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가 나왔고, 최민식 배우님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고만 있었지,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각본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다. 영화 각본집?! 드라마 대본집이 드라마 종영 이후에 간혹 출간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영화 각본집은 처음이기에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영화를 먼저 볼까 하다가 각본집을 보고 보는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문득 궁금해져서 영화보다 먼저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배우라면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려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참고로 말하자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독자로 스토리에 푹 빠져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은 총 2개의 각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실제 제작된 영화의 각본이고, 두번째는 작가의 초고라고 한다. 나는 실제 제작본과 초고의 차이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등장하는 주인공과 각 인물들의 컨셉 외에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이 놀라웠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자사고에 사회배려자전형으로 입학해 다니는 지우가 학교 경비인 학성으로 인해, 징계를 받으며 시작된다. 기숙사에 야간에 몰래 술을 사오던 지우는 학교경비 학성에게 들켜 1달간 기숙사에서 퇴사당한다. 갈곳이 없던 지우는 학성이 머무는 경비실에서 하루 머물게 되고, 학성이 수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회배려자고 내신 성적이 하위건이던 지우는 담임에게 전학을 강요받고 있던 중이였기에, 학성에게 부탁해 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학성은 그런 지우에게 입시의 수학이 아니라 학문으로써의 수학을 가르친다. 


"학성 : 답은 틀렸지만, 풀이 과정이 옳다.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네 힘으로 오지 않았네? 그럼 된거다. 그러니까.." p.070


나는 초중고 시절 수학은 어떤 학문인가를 알지 못했다. 아마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그저 시험과 성적으로만 판단되는 우리네 입시교육이 학교를 졸업하면 모두가 수학을 벗어나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기야 다른 과목인들 다르랴 싶었다. 다수의 과목이  성적으로만 공부되는 학문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고등학교 때 봤던 정석이 궁금해지게 했다. (찾아서 펼쳐봤는데 이걸 어떻게 풀었나 싶게 정말 단 한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좌절감이 들었다는 것은 안비밀.ㅠ)

 답을 찾기위한 풀이가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용기로 나아가는 풀이. 그렇게 수학을 배웠다면 조금 달랐을까. 지우와 학성의 수학 시간이 나를 고등학교로 되돌려놓는 느낌이였다. 그랬다면 나는 수포자가 되지 않았었을까?! 일전에 드라마에서 수학천재와 선생님에 대한 스토리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는 학생 자체가 수학천재였기에 수학이라는 학문의 배경이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이 책은 나같이 평범했던 학생이 수학 그 자체를 알아가는 과정이였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할 수 있었을까?! 뭐 이런 생각이 말이다. 지금의 학생들도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제작본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좀더 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느낌이지만, 초고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각본이란 이렇게 쓰여지는 구나라는 새로움은 덤.

 재밌었다.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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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p.15


아는 지인께서 촘스키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시기에 읽은 책이다. 촘스키라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냥 촘스키 책을 읽어보라기에 무슨 책인지도 묻지않고 검색했다가 꽤나 당황했다. 책이 너무 많아서.. 그러다 선택한 이책.

어떤 인물인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배경 지식도 없이 읽었고, 참고로 이 책은 인터뷰집이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여론 등등에 대해 드니 로베르, 베로니카 자라쇼비치가 촘스키에게 묻고, 그의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하는 바이지만, 각 주제에대해 꽤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한편 어두워지는 생각을 어찌 할 수 없긴 했다.


자본주의에 관한 부분. 자본주의로 시작해 현대의 국가와 기업까지 챕터는 다르지만 죽 이어지는 주제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책의 주요 부분이다. 

 촘스키는 지금의 자본주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본연의 자본주의가 아니라한다. 


“자본주의요?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순수한 시장경제의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용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거대한 공공분야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거대한 민간분야가 양분하고 있는 경제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세상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p. 90


지금의 자본주의를 그는 “연대국가 자본주의”, “기업 중상주의”라 말한다.(이 의미 또한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나, 딱 들어맞는 표현을 찾을 수가 없기에) 즉, 기업은 최대의 이윤을 내기위해 움직이는 또다른 의미의 국가이며, 국가는 그런 기업의 손실을 최대한 보장하며, 문제가 발생 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 되어가지만 노동 시간은 늘고, 노동 급여는 줄고 있으며, 사회 보장제도도 약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책은 2001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부분을 읽을 때 2007년 이후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쓰인 책인가 했는데, 2001년에 이런 면면이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였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붕괴를 국가의 공적자본으로 틀어막고, 국가의 공적자본으로 키운 기업을 민간에게 넘김으로써 기업가에게 최대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국가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지배계층과 기업의 커넥션이겠지.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그러했다. 현실은 더 하겠지.


