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 자체로아름답다.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사철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져책이 180도로 쫘악 펼쳐진다.한 땀씩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책은왠지 이 책을 쓴 작가와 닮은 듯하다.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상에서 살짝은 벗어나제주 동쪽 끝에서 전원적인 삶을 누리는 듯한 느낌.표지부터 글씨와 그림의 색깔 모두를 인디고 블루를 사용했다.제주 바다의 색감과도 닮은 이 색깔은 묘하다.파랑은 차가움을 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평온함을 느끼게도 해준다.책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분명 이 인디고 블루 잉크가한 몫 톡톡히 역할을 한 것 같다.작가는 도시에서 빈티지숍 엣코너의 주인장이었다가어느 순간 제주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트고지금은 제주 동쪽 마을 사거리의 화룡정점이 된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앤이스트'를 운영하시는 자영업자 겸 사장님이시다 😊다정한 남편과 든든한 15년차 중견 두식이.그리고 여러 사연들로 모이게 된 강아지 덕천, 슬기, 다정이에고양이 미요까지!남들 눈에는 조금 특별한 삶을 사는 듯한그들의 동고동락을 들여다볼 수 있다.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손그림인제주의 풍경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간접적으로나마만날 수 있었는데작가의 안온한 삶을 누리는 데 대한 만족감과함께 사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지금 막 시작한 제주의 삶이 아니라이미 십수 년 전의 이동이니누구나 동경하는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연선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이렇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좋아하는 걸 간직한 채로 나누며 소통하는 삶의 모습에많은 생각이 들었다.사랑하는 가족과 강아지 고양이들,그리고 좋아하는 일.매일 매일이 다른 눈부신 제주에서의 삶.이런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평온과 위안과 다정함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상상해본 적 없지만우당탕탕 바람 잘 날 없는 삶에 스며드는,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사랑 충만할 삶이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작가의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을 누린 셈이다.기회가 된다면 두식이와 다정이를 보러 작가님의 공간에꼭 방문해보고 싶다.➰️➰️➰️➰️➰️➰️➰️24.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그렇게 만나고 작별하고 약간의 서운함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경험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모든 것이 적당했던 옛날의 연남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으려나 하고 어렴풋이 인지한다. 모든 것이 적당한 곳. 우리에게 연남동은 그런 곳이었다.33. 세상엔 각기 다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결혼하기전에는 각자의 조그만 행성에 머물러 있다가 함께 한집에서 아웅다웅 살며 우리의 작은 우주를 만들었다. 가끔은 예전처럼 오롯한 혼자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 꽤 괜찮은 은하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 지금의 여기까지 왔고 끝이 어딘지는 여진히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함께 홀러간다. 우리의 우주에서.70. 살면서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장면은 몇이나 될까.152. 너무 놀라서 황급히 문을 닫고 창고를 나왔다. 서울 출장중이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일 났어! 미요가 뒷마당 컨테이너에 새끼를 낳았어!"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대답했다. "미요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야지, 새끼 낳느라 수고했다고도"233. 낯선 여행지에서의 즐겁고 유쾌한 술자리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 이국적인 공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으니 그야말로 낭만이 가득하다.269. 우리는 양손에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쥐고 살지만 인간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 궁극에는 담담하고 고요한 자연으로부터 위안받는다.273. 가게에는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물건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직원들. 작은 가게에서의 하루가 다정하게 채워진다. 가게도 문을 닫고 밤이 깊어지면 쇼윈도에 켜둔 작은 불빛이 시골 마을의 사거리를 은은하게 밝힌다.#황의정 #각자원하는달콤한꿈을꾸고내일또만나자 #세미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