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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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책이 김훈 작가님을 통해 “하얼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번달 15일 광복절날 문득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에서 사형당해 돌아가신 역사적 사실은 우리모두 아는 바이다. 그 이야기에 김훈 작가님의 이야기가 덧입혀진 소설. 읽으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까지가 소설적 요소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아마도 책 속 이야기가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히로부미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시작으로 보여지는 책은 시작부터 화가 났다. 아마도 피해국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겠지 싶다가도 책 속 이토의 생각은 서양의 제국주의 시각과 어쩜 그리 닮아있었는지 놀라울 정도 였다. 미개했던 나라에 자신들이 들어옴으로써 깨치는 계기를 주었다는 그 말도 안되는.

그런 이토를 안중근 의사는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토라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그로인한 작용을 없애야겠다 다짐한다. 그리고 아내의 뱃속에 있는 셋째도 보지 못한채 하얼빈으로 떠난다. 이토의 순방 시 그를 저격하기 위해.

우리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을 알 뿐이다. 그분이 가졌던 고뇌를 알 지 못한다. 하지만 책속에서는 그 분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음을, 특히나 천주교 신자였던 사람으로써 살생이라는 것에 대해 종교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써, 문중의 장남으로써, 한 사람의 남편으로써, 세 아이의 아버지로써의 고뇌가 책 속에서조차 다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토의 저격 이후에도 할일 했다는 의연함, 일본 미조부치의 취조에도 이토의 저격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할말을 하는 안중근 의사와 우덕순 열사. 특히나 안중근 의사와 우덕순 열사의 심문부분을 읽고 있자면 아마도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쓰신 내용이겠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그분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어떤 변명도 없다. 어찌 이리 곧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놀라울 따름.

일본 형사조차 더 깊이 심문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깊이로 내려가면 그들이 더 말려들것을 알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케했다. 물론 종교가 가지는 가장 기본의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내가 생각하는 종교란 가장 넓은 의미의 선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의 요청을 그토록 단번에 거절할 수 있다니. 물론 사제인 빌렘신부님은 그럼에도 안중근 의사를 찾으셨긴했지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 속 특히 뮈텔주교라는 사람의 사상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가 가졌던 사상이라는 것이 일본이 우리나라에 침략을 정당화 했던 그 사상과 별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기야 서양이 제국주의로 나설 때, 가장 먼저 파견한 것이 선교사들이였고, 그 이후 무기를 앞세워 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 시대 사람의 생각은 그저 원인을 무시한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였던가 싶은 씁쓸함이 들었다.  그들의 나라가 벌린 제국주의적 행위에 대해서는 반성이 없고, 그들에 대항하여 벌리는 그나라 사람들의 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종교인이라. 글쎄.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중 하나이고, 이번 광복절 대통령 연설을 들으며 경악했던 나로써는 하얼빈이라는 소설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그 시대의 안중근이, 우덕순이 현시대를 살았으면 평범한 30대를 살아 40대를 맞았을텐데,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고뇌를 가지지도 않았을 텐데.하는 슬픔.


되풀이 되지 말아야할 역사이고, 그래서 더 그시대를 부릅뜨고 봐야한다 생각한다.


강력!!! 추천.


“코레아 후라” p.167


“질문이 답변을 누르지 못했다. 질문과 답변이 부딪쳐서 부서졌고, 사건의 내용을 일정한 방향으로 엮어나가지 못했다. 답변이 질문 위에 올라탈 기세였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지술을 힘주어 말했다. 진술은 유불리를 떠나 있었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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