  또한 환경 보호에 관하여서도 환경재앙으로 치뤄야할 비용을 우리는 현재의 시장이 지배하하는 사회에서 무시하고 있다는 점, 그것은 곧 미래세대의 몫을 우리가 가져가 사용하고 있음을, 그래서 환경 재앙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기업의 현재 이익이 중요하다는 것에 세뇌 당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 

2001년에 이런 글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20년을 지나고도 여전히 같은 결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 한심했다.   트럼프의 당선 후 파리 기후협약 탈퇴가 있었고, 우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의 이익과 현재의 안위에 더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은가. 당장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더 줄어드는 것에 방점을두고, 나의 편안함을 우선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밖에도 기업에 대한 경고 및 현대의 민주주의가 가지는 약점 등과 같은 문제 포인트를  언급하는 부분을 읽고 있다보면 20년전의 경고가 현재에도 진행중임을 보며, 문득 두려워진다. 분명 촘스키. 또한 인간의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지만, 20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는가...라는 것을 보면 글쎄.

IMF,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등을 거치며 우리는 선전에 메이고, 극우세력의 등장을 막지 못했고, 빈부격차는 더 심해진 세상을 살면서도 여전히 방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진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촘스키는 깨어있는, 행동하는 시민으로써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굉장히 이론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말이고, 늘 비판적인 시각으로 주제를 들여야봐야 하지만, 다양해진 정보만큼 플랫폼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접하는 정보가 편향되고 있는 요즘 자신도 모르게 한쪽으로 쏠리는 생각의 흐름을 부여잡기가 참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함은 물론 안다. 아. 어렵다.


“한사람이 폭력을 일삼는 친위대원이 될 수도 있고, 성인군자가 될 수 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환경,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겁니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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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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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가 책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저 영화나 드라마로, 만화로만 접하던 가지각색의 드라큘라 스토리는 그저 외국 루마니아의 한 백작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엔 각기 다른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거의 같은데, 어떻게 원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을까! 지인이 재밌다며 추천해준 책을 보고 정말 오호라~했다. 그래서 벼르고 벼르다 읽은 책.


영화나 드라마 여기저기서 들었던 드라큘라의 모습, 행동, 두려워하는것 등등 그리고 그를 물리치고자하는 반헬싱이라는 인물까지. 이 책이 원전임에도 다른것들을 통해 미리 접해본지라 낯설지 않았고, 뭔가 바뀐 느낌이랄까. 원전을 읽는데, 얘가 베꼈나..싶은.ㅋ


스토리는 드라큘라 백작의 초대로 그의 성에 방문한 조나단 하커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참고로 책은 각 등장인물의 기록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는데, 그게 꽤 흥미로웠다. 조나단이 그의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에 그 마을 주변인들은 그에게 가지 말것을 권고하지만, 백작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던 그는 으시시하지만 묘한 느낌의 성으로 간다.  그리고 백작에 대해 알게되는 사실들. 가까스로 도망치는 조나단.

이후 백작은 자신의 성에서 나와 배를 타고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나온다. 그로 인해 몽유병이 있던 루시가 물리고, 루시는 점점 메말라간다. 이유를 모르던 중 그의 약혼자 아서는 자신이 잘 알던 교수 반헬싱에게 루시의 진료를 요청한다. 그리고 루시를 통해 드라큘라 백작이 도시에 있으며, 루시가 그에게 물려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된다.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탈출한 조나단, 조나단의 부인 미나, 수어드박사, 아서는 루시를 통해 드라큘라라는 존재를 알게되고, 반헬싱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물리치기 위해 계획을 짜는데... 그 와중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물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러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드라큘라의 정보가 이 책에 다 있다는 점에 사실에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웠다. 그리고 새로 알게된 사실도 있었다. 드라큘라가 흙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잠드는 관에 들장미를 놓아두면, 그가 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드라큘라 백작 그 자체는 동물로 변신이 가능하며, 자연을 다룰 수 있다. 안개를 불러온다든지 등등. 으.. 


