진심인 분이구나! 나이가 같아 친구 이야기 듣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키득거리며 읽었다.

어떻게 매일 웃을 수만 있겠나. 그리고 어찌 매일 즐거울 수만 있을까. 비슷비슷하게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결국 웃음을 택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이 없어서도 아니고 성정이 가벼워서도 아니라 굉장히 지적이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저앉기를 선택하기는 오히려 쉽다.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웃음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재능의 영역이라구. 강인한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강인한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건 나에게도 행운이다. 항상 농담을 찾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일상에서의 재미를 잃은 사람, 슬픔 속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꼭 건네고 싶은 작지만 깊이 있는 '농담'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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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괴감 가질 필요 없어요. '나는 왜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지?'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해낸 일도 많을 거예요. 충동으로 시작했지만 그래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잖아요. 대신 재미없는 일이지만 해내야만 할 때 해낼 방법을 찾으면서 지내면 돼요.

🔖16. 물론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는 또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또 그렇게 울면서 수습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늘 있어!

🔖49. 웃기지 않을 때 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당시 선배들에게는 그게 없었고 나에게도 없었다. 어떤 약자에게는 웃는 행위보다 웃지 않는 행위가 더 적극적인 액션이어서 거기까지 가기가 그렇게 어렵기도 한 것이다.
그래도 버티고 버텨서 안 웃을 권력은 손에 쥐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고, 이 작은 대화 하나를 해 놓고 대단한 저항을 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비장해하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119. 하지만 드라마의 깊은 감동이 사람들의 삶에 갖는 의미와 별개로 어떤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느낄 심연에 들어갈 만큼 건강하지 못하기도 하다. 어떤 고통과 슬픔을 대리 경험할 정도의 컨디션을 갖추지 못한 채 또 돌아오는 월요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즉각적인 도파민, 원초적인 웃음,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저맥락의 짧은 서사만 간신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긴 것만이 콧줄이고 산소마스크다. 그걸 해내는 희극인과 희극 제작진들은 사실상 중증 외상센터의 응급 의료인이나 마찬가지다. 양질의 식사, 재활, 장기적인 심리 상담 단계로 넘어가는 것조차 꿈인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웃긴 게 가장 중요하다.

🔖141. 너의 거대한 슬픔 앞에서도 함께 농담 따먹기 해줄 사람들을 꼭 만나. 그리고 너도 그런 친구가 되렴. 친구의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반드시 웃게 할 농담을 찾아낼 수 있는, 그리고 그걸 뱉을 수 있을 만한 자신감과 사랑을 주고받는. 그런 확실한 사랑 속에서 웃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거든. 반드시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다른 거대한 슬픔을 웃어넘길 수 있게 하거든.

#곽민지 #농담에진심 #어크로스 @across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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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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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빨리 읽히는 건 맞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건지 감도 안 오는 데다, 숨은 진실이 도대체 무엇인지, 반복되어 등장하는 코끼리는 무엇에 대한 은유인 건지 무수히 머리를 굴리며! 순식간에 읽어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년생 아들, 딸을 낳고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정팡. 어느 날, 남편 밍런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각자의 삶을 살자고 말한다. 그럼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지, 누구 인생 종치게(더 심하게 쓰고 싶었느나 스스로 타협함) 만들려고 이제와서 저딴 소리를 한다고? 집안에서 자신을 억누르는 코끼리가 점점 커져서 이젠 숨 쉬기도 어렵다고. 얀마. 다 힘들어... 너만 힘드냐? 책임감 없이 진짜.

코끼리는 핑계고 여자가 생긴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 아내 정팡은 남편 뒷조사를 한다. 그 과정에 살인자가 된 밍런!!! 게다가 모두 시인했다고 한다. 도대체 사람까지 죽여가며 지키고자 하는 게 뭔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어질어질한 밍런의 언행은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고, 밍런이 처절하게 지키고자 하는 사실에 다다랐을 때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기대를 뛰어넘는 반전이라기보다는 내 기준에서 예상치 못한 기행이었고, 끝까지 자신의 입장과 자기가 지켜내려했던 그것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싸그리 다 잊고 새 삶을 살고 싶지만 정팡에겐 아이들이 있고 여전히 머물러야만 하는 과거가 있다. 밍런을 짓누르며 숨막히게 했던 비뚤어진 욕망과 비밀스러웠던 인생을, 정팡은 끝까지 지켜주고자 한다. 도망가거나, 모두에게 큰 소리 쳐 드러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꿋꿋이 일상을 살기로 한다. 그녀의 결단이 결국 책의 제목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쎄, 나라면 코끼리 따위 없애버렸을 것 같은데 정팡은 속도 좋다. 어른스러운 건가, 아님 의리? 설마 사랑?

밍런도 정팡도, 소설 속 대부분의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마음도 없지만 결말을 향해 내달리게 만든 몰입감은 좋았다. 비뚤어진 욕망도 좋고 기이한 취향도 좋다고 쳐도 적어도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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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배고픈 사람에게 자기 얼굴을 떼어 나눈다니... 실내를 가득 채운 음식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호빵맨의 좌우명이 마음속에서 발효를 거듭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 속에서 나는 섬뜩한 재미를 느꼈다. 호빵맨이 얼굴, 그러니까 자기 몸과 체면, 존엄을 조각조각 떼어낼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 그런데 호빵맨이 얼굴을 떼어낸 동기는 뭐지? 샤오위에게 물어볼걸. 정의? 사랑? 아니면 평화?

🔖207.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참으로 끔찍하지.

#화바이룽 #코끼리를목욕시키는여자 #서사원 @seosa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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