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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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가 죽기 직전의 노인이라니. 그것도 처참하게 고문당하며, 마지막까지 불에 타들어가며, 고통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장면의 묘사...
대체 누가 이렇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일까. 왜... 그저 살인자의 광기인 것일까.


상상조차 끔찍한 살인. 이렇게  환상열석에서 발견된 불에 타 죽은 시체'들'의 해결을 위해 포가 복귀한다. 워싱터 포와 브레드쇼의 만남이라.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이면서도, 이멀레이션, 살인자를 향한  집요함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콤비다.
워싱턴 포, 그는 정직 중이였다. 수사에 누구보다 탁월하지만 맡았던 마지막 사건에서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된 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피해자의 부모에게 용의자의 정보를 '실수인지 고의인지(다분히 고의같아 보이지만..진실은 책속에서...)... 흘렸다는 이유였다. 그런 그를 정직으로 부터 복귀시킨 이유는 피해자의 몸에서 나온 표식 때문이였다.
 그리고 다분히 떨어지는 사회성으로인해 그녀가 최고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지만, 같이 일하고 싶지는 않아하는 브레드쇼. 그런 그녀는 한세기에 나올까말까하는 천재였다. 엄청난 데이터 속에서도 원하는 것을 찾고마는. 

그런 그녀와 포가 만났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이성적인 그녀,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말그대로 물불가리지 않는 포. 
마지막 희생자의 몸에 새겨진 그의 이름과 숫자 5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리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까. 그러니까 살인자를 찾아야할까. 살인에 당위성은...옳지 않다지만, 이 사건의 실체가 언뜻 언뜻 보일때 마다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살인자가 이토록 잔인한 복수를 저질러야만 했던 그 진실이 한꺼풀씩  드러날때마다 이멀레이션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었다.
왜냐고?
나라도 그랬을테니까.
누구라도 그랬을테니까.

아니,, 나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가장 믿었던 이에게 당한 배신.
그리고 죽음까지 누군가의 쾌락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들.
정말....살인을 정당화 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멀레이션의 단죄는,,,,
 이멀레이션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레퀴엠이였고,
홀로 살아남았던 생존자로써  과거를 청산하기위한 몸부림이였으며,
두 번 다시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는 그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실체까지 도달 할 포가 필요했고, 
그가 남긴 단서를 데이터로써 이성적으로 파고들 브래드쇼가 필요했다.
그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결국 포는 모두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멀레이션의 바램대로 행동했다. 
개인적으로 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아.. 정말 ....내가 살인자를 응원하게 될줄이야.

조금 이 이야기와 결은 다르지만, 소설이나 영화속에서 자경단의 등장은 굉장히 속시원한 면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약자의 피해는 (그저 니가 참으라는 식으로 몰아가며) 모르는 척.
가진 자의 죄는 전혀 반대의 의미로 모르는 척하는게 너무 뻔히 보이니까.

책 속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도,
권력자들은 눈을 감았으니까. 망할 것들!


잔인하면서 슬펐고, 그래서 고구마로 끝날뻔한 결말에 짜증이 치밀기도 했지만,,,(그래도 마지막은 사이다 한모금)
그래도 추천! 왜냐고.. 재밌으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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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서점대상 수상기념 리커버)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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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이런 잔잔한 한국 소설들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실제 우리네 삶과 다르지만,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만한..? 
우리? 아니면 나의 삶일지는 모르겠다. 쫒기듯 일어나 회사에오고, 회사일에 힘들어 지칠쯤 퇴근해서, 아.. 이렇게 사는게 맞나 싶을 쯤 월급으로 한달을 다시 수혈하는 삶. 그래서 어느날 문득 나는 나의 삶을 영원처럼 살고 있구나..싶은 생각이였다. 마치 이런 날이 영원처럼 계속되는 것 처럼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일,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하루를 흘려보내듯 사는 나. 그리고 어느덧 말미에 가서는 후회하겠지. 그때 왜그랬을까..싶은..? 

