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절 형법의 적용범위(효력)
형법의 적용범위에 관한 문제는 ① 어느 시점의 행위에 대하여 (시간적 적용범위) ② 어느 장소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하여 (장소적 적용범위) ③ 누구에게(인적 적용범위) 형법이 적용되는가 라는 각도에서 제기된다.
형법의 적용범위는 바로 형법의 법률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효력범위)를 의미하므로, 시간, 장소, 사람이라는 세 가지 대상영역에 따라 각각 시간적 효력, 장소적 효력, 인적 효력의 문제로 바꾸어 볼 수도 있다.
형법의 적용범위는 형법 제1조 내지 제7조와 부칙에 규정되어 있다. - P75
시간적 적용범위
1. 원칙: 행위시법주의(구법주의)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는 원칙적으로 형법이 효력을 발생한 날로부터 폐시(실효)되기까지이다. 즉 이 기간에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 형법이 적용된다.
문제는 ‘행위시의 형법‘(행위시법,구법)과 ‘재판시의 형법" (재판시법, 신법)이 다른 경우에 제기된다. 이는 범죄행위시와 재판시 사이에 형법의 ‘개폐(改廢)‘ 가 있을 경우에 어느 형법을 적용하여 재판할 것인가 하는 시제형법의 문제로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에 관하여 행위시법주의(구법주의)와 재판시법주의 (신법주의)가 대립할 여지가 있으나, 형법에 있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소급효금지원칙‘에 따라 재판시법의 소급적용이 금지되고 ‘행위시‘의 형법이 적용됨이 원칙이다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
행위시에는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가 재판시법에서는 범죄가 되는 경우라든가, 행위시법에 비하여 재판시법의 형벌이 더 무거운 경우에는 결코 재판시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우리형법도 행위시법주의를 원칙으로 하여, 제1조 제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따른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 P75
(1) 법률이 변경되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
행위시법에 의하면 범죄로 성립하였던 행위가 재판시법에서는 더 이상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에 해당하여, 법원은 ‘면소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문제된 행위가 행위시법에 따르면 처음부터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죄판결을 선고함이 당연하지만, ‘행위시법에 따르면 범죄를 구성하되‘ 재판시법에 의할 때 비로소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그 법적 취급을 달리함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형법 제1조 제2항에서 "범죄"라 함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종료 후를 의미한다. 따라서 실행행위 후의 결과발생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1개의 행위가 형법의 시행 전후에 걸쳐서, 즉 신 · 구 양 형법에 걸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형법의 시행 이후에 행한 것으로 본다. - P76
(가) 법률의 변경의 해석
"법률의 변경" 이란 문구에서의 법률은 총체적 법률상태로 해석해야 한다. 즉 형식적 의의의 법률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명령, 규칙, 조례, 백지형법에서의 충전규정 등을 포함하는 의미이며, 법률도 형법만이 아니고 실체법으로서의 형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법률을 포함한다.
그러나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변경은 법률의 변경에 포함되지 않는다. - P76
(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재판권의 행사‘로 형벌법령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는 형법 제1조 제2항에서의 ‘법률의 변경‘에 포함되지 않는다. - P77
법령의 효력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사법작용)는기본적으로 헌법 또는 법령에 대한 ‘해석‘에 지나지 않으므로, (광의의) 입법권의 행사(입법작용)로 이루어진 법률의 변경 범위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언하자면, 법‘해석‘에 따른 법률의 변경과 법‘ 정립‘ ( 입법)에따른 법률의 변경은 구별해야 한다. - P77
이 구별 실익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상실된(위헌 무효가 된) 형벌법규를 적용하여 기소된 형사사건은 면소판결이 아니라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는 점(판례), 그리고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재심청구(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 제5항)가 가능하며, 재심관할법원의 무죄판결을 전제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 P77
현재의 위헌결정에 따른 형벌법규의 효력상실은 ‘소급효‘를 갖는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은 2014년 5월 20일의 개정에서 제47조 제3항을 신설하면서, 그 단서로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 단서규정을 신설한 ‘취지는 ‘헌법재판소가 형벌법규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한 경우에 그 소급효를 인정하되, 헌법재판소가 종전에 당해 형벌법규에 대하여 합헌으로 결정하였던 적이 있다면 합헌결정 이후에 한하여 소급효가 미치도록 함으로써, 종래의 합헌결정 이전의 확정판결에 대한 무분별한 재심청구를 방지하고 합헌결정에 실린 당대의 법감정과 시대상황에 대한 고려를 존중하려는 것에 있다. - P77
합헌결정이 있기까지의 시대상황과 국민의 법감정은 문제된 행위를 ‘범죄시‘하였으나, 이제 위헌결정이 내려진 시점에서의 시대상황과 범감정은 더 이상 범죄시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즉 ‘비범죄시‘되는 까닭에 소급효의 ‘제한‘을 가르는 시점을 합헌결정일 전후로 규정한 것이다.
