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사람 편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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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민화(네트로어)를 통해 누군가의 메일로 시작된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처음 알았다. 본 책은 이미 절판된 책이기에 도서관을 통해  읽었다. 어디선가 이 책의 추천을 보고 궁금했기도 했으나, 이 책의 시작이 메일을 통해 덧붙여진 것일 줄이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전세계가 100명의 사람이라면, 인종/성별/국가별등등 다양한 기준을 놓고 실제 전체 인구 비율에 맞춰 인원수를 설명한다. 그림과 함께.
100명이라는 인원은 우리가 추측 가능한 수치다. 아. 이정도면 100명쯤 되겠구나라고. 그 인원안에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다는 점은 전체 인구수에 맞춘 비율임에도 보다 구체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
그리고 1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는 타자화되지 않으며, 나의 일상 깊숙히 다가온다.
그렇기에 빈사나 영양부족 인구가 내 곁의 누구일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은 나에게 넘쳐나는 것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보다 가깝게 느끼게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먼나라 이야기가 내 곁의 누구라고 인식하게 하고, 그렇기에 내가 아는 누구라는 것은 경계심보다는 친숙함으로써 타자를 바라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달까.
100이라는 숫자는 너와 나를 가르지않고, 우리라는 테두리안에서 각자를 바라보게 한다. 그렇기에 색으로 표기된 숫자는 결국 책의 표지처럼 모두라는 대상으로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우리'가 된다.

전세계 인구를 놓고 축소화 된 비율로 100명의 사람을 구분한 책이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혐오가 아닌 공감으로 바라보게 하고, 나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기에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식량부족/식수부족/내란 등이 새삼 달리 보이지 않게 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다시 떠올랐다.

혐오가 짙어지고, 양극단으로 나뉘는 요즘.
무엇보다 필요한 책.
나와 타인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지금이기에.

"먼저 당신이 사랑하세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당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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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적인 경제학 - 당신이라는 자산을 지키는 자본주의 생존 교양
최재용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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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개인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라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현재..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세상에 돈은 정말 많은 것 같은데, 대체 왜!!!! 나는 왜 돈이 없는가.. 그렇다고 내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나의 주머니는 이토록 빠듯한 것인지ㅠ(사실 한탄이다..)
그래서 최근 경제 관련 책을 몇 권 읽으며 든 생각은 내가 정말 경제의 'ㄱ'자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였다.(이건 매번 읽으면서 매번 하는 생각인데,, 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나와 관계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 채권이니 달러니 금리니 이런 말들이 '나'라는 사람이 가진 돈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가 연동 지어지지 않는 다는 느낌이랄까.
그러던 중 이 책의 제목 중 "사적인"이라는 말이 내 눈에 띄었다.

책은 오랫동안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던 저자가 경제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놓은 책이라고 한다.(사실 그렇기엔 그래프랑 숫자가 ㅠㅠ 천상 문과인 나로써는 그래프와 저자의 설명을 꽤나 여러번 읽었다는 것은 안비밀..) 그래도 다른 경제학 책과는 달리 이론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물건, 시장, 가격 등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1장. 가치에 대한 이야기.
나라는 가치. 즉 내가 선택하는 무엇에 따라 얻어지는 이익과 포기되는 가치의 차이에 따라 내가 얻는 이윤의 측면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의 비용을 최대한으로 얻기 위해 나의 가치에 무엇을 어떻게 가치를 극대화 시켜야 하는 지를 경제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고,, 다시 생각하게했던 2장. 
2장은 전략이다. 실제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나라는 상품을 놓고 내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또는 내가 시장안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어떻게 전략을 세워야하는지, 그리고 손익 계산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화폐라는 것의 시간가치를 포함하여. 
내가 놀라웠던 점은 이 챕터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부분이였다. 
'레버리지란 다른 사람의 돈을 지렛대 처럼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행위를 말한다' p.123
이 챕터는 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파트는 빚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총 자산에 차지하는 부채 비율을 줄일 수도 물론 늘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사실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고 있기에 놀라웠던 걸까. 특히나 최근 활황의 주식시장에 빚내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로 인해  좀더 생생하게 다가와서 였을까.. 나는 완전 소심한 인간이라..

