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 김훈 문장 엽서(부록)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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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선생님의 유언같은 책. 선생님이 언뜻 제안하신 유언(˝딸아, 잘 생긴 건달놈들을 조심해라. 아들아, 혀를 너무 빨리 놀리지마라.˝)에 하나를 더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애들아, 세상에 공짜는 없다.˝

📖 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다. 오래 누워서 앓던 사람들은 천천히 죽고, 보약 먹고 골프치던 사람들은 갑자기 죽는다. 남의 집에 저녁 마실 온 듯이 문상왔던 사람들이 몇달 후에 영정속에 들어가서 절을 받고 있다.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 죽고 나를 미워했던 자들도 죽어서, 사람은 죽고 없는데 미움의 허깨비가 살아서 돌아다니니 헛되고 헛되다.

📖 나이를 먹으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져서 시간에 백내장이 낀 것처럼 사는 것도 뿌옇고 죽는 것도 뿌옇다.

📖 일자리가 모자라서 밥먹기 어려운 시대에 밥없는 사람들을 밥으로 겁박하면, 사람들은 밥과 죽음의 기로에서 밥먹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밥과 죽음이 섞여있는 자리를 향해서 밥없는 사람들은 가고 또 간다. 살려고 먹는 밥숟가락 속에 죽음이 들어있다.

📖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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