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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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님의 최신작인 <이끼숲>을 먼저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 졌다. 천선란이라는 이름을 알게해준 작가님의 대표작 <천개의 파랑> 제목이 무슨 뜻인지는 책을 읽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 제목이 얼마나 마음 아프면서도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콜리는 안드로이드 기수다. 다만 기수가 가져야하는 칩이 아니라, 누군가 연구하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지는 칩을 탑재된 안드로이드다. 그것도 완전히 우연하게.

 콜리는 어느 차로 옮겨져 아주 작은 시멘트 방에서 지낸다. 그곳의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간다. 그리고 만난 민주. 그리고 자신이 타야할 말 투데이. 민주가 투데이에게 하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나, 콜리는 똑같이 한다. 투데이의 목덜미를 만져주고, 투데이의 행복을 느끼기위해 그의 등에서 투데이의 떨림을 느낀다. 콜리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저장한다.

콜리와 투데이의 호흡이 좋아 투데이가 더 빨리 달릴 수록, 콜리는 투데이의 떨림을 더이상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콜리는 투데이가 점점 힘들어하는 것을 안 그날, 경기 중 투데이의 등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폐기될 위험에 놓이는데.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은혜는 동생 연재와, 엄마 보경과함께 산다. 은혜는 다리를 가질 수 있으나, 그 비용을 집에서는 감당할 수 없기에 휠체어를 탄다. 

연재는 안드로이드 베티에게 밀려 편의점에서 해고된 날 가끔 들리던 경마장 창고에서 콜리를 발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콜리를 사온다.

실제 콜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를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이상 달릴 수 없는 투데이는 안락사의 위기에 놓인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천개의 파랑>을 읽고 있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콜리는 투데이의 행복을, 연재의 행복을 안다. 그들이 행복할 때 어떤 에너지를 뿜어내는지, 슬플 때는 어떠한지. 자신이 행복과 슬픔을 알지 못하지만 타인의 행복과 슬픔을 아는 콜리.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행복과 슬픔을 느끼기보다는 나의 행복과 슬픔이 먼저다. 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배웠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인간은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콜리는 프로그래밍 되었다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알고, 배려하고, 기다린다. 묻고 싶은 것을 참고, 투데이의 행복과 슬픔을 알고, 연재의 기쁨을, 연재의 어려움을, 그리고 파란 하늘을 보고싶어하고, 천개도 넘는 단어로 하늘을 표현 할 줄 아는 존재다. 

 문득 콜리는 우리 인간이 가장 되고 싶은 인간의 형태를 띈 안드로이드 인걸까. 아니면 우리는 절대 될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안드로이드 인걸까… 우리가 만들고 싶은 AI는 무엇일까…


SF소설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줄은 몰랐다.

콜리 때문에 타인과의 소통을 알았고, 투데이를 통해서 조금은 느리게 달려도 행복함을 알았고, 연재와 은혜, 지수를 통해 누군가와 함게 원하는 것을 이뤄가는 과정을 알게했다.

우리가 SF라는 단어 속에서 떠올리는 뭔가 다른 세계관이 막~ 펼쳐지는 책은 아니지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 속에서 인간이 정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한게 언제일까. 하늘이 가지는 다양한 색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언제일까..


추천!


“하늘은 매일, 매 시간 색과 모양이 바뀌었다. 하늘은 파란색이었지만 가끔 보라색이나 분홍색, 노란색, 회색이 섞이기도 했다. 그렇게 섞인 색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콜리는 ‘파랑 분홍’이나 ‘회색노랑’으로 단어를 합쳐서 불렀다.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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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피 에를렌뒤르 형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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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이슬란드 사람인데, 개인적으로 아이슬란드 저자의 책이 처음이기도 하고, <저주받은 피>라는 제목이 끌렸다.  그리고 책 뒤에 쓰여진 글을 보고, 다시 본 제목에 가슴이 아렸다.