3장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 즉 경제 돈과 맞물린 시점에서인간은 어떻게 행동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랄까. 
흥미로운 부분은 손실 앞에서는 최소한의 손실을 위해 모험을 하지만 이익 앞에서는 극대화된 이익보다 확실한 이익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손실회피를 위한 모험을 선호한다는 측면은 떨어지는 주식에 물려 오도가도 못하는 나를 말하는 것일까.ㅠ 역시나 이익이 주는 기쁨보다는 손실이 주는 고통이 2배정도 크다니.. (3장이 눈에 확 들어온건 나의 케이스가 맞물려서 였는지도.ㅠ)
이 파트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은 "현금 흐름" 부분이다. 내가 지금 버는 돈이 지금만을 위한 돈은 아님을, 그렇기에  나라는 상품의 재무제표를 구성함에 있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손익계산서를 만들 때는 가장 '보수적'으로 해야 최악을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별도의 파트이지만 인플레이션을 통한 돈의 가치 변동을 읽다보면 지금의 경제가치와 미래의 경제가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전세"라는 제도가 다시 보였다. 꽤나 큰 목돈이 어떤 경제적 이익도 없이 누군가에게 맡겨놓은 상태라는 것이 인플레이션과 맞물릴 때 얼마나 큰 손실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전세와 월세에 대해 가졌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반전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4장은 그런 우리에게 그렇다면 나라는 상품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 운용 측면을 설명한다.

 나를 파악하고, 지금 시장이 향하는 곳이 어디이며,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쥘 수 있는 시장의 지혜를 통해 투자에 있어 내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래서 인지 마지막 장에 경제의 용어가 꽤나 등장한다. 하지만 어렵다기보다는 1,2,3장을 통해 4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의 경제용어나 개념은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구나..라는 납득이 들게 했다. 이정도는 알아야 돈의 흐름이 보이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쫓을 수가 있으니까.

뭔가 나와는 거리가 먼듯해 보이는 경제를 나의 자산과 맞물려 '사적으로' 설명해주는 책. 중간 중간 조금은 어려웠지만 어쩌면 안일했던 나라는 사람이 꾸리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제에 대해 좀 더 현실 경제를 맞물려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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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자 - 전쟁, 기만, 생존
이안 부루마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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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시사 라디오에서 평론가가 친일에 대한 범위를 말한 적이 있다. 친일 행위라는 것의 범주를 어느범위까지 볼 것인가의 분쟁이 있었고,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일제 과거청산의 실패 중 하나였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이 책이 떠올랐다. 내 책장에 고이 꽃혀있던 "부역자"
나도 궁금했다. 정말 상위 1%의 친일을 제외하고, 폭넓게  범주를 잡는다면 친일행위란 어디까지일까? 
이안부르마 역시 그 질문에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이 책에는 총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유대인 학살의 가장 정점에 있었던 하인리이 힘러의 맛사지사 였던 케르스텐
만주국의 공주였지만, 일본우익세력의 양녀로 스파이노릇을 했던 요시코(중국 이름은 셴위, 하지만 책에서는 요시코라 일컬음)
네덜란드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을 구해주는 역할을 맡아 그들에게 돈을 받으면서도, 일부는 독일로 유대명단을 넘기기도 했던 바인레프.
저자는 이 3명의 전기를 따라가며, 인간의 다면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덕적 판단은 선악의 정도를 따져야 한다." p.17
어느 인간도 딱 일관된 면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프로파간다, 선동, 전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행위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악만도 반드시 선만도 남지 않는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케르스텐은 의사를 할만큼의 인물이 아니였고, 굵고 큰 그의 손은 마사지사가 되기에 적합했다. 핀란드에서 유행이기도 했고, 실제로 케르스텐의 맛사지는 굉장했었다 한다. 그렇게 힘러에게까지 그 소문이 닿은 그는 그의 개인맛사지사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그 기술을 이용해 독일의 상류층의 인맥을 넓혔다. SS 단원으로 넣어줄 수 있다 했지만, 그는 그것을 거절했다. 독일의 패망이후 그를 나치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으나, 그는 그의 인맥과 당시 그의 주장(유대인을 구했었다는)이 받아들여져 살아 남았다. 어떤 이들은 그가 전형적인 사기꾼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말할정도. 또한 그의 숙적의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 사망한 것도 그의 전적을 숨기는데 한몫했다.

