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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 예술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평점 :
대다수의 현대 작품에서 술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러한 사태의 원인과 의미를 밝히는 게 이 책의 목적이라 말하며 시작하는 책. 생각했던 것보다 진중하고 고찰적인 글이었다.
알코올에 잔뜩 취해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삶에 대한 애증을 낱낱이 파헤쳐 온 예술가들의 이미지란 누구나 떠올리기 쉬운 예술적 이미지의 하나다. 알코올은 예술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가? 일반인보다 예술가에겐 좀 더 관대하고 포용적인 느낌을 주는 알코올은 그간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책은 그어떤 명확한 해답없이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예술가들의 일화와 그들에게 알코올이 각각 어떤 의미였는지를 담담하게 조명한다. 어떤 예술가들에겐 자기 파괴의 수단이자 회피의 도구였고, 또 어떤 예술가들에겐 자신의 깊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신비로운 열정으로써 술을 이용하기도 했다.
술을 내리 이용하던 예술가에게도, 술에 빠져 사는 예술가를 바라보는 대중들에게도 술이 주는 신비로운 마력이 통하던 때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과연 현대에까지 그 마력이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작가의 말처럼 시대가 변했고, 시대 속에서 술이 예술에게 끼치는 영향 역시 변한다. 그 결과는 결코 허무하다거나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그저 술이 예술에, 그리고 예술가에게 끼친 막강했던 시절을 담담히 훑고 지나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 세기의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알코올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춰 탐구한 글이라 색다른 지적 쾌감을 주기도 했다. 글의 한 장면, 그림의 일부분을 '이런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깨닫기도 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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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최선책은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고 권태로부터 달아나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해결책밖에 없다. 항상 취해있는 것이다. 신은 자신의 시적 공감에 매말라 가는 걸 보지 않기 위해 현실과의 괴리를, 현실로부터 유리된 상태를 항구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35. 출세를 포기하고 자신을 파괴하는 인간이 한심한 작자인지, 아니면 실용적 차원이 아닌 신비로운 열정으로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는 특출난 예술가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바알이 산 삶의 가치에 대해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외부의 관찰자는 그의 삶의 밑바닥까지 가닿지 못한다.
🔖55. 이처럼 프랜시스 베이컨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오전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블롱댕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것은 '끝없는 재활'이었다. 이는 삶을 향한 그의 예외적이고 역설적인 탐욕의 표출이다. 곰곰이 살펴보면 숙취는 예술가에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숙취는 그에게 일종의 저항을, 생리적 도전을 내건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기에 자신의 기교만 믿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59. 누구도 자신이 무엇을 생각할지 선택하지 못하며, 자아는 다면적이고 파악하기 힘들며, 심리적 삶을 통제한다는 건 완전한 허구다.
🔖87. 부코스키의 말에 따르면, 삶을 견딜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롱과 우울 섞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아야 하고, 진지한 감정이나 진지한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자기 삶을 염탐하는 스파이가 되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목구멍과 음부를 잠깐이나마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그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144. 보들레르는 인간의 내면에 무한을 향한 취향이 있어 그것이 인간을 부추겨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도록, 음울한 삶의 조건들로부터 달아나도록 내몰기에 인간에게는 술과 마약이 주는 취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렉상드르라크루아 #알코올과예술가 #을유문화사 @eul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