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기능으로는, 1) 법력으로서의 관찰 가능성과 절차적 보장이다. 단 헌법상 기본권은 주관적 공권이고 공법의 영역에서 기능하지만, 사법질서 내에서 제3자적 효력, 일반조항 등을 통하여 간접 적용될 수 있다.
2) 권리는 권리자의 인격과 관련된 자기주장과 방어능력이고, 원칙적으로 포기가불가하다. 예컨대 재산권 보장과 같은 것은 자유로운 인격, 즉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기책임을 지는 개인을 전제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단지 이상이자 요청이고, 그것이 현실적인지는 의문이 있다.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이 있고, 빈자에게는 현실적인 자유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 P33
예링은 그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이를위한 수단은 투쟁"이라고 하면서, "권리 추구자의 권리주장은 그 자신의 인격 주장"이고, "권리주장은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까지 말한다.
나아가 개인의 이기주의적 본성에 기하여 개인이 사회에 대하여 이기적 계산을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고, 사회와 개인의 상호보완적 관계 내지 사회내지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 이익의 공속성을 강조한다(권리를 위한 투쟁 외, 275 이하).
예링이 말하는 이익은 통찰력 있는 사업가의 경영철학인 멀리 내다보는 이익이고, "개인을 사회 목적에 기여하게 하는 것은 낮은 이기주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보다 고차원적인 어떤것, 즉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공동체주의자들이 말하는 ‘권리의 사회성, 테일러(C. Taylor)가 말하는 사회성 명제(thesocial thesis)에 상응하고, 예링이 요구하는 도덕성은 바로 자기 진정성 (authentidity)이라고 할 것이다(김정오 외, 법철학, 190면).
권리의 사회성은 바로 민법 제2조의 신의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나 헌법 제23조 제2항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에 구현되어 있다. 이를 강조하면 현대 민법의 공동체주의적 기초가 될 수 있다. - P34
민법이론상 권리의 종류는, 내용상으로, 재산권, 인격권, 가족권, 사원권으로 분류되고, 그 작용의 면에서, 지배권, 형성권, 청구권, 항변권, 절대권, 상대권, 일신전속권, 종된 권리, 기대권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권리는 경합되거나 선택적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 P34
그런데 법이론상 권리와 법적 지위, 권한, 권능 등의 개념이 구별될 수 있는지, 자유권이 권리인지 등의 문제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미국의 호펠드(W. Honfeld)가 다루었는데(김정오 외, 법철학, 172면 이하), 그는 엄격한, 좁은 의미의 권리는 청구권 (claim right)이고, 이는 청구에 따라 급부를 할 의무(duty)와 상관되어 있다. 다만 법상 의무 없는 권리나 권리 없는 의무도 있을 수 있으므로, 상관성이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다. - P34
청구권 이외에 넓은 의미에서의 권리로는 자유(권)과 권한, 면제(권)을 들수 있다. 자유는 일반적으로 소극적 허용이지만, 일반적 자유 침해에 대하여 방어권 내지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는 권리로볼 수 있어서 (권) 표시를 한 것이다. 즉 자유 자체가 권리가 아니고 규범논리상 소극적 허용의 영역으로서 이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방어권의 형태로 법에 등장하는 것이다.