어느날 70세정도 되어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채 발견된다. 그는 머리의 상처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여졌으며, 그 상처는 재떨이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시체위에는  "내가 바로 그다"라는 알 수 없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재떨이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면 우발적일 가능성이 크면서도, 그 알 수 없는 문구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 에들렌두르 형사는 죽은 이인 홀베르그의 주위를 파해치기 시작한다. 그 주위를 파헤칠수록 그저 평범한 노인이였던 그가 대체 왜 살해당해야 했던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 때 발견되는 사진 한장.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아 답답하던 때, 그는 이전 자신의 사수인 마리온의 전화를 받는다. 마리온은 홀베르그의 과거를 말해주며, 콜브룬이라는 여자를 언급한다. 마리온은 홀베르그가 40여년 전 그 여자를 겁탈했고, 그여자는 그 이후 아이를 출산하였으나, 아이가 4살되던 해 뇌종양으로 사망한 후 자살했다고 말한다. 그 아이가 홀베르그의 아이인지는 확실치 않다는 말과 함께. 콜부룬은 40년전 지금보다도 훨씬 더 보수적이였던 그 때,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신고했으나, 경찰은 오히려 그녀가 그를 유혹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그녀가 증거물을 내밀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는 무혐의로 풀려났음을 알려준다. 사진 속 무덤, 아이, 에들렌두르는 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누구도 말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사건, 그럼에도 살인자를 찾기위해 에들렌두르와 그의 동료 올리는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가 그날의 진실을 묻는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콜부룬의 언니 엘린은 동생과 조카 아르두르를 떠올리며 몸서리치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때 경찰의 태도로 인해, 엘린은 에들렌두르도 믿지 않는다. 다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라며.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사건. 홀베르그의 주변인물, 그가 가진 특이한 유전병력, 콜부룬의 딸 아우드르의 사라진 뇌. 그리고 별도로 에들렌두르의 전처 지인의 딸 실종사건이 맞물리며, 성폭력이 피해자는 물론 그 주변까지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이 이야기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심리상태를 읽고 있다보면, 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성폭력은 쉽게 신고도, 목소리 내 말할 수도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40년전이나 현재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책에서 어떤 이가 지금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해도, 10년 뒤에 이 고장 사람들은 나를 보더라도 교통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것이지만, 내가 지금 성폭행을 당했다면, 10년뒤에도 20년뒤에도 이 고장 사람들은 나를 성폭력 피해자로 기억할 것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끔찍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수사물이며 스릴러인 책을 보며 범인이 누구인지가 궁금하기 보다는 홀베르그의 과거 행적이, 그의 끔찍하고 생각조차 싫은 그의 행적이 낱낱이 다 밝혀지는 것에 더 스릴이 느껴지는 책이였다. 오히려 범인이 잡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리고 홀베르그는 그렇게 죽어선 안됬다. 더 고통스럽게, 자신의 죗값을 다 치르고 죽어야 했는데.


 어떤 사건 사고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테지만, 특히나 성폭력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할 범죄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홀베르그가 지옥불의 고통속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길 진심 두손 모아 빈다.


재밌다. 추천!


"소장님은 그 비밀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군요. 오래된 가족의 비밀. 비극과 슬픔, 그리고 죽음. 이 모든 것이 컴퓨터에 체계적으로 들어 있는 겁니다. 가족사와 개인사들이. 소장님이나 제 얘기도. 비밀을 모두 가지고 있다가 원할 때마다 꺼내볼 수도 있는 거고요. 한마디로 전 국민을 들여다보면 유리병 도시로군요."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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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장날입니다 - 전국 오일장에 담긴 맛있는 사계절 김진영의 장날 시리즈
김진영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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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장날입니다" 장날. 언제부터인가 듣지 못한 단어. 예전에는 가끔 장날이라고 열리는 시장을 보았던것 같은데, 어느덧 서울살이가 익숙해진 시점부터 듣지못한 단어다. 아는 지인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뭔가 낯설지만 그리운 단어가 눈에 들어와 덥석 읽은 책.

