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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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표지. 뭘까. 검은 사슴이란게 실제로 존재하나?

명윤, 인경, 의선, 장, 임씨의 이야기.
명윤과 인경은 사라진 의선을 찾기위해 폐광의 황곡으로 온다. 어느날 나타나 두사람 곁에 있던 의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떠올리며 방문한 도시 황곡,
인경은 회사에 광부의 사진을 찍었던 장이라는 인물의 기사를 쓴다는 명목으로, 의선을 흔적을 찾기위해 명윤과 그곳에 간다. 
그곳에서 사진기사 장을 만나고, 
갱도와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사진을 찍었던 그를 만난다. 그리고 들은 검은 사슴의 이야기.

"깊은 땅속 아반사이사이로 기어디니며 사는 짐승이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놈들을 다 합쳐보면 수천 마리나 되지만 가족을 이루지 않고 늘 외돌토리로 다니지. 생기기는 사슴 모양으로 생겼는데, 온몸에는 시꺼먼 털이 돋았고  두 눈은 굶주린 범처럼 형형하다." p. 474

이 이야기는 "검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선으로 인해 방문한 황곡에서, 각자 자신만의 과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내 누가 검은 사슴이였을까를 생각케했다.
검은 사슴을 만나면 이 짐승은 사람에게 평생의 단한번 하늘을 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고 한다. 그 소원의 댓가는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 하지만 뿔과 이빨을 취한 사람은 도망가고 그들 피를 뚝뚝 흘려가며 죽는다.
나는 궁금했다.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을 취한 이들은 빛을 보았을까. 
그 칠흙같은 갱도에서 사고로 죽어간 이들은 검은 그것을 본듯한 말들을 한다. 죽어가면서 만난 그것과 그. 누구도 빛을 향하진 못했다.

인경도, 명윤도, 의선도 빛을 향해 서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각자의 어둠속에 있는 인물이면서, 때로는 뿔과 이빨를 취한 인간이기도 했다.

명윤은 자신의 동생에게,
인경은 자신의 언니에게,
의선은 자신의 오빠에게,
동생의 돈을, 언니의 희생을, 오빠의 불편함을 외면함으로써 뿔과 이빨을 취한 그들은 그 어둠 속에서 도망쳤지만, 빛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마치 빛을 보면 녹아내려버릴 것 처럼 말이다. 여전히 어둠 속에서 나아가지고 못한 채 과거에 있는 이들. 그들은 그 자신이 어둠속에 있다는 사실을 의선의 흔적을 찾으며 알아간다. 마치 죽어가면서 검은 사슴을 만난 이들처럼.
왜.
그렇게 의선을 찾아야 했을까. 
의선은 존재하는 인물일까.

그리고 장. 한창 그곳에서 활황이던 시절, 그곳 사람들의 사진을 찍던 이. 광산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 지금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남지 않는 사진을. 마치 허공을 찍듯.
" 돈도 시답잖에 못 모으고 재작년에 갔다오. 왜, 탄광촌의 돈은 햇빛만 보면 녹아버린다잖아요...." p.366
 광산 속에서 캐내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의 빛이였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무엇. 그것을 위해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이들과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찍는 장은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찍는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일터에서. 하지만 그렇게 사진을 담기 위해 들어간 막장의 붕괴사고로 매몰된 그 곳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부질없이 죽어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갱도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10여년동안 모았던 사진이 불타 사라져버린 뒤로 그는 더이상 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에. 순간의 찰나가 결코 다이지 않는 그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을 알기에 말이다.

이 어둠은 언제 쯤에서야 끝이 나는 것일까.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어둠으로 침참하는 것 같달까.
문득 문득 보이는 빛은 빛이 아니다. 빛을 갈망하는 이들의 간절함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주는 메시지는 삶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계속 해서 침몰하는 어둠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삶의 한줄기를 붙잡고 있다는 점이 놀랍달까.
어쩌면 인간이 가지는 가장 놀라운 점일지도 모른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같이 말이다. 모든 험한 것의 마지막에 보이는 희망. 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호함 속에서도 삶이 있었고, "검은 사슴"에서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도 삶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힘들지만, 어둑한 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겠지. 
힘들게 읽히면서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두번째 스토로보가 터질 때 사내의 얼굴 위로 깊은 상처의 흔적같은 초조와 불안, 외로움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그야말로 흔적이어서, 섬광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 p.131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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