이 단서규정이 신설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형벌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리는 데가질 수 있는 부담, 무엇보다도 과거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들이 광범위하게 재심과 형사보상을 청구할 우려가 있다는 부담이 대폭 덜어지고,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에 보다 적극적 자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따라 간통죄처벌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2015년 2월 26일에 선고된 바 있다. - P78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른 형벌법규의 효력상실의 ‘소급효‘가 종래 합헌결정이 있었기에 ‘제한되는 경우에 종래 있었던 합헌결정일 다음 날 ‘이후에‘ 범해진 행위에 대하여는 ‘무죄판결‘이 선고되고, 당해 행위가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피고인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재심관할법원의 무죄판결을 전제로 ‘형사보상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합헌결정일 ‘이전에‘ 범해진 행위에 대하여는 ‘유죄판결‘이 선고되며, 이미 선고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가 불가능함은 당연하다.
종래 합헌결정이 내려진 적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전면적으로 인정되어 당해 행위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든가 재심청구가허용된다. - P78
(2) 법률이 변경되어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재판시법의 형이 행위시법의 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된다. 재판시법에서 형이 무거워진 경우라든가 형의 경중에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제1항에 의하여 행위시법이 적용된다. - P78
범죄 후 법률의 변경이 여러번 있은 까닭에 행위시법과 재판시법 사이에 ‘중간시법‘이 있는 경우에는 모든 법을 비교하여 행위자에게 가장 유리한 법, 즉 가장 가벼운 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때 재판시법주의는 ‘행위자에게 가장 유리한 법의 우선 적용의 원칙‘으로 넘어간다. - P79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 에 있어서의 ‘형‘은 법정형을 의미하고, 형의 ‘경중‘은 형법 제50조에 의거한다. 그리고 형의 경중은 주형(主刑)뿐만 아니라 주형이 동일한 경우에는 몰수와 같은 ‘부가형‘까지도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P79
(3) 한시법의 문제
형법 제1조 제2항의 재판시법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한시법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 P79
(가) 한시법의 개념
「한시법」이란 개념은 협의로는 "미리 일정한 유효기간을 명시하여 제정한 법률"을 말하고, 광의로는 "목적이나 내용상 일시적 사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 즉 임시법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전자의 예로는 1988년의 올림픽기간시위금지법이 있고, 후자의 예로는 국가적 위기에 발해지는 대통령의 긴급명령 (헌법 제76조)이 있다.
이학설의 지배적 태도는 한시법을 협의로 국한시키고자 하지만, 판례는 후술하는 동기설의 입장에서 광의의 한시법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은 한시법의 개념파악에 있어서의 광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1조 제2항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특히 후술하는 바와 같이 한시법의 추급효를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에 선다면, 한시법을 광의로 파악하든지 협의로 파악하든지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 P79
(나) 한시법의 효력
행위시에 발효중인 한시법에 의하면 범죄였던 행위가 재판시에는 한시법이 실효되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르지 않고 재판시에까지 행위시법인 한시법의 추급적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 한시법이론의 논의대상이 되어있다.