 

책은 식품 MD를 하고 있는 저자가 근 20년동안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얻은 장날 및 음식 노하우를~ 마구 풀어놓구 있다. 으흐흐. 책을 읽으며 배고픔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재밌는 점은 장날이 열리는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계절별로 장날을 그리고 있다. 봄에는 어디 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 여름에는, 가을에는, 겨울에는.. 이런 식이다. 인생 거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지낸 나로써는 사실 제철에 뭐가 먼지를 잘 모른다. 마늘쫑이 봄에 나온다는것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야채를 사시사철보고 있으니..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야채는 정말... 빙산의 일각이였다. 낯선 이름의 야채들. 그 시기 그 고장에서 동네 어르신들에 의해 캐내어져 장날에 잠시 보이는 야채들. 전국으로 퍼질만큼의 재배가 되는것이 아니라 노지에서 산속에서 캐내어지는 야채. 

바다에서 잡히지만 서울에 왔을때는 이미 그 맛이 아닌 생선, 해산물들.

먹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맛있게 먹어보지 못한 제철 음식들. 꺄아..ㅠ

아... 이 나이 될때까지 우리 나라에서 나는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다니.ㅠㅠ

새우젓도 잡히는 시기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잡는 시기에 따라 잡는 새우도 달라진다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또한 새우젓의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또한 저자는 새우젓은 숙성시간이 쌓일 수록 맛있어진다고하니, 김장하시는 분들은 참고!)

 

꽃게는 수조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다가(어느 시장에서든, 그러니 타이밍이 중요함!)

수박은 꼭지가 싱싱한것 보다는 적당히 마른것이 당도가 높다는 것.

콩이 맛있는 고장에서는 우뭇가사리를 넣은 콩국을 꼭 아메리카노 대신 먹어보라는 팁( Aka. 우무리카노, 고령), 11월에는 해콩이 나오는 정읍에서 콩으로 만든 두부를 꼭 먹어 볼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밤의 고장은 합천의 왕밤(왕밤 너무 좋아요!!꺄!). 진짜 달걀만한 사이즈!!

다래. 우리나라 토종키위. 잘 씻어서 껍질채 먹는데, 키위에 없는 산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이곳은 철원! 가을이 일찍 오는 곳.

그리고 어느 장이든 식당에서 밥은 곁다리가 아니라 메인이라는 사실.

어느 장이든 가게되면 그곳 로컬푸드를 이용한 식당을 꼭 방문해볼것. (로컬푸드이기에 싱싱함은 기본이고,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있다는 팁!)

 

책을 읽으며, 계절별로 가봐야하는 장들을 열심히도 적었다. 돌돌이 시장가방 끌고, 나도 장터가서 몽땅 쓸어담아 올 태세로, 그 옆에는 꼭 갈꺼다!라는 다짐도 함께 썼다.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먹는 곳이 장터인것 같으면서도, 문득 장날의 분위기에 이것저것 구경하며 휩쓸리다보면 뭔들 맛있겠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모르고 먹어도 맛있고, 알고 먹어도 맛있는 우리의 장날 음식들!

 

다만, 지방의 소멸이 사람이 모이는 장터에서조차 보인다는 글은 슬프면서도 섬뜩했다. 우리가 장날하며 떠올리는 그런 편안하고 구수함이 사라진다는 것은 뭔가 내가 알아온 것들이 사라지고 있기에, 어쩌면 그런 느낌을 글로만 보고 느낄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그래서 저자는 고향세를 내고 있고, 고향세를 내는 동네로 가장먼저 소멸이 가까이 보이는 지역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 저는 고향세 처음 들었어요!) 경북 영양군과 전북 장수군. 고향세가 지방의 소멸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더 좋은 대책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모두가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니, 나도 고향세가 무엇이고 어떻게 낼 수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배고프게 했지만ㅠ, 재밌고, 유익했다. 

