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주공아파트 - 단지 신화의 시작 케이 모던 1
박철수 지음 / 마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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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에 주공 아파트가? 아주아주 오래전에 과천 주공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지나고보니 꽤나 많은 이들이 (소위 중산층) 과천 주공아파트를 살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제목과, 뭔가 오래된 느낌의 아파트가 가득찬 이 표지가 내 호기심을 끌었다.

이 책은 부제에 있듯 ”단지 신화의 시작“을 말한다. 한마디로 현재 대한민국 아파트의 프로토타입인 셈.
군부독재의 시작의 정당성(?)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였다. 국가기반의 사업으로 시작해 대단지 주거임대를 계획한 것.
각 10층으로 총 1000세대를 목표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소위 ”혁명의 상징“으로 만들려는것.
아파트가 ”혁명의 상징“이라니,, 놀랍다.

이렇게 정부와 민간의 주도로 1961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결국 기술과 자재 부족 등의 이유로 6개층으로 줄었고, 엘리베이터는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자금 부족으로 인해 임대에서 선분양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국가가 돈이 없어 민간자본이 들어간 셈.
하지만 놀라운 점은 지금의 커뮤니티 및 1999년에야 비로소 생긴 타워펠리스와 같은 상업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짜 현재 대한민국의 프로토타입 아파트였다.
다만 이 프로젝트를 미국에서는 반대했었다 한다. 왜냐고? 책속에서는 다양한 이유를 말했지만 ”내“가 이해하기엔 한마디로 깜냥도 안되는 것들이 무슨. 뭐 이런 느낌이랄까.. 췟
”최초 구상한 10층 높이의 아파트 주거동이 6층으로 변경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이유를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대한주택공사는 미국의 반대와 함께 당시의 전력 사정과 기름 부족, 열악한 상수도 현황을 꼽았다.“ p. 217

전기 및 유류 사정으로 인해 중앙 난방과 엘리베이터 설치를 비난했다니.. 거기다 마실 물도 부족한 판에 수세식 화장실이 웬말이냐며..서울시도 한 몫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마포주공아파트는 최초 설계 안에서 대폭 수정이 되었으나, 완성 되었다.
임대가 아니라 전체 분양이였지만, 그대로 국가가 원하는 모습의 단지 하나는 만든 셈.
이 것을 필두로 용산의 한강맨숀, 외인아파트등이 그 뒤를 이었다니 아파트 공화국의 대한민국의 서막이였다.

이 책의 오래된 사진을 보자면 아주 어렸을 적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의 아파트가 현대화 되었을 뿐, 구성 요건 등은 1961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ㅎㅎ 그때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장독대를 꼽았다니 이 부분에서는 정말 시절이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장독대를 어디다 묻을 것 인지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아파트 주변에 ‘식품제조 공장‘을 지어 아파트를 ‘통조림‘ 중심으로 식생활을 개선하고자 했었다니 ㅎㅎㅎㅎ 이야 1961년에 2020년을 꿈꿨구나.. 싶은 놀라움이 들었달까.
 

쿠테타 세력들이 생활 혁명을 위해 밀어붙인 프로젝트로 입식 생활, 장독대 철폐, 난방방식(라디에이터) , 공동생활에 대한 ‘훈련‘등을 표방한 절대권력층의 이상형이 바로 아파트 였다.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 단위 면적당 주거 시설 증대를 위해 필요한 일이였겠지만, 쿠테타의 이상이였다는 점은 흠흠… 싶었다.
 당시는 시작에 분양이 잘 안되긴 했었지만 그래도 저자가 말했든 마포주공아파트는 완벽한 ’승리‘였다.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한 프로토타입이니까.


흥미로운 책.
재밌다!