공주였지만 일본 우익의 양녀가 되었던 요시코.
일본의 만주 침공으로 당시 만주국의 왕이였던 부친 숙친왕의 14번째 딸. 중국역시 격동의 순간으로 만주국은 사라지고, 혁명군등으로 혼란스럽던 시기 그들 가족은 일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그렇게 도음을 받은 이가 가와시마 나니와 였고, 숙친왕은 다시 만주국을 꿈꾸먀 포트아서로 향했다. 그렇게 맺게된 인연으로 요시코는 나니와의 양딸이 된다. 사실 표면상 양딸로 보내지긴했으나, "선물"의 의미가 강했다. 숙친왕 자체가 나니와에게 '선물'이라는 단어를 썼으니까. 나니와는 숙친왕이 가진 재력이, 숙친왕의 입장에서는 극우였던 나니와의뒤에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힘을 통해 만주국에 대한 이상을 놓지 못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친목관계였다. 이런 관계속에서 요시코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매끄러운 친목과 자신의 안위였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자신을 늙은 이에게 보낸 노리개 였기에 자신의 성을 버리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인지도.

네덜란드 유대인이였던 바인레프. 개인적으로는 가장 혼란스런 인물이다. 1차세계대전이후 부터, 유럽 전역에 퍼져있는 유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에 가난했고, 쫒겼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외할아버지를 만나 유대인의 현자와 학자 이야기를 배우면서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로 여기게 된다.(이런 그의 인식이 그의 말미까지를 지배한 것을 보면,,) 
네덜란드에 독일군이 진입했을 때, 네덜란드는 시민들이 국가의 정책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특징을 가졌다고 한다. 시민불복종의 행위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유대인 위원회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시민 복종의 상징이였다 말한다. 그들은 독일의 행정부담을 줄이기위해 유대인을 색출하고 유대인이라는 표식을 나타내는 다윗의 별을 달게했다. 유대인 위원회를 구성하는 사람 중에는 교수, 의사, 랍비등이 있었다고 하니..그들이 그런 행위를 했던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위해 또는 나치의 행위를 경감시키기 위해 그랬다고 하나,, 글쎄. 여기서 바인레프는 유대인 위원회를 가장 경멸하였으며, 그들에게 가짜 유대인 명단을 제출함으로써 유대인들이 잡혀가는 것을 막기도 했다. 바인레프가 공직에 나아가게 된 경위는 알려진바가 없으나, 나중에는 유대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을 안전한 해외로 빼돌려주기도 하였으나, 그 위치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위해 독일에 유대인을 넘기기도 했다. 마치 그가 그토록 경멸했던 유대인위원회처럼 말이다.

이 3명의 행적은 이후로도 꽤나 복잡하다.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행적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말그대로 부역행위를 밝혀가는 과정도 복잡하다. 결국은 부역행위의 일부가 드러나 형을 살았던 인물도 있고, 3명중 어쩌면 가장 약자였고 매도되기 쉬웠던 요시코는 사형을 당해야 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머릿말이 이 책의 요시코가 등장할때마다 맴돌았다.
가장 약한고리가 가장 강하게 매도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어쩌면 그녀가 했던 행위의 원인은 그녀에게 있지 않았다. 생존의 방식이였고, 살아남는 다는 것을 배운것이 그것 뿐이였던 그녀는 군중에게 가장 매도되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나는 이 3명의 행적을 읽으며 그들을 이해해주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히 당시 나치나 일본의 잔학한 행위에 대해 자신의 안락함이나 생존을 위해 부역한 면은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 암살의 이정재의 대사가 떠오른다. '몰랐으니까. 독립이 될 줄 몰랐으니까.'라는 말을 대입해보면, 나라면.. 이라는 찝찝함은 왜 드는 걸까.
나라가 어느 편을 강요할 때, 너가 가지는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강요하듯 묻는 다면 나는 과연 저시대에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당신이 지은 죄를 말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 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역시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다. 나치의 부역자들, 일제의 부역자들을 찾고 처단하는 행위 역시 카오스 그 자체였다. 비교적 나치에 대한 청산이 잘 되었다고 평하고 있는 독일에서조차 시대상황은 거짓과 진실이 얽히고, 그에 대한 정치적 행위, 이념, 사상 모든것이 휘몰아치던 시대였다. 어떤 명확한 선이 보이지 않던 시기. 어쩌면 인간이란 모호함위에 서있는 것인건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3명의 삶을 돌아보며, 인간의 다면적 측면에 대해 생각하게한다. 그리고 저자는 진실을 위해 거짓을 당신의 생으로 들이지 않기위해 당신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인간이 가지는 진실성 역시 너무나 상대적이기에 내가 믿는 것이 선인지 악인지 모르는 사회 속에서는 결국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것 아니면 저것. 친구 아니면 적. 이렇게 이분법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의심은 답이 될 수 있을까. 