그런데 한시법의 효력에 관하여 형법 또는 한시법 자체에 유효기간 중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추급효를 인정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형법과 같이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 이론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러한 명문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위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이론을 ‘한시법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할것이냐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 P79
추급효 인정설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고자 하는 견해의 논거로는 ① 한시법이 실효된 후에 추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효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위반행위가 속출할 우려가 있어서 법의 목적과 위신을 유지할 수 없으며, ② 행위시에는 처벌규정이 있고 행위의 범죄성과 반윤리성도 엄연히 존재하므로 재판시까지 추급효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것은 아니라는 점이 제시된다. - P80
동기설
동기설은 법률이 변경된 동기, 한시법이 실효된 동기를 분석하여 그 동기에 따라 추급효의 인정 여부를 결정하려는 견해이다. 법률변경의 동기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있으면 행위의 가벌성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고, 그 동기가 "법적 견해 내지 법률이념의 변경" 에 있으면 행위의 가벌성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추급효를 부정함으로써 처벌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로 말미암아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행위시에 이미 유효한 처벌규정이 있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동기설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동기설을 취하고 있다. - P80
추급효 부정설
한시법의 추급효를 부정하는 견해(다수설)의 논거로는 ① 한시법의 효력상실도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해야 하고, ② 우리 형법에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없기때문에 당연히 제1조 제2항을 따라야 하는데 만일 이를 따르지 않고 행위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며, ③ 추급효를 인정하지않는다면 실효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위반행위가 증가하여 법의 실효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은 정책적 이유일 뿐이지 형법적 이유는 될 수 없으므로 왜곡된 법해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 P82
결론
한시법이론에 있어서도 법해석상 뛰어넘어서는 안될 한계는 죄형법정주의이다. 따라서 우리 형법에 한시법의 추급효를 인정하는 명문규정이 없는 이상, ‘해석론‘으로써 형법 제1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여 행위자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본다.
행위시에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와 무관한 법규범 본질론의 문제라는 반론이 있지만, "형법 제1조 제2항에 대한 위반"으로서의 죄형법정주의 위배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시법에 대하여는 형법 또는 단행 법률에서 ‘형법 제1조 제2항의적용을 배제한다‘는 명문규정을 둔다면, 위와 같은 논의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입법적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동기설에 있어서 사실관계의 변화와 법적 견해의 변경이라는 동기의구별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그 구별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해 형사사건의 정치적 성격이 강할수록 법관의 자의에 맡겨질 위험이 큰 학설이라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한시법의추급효를 부정하고 형법 제1조 제2항을 예외없이 적용하는 해석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 P83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
형법 제1조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이 확정되었으므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한 유죄판결 자체는 그대로 유효하지만, 형이 확정된 자와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 사이에 공평을 기하기 위한 취지에서 형확정자에 대하여 형의 집행만을 면제하는 것이다. - P83
(5) 관련문제
(가) 백지형법(白地刑法)
백지형법이란 하나의 조문에 구성요건과 형벌을 모두 규정하고 있는 완전형법에 대칭되는 개념으로서, 예컨대 형법 제112조(중립명령위반죄)와 같이 "일정한 형벌만을 규정하고 형벌의 전제가 되는 구성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법률이나 명령 또는 고시와 같은 행정처분에 위임하고 있는 형벌법규"를 말한다. 공백형법이라고도 하며, 백지형법의 공백을 보충하는 규정을 보충규범 또는 충전규범이라고 한다. 백지형법은 행정형법, 특히 경제형법의 영역에 많이 존재한다. - P83
그런데 백지형법에 있어서 보충규범만이 개폐되는 경우를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그리고 이를 긍정하는 경우에도 추급효를 인정할 수 있느냐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다. - P84
① 첫째 견해에 의하면, 보충규범의 개폐는 형벌의 전제인 구성요건의 내용의 변경으로서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동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행위시법에 의하여 처벌된다고 한다(전면적 처벌설). - P84