”1962년 12월 1일 김현철 내각수반이 마포아파트 1단계준공식에서 대독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준공식 치사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이 신문 광고는 ‘현대적 시설을 완전히갖춘 마포 아파트의 준공은 생활 혁명을 가져오는데 한 계기‘가 될 것이며, ‘혁명한국의 한상징’이 될 것 이라던 10년 전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졌다는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었다. 아울러 ‘군사혁명을 생활의 혁명으로!’ 전환하겠다는 염원이 완성에 이르게 되었다는 권력집단의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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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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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표지. 뭘까. 검은 사슴이란게 실제로 존재하나?

명윤, 인경, 의선, 장, 임씨의 이야기.
명윤과 인경은 사라진 의선을 찾기위해 폐광의 황곡으로 온다. 어느날 나타나 두사람 곁에 있던 의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떠올리며 방문한 도시 황곡,
인경은 회사에 광부의 사진을 찍었던 장이라는 인물의 기사를 쓴다는 명목으로, 의선을 흔적을 찾기위해 명윤과 그곳에 간다. 
그곳에서 사진기사 장을 만나고, 
갱도와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사진을 찍었던 그를 만난다. 그리고 들은 검은 사슴의 이야기.

"깊은 땅속 아반사이사이로 기어디니며 사는 짐승이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놈들을 다 합쳐보면 수천 마리나 되지만 가족을 이루지 않고 늘 외돌토리로 다니지. 생기기는 사슴 모양으로 생겼는데, 온몸에는 시꺼먼 털이 돋았고  두 눈은 굶주린 범처럼 형형하다." p. 474

이 이야기는 "검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선으로 인해 방문한 황곡에서, 각자 자신만의 과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내 누가 검은 사슴이였을까를 생각케했다.
검은 사슴을 만나면 이 짐승은 사람에게 평생의 단한번 하늘을 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고 한다. 그 소원의 댓가는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 하지만 뿔과 이빨을 취한 사람은 도망가고 그들 피를 뚝뚝 흘려가며 죽는다.
나는 궁금했다.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을 취한 이들은 빛을 보았을까. 
그 칠흙같은 갱도에서 사고로 죽어간 이들은 검은 그것을 본듯한 말들을 한다. 죽어가면서 만난 그것과 그. 누구도 빛을 향하진 못했다.

인경도, 명윤도, 의선도 빛을 향해 서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각자의 어둠속에 있는 인물이면서, 때로는 뿔과 이빨를 취한 인간이기도 했다.

명윤은 자신의 동생에게,
인경은 자신의 언니에게,
의선은 자신의 오빠에게,
동생의 돈을, 언니의 희생을, 오빠의 불편함을 외면함으로써 뿔과 이빨을 취한 그들은 그 어둠 속에서 도망쳤지만, 빛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마치 빛을 보면 녹아내려버릴 것 처럼 말이다. 여전히 어둠 속에서 나아가지고 못한 채 과거에 있는 이들. 그들은 그 자신이 어둠속에 있다는 사실을 의선의 흔적을 찾으며 알아간다. 마치 죽어가면서 검은 사슴을 만난 이들처럼.
왜.
그렇게 의선을 찾아야 했을까. 
의선은 존재하는 인물일까.

그리고 장. 한창 그곳에서 활황이던 시절, 그곳 사람들의 사진을 찍던 이. 광산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 지금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남지 않는 사진을. 마치 허공을 찍듯.
" 돈도 시답잖에 못 모으고 재작년에 갔다오. 왜, 탄광촌의 돈은 햇빛만 보면 녹아버린다잖아요...." p.366
 광산 속에서 캐내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의 빛이였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무엇. 그것을 위해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이들과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찍는 장은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찍는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일터에서. 하지만 그렇게 사진을 담기 위해 들어간 막장의 붕괴사고로 매몰된 그 곳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부질없이 죽어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갱도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10여년동안 모았던 사진이 불타 사라져버린 뒤로 그는 더이상 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에. 순간의 찰나가 결코 다이지 않는 그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을 알기에 말이다.

