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22년 7월
평점 :
아주 오랫동안 내 장바구니 안에 있던 책이다. 아마도 책의 저자 사이먼 싱에 관심이 생겼을때, 읽어봐야지 했던것 같은데, 이제서야 읽다니...
나는 수학, 과학이 너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수포자로 졸업했고, 여전히 수학과 과학을 참... 어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다.(딱히 접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래서 이 책을 시작할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아.. 수학. 이 책을 과연 내가 이해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페르마의 정리에 대해 풀이하는 책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피타고라스부터, 페르마를 거쳐, 그 페르마라는 분이 정리했다는 수식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 수학자들을 거쳐, 끝내 그 정리를 증명해낸 와일즈까지 모든 위대한 수학자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책 중간중간에 수식이나 문제가 등장하지만, 딱히 그 문제나 수식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책의 흐름이 끝기지는 않는다.(개인적으로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으로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다!ㅋ)
책은 피타고라스부터 시작한다. 졸업한지 백만년이 지났지만 피타고라스정리는 기억하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였고, 그가 정리한 피타고라스 정리를 보고 페르마는 다음의 정리를 남겼다.
X^n + Y^n = Z^n (n이 3이상의 정수일때, 이를 만족하는 X, Y, Z의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본인은 이 정리를 증명하였으나, 한 페이지에 기술하기 힘듦으로 기록하지 않는다...고만 남겼다한다..(야속한 냥반..) 그래서 이 정리가 참인지 거짓인지 수세기 동안 위대한 수학들이 도전했고, 일부는 정말 일부의 성공을했지만 완전한 증명을 해내진 못했다. (위대한 수학자중의 하나인 오일러가 n이 3인경우에 대해 증명하였다.)
책을 읽으며, 내가 수학이 싫었던 이유가 떠올랐다. 수학을 풀다가 어느 순간 딱 막혀버리는 순간, 그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책 속의 수학자들은 그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시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그 자체를 애정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너무 놀라웠다. 나는 '답' 그 자체만을 원하지만, 수학자들은 그 답을 찾아가는 길, 그 과정부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이였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한 증명을 해 낸 앤드류 와일즈는 11살때 페르마의 정리를 접하고, 그 증명을 해낼때까지 수십년을 그 문제를 놓지 않았고, 도전했고, 성공했다. 40살이 넘어서 말이다.
오일러의 일부의 증명과 같은 성공, 튜링 이후 등장한 컴퓨터에 의해 500이하의 정수에 대해서 증명했고, 그 정수의 크기는 1000, 10000과 같이 커졌지만, 이것은 증명이 아닌 그저 이해해 지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수학자들은 알고 있었다. 모든 수를 다 계산할 수는 없으니까. 이런 정리와 유사한 오일러 추론인 다음의 방정식은
X^4 + Y^4 + Z^4 = W^4 (본 방정식을 참으로 만드는 정수 X,Y,Z,W의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사실이라고 믿었으나(왜? 그 수를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1988년 하버드의 노엄킬스가 그 정수를 찾아냈다. (어마무시한 숫자..) 그러니 증명을 끝내기 전까지 수학자들에게는 컴퓨터를 이용한 대입방법은 그 답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1960년대 발표한 <다니야마 -시무라의 추론>이 발표되고(이 스토리는 슬펐다..), 1984년에 독일의 조그만 마을에서 열린 학회에서 프라이는 페르마의 정리를 약간의 변형하여, <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과 함께 엮었다. <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참이라는 것이 증명 되는 발상을 한 것이다. 물론 그가 세운 추론에 오류가 있었으나, 해당 발표를 본 세계의 모든 수학자들이 그 오류를 해결하기에 나섰고, 쉽진 않았지만,버클리의 켄 리벳 교수가 그 간극을 매워주었다. 이제 <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을 증명하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또한 자동으로 증명되는 단계에 이르른 것이다. 와.우.
하지만 그 길도 쉽지는 않은 것. 많은 이들이 수십년동안 <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에 매달렸지만 증명하지 못했고, 그것을 앤드루 와일즈가 해낸것이다. 혼자서 7년의 연구, 발표한 논문에 오류가 있어, 다시 1년을. 말이다.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시간이였다. 많은 수학자들이 발견하고, 증명해낸 많은 수식의 바톤을 와일즈가 이어받아, 결승점까지 이어지는 책의 스토리는 정말 경이로웠다. 한 개인만의 승리라기 보단, 수많은 이들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이라는 학문자체가 없었던 고대부터, 수학 그 자체가 천대받았던 중세를 거쳐, 과학의 한 수단 또는 전쟁의 수단으로 이용당했던 근세를 거쳐 현대까지. 그 긴 시간속에서 수학자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굳건히 지키고, 노력하고, 용기있게 도전해 오면서 오늘에 이른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의 역사를 말한다. 여전히 증명되지 못한 정리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여전히 도전하고 있고, 와일즈는 현대 수학을 이용해 증명해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페르마가 살았던 그 시대의 수학으로 증명하고자하는 이들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페르마가 자신이 증명했다고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내딛는 한 발. 그 한 발걸음을 내딛는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겐 그저 벅찬 감동이였다.
그들의 도전에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린거야.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 이상의 면적에 검은 털이 나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방복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 이래야 말이 되는거라구!"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