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2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현숙 옮김 / 올리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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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유론 On Liberty.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 유명한 책. 1800년대 후반에 쓰여진 책. 오래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책을 읽으며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인물의 진보성에 놀라고, 유명한 책임에도 꽤 얇은 두께에 두번 놀란 책.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1장은 사실상 이 책의 개괄적인 내용이 정리되어있고, 그 내용을 2,3,4,5장에 걸쳐 그의 주장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가장 극적으로 단 한사람의 의견이 모든 인류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그 의견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이 이 장의 주요 논지이다. 단적인 예였지만, 인간을 발전시키는 것은 같은 의견을 가진 이가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와의 토론이라는 것이다. 즉 라이벌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케한다. 우리가 당연한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의 의견에 정당한 근거를 들 수 없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관습적으로 믿어온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인간의 발전은 서로 다 견해에 대한 토론, 증명을 통해 발전해 왔다는 것. 종교 역시 그 범주안에 있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교리, 신념, 믿음 역시 제기되는 반론을 묵살해서도 안되고, 그 의견역시 경청하고 듣고, 토론함으로써 내가 믿는 것에 대한 근거를 스스로 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3장 개별성, 행복한 삶을 위한 요소. 이 역시 위의 맥락과 같이 한다. 인간의 행복은 내가 가진 자유를 최대치로 누리며, 타인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때, 가장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이 가장 흥미로웠다. 왜냐고?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어느 시대보다 자유로운 사회를 살고 있음에도 그 어느때보다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말이다. 주류를 벗어나지 않는 삶. 그 삶을 최고의 행복으로 믿고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인가.싶은 씁쓸함이 들기도 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로움이 보장되었음에도 우리는 왜 여전히 모두가 원하는 삶을 행복이라 여기고 있는것인지. 


그렇다면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것이 4장. 사회가 개인에게 행할 수 있는 권한의 범주를 말한다. 이 장은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사람의 의견이라기보단, 그도 결국 그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계는 그 사회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합의란 2,3장에 걸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그 자유가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테두리안에서 그 시대에 맞도록 다양한 의견을 놓고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절차는 현재의 민주주의로 이어지고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가 개인에게 행하는 제약은 결국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이라는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법을 통해서 이뤄진다. 가장 보수적인 법 조차 시대에 따라 바뀌고, 버려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가 가지는 가장 기본의 도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보며, 시대, 사회를 막론하고 절대 불변의 정의는 없다는 사실, 내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다른 의견 역시 듣고, 토론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가진 민주주의의 힘임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CF 카피가 있었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 이였나. 아무튼 저 문구가 나오는 광고였는데, 이 광고 패러디에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왕따된다는 글을 당시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그게 웃고 넘길일은 아니였구나..하는 반성아닌 반성을 했달까. ㅋ

자유란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가지는 가장 기본권임에도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오래전에 쓰여진 책임에도 나의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 나의 의견만큼 타인의 의견에 대해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참 쉬운 말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지.  그래도 노오력은 해야지!


Good!


"사람들은 기질상 권력자의 위치에 있든, 혹은 동료나 이웃으로 살아가든 자기 의견이나 편향성을 하나의 행동 규칙으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는 성향이 있다. 이렇듯 사람들이 타고난 성향은 인간 본성에 자리매김한 일부 최선의 감정 및 최악의 감정에 의해 더욱 강력해졌다." p.31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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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주택설계란 이런 것이야
마스다 스스무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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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많이 번다면 하고 싶은 일중의 하나가 집을 짓는 것이였다. 아파트에사는게 아니라, 우리 가족만 사는 단독주택. 작은 마당이 있고, 일층 또는 이층짜리 집이 있고. 차 2대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생각해보니 돈 정말 많이 벌어야겠네….ㅠ, 불가능일까....ㅠ) 

하지만 건축적으로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과 시간이 들어가야 하는 일임을 어쩌다보니 알게되었다. (주변에서 작은 아파트 인테리어에도 고생고생하는 것을 보다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만을 위한 작은 단독주택은 여전히 로망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본 자기만의 집을 짓고 꾸며놓은 공간은 여전히 부럽기에.

그러다 이 책을 접했다. 일본 건축가가 썼기에 우리와 사정이 많이 다를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인 설계에서 크게 다를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이였다. 


책은 주택 설계에서 정말 고려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가 막연히 이러면 되는거 아냐? 또는 왜 이건 이렇게 되는거지? 싶었던 것들에 대한 답이 있었달까.