이 어둠은 언제 쯤에서야 끝이 나는 것일까.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어둠으로 침참하는 것 같달까.
문득 문득 보이는 빛은 빛이 아니다. 빛을 갈망하는 이들의 간절함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주는 메시지는 삶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계속 해서 침몰하는 어둠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삶의 한줄기를 붙잡고 있다는 점이 놀랍달까.
어쩌면 인간이 가지는 가장 놀라운 점일지도 모른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같이 말이다. 모든 험한 것의 마지막에 보이는 희망. 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호함 속에서도 삶이 있었고, "검은 사슴"에서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도 삶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힘들지만, 어둑한 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겠지. 
힘들게 읽히면서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두번째 스토로보가 터질 때 사내의 얼굴 위로 깊은 상처의 흔적같은 초조와 불안, 외로움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그야말로 흔적이어서, 섬광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 p.131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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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영화표지)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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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서 제목이 궁금해졌다. 왜 파과일까. 파과는 무슨 뜻일까?
네이버 사전을 보니 상반된 의미의 두 뜻이 보였다. 16세의 소녀와 64세의 남자? 둘 중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16세의 소녀는 짧은 찰나이면서, 64세의 남자는 웬지 이 책의 조각을 떠올리게 했다.

60세가 넘은 퇴물 방역업자 조각. 평생을 한 일만 하던 그녀는 이제 회사에서 퇴물취급을 받는다. 고만고만한 업무를 처리하며 살던 중 같은 회사 출신의 ‘투우‘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젋은 방역업자.
자신의 스승 ’류‘로부터 받은 가르침이 퇴색하던 어느날 그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매번 방문하던 병원에서 자신을 치료하던 장선생 대신 강선생의 도움을 받는다. 협박인지 부탁인지 모를 그녀의 말에 그는 기꺼이 알겠다라고 답을 하고, 그 자신도 ‘딸‘로 인해 이일을 하고 있다는 말에 조각은 그의 고난한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강선생의 가족과 딸.
방역업자로써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녀의 눈빛이 그의 가족을 향해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서도, 그 눈빛을 거둘 수가 없는데,

그리고 강선생의 딸이 사라졌다.

왜 나이든 킬러여야 했을까? 작가님은 왜 나이든 킬러를 주인공으로 했었을까. 젊은 킬러도 충분히 연민을 가질 수 있는 설정이 가능했을텐데. 왜였을까라는 물음표를 띄우며 읽은 이 책은. 결국 마지막에서 뱉는 그녀의 한마디에서 알 것 같았다.(그 한마디가 스포가 될것 같아서 책에서 보시길.ㅎ)
자신의 단한번의 실수를 품어주지 않았던 가족을 떠나 그저 내 한 몸 먹고살 길만 있으면 되었던 그녀를 속였던 이에게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온 그녀를 ’류‘는 방역업자로 키웠다. 오로지 ’류‘만을 위해 살았던 그녀는 그의 어떤 것에도 한치의 의심도 없었고, ‘류‘의 가르침대로만 살아왔다.
그런 노년의 그녀에게 ’강’은 어쩌면 자신이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던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이였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올리던 방어조차 걷어버릴 젋은 날의 ‘류‘였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기보단 지켜내지 못했던 무엇.
그래서 이 책에서 유일한 실명으로 나오는 ‘강’선생의 딸 해니.

그리고 ’투우’. 조각 스스로가 만든 결과이자, 조각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했던 인물. 빌런인것 같은 이 인물에게 조차 연민의 눈길을 가게하는 이 이야기가 가지는 놀라움인것 같다. ’투우’ 역시 끝내 ‘조각’앞에 서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각에게 더 큰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서야 자신을 알아본 조각에게 위안을 받는 것은 가족의 죽음을 보고서 평생을 쫒은 이에게 자신이 one of them이 아니라 The one이 되었다는 인정이였던 걸까.

이 책에서 유일한 이름을 갖는 인물 ‘해나’는 조각이 갖지 못한 유년시절이면서, 평생을 방역업자로만 살았던 조각에게 유일하게 지켜야 할 무엇이다. 그녀가 평생을 가질 수 없었던, 그래서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그녀의 연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토록 강렬한 것이겠지.