② 둘째 견해에 의하면, "법률의 변경"은 구성요건과 분리해서 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보충규범의 개폐로 인한 구성요건의 변경이 있으면 법률의 변경도 있는 것이고, 만일 보충규범이 폐지된다면 제2항이 적용되어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하고 보충규범의 추급효도 부정하고자 한다(전면적 면소설: 다수설). - P84
③ 셋째 견해에 의하면, 보충규범의 개폐는 당연히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지만 한시법이론에 의하여 보충규범의 추급효를 인정하고자 한다(한시법의 추급효 처벌설). - P84
④ 넷째 견해에 의하면, 보충규범의 개폐가 구성요건을 정하는 법규 자체를 변경시키는 경우에는 "법률의 변경"이 되지만 단순히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면이 변경되어 법규내용의 변경을 초래한 경우에는 법률의 변경이 아니며, 전자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부정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인정하고자 한다(구분설). - P84
⑤ 형법 제1조 제2항에서 법률의 변경이란 ‘총체적 법률상태‘의 변경을 의미하므로 보충규범의 개폐도 당연히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며, 전술한 바와 같이 한시법의 추급효를 부정하는 결론에서 보자면 ②의 견해가 타당하다고 하겠다. - P84
(나) 고시의 변경
경제통제법령에 있어서 처벌법규가 백지형법으로 규정되고 그 공백을 충전하는 보충규범은 행정처분의 일종인 고시인 경우가 많다. 이 때 고시의 변경이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에 해당하느냐 하는 논의가 있다.
- P84
동조항의 "법률"은 ‘총체적 법률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형식적 의의의 법률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법률보다 하위에 있는 행정처분도 포함되므로, 고시의 변경은 당연히 동조항의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고시의 변경은 백지형법에 있어서 보충규범의 변경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재판시에 고시가 폐지되었으면 고시의 유효기간 중의 위반행위는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되어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 P85
장소적 적용범위
형법은 어떠한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적용될 것인가라는 문제에있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입법주의가 있다.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에 관한 규정을「국제형법」 이라고 하는데, 국제형법의 성격은 국제법이 아니라 국내법이다. - P85
1. 속지주의(屬地主義)
속지주의는있가의 영역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하여 범죄인의 국적에 관계없이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자국의 영역에는 영토, 영해, 영공이 포함된다. 그리고 속지주의의 연장으로 기국주의가 있다. 기국주의는 국외를 운항중인 자국의 선박이나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인데, 속지주의의 특별한 경우로 이해된다.
속지주의는 국가주권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소송경제상의 장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국가가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입법주의이다. 그러나 국외에서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형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문제점 때문에 다른 입법주의에 의한 보완을 필요로 한다. - P85
2. 속인주의(屬人主義)
속인주의란 자국민범한 범죄에 대하여는 범죄지의 여하를 불문이하고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국적주의 (國籍主義)라고 할 수도있다. 속인주의에는 자국민의 외국에서의 범죄 일반에 대하여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적극적 속인주의와 외국에서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을 해하는 자국민의 범죄에 대해서만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소극적 속인주의가 있다.
그런데 속인주의만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자국 내에서 자국민에게 피해를주는 외국인의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단점이 있고, 외국에서 범죄를 범한 자국민은 속인주의에 따른 자국 형법을 적용받는 이외에 외국의 속지주의에따른 외국형법의 적용도 받게 되는 형법적용의 충돌, 그리고 이중국적자도 두국가의 형법적용을 받게 되는 형법적용의 충돌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 P85
3. 보호주의(保護主義)
보호주의는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칙을 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죄지와 범죄인의 국적에 관계없이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실질주의라고도 한다. 보호주의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보완하는 장점이 있으나,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칙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자국형법을 적용하기때문에 외국과의 마찰이 생길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호주의의 대상이 되는범죄의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입법례도 있으며, 국제협약에 의하여 조절하기도 한다. - P86
4. 세계주의
세계주의란 범죄지와 범죄인의 국적 여하를 불문하고 인류공동의 법익을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세계가 연대하여 대처하고자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인류공동의 법익을 해하는 반인도적인 범죄로는 마약거래, 해적, 인신매매, 인질, 통화위조, 테러행위, 항공기납치 등이 있다. - P86
중국민간항공기 납치사건 :
[판시사항]
가. 외국인에 의한 국외에서의 민간항공기 납치사건에 대한 아국(我園)의 항공기 운항안전법 적용 여부.