 미드나 영드, 영화와 같은 다른 이야기와 원전의 드라큘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만 책속의 드라큘라는 영화 트와일라잇의 멋찜은 없다ㅋ (냄새난다는 것 부터가.. -_-;)


재밌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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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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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책.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윤리학에 대해 설명한 책.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철학이라는 분야에 무지한 나로써는 사실 조금 많이 어려웠다.


인간이 가장 기본으로 추구하는 "좋음" 그로 인한 행복의 감정으로부터 정치학까지 이어지는 이 책은 인간의 감정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분류하고 있다. 그런 분류가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좀더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는듯 했으나, 그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딱 맞아 떨어지는 단어가 우리말에 없어서였던것 같다. 그래서 역자는 그런 단어들에 대해 별도의 주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 님께서 아들에게 쓴 책이라면 예를 좀 함께 들어주지..하는 원망은 들었다. 케이스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졌다면, 분류와 분석의 의미에 대해 좀더 이해도가 높았을텐데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수천년전에 돌아가신 저자분에 대한 아쉬움이라니..)


인간 각각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 및 유형, 각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 사회적 동물로써 인간이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의 선을 같이 가져가기 위해 가져야 하는 미덕을 시작으로, 미덕의 반대되는 개념 악덕으로 표상되는 우리의 감정은 무엇이며, 악덕으로 분류되는 인간의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사실 미덕에 대한 부분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개념으로 중용이 등장하는데, 중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단어나 문장으로는 정의될수 있지만 실제 인간의 삶 속에서 가능한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정말 중간이라는 상태가 존재할 수 있는가. 또한 중용이라는 상태가 개인과 타인의 시선이 같을 수 있는가. 

"모든 것에서 중간 상태가 칭찬받을 만하지만, 거기 도달하려면 어떤 때는 지나침 쪽으로, 어떤 때는 모자람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무슨 일에서든지 중용에 도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p.85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윤리는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인간 스스로가 깨쳐야할 법과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 말하는 윤리는 실제 사회에서 정해진 법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때로는 법보다 엄격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법은 모든 이들에게 강제성을 가지지만, 윤리는 모든 이들의 시선으로 부터 강제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미덕을 가지고 실천적 지혜를 행하며, 그런 미덕의 기본에 사랑을 두고 있을 때 인간이 추구하는 감정인 행복을 개인에서 공동체까지 확장해가는 토대를 책은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간의 감정에 대한 분류가 이토록 분석적일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그것도 2000년도 훨씬 전인데 말이다. 그래서 정말 "윤리학"이라는 학문을 정의하고 있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였달까. 

 물론 중간중간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건 아마도 시대가 가지는 차이(세대차이?!) 때문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철학은 인간에 대해 분석하는 학문인데, 정말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꼼꼼히 다시한번 재독해봐야겠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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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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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틴의 여성 예술가 8인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라틴 예술이라고는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 밖에 모른다. 그녀의 유명한 그림을 몇번 웹상에서 접해본게 전부인 셈이니, 사실 그녀도 모르는 것과 같다. 궁금했다. 라틴의 여성예술가라.. 그런데 제목이 <여자의 재능은 왜___ 죄가 되었나>일까. 고대부터 현대 초반까지 여성 예술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다른 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중 라틴아메리카라에서 활동한 여성에 대한 기록이다. 각 나라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조각을 함으로써 작품을 남기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여성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역시나 이 책속에서 그녀들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말그대로 투쟁의 역사다. 그리고 그녀들의 투쟁은 그들의 작품속에서 나타난다. 배경을 몰랐다면 이게 뭐지? 했을 텐데, 배경을 알고 보니 어떤 그림은 슬펐고, 처절했다. 때로는 행복한 작품도 있지만.


