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586 의 진짜 문제는 그들이 이미 사회의 새로운 
주류임에도 여전히 주류는 따로 있다고 여기는 그들 
고유의 자기 규정과 비주류 의식에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586 은 언제나 실제 생각하는 것과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을 동시에 사고해야하는 이중 사고를 발전시켰다.……혁명론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상류 중산층으로서의 모든 
혜택을 누리고자 했던 이중 생활은 자신들을 새로운 
주류이자 기득권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 성찰의 부재, 
그리고 과거의 급진적 면모와 현재의 대중적 면모가 
혼재한 이중 사고로 인해 형성된 것이다. - P285

"비주류는 문제 제기로도 충분하지만, 주류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비주류가 정치적으로 싸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류는 이견을 포용하고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시민운동은 몰라도 
정치의 영역에서 시장, 욕망, 이익은 조정의 대상이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비주류에게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주류는 거기서 머물면 안 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낡은 질서는 오직 새로운 
질서에 의해서만 청산되기 때문이다."" - P286

권력 집단의 ‘비주류 의식‘은 ‘책임 의식‘을 죽인다는 
점에서두렵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간 비판을 많이 
받아온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과 ‘피해자 코스프레‘도 바로 그런 비주류 의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90년대생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이젠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로 케케묵은 비주류 의식을 ‘남 탓‘이 아닌 ‘내탓‘을 
앞세우는 책임 의식으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 P287

"최선은 차선의 적이 될 수 있다. "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의 말이다. 이 세상의 거대한 문제와 씨름하는 
사상가가 추상적인 이론의 세계에 빠져 최선을 추구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현실 세계의 작지만 구체적인 고통의 
문제를 외면하기 쉽다는 뜻이다. 시간의 문제도 있다. 
최선을 추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최선은 아닐망정 차선의 해결책이라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 P289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에 담겨 있는 이른바 
‘경로의존path dependency‘ 때문이다. 혁명은 처음부터 
다시시작하는 걸 어느 정도 가능케 하지만, 개혁은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존 제도와 이에 따라 
형성된 사람들의 관습과 습관을 고려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이게 좋거나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해 ‘최선‘은
커녕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290

혁명을 하면 모든 걸 다 일시에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역시 착각이다. 개혁에 비해 어느 정도 파격적인 
정책을 취할 수있을 뿐, 여전히 ‘경로의존‘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철학자 카를 포퍼가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 P291

"다주택자 양도차익 100퍼센트 과세"를 주장한 청와대 
참모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의로운 
사람이었을 게다. 비극은 그가 너무도 성급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집단적차원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그 세월 동안 사람들은
 "부동산만이 살길이다"는 삶의문법을 체화했다. 
그걸 무슨 수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겠는가? - P291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한 걸음씩 개혁의 길로 
나아가는 ‘차선‘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일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 한일은 ‘최선‘을 앞세워, 아니 
‘최선‘을 빙자해 ‘최악‘으로 가는 길만 활짝 열어젖힌 
것이었다. 다른 주요 정책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무주택자들이 볼 때엔 이건 ‘실수‘가 아니라 ‘죄악‘이다. - P291

이른바 ‘분노를 이용한 권위 창출법‘이란 게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영학자 제프리 페퍼는 
『권력의 기술』에서 "때론 분노를 표출하라"고 권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면 자신이 
‘위압적이고 강인하고 유능하고 똑똑하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분노를 드러내면 지위가 높고 유능하게 
보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맞서길 꺼린다. 
화를 정면으로 맞고 싶은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P296

선거 캠페인에서도 분노를 활용하는 게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다만, 용의주도하게 해야 한다. 심리학자 
드루 웨스턴은 이런 주의 사항을 제시한다. 

"분노를 이용해 열정을 불러일으키려면무엇보다 
구체적인 인물과 사물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퍼붓고, 
산탄처럼 흩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분노를 분산시키면 
겨냥한 표적 대신 자신을 연상시켜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한다."