(바로 캔 고구마는 맛없단 사실을 처음 앎, 이것은 밤도 마찬가지..보름은 숙성을 해야한다고 함...)

 

추천 추천!

 

'인간의 욕심이 끝없이 내주던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긴 둑으로 갈랐다. 시장 끝에서 뒤돌아 가던 길, 상인의 말이 귀에 꽂혔다. "금빛 바다가 똥빛 바다가 되면서 내주는 것이 없소."'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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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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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예고를 보고 궁금해져 찾아보니 원작이 있다길래 후딱 읽은 책. 후딱 읽을 수밖에 없었다. 가독성이 와~ 책을 읽으며, 주란과 상은이 각각 누구일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ㅋ(내 예상이 맞았어~)


스포는 없으니 후기를 보시는 분은 마음편히 보시길.

남편과 시부모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사온 판교의 집. 주란은 집이 정리가 미처 되기도 전에 친구들의 아우성으로 친구를 집으로 초청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물론, 주란도 몇일 전부터 집 근처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로 머리가 곤두서 있다. 친구들은 동물의 사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알아보라고 하지만, 주란은 무언가 꺼림직하다. 오고 싶지 않았던 집에다가, 집을 짓느라 진이 다 빠져있는 상태.

그리고 자꾸 옆집의 도우미같은 여자는 자꾸 주란의 집을 지켜본다. 뭔가 궁금하다는 듯. 

그리고 주란은 친구의 말처럼 부엌앞의 마당을 파보는데.. 

주란의 말에도 남편은 당신이 너무 예민하며, 과대망상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두려운 집에 남편은 자신과 아들만 남겨둔채 밤낚시를 간다고 한다.


 상은은 임신중이다. 상은의 남편은 폭력적이다. 임신중인 상은에게 손을 대지는 않지만, 상은은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움츠러든다. 상은의 말마다 비아냥대고, 상은을 무시한다. 상은은 남편이 밤낚시를 간다기에 근처의 자기 엄마의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지만, 남편은 그 말조차 비아냥 대며, 거칠게 군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듣는 남편의 부고.


상은과 주란의 이야기가 겹치고 겹치며 흘러가는 이야기는 주란의 망상이 정말 망상인 것인지, 상은이 죽은 남편의 흔적을 찾아가는 스토리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를 계속해서 의심하게 하며 이야기가 섞여간다. 

주란이 마당에서 발견한 것은 과연 무엇이였을까. 

상은이 찾아간 남편의 흔적 속에서, 그녀의 남편이 협박하던 것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들은 자신을, 또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위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모두에게 의심이, 또는 모두가 정상인 것은 생각에, 대체 누구야~ 하며 숨막히게 쫒게 만드는 책이다.


으. 여름에 딱인 스릴러.

걸어오다 보이는 어느 주택의 앞마당이 갑자기 스산하게 보인다. 비도 주룩주룩 오는데...


진짜 재미나다! 추천!!


"대문을 닫고 몸을 돌리자 누가 내 뒷머리를 잡고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면 마당에.."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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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의 저항자들 -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 투쟁기
주디 버탤리언 지음, 이진모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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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 많이 들어본 소리인데,, 어디 지역 이름인가? 했는데, 책을 통해 “게토”는 유대인 거주지역을 의미했다.(많이 들었으면서도 정확한 의미는 처음 알았다..) 유대인 거주지역의 저항자들이라는 이 책은 나치 독일 시대에 유대인 저항자들 중에서도 특히 “유대인 여성”의 투쟁기를 그리고 있는 책이다.

 엄연한 피해자이고, 누구보다 나치로부터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투쟁했던 이들이면서도 여자이기에 묻혔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제치하 여성독립운동가가 엄연히 있었음에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궁금했다. 