” 단지 동전이 바닥났을 뿐인데 조각은 지금껏 형태를 유지해온 자신의 남루한 삶 전체를 비워나가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p.295

재밌고 흥미로운 책.
이제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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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 - 나도 모르게 방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배종빈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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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만으로도.
아. 정말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어갈 수록 하기 싫은 일은 늘어가고, 나는 왜 무언가를 결정하고 움직여야만 하는 위치에 놓이는 것인지 요즘 들어 작은 결정조차 회피하고 싶어지는 욕망!에 사로잡히기에 더 그러했다.

이 책은 그런 “무기력”, “회피”,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우리가 그런 상황에 놓이는지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해결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아마도 이런 상황까지 갔다면 정확히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사항이기에 그런듯 하다.

우리가 ”왜“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황에 놓여지는 지는 다양하지만 결국 다수는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며, 개인마다 다른 상황이 있지만 결국은 완벽주의적 성향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들(성적, 성과 등등) 그로인해 발생하는 우울증, 무기력, 중독등이 있다.
또한 저자가 말하길, 우리의 뇌가 어떤 위험상황이에 노출되엇을 때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말그대로 위험 회피를 통해 일단은 상황을 벗어남으로써 얻는 보상이 있기에 그렇다고,(나는 정상이였어!) 다만 그런 상황들이 모이고 쌓여, 오는 상황은 결국 내가 또 처리해야할 일들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뭐 말해뭐하랴.. ㅠ
사실 무기력이라는 것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결과라는 것이다. 나의 의지 박약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치료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로 의지만으로 무기력감을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로 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p.33

그리고 무기력으로 인해 내가 무엇도 할 수 없을 때 중독은 더 빠르게 나를 파고든다. (개인적으로 이 챕터가 가장 두려웠다.) 왜냐고? 저자의 말대로 예전의 중독은 돈을 지급해야 했으니까. 무엇이 되었든 중독으로 빠져들기 위해선 경제적 댓가가 있어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손놀림 만으로도 우리는 중독에 빠져든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을 통한 게임, SNS, 동영상 등등. 내가 중독되었다는 위화감 조차 없이 빠져드는 것. 무엇을 잃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기쉽지 않다. 이 책의 소제목 처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중독되어 가는”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뭔지 조금은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그럴까.

하지만 무기력은 결국 나의 지금 상황을 캐치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리셋할 수 있는 또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그 상황 자체는 나에게 생긴 최악이지만, 내 몸이 내 뇌가 나의 최악에서 벗어나라고 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꼭 우울증과같은 병이 아닐 수도 있다. 갑상선, 알레르기(면역체계이상), 안과적 질환 등등 다양한 원인이 또한 무기력을 증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니..

무기력이라는 상황은 사실 벗어나기 힘들다. 의학적 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우울증 치료후에도 무기력 증상이 동반되어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하니 결국은 나의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어쩌면 무기력은 그만큼 그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무엇을 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방증이니까, 적어도 나로인해, 내가 의지박약이라 그렇다는 자기 비판은 그만하자. 누군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본다면 그 사람을 멀리하자. 그리고 정말 나를 돌아봐야 할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 다만 나를 그 상황까지 몰아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뭐든 예방이 제일이지뭐..
가장 당연한 말이면서, 우리는 이말을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걸 책을 읽으며 다시 되세긴다.
”정신과 신체가 조화롭게 건강하다면 무기력은 여러분의 삶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p.262

우리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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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알프레드 랜싱 지음, 유혜경 옮김 / 뜨인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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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클턴”이라는 인물을 TV에서 처음 듣고 참 궁금했다. 어떤 사람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남극 탐험중에 빙하에 의해 배가 좌초되고 살아돌아온 스토리. 정도로만 알고 읽었다.