- P296

어떤 방법을 쓰건 문제의 핵심은 분노를 조절하거나 
관리할 수있느냐는 것이다. 감성지능의 저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보스가 교묘하게 의도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효과적인 자극이될 수 있지만,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리더십 전술로는 빵점이다"고 말한다. 
그런 상하 관계가 아닐지라도 과유불급의 원칙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정의로운 분노마저 역효과를 내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P297

어떤 방법을 쓰건 문제의 핵심은 분노를 조절하거나 
관리할 수있느냐는 것이다. 감성지능의 저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보스가 교묘하게 의도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효과적인 자극이될 수 있지만,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은 리더십 전술로는 빵점이다"고 말한다. 그런 상하 
관계가 아닐지라도 과유불급의 원칙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정의로운 분노마저 역효과를 내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P297

누구를 위한 분노인가? 지도자에겐 이게 가장 중요하다. - P297

지도자의 분노는 국민을 위한 분노여야 한다. - P298

‘무엇‘, ‘왜‘, ‘어떻게‘ 가운데 어떤 게 가장 중요한지를 놓고 
많은 이가 말을 남겼다. 물론 정답은 없다. 각 분야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왜‘가 아니라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글쓰기와 관련된 조언이다.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1970년대 이후 사회과학에서 ‘왜‘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어떻게‘라는 
물음만 남았다"고 개탄했는데진보적 사상가들은 대체적으로 ‘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임상심리학자 에른스트 푀펠은 "항상 모든 것에 
‘왜‘라고 질문하는 이성에 대한 중독증은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니라면 편협함의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회가 아닌 개인적 차원의 조언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 P299

이렇듯 분야나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유불급의 원리다. ‘무엇‘, ‘왜‘, ‘어떻게‘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게 좋다는 뜻이다. 
‘무엇‘이나 ‘왜‘를 앞세우더라도 어떻게‘에 실패하면
 ‘무엇‘이나 ‘왜‘의 의미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학문 세계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과 씨름을 해야 하는 
정치 ·행정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물론 정치·행정에도 
가치와 비전이 필요하므로 ‘무엇‘과 ‘왜‘를 중시해야 하지만, 
‘어떻게‘에 실패하면 ‘무엇‘과 ‘왜‘는 의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 P300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무엇‘과 ‘왜‘의 관점에서 보자면정의롭고 아름다웠다. 누가 감히 문재인 정권의 선의를 의심할 수있으랴. 그러나 선의만 흘러넘쳤을 뿐 ‘어떻게‘에선 믿기지 않을정도로 무관심했고 무능했다. 부동산 정책은 일단 ‘욕망에 불타는 시민‘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도 그런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전제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역효과‘를 예방하거나 최소한으로줄일 수 있다. 이건 대단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상식 중의 상식이 아닌가? 그러나 ‘선의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권엔 그런 상식이 없었다. - P301

문재인 정권이 협치를 거부한 이유도 ‘무엇‘과 ‘왜‘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무엇‘과 ‘왜‘는 가치와 비전의 
영역이므로 협의대상이 되기 어렵다. 

협치는 사실상 ‘어떻게‘의 영역에서 작동할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이나 일자리 등과 같은 민생 문제는 
대부분 ‘어떻게‘와 관련된 것이다. ‘어떻게‘에도 이념과 
가치가 끼어들순 있지만,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한 것들에 숨어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디테일의 완성‘을 위해선 귀를 활짝 
열어야 하며, 특히 반대편의 의견을 경청해야만 한다. - P301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린 것도 그렇다.
어떻게 기존 공무원 조직 문화를 민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게끔개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적극 논의해야 하건만, 그런 이야기는전혀 들을 수 없었다. 이 또한 ‘어떻게‘를 무시하는 버릇 탓이다.
의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큰 정부‘와 ‘공공부문 강화‘가 ‘어떻게‘
에서 실패하면 ‘작은 정부‘와 ‘시장 만능주의‘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꼴이 되고 만다. 문재인 정권이 ‘무엇‘과 ‘왜‘에 경도된 만큼의도적으로 ‘무엇‘과 ‘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여겼어야했건만, 문재인 정권은 끝내 그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게바로 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 P302

