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성희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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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나누어 주는 종이에 역사 속 인물을 3명 적어 보세요. 국가나 시대는 상관없습니다(p.8)

난 누굴 적었을까.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은 너무도 많다. 아마 확실한 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인물 세 명을 나열하라 했을 때 모두 남성의 이름을 적지 않았을까,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은 정말 남성뿐일까?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인식하고 있는 역사에서도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놓치고 있다고 생각조차 못했던(나조차도 그랬다🥲) 사실은, 여성 역시 남성과 같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존재인 것. 의식적으로라도 잊지 않고 떠올려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의 머리말을 읽고 목차를 들여다보니 목차만으로도 벌써 눈물이 찡하다.

역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자 했던 명성황후부터 순헌황귀비로 근대의 시작을 알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상황에서의 여성들의 활동, 독재정권을 지나 비로소 현대까지의 시대배경에서의 여성들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들도 알기 쉽게 소설이나 드라마도 소개하며 흥미를 돋웠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배웠던 역사적 사실에서 너무 미미한 존재였던 여성의 자리.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배움에서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깊게 들여다 보고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의문이 쌓이고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면 미미하게나마 세상은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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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한국 전쟁 이후 남북한 양쪽에서는 모두 남성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말하자면 마초적이고 호모 소셜한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보다 '여성다워질' 것이 요구되었지요. 또한 전쟁의 역사는 승리한 쪽 군대와 패배한 쪽 군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고 여성의 피해나 협력은 간과되어 왔습니다. 전쟁과 학살 성폭력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250.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 돌아가려고 하면 돌아갈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던 한국의 일본인 부인들. 그리고 만남과 귀국을 생각했을지도 모를 북한의 부인들. 저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부인'이라는 위치에서 다양한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소외된 채 살았습니다.

#최성희 #여성의자리에서본한국근현대사 #사계절 @sakye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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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미술관 - 〈모나리자〉부터 〈절규〉까지 도난당한 걸작 50점에 얽힌 미스터리 사건 파일
수지 호지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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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 초반부에 대형 미술관을 털려고 미술관장에게 접근한 예니콜과 씹던껌이 환상의 콜라보로 문화재를 터는 장면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자주 오버랩 되었던 영화 속 장면이었다. 이런 일들이 정말 가능하다고?

물론 영화에서 보듯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범죄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허술하게 미술관이 털린다고?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황당한 범죄도 있었다. 1부는 여전히 행방을 알지 못하는 미해결 도난 사건, 2부에서는 극적으로 작품들을 되찾은 도난 사건에 대해 낱낱이 살펴본다. 총 253 작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접해볼 수 있어 좋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도난 사건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가 그 어떤 영화나 추리소설 못지 않은 흥미를 주었다.

뭉크의 <절규>는 무려 두 번이나 도난 당했다가 다시 되찾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전까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차지하지 못한 <모나리자> 역시 도난을 당한 전적이 있으며, 오히러 도난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부추기며, 되찾은 <모나리자>를 직접 보겠다고 역대급의 인파가 몰리며 지금의 명성을 누리게 되기도 했다. 순수미술을 상업미술에 최초로 접목한 앤디워홀의 작품 역시 도난 당한 후 범인들이 걸어놓은 복제본이 한참 동안 전시되기도 했다는 이야기엔 너털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제일 황당하고 어이없는 건 무지막지하게 큰 조각상들 역시 도난 범죄를 피해가지 못한다는 점. 되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지도 못할 텐데. 작품 가격만큼을 받지 못하지만 분해하여 고철값을 벌기위한 범죄로 추측한다는데 이렇게나 허망한 범죄가 또 있나 싶다.

그러면 이런 도난 사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해야 할까?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의 한 조각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작품을 보며 감동하고 연대할 기회를 영영 잃었다는 슬픔이 책 말미로 갈수록 도드라졌다. 괘씸한 놈들. 다양한 작품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넘어 사실에 기반한 실제 상황에의 생생한 이야깃거리와 되찾지 못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에 대한 여전히 놓지 못할 희망까지, 생생하고 다채로운 감동을 주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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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도둑맞은 미술품과 유물은 인류 공동의 과거와 유산을 알려주며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과 창의성을 보여준다. 창의성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이다. 미술품은 보통 즐거움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과 관점과 경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인간의 업적과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제작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므로 미술품이 도난당할 때 도둑들이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39. 나치의 미술품 약탈은 단순히 부를 획득하거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화적 정체성을 지우고 역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였다. 따라서 도난당한 미술품을 계속 추적하는 일은 단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문화 전통을 복원하고 인류 공통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유의미한 노력이다.

#수지호지 #도둑맞은미술관 #현대지성 @hdj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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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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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정전과 단수를 겪을 줄이야. 몇 시간의 짧은 정전과 단수도 불편한데 전기가 끊겼던 건 4~5일? 그리고 단수는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이 글을 쓰는 지금 단수 15일차)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런 짧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 내게 그 누구보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일단 그저 웃지요.

철학이라는 건 결국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하여 대혼란의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학문 아닐까. 이 책은 에피쿠로스의 평정심, 즉 아타락시아에 이르는 길을 소주제로 나눠 다양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어쩌면 누구나 다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현재 내게 닥친 상황에 접목해 읽다 보면 의외로 뼈 맞는 내용도 많고,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하게 되고 격하게 밑줄을 좍좍 긋게 되는 것이다.