 마치 이 책속 영주의 과거 모습같았달까.(뭐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지만.^^;;)

이 이야기는 어느 휴남동 골목에 서점을 열게된 영주, 그곳에 고용된 바리스타 민준,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명상이나 뜨개질을 하는 정서. 휴남동 서점에 커피를 공급하는 지미, 엄마의 요청으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민철 등 서점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못하는..^^;;) 한 사람으로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꽤나 즐겨 읽는다. 나도 서점을 운영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현실의 벽이 높고, 말그대로 먹고사니즘을 걱정하는 한 사람이기에 마음 뿐이였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과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아마도 매우 다른 일일 것이다. 서점 운영에 관한 아주 현실적인 책도 읽었던 터라.


그렇지만 책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나는 어떤 서점을 만들고 싶었지..? 싶은 생각을 하게했으니까. 책이라는 물성과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왜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일까..?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왜이리 즐거울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영주가 책속의 손님들에게 추천하는 책 들이 인상적이였다. 내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겼으니까.ㅎ

그래서  이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속  사람들이 부럽네.



"서점은 책과 관련한 모든 것과 돈을 교환하는 공간이니까요. 이러한 교환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게 하는 것이 사장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일기를 쓰듯 매일 머리에 새겨 넣었어요." p.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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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Tree A+ 2 - 이은혜 스페셜 에디션
이은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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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오래 기다렸던 만화책이다. 재 출간되기를. 사놓지 않았던 나를 두고두고 원망하게 만들었던.
내가 중학교 때 읽었던 이 만화책은 나로 하여금 고등학교의 로망을 안겨줬다. 대학입시가 코앞이기에 절대 가고싶지 않았던 고등학교를 말이다.
오빠가 없던 내게 오빠란 이런 존재구나 하며, 오빠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게도 했었고.
교복을 입는 학창시절의 마지막에 대한 푸릇한 환상을 갖게했었던 책. 
어쩌면 그래서 중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책이 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아주 오래전에 가졌던 추억을 다시 들췄을 때, 빚바랜 기억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더 이상 그 때의 내가 아니기도하고, 상황이 더 이상 그시절과는 다르니...뭐.. 그래서 그저 추억만으로 충분한 어떤 것들..그래서 이 책의 재출간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뻤지만, 그럼에도 나는 책을 받고도 한동안 포장 조차 뜯지 않았다. 웬지 그래버릴까봐.. 이미 중학생의 내가 아니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되려 내가 90년대 중학생 나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역시 오래토록 잊히지 않은 만화는 여전히 멋지구나..

주인공 혜진이. 여주인공으로 멋진 친구다. 혜진이처럼 되고 싶었고, 혜진이 처럼 솔직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ㅎㅎ. 그리고 그런 혜진이를 바라보는 애어른 승주. 혜진이의 베프 유선이.  태림이. 예쁜 수경이. 깡패(?)같지만 누구보다 속깊은 휘경, 그리고 휘경의 뮤즈 지현. 그리고 나로하여금 친오빠라는 로망을 갖게한 현목("우리끼린 노크하지 않아도 괜찮아." 꺄!!!!!!!!!! 옵뽜~) . 그리고 어려운 말로 싸우는 태준과 정원(ㅋㅋㅋ) 고등학생은 이토록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건가.. 싶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고차원적이야....

그시절의 나는 그 때의 소중함을 몰랐다. 아마 먼 훗날 알게 될 지금의 소중함도 나는 여전히 흘려보내고 있는 지금이겠지만.
이 책은 지금의 나를 소중했던 그 시절로 다시 이끌었다. 여전히 지나온 시간이지만 설레고, 그래서 더 그립게 만드는 시간 으로 말이다. Jump Tree A+. 지금 그때의 내 친구들과 이 책 이야기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네. 

최근 나의 추억속 만화들의 재출간 소식에 누구보다 기쁜 일인으로 마구 수집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이 주는 결은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르다.  뭔가 현실 속의 이야기여서 그런가. ㅎ
다른 책 속 주인공들의 현재를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문득 혜진이가 나보다 나이가 위인데,  혜진이의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ㅋㅋㅋㅋ
궁금하다. JTA 친구들의 지금이.
뜬금없이.