왜 걸레받이랑 천장 몰딩은 대체 왜 필요한가? 왜 문은 여닫이문일까? 미닫이가 공간도 덜 차지하고 좋은데,, 빌트인 가구, 가전은 어떻게 공간에 딱 맞게 들어가는거지? 계단의 치수와 단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화장실의 개수는? 요즘 주택은 화장실의 모양이 왜 각각인 것일까? (어떤 화장실에는 변기가 있고, 어떤 화장실은 변기가 없고,,) 주방의 형태는? 대체 창문은 몇개를 만들어야 하고, 방음, 방열은 어떻게 어디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왜 집은 그토록 견고하게 짓음에도 어디선가 물이세는 것인지.. 등등등. 집이라는 곳을 살면어 우리가 문득 대체 왜?라고 했던 것들에 대한 소소한 답들이 들어있는 책이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무엇도 생각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과, 내가 정말 집을 짓는 건축주가 된다면, 그것을 설계사나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그들과 소통하고 내가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아… 집 못지을꺼같어..ㅠ)



개인적으로 집을 짓는다면 내진, 단열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가장 구조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내진은 OK, 하지만 단열은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조금 달랐다. 주택에서 살던 시절, 주택의 가장 큰 단점이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였는데, 그래서 단열만큼은 있는 최대로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역시 효율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사실 가격적인 부분이다. 단열재를 많이 사용할 수록 광열비가 낮아지는가?라는 측면에서 아니라는 것이다. 열의 전도를 100%막을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선에서 합의점을 찾지못하면, 건축비는 로그적으로 증가해 어마무시한 가격으로 돌아오지만 그에 반해 광열비의 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다.(이럴수가.ㅠ) 그리고 우리 가족이 그 집에서 반영구적으로 살지 여부도 모르는 상황에, 30년 후 집을 다시 짓는다면? 등등을 고려해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나와 나의 가족이 사는 공간이다. 집은 우리가 어떤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각 구성원의 생활 방식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공간은 어떻게 분리를 하면서도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기위해서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추위에 약한지 더위에 약한지. 등등 사람으로 부터 시작해야 하는 종합예술의 결과로 보여지는 느낌이였다.


아. 힘드네. 집짓는거. 그래도 여전히 돈을 많이 번다면 지어보고 싶다. 내가 사는 집, 우리 가족이 사는 집 :)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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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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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아. 이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싶었다. 1983년인 둘리는 (사실은 일억년전이지만..일단 우리 앞에 그 때 나타났으니까)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 둘리만화를 보았고, 또치, 도우너, 마이콜, 희동이 모두 나 같았다. 고길동 아저씨는 우리 부모님같았고, 그런데 고길동의 나이가 되어서 다시 듣는 둘리는 정말 느낌이 달랐다. "고길동을 부탁해.."


책은 둘리의 장면 장면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던 일상을, 나를, 주변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문구와 만화속 둘리의 에피소드를 담고있다. 여전히 각 캐릭터는 따뜻하고, 여전히 나를 웃음짓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단 한명, 나이들고 보는 고길동 아저씨는 정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렸을때 고길동 아저씨 정말 미워!했었는데, 맨날 둘리 구박한다고, 근데 고길동의 나이가 되어 다시보는 고길동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정많은 사람이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나이만큼 보이는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나에게 저런 객식구가 있었다면 아마 나는 안받아줬겠지. 나 살기도 퍽퍽한데, 만년 과장인 내가 어떻게 객식구이면서 맨날 사고만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살수 있겠는가 싶었달까.(아.. 너무 현실적이야..)


하지만 고길동아저씨는 둘리를 받아줬고, 도우너를 받아줬고, 또치를 받아주고, 마이콜을 상대해준다. 틱틱대긴해도. 어쩌면 길동아저씨는 너무나 판에 박힌 자신의 일상속에 들어온 요 이상한 아이들이 그의 어린시절을, 그가 잊고 살던 무언가를 알게 해줘서 받아줬던건 아닐까.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갖힌 나를 환기시켜주는 (뭐 거의 대부분은 사고이지만.ㅎㅎ) 존재들이기에 받아준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동 아저씨에게 둘리와 아이들의 사고를 수습할때는 화가 나있었지만, 잠이 들 때쯤은 아이들의 생각에 허허 하고 허탈웃음을 짓게 하는 존재들이지 않았을까.


혼자 현실에 발딛고, 나머지 친구들이 자신만의 상상을 펴나갈수 있게 해준 길동 아저씨. 그 길동 아저씨의 힘듦을 둘리는 알았을까. 아마 몰랐을 것이다. 둘리도 "아기"공룡이였으니까. 이젠 둘리가 노년의 고길동을 돌봐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여전히 책속 만화속 둘리는 "아기"공룡이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엄마"공룡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둘리야. "고길동 아저씨를 부탁해"


Good!


"길동 아저씨는 과일나무에요.