‘풀뿌리‘를 집어삼킨 ‘인조 잔디‘

"그들이 벌인 행사들은 상습적으로 그런 일들을 해온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풀뿌리 운동이다. 
폭스뉴스의 전폭적인 홍행 지원도 한몫 거들고 있잖은가?"  - P303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2009년 4월 12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당시 주요 이슈였던 우익 포퓰리즘 
운동인 티파티 TeaParty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말이 시사하듯이, 미국에선 ‘풀뿌리‘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자주 벌어진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팬덤‘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에 시시하는 바가 크므로, 그 논쟁의 전말을 
살펴보기로 하자. - P303

묻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광업자에겐 그야말로 
거저먹는횡재나 다를 바 없었다. 미국에서 정치인이 grass 
roots를 강조할 땐 자신이 "흙의 아들son of the soil"
이라는 의미였지만, 그건 농업 중심 시대의 이야기고 
오늘날엔 일반 서민층으로 간주된다. 서민층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밑에서 위로‘의 변화 
방식을 취할 때에 그런 운동을 가리켜 grass roots 라는
말을 많이 쓴다. - P303

한때는 groundswell(대중적 지지, 여론 등의 고조)이라는 말도 쓰였으나, 이 단어는 이젠 grass roots로 흡수된 
느낌이다.

groundswell은 먼 곳의 폭풍이나 지진 등에 의해 
일어나는 큰파도 등과 같은 여파를 말하는데, 
이것을 비유적으로 grass roots와 비슷한 개념으로 썼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쓰나미 tsunami로 볼수 있는 
groundswell은 파도와 달리 전혀 감지할 수 없는데, 
이런 특성이 여론의 고조나 비등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 P304

1962년 법무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가 동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을 때 뉴스위크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 정책을 일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게끔 하려고 애를 썼다 He soughtto make US. policies understandable at the tice-roots level."

rice-roots는grass roots의 의미를 살리면서 쌀농사로 
먹고사는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재치 있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 P304

grass roots는 미국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인지라 
정치적 좌우를 막론하고 이 말을 즐겨 쓴다. 

200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되어 주지사로 변신한 할리우드 
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이미 정계 진출을 결심한 
2001년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세상에서 실현된 모든 좋은 아이디어는 풀뿌리 조직에서 나왔다는게 나의 신념이다." - P304

유행에 민감한 의류업자들은 grass roots가 호감을 받는 단어라는 점을 놓치지 않고 공략한다. 예컨대, 젊은 전문직을 위한의류 아웃렛인 바나나리퍼블릭은 1986년 가을 카탈로그에서 자사 제품이 "풀뿌리 감수성grass-roots sensibility"이 뛰어나다고 선전했다.  - P305

미국에서 grass roots 와 대비되는 용어는 인조 잔디의 상표명인 Astro Turf다. Astroturf로도 쓰며, Astroturfing이라고도 한다. 1966년에 나온 것으로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중심지인텍사스주 휴스턴에 세워진 실내 스포츠 경기장 Astrodome에최초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astro라는 이름이 붙었다. Astro Turf는 비유적으로 관제 또는 특정 세력의 지원과 부추김을 받아 움직이는 ‘사이비 grass roots‘로 보면 되겠다. - P305

오늘날 종이 편지는 이메일로 바뀌었는데, Astro Turf라고 하면 연상되는 게 바로 로비성이메일 공세다. 바로 이런 공세 때문에 미 의회가 매년 받는 이메일은 8,000만 건에 이르렀던바,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 의회가 그런 이메일을 아예 무시하기로했기 때문이다.  - P306

2009년은 앞서 소개한 폴 크루그먼의 주장처럼 티파티가
 ‘풀뿌리‘냐 ‘인조 잔디‘나를 따지는 논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2009년4월 15일 민주당 소속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는 
티파티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건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있기 때문에
 ‘풀뿌리운동‘이 아니라 ‘인조 잔디‘다. 미국의 부유층이 
다수 중산층 대신 자기들의 감세 혜택을 누리는 데 초점을 
맞춘 ‘인조 잔디 운동‘인 것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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