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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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내용을 되새길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일주일이 안된다는 사실을 경험상 알고 있는 나로서는 책을 통해 지식을 얻으려는 기대는 거의 없다. 다만 책을 보고 있는 시간 동안의 만족감과 책의 내용을 통해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나를 즐겁게 할 뿐이다. 회사에 바친 시간을 제외한 나만의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행동치고는 가성비 낮은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다. 하지만 ‘쾌락적 책읽기‘는 금연과 금주로 무미건조한 내 삶에 선사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책에 소개된 책들중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싶은 책‘ 목록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구입한 책들 중에 완독 비율은 80%가 안되는 것 같다. 저자와 달리 난 아직 구입후 완독을 (안)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저자의 그 비결이 궁금하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단박에 해치울 수 있는 속성법이란 것도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세월이 필요하다면, 그건 긴 시간이 곧 그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변화의 순간은 일종의 의식儀式을 필요로 할 때가 많은데, 말하자면 제게 그 의식은 빨간 테 안경을 사는 일이었던 셈이지요. 튀는 안경을 소화하는 작은 용기와 작은 의지는 곧 세상에 대한 저의 태도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그 작은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은 또다른 연쇄적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삶에서 변화란 원래 그렇게 아주 작은 것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찾아오는 게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게 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존재니까요.

📖알고 있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낭비요, 알지 못하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부적절하다(세네카). 도움을 준다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따뜻한 충고 뒤에 일렁이는 것은 종종 비릿한 우월감입니다.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전체를 통틀어 긍정하지 않고도 더 나은 방식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을 했던 것이겠지요. ˝원칙은 큰 일들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들에는 연민만으로도 충분하다.˝

📖행복을 앞에 두고서 일직선으로 내내 좇아 치달리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라는 관념 자체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할까요.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그게 강박이 되는 순간, 그건 그저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될 뿐입니다. 그러니 다시 생각나는 것은 결국 프란츠 카프카의 말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침묵으로 충분할 뿐더러, 침묵이야말로 단 하나의 가능한 일이다.˝

📖˝하루 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어쩌면 포기란 부조리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조금 덜 불행해질 수 있는 유효한 기술인지도 모릅니다.

📖종종 고통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통에 대한 염려와 공포입니다. 그리고 삶에서 적당한 고통은 필수적인 생존의 조건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세상에 그 자체로 선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저 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죠. 결국 선이라는 것은 선하려는 의지를 일컫는 말일 뿐입니다.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발견이 아니라 재발견입니다. 떠날 때의 흥분과 돌아올 때의 관조. 여행지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을, 찬찬히, 비로소 들여다봅니다.

📖˝나그네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꼭 그런 미래의 행운을 기대해서가 아니겠지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에 대한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서 그 사람과 나의 기분 좋은 하루를 이루는 것 아닐까요.

📖知之者 不如好之者(논어)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푸르고 푸르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당신이 지금 답답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숲을 지나거나 다리를 건너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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