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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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틴의 여성 예술가 8인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라틴 예술이라고는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 밖에 모른다. 그녀의 유명한 그림을 몇번 웹상에서 접해본게 전부인 셈이니, 사실 그녀도 모르는 것과 같다. 궁금했다. 라틴의 여성예술가라.. 그런데 제목이 <여자의 재능은 왜___ 죄가 되었나>일까. 고대부터 현대 초반까지 여성 예술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다른 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중 라틴아메리카라에서 활동한 여성에 대한 기록이다. 각 나라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조각을 함으로써 작품을 남기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여성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역시나 이 책속에서 그녀들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말그대로 투쟁의 역사다. 그리고 그녀들의 투쟁은 그들의 작품속에서 나타난다. 배경을 몰랐다면 이게 뭐지? 했을 텐데, 배경을 알고 보니 어떤 그림은 슬펐고, 처절했다. 때로는 행복한 작품도 있지만.


총 여덟명의 예술가가 모두 그녀들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로 나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처음 등장한 멕시코화가 "마리아 에스키에르도"와 쿠바의 "아나 멘디에타"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마리아 에스키에르도는 어린나이게 결혼하고, 세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시작한 그림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엘리트 계층 사이에서 여성성을 북돋워주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림이 '여성적 활동'이라고 사회적기준에서 여겨졌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그렇게 입학한 학교에서 한창 유행하던 외국의 화풍대신 가장 멕시코적인 것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림 속에서 그녀는 살림하는 아내, 세아이의 엄마가 아닌 오로지 그녀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고 남편과 이혼했다.
 그리고 당시 가장 유명했던 리베라의 지지로 첫 개인전을 열고,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으나, 여자라는 이유와 그녀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하는 이들로 인해 한편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여자로서 최초로 정부청사의 벽화를 의뢰받아 착수했으나, 미술계의 강력한 권위자인 리베라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고, 끝내 청사에서는 벽화를 그릴 수 없어, 버려진 공간에서 자신의 벽화를 완성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그녀를 이용하려는 남자를 만나, 어마한 빛을 져야했고, 그 빚을 갚기위해 자신의 그림이 아닌 그림을 그려야했던 그녀, 뇌졸중으로 인해 한쪽 몸이 마비가 오고서도, 끝내 그녀는 붓을 놓을 수가 없었기에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였다.

"눈앞에서 빼앗긴 벽화를 그 누구도 원치 않는 벽에서나마 완성했을 때, 기쁨에 찬 환희 대신 재능 있는 여성으로 태어난 스스로를 범죄라 부르며 냉소한 것은 싸울 만큼 싸워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였다." p.54


그리고 "아나 멘디에타" 그녀는 쿠바의 명망높은 집안의 딸이였기에 쿠바에서 혁명대상 1호가 되어, 언니와 자신만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아나. 그녀는 그 이후 다시는 쿠바의 땅을 밟지 못했다. 유색인종에 고아였기에 어렸을적부터 위탁가정을 전전하고, 갖은 핍박속에서 자란 아나는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예술을 택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에게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젠더, 여성주의, 자신의 근원, 대지 등을 표현하였다. 그녀의 시도에는 <피>가 등장한다. <피>는 그녀에게 강렬한 생명력이면서, 폭력이였고, 두려움이였다.  미국에서 <피>는 두려움과 잔인함등의 선입견이 였으나, 그녀의 고향 쿠바에서 피는 생명의 근원이였기에 그녀는 피를 표현함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예술을 몸으로 표현했기에 그녀의 작품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녀를 예술로 이끈 브레더가 그녀의 사진작가였고, 그녀는 또한 그의 모델이기도 했다.

 책에 등장한 그녀의 작품중 인상깊은것은 <강간현장>과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무제> 였다. 강간현장은 같은 여자로써 그녀의 표현이 너무나 사실적이기에 그 처첨함에 차마 오래 볼수 없었다. 그저 사건으로 기사한줄로 보여지는것이 아니였다. 당시 그 사건을 쉬쉬 덮어버리려는 부도덕한 대학에 대한 항의로 한 퍼포먼스였으나,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그저 덮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심각성을 다시금 깨우쳐지지 않았을까. 그녀 스스로도 그 시간은 두려움과 고통이였음에도 그런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었던 그녀는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들었다.

 그런 그녀의 작품 <무제>는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지막을 보고 있는듯했다. 잔디밭의 맨 땅위에서 그저 실루엣만 남은 인간의 모습. 내게는 정말 한 때 지나가는 인생에 대한 덧없음이 느껴졌기에 기억에 남았으나, 책에서는 이 작품의 해석을 마지막이면서 또한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니, 다시 보이는 사진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다른 6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말하고 있지만, 책의 8명의 공통점은 주변의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했고, 가장 자신이 자라온 곳의 정서가 가장 바닥에 있었다는 점이였다. 유럽 화풍이나 다른 유행하는 화풍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란곳, 자신의 나라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를 그림에 담았고, 행위예술에 담았고, 조각에 담았다. 또한 그 어떤 어려움에 닥친 현실을 부정하여 도망가지도 않았다. 타인의 비판에 화풍을 바꾸기도 했지만, 그 역시 스스로의 생각이나 신념이 접힌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녀들의 삶을 돌아보니, 무척 힘에 부쳤을 상황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나가는 모습이 같은 여자로, 또 사람으로 멋졌고, 부럽기도 했다. 지금이여도 얼마나 힘든일이였을터인데.


그래서 더 그녀들의 작품이 대단하게 다가온다. 책에서 소개한 작품외에 다른 작품을 좀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Good!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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