"책 속 부역자들의 문제는 이들의 기만이, 때로 아마도 거짓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기만이, 결국 자기기만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거짓 속에서 살다보면 흔히 그런 결과를 맞는다." p.439


그들이 했던 살아남기 위해 했던 행위가 자기기만이 되어버렸고, 스스로도 그렇게 믿어버린 세상 속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선택이 옳지 않아도, 결과는 옳을 수 있고, 선택이 옳아도 결과는 옳지 않을 수 있는 사회라면 나는 선택과 결과 중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친일파라는 행위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정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더 많은 고민만을 남겼다.
분명 타자의 일일 때는 명확하게 보였는데, 왜 거기에 '나'를 대입하면 답을 내기 어려운 걸까. 나도 나를 기만하고 있는 걸까. 

"진실 속에 살고 자유로워지는 첫걸음은 바로 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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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지음, 백우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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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AI의 발전속도는 정말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이다. 장강명작가의 “이미 온 미래”를 통해 AI가 직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가는지를 살짝 엿보며, 이미 회사에서 AI의 이용을 통해 업무프로세스가 바뀐 것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무서울 정도. 그런 AI의 발전에 GPU는 빼놓을 수 없다. 엔비디아. 올해 경주엑스포를 뜨겁게 달궜고, 우리나라의 삼성, 하이닉스 역시 그러했다. GPU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회사니까. 궁금했다. 올해 중반에 나온 책을 이제서야 읽었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인물에 대한 책을 좋아하진 않는다. 결국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가 쓰여진 책은 성공했으니까 쓰여진 것이라. 뭐 대략의 스토리가 비슷해서인지도, 시작이 있고, 몇번의 역경을 뚫고서 지금이 있다~라는. 여러 선택지에서 꼽은 하나하나의 선택이 망일지, 승일지는 결국 결과를 놓고서만 판단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글쎄. 싶었다.

그래도 젠슨황. 저 작은 대만계 미국인의 성공은 궁금했다. 내가 컴퓨터를 만지는 그 시간과 함께 흘렀던 회사여서였을까. 엔비디아. 지포스. 유명했다. 내가 학교다니던 시절부터. 워낙 온라인 게임이 핫했던 시절이였기에, 누군가는 그래픽하면 지포스지, 어쩌지 하는 말들이. 그런데 저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회사가 어떻게 AI의중심에 서있는 걸까?!

이 책은 스티븐위드라는 인물이 젠슨황에 대해 쓴 책이다.(젠슨황 본인이 쓴 책이 아니라는것.) 그래서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가 담겨있고, 뭐. 그의 자서전이다보니 “호”의 감정이 주를 이루긴 한다. 개인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회사든 인물이든)를 읽다보면 능력주의에 따른 해고는 기본이던데, 젠슨황은 능력주의를 굉장히 따지는 사람이지만 해고가 거의 없다는 점은 놀라웠다( 규칙없음이라는 넷플릭스 책을 읽다보면, 미국의 고용구조의 냉정함에 소름이 끼칠정도였으니까)

이민자로 혼자서 시골학교를 졸업했던 이가 주립대학을 거쳐  LSI라는 회사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는 엔지니어였다. (아내역시 비슷한 인물) 끊임없이 일을하고, 일 관련 종사자들 외에는 거의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와 커티스가 제안을 해왔다. 썬에서 거절당한 PC게임용 칩셋을 만들 회사를 함께 하자고. 그저 스케치 정도의 사업계획만으로 젠슨에게 제안을 해온 것이다. (그 와중에 둘은 사이가 별로였다니..)
나라면 절대 손잡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젠슨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변호사 짐에게 법인설립을 요청했고, 거기서 Nvision + 질투(envy)라는 이름을 합쳐 엔비디아로 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실리콘밸리의 성공회사는 다 차고에서 시작하던데, 이 회사는 반대다 집의 살림을 차고로 옮기고 집에서 시작했다.ㅋㅋㅋㅋ
그렇게 시작한 엔비디아는 게임을 위한 그래픽칩 생산의 발전을 통해 발전해간다. 그 와중 여러 결함이 발견되 말그대로 파산까지 이어졌지만, 그 때마다 젠슨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칩셋의 프로토타입생산이 당연했던 시절, (파산직전의 회사에 남은 금액으로) 에뮬레이터를 구입. 프로토타입생산없이 에뮬레이터를 통한 확인으로 칩셋의 결함을 보완하여 바로 생산하여 시장에 내놓는 방식을 택한다. 시장의 시간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를 발전시켜 온것.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 다음 테이프아웃을 성공시키는 것 뿐이었죠.“ p.183