총 여덟명의 예술가가 모두 그녀들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로 나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처음 등장한 멕시코화가 "마리아 에스키에르도"와 쿠바의 "아나 멘디에타"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마리아 에스키에르도는 어린나이게 결혼하고, 세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시작한 그림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엘리트 계층 사이에서 여성성을 북돋워주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림이 '여성적 활동'이라고 사회적기준에서 여겨졌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그렇게 입학한 학교에서 한창 유행하던 외국의 화풍대신 가장 멕시코적인 것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림 속에서 그녀는 살림하는 아내, 세아이의 엄마가 아닌 오로지 그녀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고 남편과 이혼했다.
 그리고 당시 가장 유명했던 리베라의 지지로 첫 개인전을 열고,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으나, 여자라는 이유와 그녀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는 이들로 인해 한편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여자로서 최초로 정부청사의 벽화를 의뢰받아 착수했으나, 미술계의 강력한 권위자인 리베라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고, 끝내 청사에서는 벽화를 그릴 수 없어, 버려진 공간에서 자신의 벽화를 완성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그녀를 이용하려는 남자를 만나, 어마한 빛을 져야했고, 그 빚을 갚기위해 자신의 그림이 아닌 그림을 그려야했던 그녀, 뇌졸중으로 인해 한쪽 몸이 마비가 오고서도, 끝내 그녀는 붓을 놓을 수가 없었기에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였다.

"눈앞에서 빼앗긴 벽화를 그 누구도 원치 않는 벽에서나마 완성했을 때, 기쁨에 찬 환희 대신 재능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스스로를 범죄라 부르며 냉소한 것은 싸울 만큼 싸워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였다." p.54


그리고 "아나 멘디에타" 그녀는 쿠바의 명망높은 집안의 딸이였기에 쿠바에서 혁명대상 1호가 되어, 언니와 자신만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아나. 그녀는 그 이후 다시는 쿠바의 땅을 밟지 못했다. 유색인종에 고아였기에 어렸을적부터 위탁가정을 전전하고, 갖은 핍박속에서 자란 아나는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예술을 택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에게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젠더, 여성주의, 자신의 근원, 대지 등을 표현하였다. 그녀의 시도에는 <피>가 등장한다. <피>는 그녀에게 강렬한 생명력이면서, 폭력이였고, 두려움이였다.  미국에서 <피>는 두려움과 잔인함등의 선입견이 였으나, 그녀의 고향 쿠바에서 피는 생명의 근원이였기에 그녀는 피를 표현함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예술을 몸으로 표현했기에 그녀의 작품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녀를 예술로 이끈 브레더가 그녀의 사진작가였고, 그녀는 또한 그의 모델이기도 했다.

 책에 등장한 그녀의 작품중 인상깊은것은 <강간현장>과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무제> 였다. 강간현장은 같은 여자로써 그녀의 표현이 너무나 사실적이기에 그 처첨함에 차마 오래 볼수 없었다. 그저 사건으로 기사한줄로 보여지는것이 아니였다. 당시 그 사건을 쉬쉬 덮어버리려는 부도덕한 대학에 대한 항의로 한 퍼포먼스였으나,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그저 덮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심각성을 다시금 깨우쳐지지 않았을까. 그녀 스스로도 그 시간은 두려움과 고통이였음에도 그런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었던 그녀는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들었다.

 그런 그녀의 작품 <무제>는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지막을 보고 있는듯했다. 잔디밭의 맨 땅위에서 그저 실루엣만 남은 인간의 모습. 내게는 정말 한 때 지나가는 인생에 대한 덧없음이 느껴졌기에 기억에 남았으나, 책에서는 이 작품의 해석을 마지막이면서 또한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니, 다시 보이는 사진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다른 6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말하고 있지만, 책의 8명의 공통점은 주변의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했고, 가장 자신이 자라온 곳의 정서가 가장 바닥에 있었다는 점이였다. 유럽 화풍이나 다른 유행하는 화풍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란곳, 자신의 나라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를 그림에 담았고, 행위예술에 담았고, 조각에 담았다. 또한 그 어떤 어려움에 닥친 현실을 부정하여 도망가지도 않았다. 타인의 비판에 화풍을 바꾸기도 했지만, 그 역시 스스로의 생각이나 신념이 접힌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녀들의 삶을 돌아보니, 무척 힘에 부쳤을 상황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나가는 모습이 같은 여자로, 또 사람으로 멋졌고, 부럽기도 했다. 지금이여도 얼마나 힘든일이였을터인데.


그래서 더 그녀들의 작품이 대단하게 다가온다. 책에서 소개한 작품외에 다른 작품을 좀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Good!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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