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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평점 :
"견딜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제목에 김영하작가님 북클럽 선정도서이기도 했고, 로맨스가 읽고 싶어 읽은 책이다. (북클럽 선정도서 였지만, 북클럽 방송은 보지 않았기에...) 근데,, 로맨스라는 나의 예상은 그대로 뒤집히면서도,, 제목 그대로의 "견딜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줄이야...
주인공 조는 사랑하는 사람인 클래리사와 함께떡갈나무 아래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조가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멀리 기구에 아이 혼자 남고, 기구를 고정시키기 위해 내렸던 아버지는 갑자기 부는 강풍에 다리가 매달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였던것. 그것을 본 여섯명의 남자기 기구를 향해 달렸고, 기구에 달린 줄을 잡음으로써 기구가 날라가는 것을 겨우 막았다. 그러다 다시 언덕에 부는 광풍. 더이상은 무리라고 느낀 한사람이 줄을 놓았고, 그렇게 기구는 날라가기 시작한다. 조도 4미터정도 떠올랐을 때, 줄을 놓았지만, 끝내 줄을 놓지 않았던 의사 로건은 기구와 함께 떠올라, 힘이 다 떨어졌을 200미터 상공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사망했다. 그를 보기위해 다가간 조, 그때 나타난 패리는 그를 만지지 말라며, 자신과 함께 기도하자고 말한다. 당신은 기도가 필요한것 같다며. 경찰이 오고, 시신을 수습하고, 진술을 하고 조와 클래리사는 그곳을 뜬다. 조는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일이. 모두가 서로 줄을 놓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게 나였는지. 아니였는지. 알 수가 없다.
클래리사는 그를 위로하고, 함께 잠들지만, 갑자기 울린 전화 한통. 당신 감정을 이해한다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누군가. 그는 그냥 전화를 끊었고, 클래리사에게 잘못걸린 전화라 둘러댄다. 그리고 시작된 일들.
기구 사건을 읽으며, 연대감? 인간이 가지는 이타성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기구를 놓아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람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사랑이 만들어낸 광기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던 이 이야기는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끌고 갔다. 나도 심지어 조가 미친것 아닐까? 그 기구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가 만들어낸 환상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는 광적으로 그를 두려워했다.
함께 사는 클래리사조차 의심할만큼. 그는 그에게 말은 걸었지만 물리적 위해는 가하지 않았고, 말도 안되는 괴변으로 그에게 다가갔지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듯 보였다. 다만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할뿐.(사실 이게 강요였지. 집착이였고) 그렇게 누구에게도 자신의 괴로움을 증명할 길이 없어 더 미쳐가는 듯한 조.
견딜 수 없는 사랑의 제목은 말그대로 사랑을 받는 이가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받았을 때 그것이 한 인간에게 어떤 공포와 광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초창기 "스토커 법"이 제정될 당시 사랑이 죄는 아니지 않냐는 사람들의 말이, 그 받는 사람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은 곧 죄임을 그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 만들어낸 광기임을 알기까지 우리는 참 오랜 시간을 들였고,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나고서야 그 위험성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직접적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공권력의 개입이 최소화 되는 요즘도 그 범위가 이해되는 바이나, 여전히 내가 그 상황이라면 정말 미칠만큼의 공포속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끔찍하다.
이언 매큐언이 1997년에 이 책을 썼다고 하니, 책 속의 인물들의 생각이 왜 그랬었는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언 매큐언의 책은 처음이지만 기구 사건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힘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놀라웠다. 기구 사건만으로도 생각이 많았는데, 이후의 스토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에. 더.
"사랑"이라는 제목에 로맨스물인줄 알고 봤는데, 스릴러일 줄이야.
하지만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감정은 타인에게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한 책.
굿굿.
"이곳들이 내가 짊어진 십자가의 길이었다"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