그러다 그는 병렬처리 기술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개발자들이 어렵고, CPU의 발전속도를 기대하던 그 때, 그는 병렬처리기술로 GPU의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그리고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시장 진입을 위해 쿠다 프로젝트를 진행. 더 빠르고 소형화된 칩셋 개발을 시작한다. 그렇게 나온 쿠다여지만 사용자 즉 프로그래머들이 쿠다의 사용을 어려워했다. 제대로 된 사용을 하기 위해서 까다로운 절차들을 관리해야했기 때문. 온라인 게임시장을 노린 칩셋이였지만, 의아한 곳에서 터진 쿠다. 그것은 신경망 훈련을 위해  어떤 천재들이 쿠다를 개조하여 사용했고, 이것은 신경망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켜다. 그 천제는 제프리 힌턴. 그는 그 회사를 구글에 4400만 달러에 팔았다. 젠슨에게 또다른 기회가 온것이다. 
그렇게 엔비디아의 GPU의 다음 스텝이 정해진것. AI로의 전환. 젠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빠르게 전환을 시작한다.
우리가 코인체굴에 GPU를 사용한다고 전세계의 GPU사재기 열풀일 때, 엔비디아는 그 시장을 과감히 포기한다.(AI로의 전환을 한창 준비중일 때였고, 회사의 많은 인원들이 이 사실에 꽤나 당황했었다고 한다..- 안좋은 쪽으로.)

그리고 지금의 엔비디아.
S&P500에 가장 오래된 종목이면서, CEO가 바뀌지 않은 회사이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회사중 하나이다. AI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젠슨황의 목표는 그래픽과 생성형 AI의통합이라니 진자 홀로그램이 말하는 세상이 오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젠슨황은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것. (SF관련 책을 안보신단다..) 가장 이상향의 미래를 그릴 것 같은 인물인데, 현실을 통해 이상을 보는 느낌이랄까. 먼 미래를 꿈꾸면서도 가장 가까운 현실을 냉정히 보는 인물같은 느낌.
AI에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는 듯한 태도도 아니고, 그렇다고영화속 AI는 디스토피아는 영화적 망상이라고 말하면서도 AI의발전은 당연한 것이고, 인류의 발전을 돕는 단계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인물이라.
딱 공대생이 바라보는 현실이랄까. 

책의 저자는 조금 다른 위협을 느끼기도 하지만,(이부분은 나도 동감) AI의 문제라기 보단 AI를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뭐. 이런 부분은 여기서 깊게 논하기는 힘든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개발자는 개발할 뿐이고, 운용자가 이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것 아닐까. (생명윤리 관련 부분은 아니겠지만)

여느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인물은 조금 신기하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같은듯 다른 머스크와 젠슨황이랄까. 
그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진다.
아...진짜.. 홀로그램 나오려나.ㅎ

‘”버튼을 한 번 클릭하면 수학 증명이 즉시 생성되는 세상 말이에요. 계산의 한계 비용이 제로가 되었고, 이는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줬어요.“ 이어 그가 물었다. ”자.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수학을 실행하는 한계비용이 제로가 된다면 그 때는 뭘할 건가요?“‘ p.459

글쎄.. 진짜 뭐하지.. 기계가 생각하면,, 나는 뭐해야하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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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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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롤리타” 마치 대명사처럼 들리는 그 롤리타를 이제서야 읽었다. 얼마전 읽었던 책 <괴물들>을 읽으며 이 책이 떠올랐는데, 그 책에서도 <롤리타>를 이야기하는 파트를  읽으며, 드디어 이 책을 내가 읽을 때가 왔음을 알았다. 뚜둥! 이제 진짜 읽는구나 그 “롤리타”를.

그저 막연히 대명사로써 존재하는 듯한 롤리타라는 제목의 이 이야기는 새 아버지가 12살짜리 딸을 사랑하는, 소아성애를 일컫는 “롤리타 신드롬” 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책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 영화로도 두번이나 제작되었다는 사실도 롤리타를 읽으며 알았다.

