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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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권되지 않지만 장강명의 책(특히 에세이)을 읽으면 ‘참 솔직하구나‘란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런 말을 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지 않는 사람, 아니 남들이 뭐라해도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작가로 성공해서 그런 멘탈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것같아 사실 더 부럽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부러워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전개시키거나 발설하기 전에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검열하는 나의 습관은 조직인으로 오래 살아온 결과인가, 미움받기 싫어하는 천성 탓인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른) 가수 조용필이나 장강명 작가처럼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픈 사람은 먼저 자유에 대한 강렬한 욕망과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나는 소셜미디어들도 글쓰기보다는 말하기에 더 가까운 매체라고 본다. 구식 기자인 나는 카드뉴스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다. 대놓고 육하원칙조차 무시하는 이런 물건을, 큰 언론사들이 버젓이 만들어 뿌려도 되는 걸까. 네이버와 다음은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긴 기사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쓰는 인간들의 영토가 사라지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말하기는 쓰기보다, 듣기는 읽기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다. 보다 원시적이고 빠르다.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고 듣기에 가깝다고 여기고, 그런 비언어적 정보가 없으면 어색해한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말하고 듣는 인간들을 위한 매체 환경은 기업들의 천국이다. 깊이 사고하는 사람은 충동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으니까. 때로 읽기와 쓰기는 다른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의미의 세계, 혹은 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여기기도 한다.

📖 나는 성실히 읽고 쓰는 사람은 이중 잣대를 버리면서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반성하는 인간, 공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는 약간 무겁고, 얼마간 쌀쌀맞은, 진지한 인간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는 진지한 인간들을 싫어한다.

📖 나 역시 애서가로서 책이 갖는 특별한 물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애써 그 물성에 맞서려 한다. 부분적으로 최근의 출판 시장이 점점 글이 아니라 물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책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굿즈니 한정판이니 리커버 에디션이니 하면서. 그런 트렌드를 보면서 나는 글쟁이로서 위기감을 느낀다. 나는 책에서 글이 아닌 것에 대한 애정을 의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책의 변질에 저항하고 싶다.

📖 나는 읽고 쓰는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일관성을 더 추구하며, 그래서 보다 더 공적이고 반성적인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웃을 경멸하는 오만하고 재수 없는 인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내가 그렇다). 그렇다면 왜 읽는가? 왜 쓰는가? 개인적인 답변은 그러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사실 내게 진짜 두렵고 걱정스러운 일은 사람들이 문학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문학과 문학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나는 2000년대와 2010년대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중 하나가 비정규직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원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748만여 명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소설이 아니라 <미생>, <송곳>같은 웹툰이 떠오른다. 그 시기 한국소설은 사소설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_이게_뭐라고 #장강명 #아르테 #읽고쓰는인간 #요조 #팟캐스트 #머리쓰기 #글쓰기 #자유 #용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읽는사람마음에반드시흔적을남기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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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1-10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낯익다 싶었는데, 팟케스트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프로그램 이름이었네요~~ 저도 막 말하는(막말하는?ㅋ) 사람 중 한명이라 작가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네요~ 남들이 뭐라 생각할까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데, 저의 경우 자유로서워라기 보단, 제 말에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을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여 ‘어휴, 쟤는 왜 저래‘라는 평가를 받아도 그걸로 끝이죠. 그게 뭐 계속 가겠습니까?ㅎㅎ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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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듯, (마무리와 새출발을 다짐하는)연말 연시에는 김영민교수님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공부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공부한 사람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우리는 충분히 보고있기 때문이다. #폴리페서 라는 이름으로 교수들의 정치인화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으나, 그렇다면 공부는 도대체 공부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되는 신성한 무엇인가? 오히려 공부한 사람이 그 지식과 지혜를 이용해 사회를 나아지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소위 #지식인 의 사명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평가만 하지 말고, 상식적이고 양심적이고 용기있는 지식인들의 발언을 애타게 기대한다.


📖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 한국은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이기도 하다. 마치 부동산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그 부동산에서 어떻게 삶의 희로애락을 쌓아 올릴지에 대해서는 냉담한 것처럼. 이제 이 땅에서 교육과 부동산 투자는 계층간의 이동을 촉진하기 보다는 계층을 고착화한다.

📖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세상을 자기 희망대로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같은 ‘간지‘가 감돈다.

📖 중년이 되면 차라리 결핍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 결핍이 오히려 가능성을 만들기도 하는 법이다. 청장년 시절의 어떤 결핍이 오히려 자원이 되어 있기를. 그래서 결핍으로 고통받기는 했지만, 결핍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고 사는 인생이고 싶지는 않았다고 나직하게 중얼거릴 수 있기를 바란다.

📖 ˝독서의 적은 인생 그 자체다. 삶은 질투와 경쟁으로 뒤흔들리고, 우리를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에서 멀어지게 한다.˝(에밀 파게) 그리하여 질투와 경쟁으로 뒤범벅이 된 사회, 그 모래 지옥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정독할 부분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만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문장들이 바로 정독할 부분들이다. 정독은 세 가지 종류의 훈련을 필요로 한다. 첫째, 그 책의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들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비판적 독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버지니아_울프


#공부란무엇인가 #김영민 #어크로스 #이환희편집자 #RIP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우리가간신히희망할수있는것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어디서함부로좌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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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대부 트릴로지 : 디지털 리마스터링 일반판 (4disc) - 대부 1-3편 + 스페셜 피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앤디 가르시아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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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무소불위의 존재이고 싶을 때가 있다. 억울한 상황에 놓였으나 상식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더욱. 예전에는 마피아(조폭)가 주로 범죄를 저질렀는데 요즘은 배울만치 배우고 가질만큼 가진 분들이 재판 과정을 통해 직접 합법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시절은 정상이 아니다. 부질없는 소망인 줄 알지만, 그래도 비정상은 오늘 2020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날아가길 바란다.

P.S 영화 ‘대부‘가 이렇게 재밌는 영화인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봤을 것이다.

#대부 #거절할수_없는_제안 #절대권력 #말론브란도 #알파치노 #넷플릭스 #영화스타그램 #어디서함부로좌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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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disc)
윤종빈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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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전 ‘범죄와의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유치장에 갇힌 조폭 두목을 죽도로 패며 겁박하는 검사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세월이 흘러도 나쁜 놈들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그동안 감춰져 보이지않던 사실들이 드러나, 특정 시험 통과자들의 합법적(!) 범죄로 종류는 바뀌었지만. 수많은 역경을 뚫고 최후의 승자가 된 최민식이 자기 아들을 검사로 만들어 뿌듯해하며 영화는 끝난다.


#범죄와의_전쟁 #나쁜_놈들_전성시대 #넷플릭스 #최민식 #하정우 #하나회 #안기부 #검사 #판사 #기레기 #영화스타그램 #어디서함부로좌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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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wo Popes : Official Tie-in to Major New Film Starring Sir Anthony Hopkins (Paperback) - 안소니 홉킨스 주연'두 교황' 넷플릭스 상영예정
Anthony McCarten / Penguin 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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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교리로 하는 대부분의 종교는 대다수의 힘없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극소수 기득권 세력의 부와 권력을 약자에게 나누고자 하는 진보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 귀결아닐까? 물론 세상이 논리대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고 그래서 하느님이 계신 것인 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하느님이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

#두교황 #콘클라베 #타협 #개혁 #넷플릭스 #영화스타그램 #어디서함부로좌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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