으흐흐.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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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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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을 읽으면서, 하권에서는 오현우의 삶을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하권은 한윤희의 일기를 통해, 그녀의 삶이 주요 스토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였을까. 윤희의 삶이 지속될 수록 현우의 삶이 더 안타까웠고, 한 사람의 삶의 시대의 잘못 속에 묻혀버리고, 잊혀진 것을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는가 싶어서.
오현우 그 자신의 삶도 그러했지만, 그 속에서 한윤희도, 그들의 아이도 누릴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잃었기에 이 이야기가 나는 더 안타까웠다. 

윤희는 송영태를 돕다가 독일로 떠난 유학길에서 희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를 사고로 잃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그녀는 그와 그녀의 이름으로 갈뫼의 오래된 시골집을 구입한다. 그리고 매 해 방황하던 시간 마다 그곳을 찾으며, 그와의 시간을 떠올리고, 일기를 남기지만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떠난다. 출소후 그곳으로 돌아온 그는 그녀의 마지막 일기를 읽는다.

그녀의 마지막은...
"당신은 그 안에서 나는 이쪽 바깥에서 한 세상을 보냈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잘가요. 여보" p.309

화해할 수 있을까. 현우는 딸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듯한 결말을 보이긴 하지만, 나는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변한 시대 속에 원망할 대상도 사라졌다. 미래로 한발자욱 나아가야 함에도, 18년이나 잃어버린 나의 삶을 나는 과연 원망치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윤희가 일기 속에 남긴 것이 비단 딸뿐은 아닐것이다.
그녀가 남긴 삶의 기록 속에,

현우가 있었고,
그와 그녀의  삶이 있었고,
그리고 딸이 있으니,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그가 나아가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을 깊이 느끼면서도,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가 보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여전히 화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나는 참 슬프다.

제목만큼.

"오래된 정원"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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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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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님의 작품 중 하나인 심청을 오래전에 읽었드랬다. 별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집어든 작품이였는데, 우리의 현대사 속에 녹아있는 여인의 삶이 너무나 처절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책이다. 그러다 읽은 이 책.
역시나 현대사 속의 한 인간의 삶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하지만 기억 속에서는  몽글몽글 아름다움으로.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오현우.
시골학교 교사 한윤희.
우연히 만난 그 둘은 쫒기는 현우로 인해 갈뫼라는 시골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정말 부부처럼. 조용하게.
하지만 여전한 바깥세상은 현우와 윤희를 그냥 두지 않는다. 결국 현우는 다시 동지들과 만나고 투쟁을 위해 나가던 중, 결국 잡혀, 무기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지난 18년. 형을 채우고 출소한 현우는 윤희의 편지를 쫒아 윤희와 함께 했던 갈뫼를 찾는다. 그녀가 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고도.
그리고 그곳에서 윤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윤희의 글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윤희의 생각. 그리고 딸의 흔적을 찾는다.

이 소설은 현우와 윤희의 과거, 현우의 현재를 교차하며 현실은 안타깝지만, 추억 속에서는 그저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18년.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 그저 사상법으로 시대의 아픔으로 뭉뚱그러버리기엔 한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의 갭은 너무나 컸다.
자신의 삶을 살수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도,
자신 아이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누구도 돌보지 않은 오래된 정원은 자취는 남지만 황폐함만 남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다시 돌아온 현우는 그 정원을 다시 그때의 모습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가까운 과거인데, 그 시간이 그저 처참함으로 다가오니까. 그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에도 그러한데, 그 피해의 한가운데 있는 오롯한 한 인간의 삶이 끊어져버린 자취를 읽는다는 것은 소설이지만 아프니까.

하권은 윤희와 함께 하진 못하지만, 현우가 윤희와 현우의 아이 은결을 만나 새로운 정원을 꾸미길 바라며.

하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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