1900년대 초반 탐험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영국이 남극점을 다녀갔을 때, 이미 그곳은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 다녀간 후였다.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은 영국에서 섀클턴이 남극횡단 탐험을 계획한것.
자금은 정부와 여러 단체를 통해 모금을 했지만, 횡단은 작은일이 아니였다. 섀클턴은 탐험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 및 상업적 소유권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 탐험에 같이 할 인원을 모집했다. 항해사 및 선원, 목수, 요리사, 의사 등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하여, 1914년 10월 드디어 출항.

사실 나는 남극의 탐험이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뭐 탐험의 ㅌ 모르는 사람이니까..) 남극은 빙하로 이루어진 대륙이다. 그러니 남극을 횡단하기 위해서는 표류하는 빙하를 뚫고 가야 하는것. 그렇기에 배 자체도 어마어마한 두께의 빙하로부터의 위험에 보호가능한 배여야 했다. 배 이름은 인듀어런스호. 그럼에도 빙하는 만만치 않았다.

빙하의 움직임에 맞춰 더디게 나아갔지만, 계속해서 파도와 바람에 움직이는 부빙군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배는 빠져나오지도 버티지도 못했다. 배에 들어찬 바닷물을 펌프를 이용해 계속해서 퍼내고, 물막이를 쌓아댔지만 그들은 배를 포기해야만 했다.

긔고 시작된 생존의 여정.
그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게속해서 움직이는 빙하위에서 그것이 아무리 두껍다한들 언제 부서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빙하위에서 버틸수 있는 시간도 한게가 있는것. 그들은 육지를 찾아야했다.
인듀어런스호 안에서 음식을 최대한 챙겼지만, 대다수의 음식은 버려야했다. 이제부터는 살아남기 위한 전쟁만 남은셈.
그렇다면 보통 인간의 가장 바닥의 욕망이 드러난다. 생존. 하지만 그들은 그런 생존을 함께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섀클턴이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의 대장을 욕할지언정, 믿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그렇게 시작된 생존을 위한 여정에서 결국 잠시 머무를수 있는 바다위 무인도 엘리펀트섬을 찾아 정박했지만, 누군가는 진짜 육지로 가 배와 인원을 구해와야 했다. 살지, 죽을지모르는 저 바다로 누군가는 나가야하는 것.
여기서 섀클턴이라는 인물의 진가가 드러난다.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사람. 가장 앞에 선두로 서는 마치 퍼스트펭귄 같았다. 그렇게 배를 타고 말그대로 딱 죽기 직전 육지에 도착했지만, 도착한 곳에는 구해줄 누구도 없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야하는것. 배를 타고 갈 수 없기에 누구도 넘지 못했던 얼음산을 통해 구조요청을 하러가는 섀클턴.

그리고 엘리펀트섬에서 새클턴이 오기를 기다리는 다른 이들. 오로지 나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배를 찾고 구조대를 꾸려 떠난다. 그런 시간들은 짧게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이 부분도 놀라웠다. 다시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갈 용기가 있을 수 있을까? 그만큼 그들의 생존은 두렵고, 무섭고, 끔찍했다.

이 책은 한사람의 생존에 대한 표류기가 아니다. 인간애에 대한 책이다. 누군가를 신뢰하기에 보내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이 그들의 항해를 단 한사람의 사망자 없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2년이다. 항해를 시작해서 배를 버리고, 생존을 위해 표류했고, 모든 이가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 생과 사의 두려움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한 사람들과 그들의 대장 이야기는 어쩌면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가득찬 우리에게 ‘정신차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주축이 되는 섀클턴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일이지만.

“남극 바다의 맹위에 노출된 황량한 해안에서 겨우 발을 디딜 만한 보잘것 없는 땅. 하지만 상관 없었다. 그들은 어쨌든 육지에 올라와 있었다. 497일만에 처음으로 그들은 육지를 밟은 것이다. 단단하고 가라앉지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는 축복의 땅을.”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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