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트래블러 -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
W. J. T. 미첼 지음, 김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라는 부제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일단 이 책은 정신병적인 측면의 조현병의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책이 아니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회고록이다. 일단 조현병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병 : 사고의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따위의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의 증상. 대표적 증상으로 망상과 환각이 있다. 조현병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고 당사자의 의지력만으로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제대로 된 치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상'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두고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치료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가브리엘 미첼 역시 본인의 진단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조현병에 대해 저항을 했다고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끝없이 부정하는 마음. 그 마음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걸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역시 헤아릴 수도 없다.

작가는 아들인 가브리엘의 생전에 대한 기억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시카고 대학의 영문학 및 예술사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확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을 하며 책을 쓴 게 느껴진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 텐데'로 점철된 아버지의 한탄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포착된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가브리엘이 마지막까지 예술성과 창의력을 끌어모아 여러 작품을 만들어 낸 것과 그 작품들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을 찾아가며 가브리엘을 이 책속에서나마 다시 살게하는 행위로써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광기"와 "정상"에 대해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침착하게 서술하며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정신의 질병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려고 애쓰는 흔적이 많다. 조현병을 비롯한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병으로 인한 증상의 발현보다 병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회적 낙인들이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가브리엘이 자신을 괴롭히는 시선과 낙인으로부터 도망을 친 것인지 늘 꿈꾸던 다른 차원으로의 깨어남을 목표로 자살을 시도한 것인지 작가도 독자도 끝까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글 속에서 가브리엘은 영원히 살아숨쉼을 느낀다.

➰️➰️➰️➰️➰️➰️➰️➰️➰️➰️

🔖11. 누군가를 질병이 아니라 정체성으로서 "조현병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조현병을 가진 사람" 이나 "이른바 조현병 환자라고 불리는 사람"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다. 랭의 정식화는 조현병이 당뇨병처럼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회가 그렇게 불러서 생긴 정체성 말이다. 그것은 당사자가 선택한 정체성이 아니라 외부에서 부과한 정체성이다. 게다가 의료당국이 그렇게 부과했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다.

🔖19. 광기를 "정신적으로 아픈"이라고 분류해서 낙인찍고 고립시키는 이름표로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비판적 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105. 각각의 꼬리표는 전형적인 사례사를 수반한다. 정신병의 특수한 형태의 일반적 요건들을 충족하는 "질병의 그림"을 말이다. 그러한 꼬리표는 모두가 그 개인을 그렇게 바라보게 되는 일종의 치명적 가림막 혹은 창살이 되고, 그래서 그의 운명이 되고 만다. 광기란 어떤 것을 세상에 존재하는 명확한 것으로 보는 문제라기보다는, 꼬리표와 행동에 대한 담론으로서 보는 문제다.

🔖115. 머리가 비상한 개인이 조현병을 앓을 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특징들 중 하나는, 자신의 강한 의지로 조현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최초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게 진단이 필요하고 의지나 소망만으로는 자신의 삶에 닥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정이야말로 성공적 치료의 전제조건이다.

#wjt미첼 #멘탈트래블러 #에디스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