무던한 성격으로 일생 살아왔기에 에피쿠로스가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다양한 챕터로 이야기를 전한 작가 덕분에 지루함도 없었다. 첫 챕터 '소비'에서는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에 답해 보면서 민음사빵 대란에 괴로워하던(가지지 못해)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평정을 찾기도 했다. 지금 닥친 나의 위기, 단수에 대해서는 평생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나를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진짜다.

고통스러운 일상이 다가와도 우린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21세기에 단수 15일차를 겪고 있는 나 역시, 물론 굉장히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나름으로 적응하며 살아진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기 보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가끔 떠올리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게 어쩌면 제일 시급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면, 쉴 틈을 만들어준다면 좋은책이다.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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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때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면서 그걸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굴기도 하니까요. 정말 이걸 다 이루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이걸 다 이루는 것은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76. 무던함은 열등함이 아닙니다. 어쩌면 세상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부른 열정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일 수도 있 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던함이 사실은 평정과 가까운 것입니다.

🔖82. 경제적 어려움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도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일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걱정으로 어떤 일을 포기한다고 해서 스스로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할 때 꼭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만큼 좋아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96.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아서 힘들다고 느낄 때 혹은 꿈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거나 꿈이 아니라는 말로 자신의 불성실을 정당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사실은 일을 잘할 만큼 열심히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말로 쉽게 도망가지는 말아야 합니다.

#박은미 #철학은어떻게불안을이기는가 #철학 #에피쿠로스
#서사원 @seosa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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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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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진짜 멋집니다. 빨리 읽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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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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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재가 많이 들어있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클로이는 오로지 가해자 윌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다. 클로이는 사실 사이코패스를 진단 받고, 사이코패스의 사회화를 믿는 와이먼 박사가 비밀리에 진행하는 연구의 참여자로 대학 등록금까지 면제받고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참여자(모두 사이코패스)는 클로이를 포함한 7명. 60일 뒤 완벽하게 윌을 죽이려는 계획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때 연구자 중 한 명이 살해된다. 며칠 사이 또 다른 기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 역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연구 참여자 2명이 연이어 살해당하자 다음 타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클로이는 찰스, 앤드리와 협동하며 용의자를 찾는다.

참여자 중 유일하게 사이코패스가 아닌 앤드리와 매력적이지만 언제나 의심스러운 남자 찰스. 그리고 그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는 클로이의 시선의 교차되며 섬뜩한 몰입감을 준다. 중간까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다채롭게 펼져져서 아이러니하게 하게도 오히려 진행이 늘어진다고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 있고 결말이 궁금해져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처음 언급했듯이 정말 흥미로운 소재가 많아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다양한 이야깃거리의 등장으로 처음 기대했던 클로이의 윌에 대한 복수 장면은 뭔가 흐지부지한 느낌이 들었고, 산으로 가는 느낌을 계속 받다가 어찌어찌 결말이 오긴 온(?) 느낌이었다.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1. 성폭행을 당한 클로이의 복수 : 복수를 한 것 같긴 하나 중간의 많은 일들이 얽혀 짜릿한 통쾌함을 느낄 수 없었다.

2. 다기법 사이코패스 연구 참여자 7명 : 흥미로운 주제! 도끼를 들고 날뛸 것 같은 이미지로 여겨지는 사이코패스의 사회화, 즉 변화 가능성을 주장한 와이먼 박사의 연구는 물론 공감을 이끌어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책임감 없는 태도에 나 약간 화났잖아. "난 그냥,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p.506)."라고 하면 다야? 그로써 발생하는 피해자는 어쩌고????

3. 정신질환자의 유전성에 관한 이야기 : 사이코패스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은 유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럼 쌍둥이라면? 에서 출발한 이야기. 이 주제 역시 너무 좋았다..만, 새로운 쌍둥이의 등장으로 이야기를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리는 듯하다가 황급히 마무리 지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4. 해킹 범죄 :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아리송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장치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풍부하게 들어가려니 모든 이야기가 절정을 향하다가 식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길어졌다.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사이코패스라는 인물이 주는 캐릭터들의 긴장감과 막가파(?)식 태도가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된다면 일단 챙겨서 읽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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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음만 먹으면 본격적으로 그 역할에 전념할 수도 있고, 몸매를 가리는 헐렁한 옷을 입고 눈을 멍청하 게 초롱초롱 빛내며 어리게 굴 수 있었다ㅡ그야말로 천진난만함을 표현한 외관으로 화장을 하고 신중하게 옷을 골라 입되, 필요하면 맨살을 드러내어 나이 들어 보일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이 쉬운 까닭은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383. 오랫동안 원했던 뭔가를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보통은 그렇게 되지 않더라.

🔖509. 앤드리는 변명을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일종의 오락거리로 소비해왔던 연쇄살인범에 대한 팟캐스트와 TV 프로그램, 영화의 전당을 떠올렸다.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 쉽게 잊혔다. "뭔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기괴한 호기심 사이 어딘가에 선이 있나봐."

#베라쿠리안 #나를우습게봤겠지만 #문학동네 @munhakdon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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