자유주의 체제 하에서는 금지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소극적 허용이 된다. 그리고 물권과 같은 지배권의 경우, 소유물을 자유롭게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지만(이는 독자적 권리가 아니라 권능), 그 침해에 대하여 이를 배제하는 대세적인 물권적 청구권이 발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격권이나 지식재산권도 그 침해에 대한 구제 청구권이 중요하므로, 자유권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로부터 다양한 구체적 권리(성명권, 퍼블리시티권, 전용실시권이나 로얄티 청구권 등)가 파생된다. - P34
호펠드는 이러한 자유 내지 허용을 privilege라고 하여 특권으로 번역될 여지가 있으나, 특권은 일반적 청구권적 권리보다 많은 이익이 부여되고 강한보호의 대상으로 보여질 수 있어 privilege를 자유(권)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자유(권)은 타인의 무권리(no right), 즉 타인의 자유 영역에 대한 침해 금지와 상관되어 있다. - P35
한편 권한(power)은 어떠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계약을 체결하거나 유언을 할 수 있는 지위는 사법상의 권한으로 볼 수 있고, 대리권이나 대표권 등과 같은 것도 사법상 지위 내지 권한이다. 공법상 개인의 허가 등의 신청권이나 투표권 등과 같은 것은 통상 권리라고 불리지만, 공법상의 지위 내지 권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국가기관의 조직법상의 권한인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 등도 공법상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권한도 넓은 의미에서는 권리라고는 할 수 있지만, 청구권과 달리 권한에 상관되는 의무자는 없다. 권한에는 거의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권한의 상관개념은 책임(liability)이다. - P35
면제(immunity)는 면책특권이나 면책조항의 경우와 같이 책임이나 의무가 면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의 권리라고는 할 수 있다.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 그 상대방은 면책자에 대하여 무권한이므로 면제와 무권한은 서로 상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호펠드는 엄밀하지는 않지만, 반대개념의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권리와 무권리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권리의 반대는 무권리이다. 자유(권)에는 의무가 붙을 수 없으므로, 그 반대는 의무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권한의 반대는 무권한이고, 면제 내지 면책의 반대는 당연히 책임이 될 것이다. - P36
가족권의 경우와 같이 권리가 의무와 결합된 경우도 있고 (친권과 부양의무), 상속권은 피상속인의 사망을 조건으로 하는 순수한 재산상의 권리이지만, 유류분이나 기여분 등과 같은 여러 법적 제약이 있어 호펠드의 권리 개념에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 P36
한편 사원권이나 주식 내지 주주권 등과 같은 것은 하나의 독립된 권리라기보다는 법적 지위라고 할 수 있으나, 이를 넓은 의미로는 권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법적 지위에서 개개의 권능이 발생하는데, 권능은 통상 법적 지위뿐만 아니라 포괄적 권리에서 도출되고 파생되는 것이다.
권능으로는 물권의 사용, 수익이나 처분권과 같은 자유권 내지 허용이 있고 권한인 경우도 있으며, 청구권으로 구체화 현실화되는 것도 있다.
예컨대 주식회사의 주식은 주주권이라고 하지만, 이는 주주로서의 법적 지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도출되는 권능으로는 공익권과 자익권이 있는데, 공익권인 의결권이나 소수주주권 등은 권한에 해당하고, 자익권인 이익배당청구권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구체화되면 청구권이 된다.
또 지식재산권이라는포괄적 권리에서 사용권이나 전용실시권 사용허락권 등의 구체적 권리가 파생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권능은 법적 지위나 자유에서 도출되는 파생적이고 조건적인 것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권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 P37
반면에 권력이라는 말은 법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학적 개념으로서 ‘타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나 능력‘이라고 할 것인데(막스 베버의 정의), 권력은 법적 권한(특히 직무상 지시권한이나 인사권)에서 비롯되어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타인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힘이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푸코(Michel Foucault)는 권력의 개념과 속성을 파헤쳤고, 이는 물리적 힘이나 법적 규제와 구분되는 것이라고 하였다(왁스, 법철학, 104 면 이하). 그는 근대부터 인간의 신체는 공장이나 병원, 학교나 감옥 등과 같은 제도의 지형을 통하여 권력과 그에 따른 제재의 새로운 미시물리학에 복종하게 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제재적 권력은 우리들이 스스로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게 되는 방식으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따라서 우리는 제재의 실천 기술들에 의해 조정되고 관리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로써 우리는 질서에 순응하게 되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살아남고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37
푸코의 권력 분석은 자유주의적 사고와 중앙집중적 국가권력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하였다. 그래서 그는 권력이라는 것이 자유주의가 감축하려고 노력하던 지배 그 자체를 실제로는 더 증진시키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제재적 권력이 거의 모든 사회생활의 요소에 침투하여 법 자체가 특별한 우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오늘날 사회화된 법이 내세우는 형식적 평등이나 그 제도적인 작용은 포스트모던 국가를 특징짓는 권력의 배후에 있는 연막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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