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황의정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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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자체로아름답다.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사철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져
책이 180도로 쫘악 펼쳐진다.
한 땀씩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책은
왠지 이 책을 쓴 작가와 닮은 듯하다.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상에서 살짝은 벗어나
제주 동쪽 끝에서 전원적인 삶을 누리는 듯한 느낌.

표지부터 글씨와 그림의 색깔 모두를 인디고 블루를 사용했다.
제주 바다의 색감과도 닮은 이 색깔은 묘하다.
파랑은 차가움을 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평온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책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분명 이 인디고 블루 잉크가
한 몫 톡톡히 역할을 한 것 같다.

작가는 도시에서 빈티지숍 엣코너의 주인장이었다가
어느 순간 제주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트고
지금은 제주 동쪽 마을 사거리의 화룡정점이 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앤이스트'를 운영하시는
자영업자 겸 사장님이시다 😊
다정한 남편과 든든한 15년차 중견 두식이.
그리고 여러 사연들로 모이게 된 강아지 덕천, 슬기, 다정이에
고양이 미요까지!
남들 눈에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듯한
그들의 동고동락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손그림인
제주의 풍경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는데
작가의 안온한 삶을 누리는 데 대한 만족감과
함께 사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막 시작한 제주의 삶이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의 이동이니
누구나 동경하는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연
선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좋아하는 걸 간직한 채로 나누며 소통하는 삶의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강아지 고양이들,
그리고 좋아하는 일.
매일 매일이 다른 눈부신 제주에서의 삶.
이런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평온과 위안과 다정함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상상해본 적 없지만
우당탕탕 바람 잘 날 없는 삶에 스며드는,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사랑 충만할 삶이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누린 셈이다.
기회가 된다면 두식이와 다정이를 보러 작가님의 공간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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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그렇게 만나고 작별하고 약간의 서운함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경험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모든 것이 적당했던 옛날의 연남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으려나 하고 어렴풋이 인지한다. 모든 것이 적당한 곳. 우리에게 연남동은 그런 곳이었다.

33. 세상엔 각기 다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결혼하기
전에는 각자의 조그만 행성에 머물러 있다가 함께 한집에서 아웅다웅 살며 우리의 작은 우주를 만들었다. 가끔은 예전처럼 오롯한 혼자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꽤 괜찮은 은하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 지금의 여기까지 왔고 끝이 어딘지는 여진히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함께 홀러간다. 우리의 우주에서.

70. 살면서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장면은 몇이나 될까.

152. 너무 놀라서 황급히 문을 닫고 창고를 나왔다. 서울 출장
중이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일 났어! 미요가 뒷마당 컨테이너에 새끼를 낳았어!"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대답했다. "미요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야지, 새끼 낳느라 수고했다고도"

233. 낯선 여행지에서의 즐겁고 유쾌한 술자리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이국적인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니 그야말로 낭만이 가득하다.

269. 우리는 양손에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쥐고 살지만 인간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 궁극에는 담담하고 고요한 자연으로부터 위안받는다.

273. 가게에는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직원들. 작은 가게에서의 하루가 다정하게 채워진다. 가게도 문을 닫고 밤이 깊어지면 쇼윈도에 켜둔 작은 불빛이 시골 마을의 사거리를 은은하게 밝힌다.

#황의정 #각자원하는달콤한꿈을꾸고내일또만나자 #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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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자주]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표지 2종 중 랜덤) -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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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책 읽기였다.
이렇게나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을
한 글자라도 허투루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사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면모는
책의 모든 곳에서 발휘된다.
이번 책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작으로 잘 알려진 명작 27편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질문의 답을 세계사의 흐름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폭력이나 강압적인 지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명작들에 겉으로 드러나는 교훈만을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주인공의 눈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한발 더 넓게 상상하고 관찰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릴 땐 그렇게도 지루하던 세계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손에 잡을 듯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역사가 익숙한 명작의 뒷 배경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에 몰입력도 상당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사부터 시작해서 중세와 산업혁명에 이어 2차 세계대전까지
명작이 뻗어 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아편전쟁을 이야기 하고,
필수품이었던 모자를 제작하던 당시의 시대배경을 통해
수은 중독에 빠져 있던 모자장수의 상태도 설명이 된다.
[반지의 제왕]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 하며
[헨젤과 그레텔]로 읽혀지는 중세와 근대초 독일의
마녀사냥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의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유익한데 재미까지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이들이 세계사를 배울 시점이나 관심을 가질 때
조용히 이 책을 책상 위에 얹어 주고 싶다.

➰️➰️➰️➰️➰️➰️➰️

115. 중세에도 여성 혐오는 있었고 마녀로 몰리는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마녀라는 이유로 집단 학살을 당하지는 않았다. 대규모 마녀사냥은 1570년에서 1640년에 집중되었는데, 이 시기는 중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녀사냥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사회 불안기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희생시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128. 그렇다면 평생 일을 해주었는데도 주인이 죽이려 들자 각성하고 도망가는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은 누구를 의미할까? 중세 농노들이 아닐까? 수닭은 도둑들의 식탁을 보고 "우리가 먹어야 하는 건데" 라고 말한다. 봉건영주의 식탁에 차려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은 농노들이 일해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알려준다. 남이 일한 대가를 빼앗아 먹는 영주가 바로 도둑이라고.

