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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알프레드 랜싱 지음, 유혜경 옮김 / 뜨인돌 / 2001년 4월
평점 :
“섀클턴”이라는 인물을 TV에서 처음 듣고 참 궁금했다. 어떤 사람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남극 탐험중에 빙하에 의해 배가 좌초되고 살아돌아온 스토리. 정도로만 알고 읽었다.
1900년대 초반 탐험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영국이 남극점을 다녀갔을 때, 이미 그곳은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 다녀간 후였다.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은 영국에서 섀클턴이 남극횡단 탐험을 계획한것.
자금은 정부와 여러 단체를 통해 모금을 했지만, 횡단은 작은일이 아니였다. 섀클턴은 탐험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 및 상업적 소유권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 탐험에 같이 할 인원을 모집했다. 항해사 및 선원, 목수, 요리사, 의사 등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모집하여, 1914년 10월 드디어 출항.
사실 나는 남극의 탐험이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뭐 탐험의 ㅌ 모르는 사람이니까..) 남극은 빙하로 이루어진 대륙이다. 그러니 남극을 횡단하기 위해서는 표류하는 빙하를 뚫고 가야 하는것. 그렇기에 배 자체도 어마어마한 두께의 빙하로부터의 위험에 보호가능한 배여야 했다. 배 이름은 인듀어런스호. 그럼에도 빙하는 만만치 않았다.
빙하의 움직임에 맞춰 더디게 나아갔지만, 계속해서 파도와 바람에 움직이는 부빙군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배는 빠져나오지도 버티지도 못했다. 배에 들어찬 바닷물을 펌프를 이용해 계속해서 퍼내고, 물막이를 쌓아댔지만 그들은 배를 포기해야만 했다.
긔고 시작된 생존의 여정.
그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였다. 게속해서 움직이는 빙하위에서 그것이 아무리 두껍다한들 언제 부서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빙하위에서 버틸수 있는 시간도 한게가 있는것. 그들은 육지를 찾아야했다.
인듀어런스호 안에서 음식을 최대한 챙겼지만, 대다수의 음식은 버려야했다. 이제부터는 살아남기 위한 전쟁만 남은셈.
그렇다면 보통 인간의 가장 바닥의 욕망이 드러난다. 생존. 하지만 그들은 그런 생존을 함께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섀클턴이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의 대장을 욕할지언정, 믿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부분이 가장 놀라웠다.
그렇게 시작된 생존을 위한 여정에서 결국 잠시 머무를수 있는 바다위 무인도 엘리펀트섬을 찾아 정박했지만, 누군가는 진짜 육지로 가 배와 인원을 구해와야 했다. 살지, 죽을지모르는 저 바다로 누군가는 나가야하는 것.
여기서 섀클턴이라는 인물의 진가가 드러난다.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사람. 가장 앞에 선두로 서는 마치 퍼스트펭귄 같았다. 그렇게 배를 타고 말그대로 딱 죽기 직전 육지에 도착했지만, 도착한 곳에는 구해줄 누구도 없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야하는것. 배를 타고 갈 수 없기에 누구도 넘지 못했던 얼음산을 통해 구조요청을 하러가는 섀클턴.
그리고 엘리펀트섬에서 새클턴이 오기를 기다리는 다른 이들. 오로지 나를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배를 찾고 구조대를 꾸려 떠난다. 그런 시간들은 짧게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이 부분도 놀라웠다. 다시 배를 타고 그곳으로 갈 용기가 있을 수 있을까? 그만큼 그들의 생존은 두렵고, 무섭고, 끔찍했다.
이 책은 한사람의 생존에 대한 표류기가 아니다. 인간애에 대한 책이다. 누군가를 신뢰하기에 보내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마음. 그런 것들이 그들의 항해를 단 한사람의 사망자 없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2년이다. 항해를 시작해서 배를 버리고, 생존을 위해 표류했고, 모든 이가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 생과 사의 두려움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한 사람들과 그들의 대장 이야기는 어쩌면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가득찬 우리에게 ‘정신차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주축이 되는 섀클턴이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일이지만.
“남극 바다의 맹위에 노출된 황량한 해안에서 겨우 발을 디딜 만한 보잘것 없는 땅. 하지만 상관 없었다. 그들은 어쨌든 육지에 올라와 있었다. 497일만에 처음으로 그들은 육지를 밟은 것이다. 단단하고 가라앉지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는 축복의 땅을.”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