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법적 평등과 실질적(사실상의) 평등
가. 법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의 긴장
법적으로는 평등하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혹은 사실상 평등하지 않은 상황은 일상다반사이다. 실질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개인적, 사회적 요인은 무수히많고 복합적일 것이다. 지적·육체적 조건이나 훈련, 근면성과 같은 개인적 자질에서 비롯되는 결과의 차이를 수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고 실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불이익이 축적된 집단들의 경우 법적 · 형식적 기회균등 보장만으로는 하위집단으로서의 지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늘날 주로 문제되는 것은 성, 인종, 장애, 경제력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불평등이다. - P335
일반적으로 헌법학에서는 평등규범을 곧바로 실질적 평등까지 보장하는 원칙으로 이해하지는 않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의 ‘법 앞에 평등‘에 대해, 자유 행사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의미의 ‘기회균등‘으로 이해하고 이를 ‘법적 평등‘이라 표현하면서 실질적(사실적) 평등을 여기서 배제하고 있다. - P335
예를 들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법적 취급의 불평등의 금지를 의미하는 데 그치고, 현실로 사회에 존재하는 경제적, 사회적 기타 여러 가지의 사실상 불균등을 시정하여 그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어장애인 후보자와 비장애인 후보자 사이의 실질상의 불균등이 있음에도 동일하게 취급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법률조항을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헌재 2009. 2. 26. 2006헌마626). - P336
전면적인 실질적 평등의 달성은 유토피아적 목표가 될 수 있을지언정 실정헌법의 목표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려는조치는 관련자의 법적 자유를 훼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 평등은 기본권을 통하여 법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체계와 조화되기 어렵다고 한다.
실질적 평등은 평등원칙에서 곧바로 추구 ·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원리나법 규범의 도움을 받아 추구 · 실현되어야 한다고 하며, 그러한 것으로는 사회국가원리나 사회적 기본권을 들고 있다.
이렇게 보면 헌법 제11조 제1항은 이평제평 즉 평등(법적)의 이름으로 평등(실질적)을 제어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여성할당제 등에 대해 번번이 제기되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은 바로 이런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 P336
사실이나 현실에서 비롯되는 요구를 그대로 법적 요구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헌법규범의 개방성, 평등 개념의 복합성과 이념성은 평등규범에 대한 열린 논의를 가능하게 하며, 법적 평등만 보장하여서는 평등의 내재적 본질이 훼손되거나, 기존의 격차를 고착·확대시키는 반평등적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이 인식될 때, 실질적 평등을 평등규범의 내용으로일정하게 받아들이거나 법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간의 갈등을 조화적 보완관계로 구성하려는 입법론적, 법해석론적 궁구와 모색이 이루어지게 된다. - P336
헌법에서 실질적 평등의 문제는 현재, 첫째, 차등처우 요구를 평등규범의 내용으로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둘째,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근거와 한계는 무엇인지, 셋째, 간접차별에 대해 평등규범을 적용할 것인지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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