책은 여러 여성들의 투쟁기를 그리고 있다. 여성이기에 더 참혹했지만, 여성이기에 어쩌면 더 잘 숨길 수 이었던 이점들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대인들을 탈출 시켰는지를 읽으며, 더 놀라웠던 점은 그들이 고작 10-20대 였다는 사실.

 레니아는 폴란드인으로 유대인이다. 나치의 폴란드 침공으로 유대인들의 고립이 시작되었을 때, 그녀의 가족은 그곳을 떠나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고, 먹을 것이 떨어져 더이상 그곳에 머물수가 없었다. 그리고 떠난 피난길은 위험천만의 여정이였다. 오빠들이 잡혀가고,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지는 과정속에서도 불구하고 그녀는 유대인 공동체를 위해 투쟁했다. 결국 거짓 신분증이 들통나 구속되었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부인해야했다. 인정하는 순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폴란드인이며 기독교인이라 말했고, 유대인 억양을 숨긴체, 폴란드어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용소에서도 유대인이라는 신분을 숨겼지만, 유대인들을 도왔고, 아픈 친구를 간호하고 숨겼다. (병걸린 수용자는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녀의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죽었음에도 유대인이라는 것을 숨겼어야 했고, 카톨릭 식 장례로 그녀를 보내야 했다. 그런 그녀는  결국에는 수용소에 갖은 핍박과 고문을 당하다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그녀는 언니 사라의 도움으로 수용소에서 도망쳐, 폴란드 국경을 넘었을 때, 그녀의 나이 고작 19이였다.


이 책 속에서 가장 신기하다할까, 놀랍다고 해야할까. 폴란드 인이면서 유대인인 그들은 스스로 유대인임을 숨겨야 했다. 같은 폴란드인들과 또 다른 취급을 받았으니. 그러면서 종교를 숨기기 위해 카톨릭인 척을 해야했고, 그러면서  독일에게는 파르튀잔이 아니고, 유대인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다.  분명 한 사람인데, 무엇이 아님을 이토록 증명해야 하는 시대는 과연 무슨 시대인가.

 폴란드에 국적을 두고 사는 같은 폴란드인이며, 또한 그들은 독일 나치의 피해자 이면서도, 유대인을 외면했다. 어떤이는 게슈타포에게 그들을 밀고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나치의 눈을 피해 그들을 숨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외면했다. 그렇기에 유대인들에게 폴란드는 나치독일에게는 같은 피해자이면서도, 유대인이 아닌 폴란드인은  또다른 의미의 가해자이기도했다.  


 그녀들은 투쟁을 했다. 변장에 능하고, 여자이기애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들을 해냈다. 무기를 운반하고, 게슈타포의 무기고를 습격하고, 투쟁단체에 무기를  제공하고,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누구도 도울 수 없었던 공동체에 음식을 대고, 나치의 선전으로 외부는 알 지 못했던 그들의 학살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위험천만하지만 나치에 뇌물을 대고 갖힌 유대인들을 탈출 시키며, 나치 부대가 공동체를 몰살 시키려할 때, 무기를 이용해 실제 물리적으로 그들과 싸웠다. 

그리고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투쟁은 폄하되었고, 묻혔다. 누군가의 말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비난받았다. 거짓말쟁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살아남은 이들은 결국 생을 온전히 끝맺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생존자의 죄책감일 수도, 아니면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그리움 일지도. 실제로 생존했던 이들은 자식을 통해 이미 떠나보낸 가족의 대체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상실된 관계p.592” 가 생존자들의 가족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시기의 우리나라를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나치가 유대인여성에게 행했던 만행은 곧 우리나라의 위안부를 생각케했고, 레니아와 같은 투쟁여성에서는 우리나라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생각케했다. 

그러면서도 그 투쟁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과연 이 시대는 무엇과 누구를 위한 전쟁이였는지를 계속해서 반문하게 한다. 끔찍했다.


책의 말미에 저자가 했던 말 ”증오는 우리의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p.640” 라는말이 깊이 와닿는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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