[판결요지]
가. 항공기 운항안전법 제3조, ‘항공기내에서 범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 (토오쿄협약) 제1조, 제3조, 제4조,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 (헤이그 협약) 제1조, 제3조, 제4조, 제7조의 각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민간항공기 납치사건에 대하여는 항공기등록지국에 원칙적인 재판관할권이 있는 외에 항공기 착륙국인 우리나라에도 경합적으로 재판관할권이 생기어, 우리나라 항공기 운항안전법은 외국인의 국외범까지도 적용대상이 된다" (대판 1984. 5. 22, 84 도 39). - P86
5. 현행형법의 입장
현행형법은 장소적 적용범위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속인주의와 보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세계주의를 명시한 규정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관련규정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P87
(1) 속지주의의 원칙
형법 제2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한다"라고 하여 ‘속지주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죄를 범한"이라고 하는 것은 범죄의 행위나 결과 중 그 어느 것이 대한민국영역 내에서 발생하여도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형법 제4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여, 속지주의의 연장으로서 ‘기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 P87
(2) 속인주의와 보호주의에 의한 보충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여 ‘속인주의‘를 보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 P87
속인주의에 따라 내국인의 국외범에 대하여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만, 행정형법의 경우에그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내국인의 국외범을 처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있다.
"판결요지:의료법의 목적,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 독점을 허용하는 입법취지 및 관련 조항들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의료법상 의료제도는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체계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27조 제1항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는 사람에게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을 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내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27조 제1항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 (대판 2020. 4. 29, 2019도19130). - P87
그리고 형법 제5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 외에서 다음에 기재한 죄를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국기에 관한 죄, 통화에 관한 죄, 유가증권 · 우표와 인지에 관한 죄, 문서에 관한 죄 중 제225조 내지 제230조, 인장에 관한 죄 중 제238조"라고 규정하고, 제6조에서는 단,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외국인의 국외범이라도 ‘보호주의‘에 입각하여 우리 형법을적용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 P87
형법 제5조, 제6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외국인이 외국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는 형법 제5조 제1호 내지 제7호에 열거된 죄를 범한 때와 형법 제5조 제1호 내지 제7호에 열거된 적 이외에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죄를 범한 때에만 대한민국 형법이 적용되어 우리나라에재판권이 있게 되고, 여기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죄를 범한 때"라 함은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법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야기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형법 제234조의 위조사문서행사죄는 형법 제5조 제1호 내지 제7호에 열거된 죄에 해당하지 않고, 위조사문서행사 행위를 형법 제6조의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법칙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캐나다 시민권자인 피고인이 캐나다에서 위조사문서를 행사한 행위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에 재판권이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형법 제6조 본문에 의하여 외국인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범죄를 저지른 경우 우리 형법이 적용되지만, 같은 조 단서에 의하여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고, 이 경우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증명에의하여 검사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대판 2011. 8. 25. 2011도 6507). - P88
법인 소유의 자금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ㆍ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표자등은 법인에 대한 관계에서 자금의 보관자 지위에 있으므로, 법인이 특정 사업의 명목상의 주체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그 명의로 자금 집행 등 사업진행을 하면서도 자금의 관리처분에 관하여는 실질적 사업주체인 법인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면서 특수목적법인 명의로 보유한 자금에 대하여 현실적 지배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체인 법인의 대표자 등이 특수목적법인의 보유 자금을 정해진 목적과 용도 외에 임의로 사용하면 위탁사인 법인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는 법인의 대표자 등이 외국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내국 법인의 대표자인 외국인이 내국 법인이 외국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 위탁해 둔 자금을 정해진 목적과 용도 외에 임의로 사용한 데 따른 횡령죄의 피해자는 당해 금전을 위탁한 내국 법인이다. 따라서 그행위가 외국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가 아니라면 그 외국인에 대해서도 우리 형법이 적용되어 형법 제6조), 우리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 (대판 2017. 3. 22, 2016도17465) - P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