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서울'을 주제로 네 명의 이야기꾼들이 각각의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미스터리 앤솔러지. 서울이 배경이 된 네 가지의 이야기는 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새롭고 기발했다. 장르적인 재미도 충분했고, 서울이라는 같은 도시에서도 다양한 저마다의 사연과 그 안에 숨은 감정과 전반적인 분위기들이 스산하고 쓸쓸했던 것 같다.
<사라진 소년, 정명섭> : 40년 전 어린이였던 친구 넷은 비밀을 간직한 뒷산에 올랐다가 자신들의 발견에 놀라 도망쳐 내려오던 중 한 명이 실종된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찬규는 실종됐던 친구로부터 종이 편지를 받게 되고, 탐정 준혁과 중학생 조수 안상태는 찬규의 의뢰로 조사를 시작한다. 우리가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야 할 사건 뒤 진실은 무엇일까. 상태와 준혁의 케미가 실소가 나면서도 묵직한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끌어와 연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선량은 왜?, 최하나> : 잔잔한 힐링 드라마로 시작했다가 무시무시한 결말을 이끌어와 임팩트가 강했던 작품. 평온하기만 한 단독 주택, 이웃과의 따스한 정을 나누던 선량을 악에 받치게 한 건 사람일까, 사회일까. 재개발을 둘러싼 이야기에 어느 쪽으로도 확고히 치우칠 수 없는 마음에 내용을 계속 곱씹어보게 됐던 글.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김아직> : 잘나가는 연극의 주인공 샹지가 단원들과 회식 후 연극의 상황과 똑같은 배경, 똑같은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된다. 함께 회식을 했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약간씩은 샹지와의 사이가 틀어져 있다. 부정맥을 앓고 있던 샹지의 사인은, 회식으로 인한 과음 때문일까, 아님 타살일까. 연극과 현실을 오가며 추리하는 고등하생 탐정 오느릅의 태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추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신촌에서)사라진 여인, 콜린 마샬> : 외국인 작가가 느끼는 서울의 황량함과 쓸쓸함, 어두운 뒷골목 같은 스산한 배경, 지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두어 발은 떨어져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참신하고 좋았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자주 언급하며 어느 날, 어느 바에서 만났지만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여자, 김지혜 혹은 이지혜를 이유도 모른 채 찾고 있다. 서스펜스와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히치콕 이야기를 계속해서 곁들여서 그런지 내용 전반에도 약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수 년을 서울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낯선 이방인으로밖에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잘 살려져 있어 서울에 대한 색다른 이미지를 체화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20퍼센트가 모여 사는 대도시 서울은, 거주하는 이들의 수많큼 수없이 다양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성되겠지. 미스터리 앤솔러지로 모인 글들이라 왠지 서울은 삭막하고, 서로를 모르고, 음산하며 어두울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도 든다. 15년 전 쯤 나 역시 짧게나마 서울에 거주하며 새벽 출근길에 느꼈던, 뼈까지 시리던 그 추위를 잠시 떠올리기도 했지만, 단편적인 장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화려함, 낭만, 온기들도 존재하겠지. 흥미 가득했던 서울 미스터리 앤솔러지! 추천!
⋱⋰ ⋱⋰ ⋱⋰ ⋱⋰⋱⋰ ⋱⋰ ⋱⋰ ⋱⋰ ⋱⋰ ⋱⋰⋱⋰ ⋱⋰⋱⋰⋱
🔖129.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겠죠. 돈을 좇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대신에 나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해 보세요. 모든 게 지금 그대로일 수는 없거든요. 때가 오면 잘 보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날서울에서는무슨일이 #한끼 #한끼출판사 @hanki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