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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야마모토 케이 지음, 최주연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10월
평점 :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속속들이 파헤쳐 보는 책. 사실 인문학 책이 막막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데 표지부터 재미있던 게 끝까지 재미있다.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 SNS까지 당신의 삶을 뒤흔드는 질투에 관한 모든 것
궁금해, 안 궁금해?! 읽지 않고 못 베길 책이라 몇 챕터만 읽어볼까 했던게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된다.
이 책을 쓴 야마모토 케이의 전공 분야는 현대 정치이론, 민주주의론이라는데 심리학도 아닌 이런 전공을 가진 사람이 이야기하는 질투라니, 처음엔 의아했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다. 질투라는 사전적 정의부터 질투를 부추기고 불러일으키는 사회의 모습, 질투의 진정한 메시지까지 여러 책들의 인용과 적절한 예시를 곁들인 설명에 쉴 새 없이 흥미롭다.
질투라는 감정이 죄악시 되던 사회가 존재했고 질투의 적절한 표출을 위한 출구가 되었던 '도편추방제'에 대한 이야기도 놀랍고 신기했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시대에 따라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 질투가 요즘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 역시 깊게 생각해볼 만하다. 요즘은 질투를 부추기기를 넘어 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과시를 하고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하는지 들여다 본다. 여러 대목에서 공감하며 무릎을 친 건 두말 할 것 없고. 나부터도 질투하고 질투받는 상황에서 온전히 자유롭다 말할 수 없을 테니까.
초반 의아했던 작가의 전공 분야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후반부다. 여러 이야기들을 버무리고 요리하여 질투와 민주사회를 엮어 이야기할 마무리 단계에 오면 작가의 의도를 약간은 간파한 것도 같다. 민주주의 사회를 이뤄온 감정의 일부인 질투는 영원히 없앨 수도 없는 감정이며 질투의 과잉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정념인 것도 아니라는 점. 여러 관점에서 이로울 거 하나 없는 해악으로만 여겨졌던 '질투' 역시 소비 경제 사회와 물질주의의 밑바탕이 된 감정인 것도 확실해 보인다.
여러 이야기를 했음에도 질투라는 감정은 찝찝하고, 타인에게 들켜서도 안 되는 마음이라 판단되어 숨기기 쉬워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기를 꺼리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여타 다른 책들처럼 질투에 매몰되어 자신을 낭비하지 말고 건전한 삶을 꾸리라, 질투를 없애자는 등의 허황된 말은 일절 없다. 깊이 고심하고 비교해보고 판단을 내리며 진지하게 마주해볼 것을 권하는 책. 나에게 슬쩍 제안한다. 질투를 없앨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면 좋을지를.
다원적 가치관을 허용하는 사회를 만들면 평가 축이 다양화될 테니 한쪽으로 치우친 서열 자체가 의미 없을 것이고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신감과 개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그리고 제일 크게 와닿았으면서 독특하다 느꼈던 방법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사람은 100이면 100 모두 다르고 누군가가 내가 부러워할 어떤 점을 지니고 있음이 확실하더라도 다른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 나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거지. 질투를 해보겠다하면 속속들이 끝까지 비교를 해보라는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꽤 좋은 방법이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는 감정인 질투. 즐기는 것까지 못하겠다면 휘둘리지는 않도록, 건강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인생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이 부러운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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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사람은 왜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어할까? 이에 대해서는 인정 욕구나 자신감 결여의 표출 등 다양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인정에 대한 끝없는 욕구가 과시와 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갈증을 해소하려고 바닷물을 들이켜는 것처럼 인간은 과시하면 할수록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게 된다.
🔖278. 질투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이 감정이 '나는 누구인가'를 가르쳐 준다는데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나의 질투는 타인은 공감하지 못하는 나만의 것이다. 내가 누구의 무엇을 질투하는지, 왜 그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지 들여다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나는 누구와 자신을 비교하는지, 난 어떤 준거집단 안에서 나를 찾고 있는지가 보인다. 확실히 그것이 객관적인 자기상은 아닐지 몰라도 때로는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자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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