295. 통계에 의하면, 1990년대에 아프리카에서 최소 2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살해되었다고 한다. 공유지를 빼앗아 부자 나라의 관광객에게 사냥을 허용하는 동물보호구역을 만들어 관광 수입을 얻기 위해, 다국적 회사가 이용할 농장과 공장 용지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마녀를 처형한 지역이 잠비아 동물보호구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미술랭 타이어에 매각한 이구오바추와uobezuwa 보존림이었다는 사실이 현대판 마녀사냥의 진실을 알려준다.

#박신영 #고양이는왜장화를신었을까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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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기자 김방구 - 제1회 리틀 스토리킹 수상작 리틀 스토리킹 시리즈
주봄 지음, 한승무 그림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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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초1과 초3이 푹 빠져 읽었던 책!!
거기에 나까지 포함 😊😊😊

이 책은 2022년 리틀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리틀 스토리킹은 비룡소 출판사에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적인 요소를 중점으로 두고
참신한 동화를 발굴하고자 기획한 공모전으로
심사 역시 실질적인 책의 독자인
전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60명이 참여해서
전문가 심사위원 점수 70%, 어린이 심사단 점수 30%를 취합해
모두에게 가장 큰 점수를 받아 1등을 수상작으로 펴낸 것이다.
어린이 심사단의 큰 지지를 얻은 만큼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책 초반부터 펼쳐지고
귀여운 그림체에 중간중간 미로찾기나 숨은그림찾기 등으로
게임적인 측면까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기자가 꿈인 병구의 목에 사는 두꺼비는
과연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며 사건일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병구와 친구들의 해결책도 배꼽 잡는 요소이고
병구를 계속 괴롭히기만 하는 것 같은
강찬이의 마음도 결말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꿈과 우정, 모험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이 책!!!
두꺼비 사건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염소 할아버지에게 생긴
의구심과 호기심을 독자에게 던져 주며
2편을 예고하며 끝이 난다.
책을 덮자마자 2권을 당장 가져와 읽어야겠다고 하는 우리집 초딩이들 🖤
책 안 읽는 아이들이 초집중해서 읽는 모습에 내가 다 뿌듯!
김방구 기자의 다음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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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트래블러 -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
W. J. T. 미첼 지음, 김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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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라는 부제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일단 이 책은 정신병적인 측면의 조현병의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을 서술한 책이 아니다.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회고록이다. 일단 조현병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현병 : 사고의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따위의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의 증상. 대표적 증상으로 망상과 환각이 있다. 조현병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고 당사자의 의지력만으로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제대로 된 치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상'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두고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치료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가브리엘 미첼 역시 본인의 진단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조현병에 대해 저항을 했다고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끝없이 부정하는 마음. 그 마음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며 그걸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역시 헤아릴 수도 없다.

작가는 아들인 가브리엘의 생전에 대한 기억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시카고 대학의 영문학 및 예술사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정확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을 하며 책을 쓴 게 느껴진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 텐데'로 점철된 아버지의 한탄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포착된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가브리엘이 마지막까지 예술성과 창의력을 끌어모아 여러 작품을 만들어 낸 것과 그 작품들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을 찾아가며 가브리엘을 이 책속에서나마 다시 살게하는 행위로써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광기"와 "정상"에 대해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침착하게 서술하며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정신의 질병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려고 애쓰는 흔적이 많다. 조현병을 비롯한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병으로 인한 증상의 발현보다 병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회적 낙인들이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한다. 가브리엘이 자신을 괴롭히는 시선과 낙인으로부터 도망을 친 것인지 늘 꿈꾸던 다른 차원으로의 깨어남을 목표로 자살을 시도한 것인지 작가도 독자도 끝까지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글 속에서 가브리엘은 영원히 살아숨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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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누군가를 질병이 아니라 정체성으로서 "조현병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조현병을 가진 사람" 이나 "이른바 조현병 환자라고 불리는 사람" 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낫다. 랭의 정식화는 조현병이 당뇨병처럼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질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사회가 그렇게 불러서 생긴 정체성 말이다. 그것은 당사자가 선택한 정체성이 아니라 외부에서 부과한 정체성이다. 게다가 의료당국이 그렇게 부과했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다.

🔖19. 광기를 "정신적으로 아픈"이라고 분류해서 낙인찍고 고립시키는 이름표로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비판적 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105. 각각의 꼬리표는 전형적인 사례사를 수반한다. 정신병의 특수한 형태의 일반적 요건들을 충족하는 "질병의 그림"을 말이다. 그러한 꼬리표는 모두가 그 개인을 그렇게 바라보게 되는 일종의 치명적 가림막 혹은 창살이 되고, 그래서 그의 운명이 되고 만다. 광기란 어떤 것을 세상에 존재하는 명확한 것으로 보는 문제라기보다는, 꼬리표와 행동에 대한 담론으로서 보는 문제다.

