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마음의 숲


✏작년에 읽다가 이해가 안되어 중단했던 책이다. 철학이나 공학이 아닌 ‘에세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나는 소설과 더불어 에세이를 읽을 때 책장이 천천히 넘어간다. 단순히 소설이나 에세이를 접한 횟수가 적어서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와이프의 분석에 따르면, 타인의 마음이나 환경의 변화에 대한 나의 무감각이 이러한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 부족을 야기하는 것 같다. 일종의 공감 능력 장애랄까.

✏다행히 이번에는 책이 잘 읽히는 편이었다. 아니 일상의 일을 적어놓은 글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아내며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이번에도 완독을 못하면 이 책을 다시는 집어들지 못할거야‘라는 절박함(?)이 뇌의 가동을 독려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을 만나는 것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두려움과 고통은 다르다는 점이다. 달리기 직전까지가 힘들까 봐 두려운거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두려움 같은 건 사라진다.

📖고통이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건 삶을 살아가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고통과 경험이 혼재하는 가운데, 거기 끝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경험을 선택할 때,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때, 그렇게 매일 그일을 반복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삶을 만끽하려는 이 넉넉한 활수(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시원스럽게 잘 쓰는 씀씀이)의 상태가 생기는 것이라고.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그렇게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같은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다음과 같다. 눈, 해산물, 운하, 맥주, 친구.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질문만이, 오직 근본적인 질문만이 영혼을 깨울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에게 한계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대개 어른들이 그런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 위주로 생활하면 인생에서 후회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늙을수록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해야만 한다. 인생을 선용하는 기술은 바로 거기에, 지금 이 순간 할 일을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GTD(Get Things Done) 시간관리법:‘일단 끝내기‘, 만약 단번에 끝낼 수 없다면 일을 잘게 쪼개서라도 시작한 일은 끝낸다.

📖존경하거나 사랑하거나 친밀한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로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큼 아름다운 광경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운세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다.

📖벽을 만나고 나면 오직 결승점을 생각한 사람만이 결승점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가장 힘든 순간에 희망을 꿈꾸는 일이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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