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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 퇴근후 저녁을 먹고 근처 공원에서 50분 걷는다. 비가 오거나 너무 추운 날은 쇼핑몰을 달리기 트랙처럼 걷는다. 반년 가까이 하고 있는 루틴이다. 이제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걷기를 건너뛰는 날엔 뭔가 찜찜한 단계까지 습관화되었다. 처음엔 살을 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걸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살을 빼려는 목표의식이 강해서도, 조금씩 날씬해지는 모습(실제 뱃살은 그대로다.)에 성취감을 느껴서도 아닌 것같다. 팟캐스트를 듣거나 야구를 보며 걷는 동안, 낮시간에 쌓인 머릿속의 찌꺼기를 빼고 싶어서인 것같다.
🖊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노력만큼(또는 노력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보게 된다. 구체계획이나 목적지없이 노력만하면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말을 금과옥조로 받들어 지키는 나는 그래서 무슨 일이든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정작 방향이 정해진 후에는 실행력 부족으로 꾸준히 지속하지 못한다(영어, 역사, 심지어 미드 보기도).
살다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고, 어떤 목적지는 걷다보면 그제서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같다. 큰 계획없이 걷다보면 무언가 더 멋진 꿈이 생길 것이라 믿어야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걸음을 멈출 순 없다. 계획은 이제 그만 생각하자.
🖊 대학 새내기 시절 발제를 위해 읽었던 책(헤겔의 변증법과 맑스의 유물론을 접목?시킨 이른바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본 ‘양질전화‘라는 단어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일정 정도의 양적인 퍼부음이 있어야 질적 도약이 가능하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그 단어는 이제 내 인생의 생활신조가 되었다(생활신조를 모두 지키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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