책을 다 읽고서 든 생각은 소름, 역겨움, 분노, 그리고 묘함이 남는다. 
특히 결말이 이토록 모호함과 묘함이 남는지에 대해서는 책의 말미의 해설을 읽으며, 그런건가. 싶기도 했으나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번역가님의 글을 보자니 한번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번역자님 스스로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고쳐야할 책이라고 하니, 작가의 원문이 얼마나 모호할지…. 아.. 카프카 책 이후로 처음이다..

H.H. 험버트 험버트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졌지만, 순간 시점이 옮겨가는 듯한 문장이 등장하는데, 작가와 주인공의 시점이 교차하는 지점이 나온다. 그래서 였을까. 책을 읽으며 내내 나 개인적으로 작가의 정신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했다. 아.. 이사람이 험버트같은 사람인가(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험버트는 12살의 롤리타를 사랑한다. 그녀를 ‘로‘라 칭했고,  그녀는 자신이 묵었던 하숙집 주인 샬럿을 딸이다. 그는 샬럿이 로를 캠프에 보냄으로써 자신으로부터 떨어뜨려놓은 그냘 샬럿의 고백을 받는다. 그는 샬럿을 증오했지만, 오로지 로를 곁에 두기 위해 그녀와 결혼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증오에도 불구하고 로를 되찾기 위해 사랑스러운 남편의 역할을 다했지만, 그가 은밀히 감춰두었던  그녀에 대한 감정을 기록한 일기를 아내 샬롯에게 들켰다. 결국 그냘 그녀의 큰 분노와 증오로 집을 떠날 짐을 싸던 중 샬롯의 사고 전화를 받는다. 분노로 집을 뛰쳐나갔던 샬롯에게 사고가 났던 것이다. 샬롯의 죽음. 그것은 오롯이 로를 그가 소유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는 로가 있는 캠프로 가 그녀를 데리고나와 그녀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의 가장 놀라 점은 직접적인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히 읽힌다. 소름끼치게. 작가의 필력과 번역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문장들로 이뤄졌지만, 왜 내게는 이 문장들이 이토록 소름끼치게 읽히는지. 고백하자면 처음에 이 책의 스토리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해가 아니라 적응을..

주인공 험버트가 로를 사랑하는 방식도, 40이 넘은 성인이 12살 아이를 사랑하는 설정 자체도 끔찍했지만, 로를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생생한 롤리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그녀에게 덧붙임으로써 그녀를 그만의 로로 강요하듯 만들어가는 것 역시… 아..

”내가 미친듯이 소유해버린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창조물, 상상의 힘으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롤리타, 어쩌면 롤리타보다 더 생생한 롤리타였다“ p.101

그렇기에 그는 롤리타와 여행 중 그녀의 성장이 그에게 때로는 끔찍함으로 다가왔음에도, 그만의 롤리타를 끊임없이 꿈꿨기에 성인이 될 로 역시 그에겐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 점은 지금에서야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중대성을 1950년에 쓰여진 이 스토리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준다.책의 말미에 그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 님펫이라고 그가 사랑할 수 있는 로의 기간은 아홉살부터 열네살까지이며, 그 기간에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그녀를 놓쳤고, 그는 그 시간을 잃었다. 마치 첫사랑을 놓친 그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의미하며 그것은 작가가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회한이라 하지만, 글쎄. 내게는 그것이 회한이라기 보단 집착으로 느껴졌고, 그 집착과 욕망이 광기로 드러난 결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짜 주인공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조차 하기 싫었달까.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양심이란
아름다움을 즐긴 댓가로 치르는 세금 같은 것.” p.450


보통의 나는 책을 읽고나면 독후감을 남기며, 어떤 정리된 감정을 기록하는 편인데, 이 책은 한 줄로 뭔가 정리된 글을 남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험버트같은 사람이 주변에 없기를.
그리고 이 소설이 험버트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히지만,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 읽으면서는 대체로 주인공을 이해하는 감정으로 스며드는데, 이 소설은 그 감정선을 따라가는 자체가 불쾌할 정도...아마 이런 것이 작가의 필력인건가.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주인공의 서사에 대한 이해보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에 대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으로써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직시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쾌, 불편에 대한 감정을 알게하는 것은 물론 느끼게 함으로써 말이다.

하지만 책은 꼭 다시 한번 읽을 것 같다. 불쾌감과 또 말미의 모호함이 다시 읽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불쾌감은 여전히 적응하게 힘들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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