🔖115. 머리가 비상한 개인이 조현병을 앓을 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특징들 중 하나는, 자신의 강한 의지로 조현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최초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에게 진단이 필요하고 의지나 소망만으로는 자신의 삶에 닥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정이야말로 성공적 치료의 전제조건이다.

#wjt미첼 #멘탈트래블러 #에디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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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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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Z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
최근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 나이도 MZ에 포함되지 않냐는 물음에
"내 나이가?"라고 되묻고 그제야 MZ세대의
뜻과 포함 나이를 알아보게 되었다.
밀레니얼세대(1980 ~1990년대 중반)와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까지
뭉뚱그려 포함한 세대를 뜻한다.
그래, 85년생인 나도 일단 MZ세대에 포함이 되는구나.
처음 놀랐던 이유는
이미 30대 중반인 나로서는
지금 통칭 Z세대로 묶여 있는 나이대의 구성원만을
MZ세대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요즘 애들은', '나때는~' 이런 이야기들은
내 나이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긴줄 알았는데
사실 내 나이대의 밀레니얼 세대까지 통으로 묶여
더 윗세대의 사람들이 '요즘 MZ들은 그런다며?'라는
차별 섞인 질문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책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
어느 부분을 펼쳐 먼저 읽어도 될만큼 순서에 상관이 없었고
챕터마다 일련의 사회 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적해 주고 있어서 많은 공감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91년 생으로 묶어 보자면 Z세대에 포함된 세대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분도 꽤 많았고(거의 대부분)
약간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다.
개인의 의견 차이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라고
나부터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많은 유행을 한 MBTI의 인기부터,
짠테크를 하면서도 플렉스를 할 부분에서는 또 과감하게
아끼지 않으며, 인간관계에서의 쉬운 손절,
자신감과 자존감만이 정답인 듯한 세상,
파이어족과 욜로족, 뿌리 깊이 내린 혐오 사상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착각하고 있는
요즘의 키워드를 MZ세대의 눈으로 분석한다.
글을 읽으며 주어진 키워드에 대한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세대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좁혀보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세대를 나눈 것이 아니라
뭉뚱그려 묶으면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묶여버린 MZ 세대에 대해서
'젊어서 그렇다'느니, '세상이 너무 변했다'느니
그저 당신들 편한대로 단정짓지 말고
서로간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속내를 진심으로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는
그 간극도 좁혀질 수 없을 테니.
차별을 위해 묶여 버린 "MZ 세대"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 답고 너 답고를 따지기 전에
여러 세대간의 언어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노력을 해 볼 준비를 해보자.
이 책이 그에 앞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42. 고맙게도 이젠 시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많은 편견으로 겹겹이 싸인 이런 질문 세례에 더는 일일이 해명할 의무가 없다.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괜찮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이 "남들에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라 다행이다.

46. 사실 취향이 지배하는 분위기는 누군가에겐 때로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한때는 "혼자 툭 튀어나오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만 해"라는 압박이 세상을 지배했었다. 반대로 이제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마. 넌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가 너무 강력한 압박이 돼 버렸다. "넌 뭘 좋아해?"라는 질문에 "글쎄, 난 잘 모르겠어..."밖에 달리 할말이 없을 땐 무언가가 모자란 사람이 된 것처럼 부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만약 또렷한 취향이 없는 사람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을 못 갖췄다거닌, 뒤처지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몹시도 무례한 일이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취향을 생각할 새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삶을 버티는 것만 해도 큰 도전 과제니까. 매번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하려면 경제적 여유와 시간 그리고 체력이 필요하다.

64. 예쁜 집을 꾸미겠다고 갬성 패브릭 쿠션을 사면서 정말 내가 나를 더 아끼게 됐을까. 혹시 이불 위에 《킨포크》잡지를 올려 두고, 죽은 빵을 살리는 발뮤다 토스터를 식탁에 들여놓으면서 단지 내가 나를 아끼며 사는 것처럼 속이려던 건 아닐까. 우리는 언제부터 집을 편안한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잘 가꿔진 과시의 대상으로 삼게 됐을까.

126. 온 가족 한 달 식비를 20만 원으로 선 그어 놓고 빠듯하게 사는 사람과 1억 원짜리 차를 48개월 할부로 일단 긁어 놓고 허덕이는 사람 중 누가 더(혹은 덜) 현명한 것인지 역시 누구도 섣불리 말할 수 없다.

136. M과 Z가 각자의 안전지대에서안 담을 쌓고 지낸다면 각자는 물론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한쪽은 분명 점점 '고인 물'에 머물 것이고, 머지않아 30대가 될 Z세대 역시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밀레니얼들과 조금씩 싸워 가면서라도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은, 누군가에게 멋진 윗세대가 되기 위한 연습 과정이 될 테니까.

144. 그동안 계속 인구가 늘기만 했던 것이 과연 자연스러웠는지, 이젠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끝없이 달리며 이어져 온 관성을 단순히 유지하기 위해, 행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세상에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며ㅡ정확히는 더 많은 납세자이자 소비자를 생산하라고ㅡ강요하는 것이 더 잔혹한 일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홍정수 #답지않은세계 #부키
#에세이추천 #공감에세이 #mz세대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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