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사론과 의사결정론

인간관에 있어서 구파의 자유의사론과 신파의 
의사결정론은 형법학에서 뿐만이 아니라 철학, 신학, 
윤리학, 심리학 등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고구(考究)해 
온 주제로서 아직도 다툼이 있다.

절대적 자유의사를 인정하는 구파의 입장은 구체적인 
범죄에 있어서 인간이 소질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점에서 비판을받고 있다. 
또한 신파는 인간이 숙명적으로 결정되는 측면만을 보고, 
오로지본능의 지배를 받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충동을 
억제하고 자신의 가치관에따라 행위를 조종할 수 있으며 
목적과 의미를 추구하는 주체적 존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P72

자유의사를 둘러싼 이제까지의 방대한 연구성과를 돌이켜 보면, 증명될 수없는 문제를 가지고 과도한 연구의욕을 
보이는 것은 비생산적인 관념론에 도취할 염려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따라서 엄밀한 증명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상대적인 범위 내에서" 인간의 자유의사를 책임론의 
출발선상에 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고 
또한 필요하기도 하다. - P72

인간은 소질과 환경의 "제약"을 받기는 하지만 "결정" 
되지는 않는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소질과 환경의 제약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여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질 줄 아는 주체적 존재이다.

- P72

자유와 책임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자유없는 책임은 없다" 라는 명제는 형법에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절대적 자유의사가 아니라 
"상대적 자유의사"가 인정된다고 하겠다(상대적 자유의사론, 연성결정론(軟性決定論, soft determinism)). - P72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역사적으로 보아 객관주의는 계몽사상의 개인주의 · 
자유주의를 신봉하여 국가형벌권의 제한과 인권보장을 
목표로 하였으나, 개인의 자유보장을 중시한 나머지 
형법의 사회방위기능을 소홀히 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반하여 주관주의는 사회위주의 전체주의사상에 
기초하여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에 치중한 나머지 
개인의 자유보장을 위태롭게 한 문제점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범죄는 객관적 요소와 주관적 요소의 양자가 
결합되어 있는것이므로, 범죄에 대한 기본관념도 객관적 
요소인 행위 및 결과와 주관적 요소인 범죄의사 및 
반사회적 성격을 종합한 가운데 제시되어야 할 것이고, 
두요소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고 
하겠다. - P72

응보형주의와 목적형주의 및 결합설

응보형주의와 목적형주의, 그리고 일반예방주의와 
특별예방주의는 각각 형벌의 본질과 목적을 밝힘에 
있어서 어느 일면만을 강조한 단점이 있으므로, 
오늘날에는 두 학파의 대립을 지양하고 그 장점을 
결합하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형벌은 그 본질상 범죄에 대한 홍보로서 책임주의는
 ‘범죄행위‘에 상응한 책임(행위책임)을 요청하고 있고, 
또한 정당한 형벌이란 범죄와 행위책임에 상응한 형벌을 
의미한다. 형법의 자유보장적 기능은 행위책임을 
한도로 할 때 지켜진다는 점에서 구파의 장점이 있다. 

행위자의 범죄적 위험성을 근거로 한 성격책임
(행위자책임)과 사회방위만을 목적으로 
한 형벌은 은연중에 과잉처벌로 나아갈 위험성을 안고 있다.
- P73

그렇지만 형벌은 형벌 그 자체로 끝나서는 안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목적에 기여할 때에 
비로소 그 실천적 의의가 있는 것이므로, 행위책임을 
한도로 해서 이번에는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이라는 
신파의 형벌목적과 접목되어야 한다.

입법자나 법관 · 검사 · 교도관과 같은 법집행자는 
일반인의 범죄예방과 범죄인의 교정을 위하여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형벌수단인가 하는 합목적성의 검토에 
항상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자면, 정당한 형벌이라는 관점에서 
행위책임(응보형주의)을 형벌의 ‘상한‘으로 하고, 
‘효과적인 형벌이라는 관점에서 일반예방목적과 
특별예방목적(목적형주의)을 형벌의 ‘하한‘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절충적 입장을 결합설(또는 합일설)이라고 하여, 
현재 다수의 학자가 지지하고 있다. - P73

현행형법의 입장

형법학파의 대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서히 
약화되고 두 학파를절충해야 할 이론적 필요성도 깨닫게 
되어, 오늘날은 그 대립이 거의 종식된 단계에 이르렀고 
역사적 의의로서 반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두 학파가우리에게 범죄와 형벌에 대한 기본관념을 
심어 주고 개별적 형법문제의 해결을 지도하는 형법사상을 제공해 준 근본적 의의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현행형법도 ‘절충적‘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객관주의
(응보형주의)에 입각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광범위하게 주관주의(목적형주의)를 도입하고 있다. - P74

현행 형법이 단순한 범죄의사나 행위자의 위험성만에 
대하여 처벌하지 않고, "..…행위를 한" 자를 요건으로 
하여 처벌하는 것은 행위형법, 즉 객관주의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예비 • 음모를 
처벌하는 것은 주관주의에 가까운 태도이다. 

특히 현행형법이 미수범에 대하여 기수범과 구별하고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객관주의적 표현이고, 
미수범의 처벌을 기수범의 형에 대해 필요적 감경이 
아니라 임의적 감경사유로 한 것은 주관주의적 표현이다. - P74

형벌론에 있어서도 현행 형법이 형의 선고유예제도와 
집행유예제도, 가석방제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 수강명령과 같은 보안처분제도, 누범가중, 상습범가중, 
양형 조건의 참작, 작량감경 등을 규정한 것은 
‘특별예방주의‘를 광범위하게 도입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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