 뿌리를 박고 서 있는 과일나무는 항상 두팔을 벌리고 있죠. 
 온갖 새가 날아들고 때가 되면 열매도 맺어요.
 그런데 누가 알까요?
  열매를 맺기 위해 나무는 비바람을 견뎌내고 가문 날 뜨거운 태양에 허덕인다는 것을요."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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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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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지인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해 매년 읽고 있는 책이다. 단편이라서 읽기도 좋고, 시류의 흐름에 따른 주제들이 등장해 뭐랄까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환기를 시켜주는 작품들이랄까.
올해는 젠더, 세대간의 갈등 아니, 차이가 드러난 작품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자개장의 용도>. 4대에 걸쳐 전해진 자개장은 생각하고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 장소로 이동해주는 비밀을 가진 자개장이다. 그 자개장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샀던 할머니의 어머니는 결국 그 자개장을 버릴려했으나, 자식에게 자개장의 비밀을 누설치 말라는 경고와 함께 대물림된다. 그 자식은 그 자개장의 용도를 남편의 기(?)를 꺽는 용도로 썼고, 자신의 엄마는 모든 금기를 깨고 그 자개장을 가족들과 공유했다. 단, 가는 곳을 정할 때는 돌아올것을 생각할것. 그래야 미아가 되지 않는다는 주의사항을 함께. 재밌지 않은가. 장 또는 농은 무언가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물건인데, 그것이 내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떠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 여자임에도 세대마다 다르다는 것이. 정말 <자개장의 용도>는 무엇이 였을까. 주인공 나는 정우를 통해 어딘가를 가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그 즐거움에 대해 알아가면서도, 정우에게 자개장의 비밀을 공유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녀가 걱정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정우에 대한 자신만의 권력(?) 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정우가 떠나고, 엄마를 통해 자개장의 비밀을 듣고서, 그녀는 그 자개장의 진짜 사용법을 알아간다.
나에게 이런 자개장이 있다면 나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까. 세대 마다 자개장의 의미도 사용도 달랐지만, 내게 이런 자개장이 있다면 나는 아마도 나이마다 다르게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딸의 자개장도, 엄마의 자개장도 나는 이해가 되었으니까.


<젊은 근희의 행진>은 정말 가족 관계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100%였다. 언니 문희는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엄마, 문희, 근희는 한 가족이지만, 현실적인 가장은 문희다. 문희에게 동생 근희는 아메바를 연상시킨다. 현실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는 인물이라서. 어쩌다 시작한 유튜브로 먹방, 술방을 거쳐 현재는 북튜버로 활동중이다. 어깨를 다 내놓고,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고서.

그런 근희가 언니는 정말 한심하지만, 동생이 연락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동생의 집으로가 그녀의 흔적을 쫒는다. 그러다 인스타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근희의 근황을 쫒던 중 영상 댓글을 읽으며, 욕하는 댓글을 보고, 속상해 한다. 얼마뒤 도착한 동생의 편지. 동생은 언니 문희가 생각했던 아메바는 아니였다. 생각을 했고, 고민을 하고,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 근희였다. 다만 언니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을뿐, 아니 어쩌면 보려하지 않았는건지도. 문희는 근희가 자신의 방송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을 보고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끌고가는 근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고, 근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사실 가족은 가장 가깝기에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가족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기에 더 이해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관계이지 않을까. 둘은 좀더 오래전에 대화를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제 꿈꾸세요>는 나의 죽음 이후 나의 죽음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지를 정하는 여행을 그린 소설이다. 이걸 밝다고 해야할지 어둡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묘한 느낌이였고, <버섯 농장>은 나에게 사기를 치고 도망간 전 남친 아는 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아,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소설 속에서 사기꾼의 아버지가 나에게 말하는 철저한 모순된 말들은 어쩌면 지금의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해대는 말도 안되는 변명갖기도 했다. 그래서 소설 속 결말은 결국 청년세대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를 밟고 일어서는 방법 뿐인걸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스릴러를 통해 보는 세대 갈등이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였다. 


이밖에도 다른 작품 모두 읽는 내내 좋았다. 역시 매년 후회없는 선택 중 하나.

Good!!!


"동생은 시대에 발맞춰 걷지만 나는 시대 밖으로 걸어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대열 속으로 합류하길 반복하는 것 같았다. 가끔은 시대에 납치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지금은 시대가 나를 납치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시대를 납치하겠다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젊은 이는 늘 있었다. 1920년대에도, 1950년대에도 어김없이 젊은 이는 나타났다. 시대가 변하며 사람들의 직업과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도 '젊은이'는 늘 그대로인 것 같다. 마치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는 인류의 유전자처럼."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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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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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별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차별이라는 의미는 과연 사라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2021년도 부커상을 받은 소설이기도하고, 가장 악명높은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했던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을 배경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궁금했다.


소설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남아공에 사는 백인 아내가 병으로 죽어가며, 남편에게 자신을 그동안 돌봐준 흑인 살로메에게 살로메가 사는 집의 명의를 넘겨주길 원한다고 유언하고, 남편은 그를 받아들인다. 그 사실을 두 부부의 막내딸인 아모르가 엿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죽고 남편은 아내가 말한 살로메의 집에 대한 유언에 대해 기억에 없다고 운운하며, 지키지 않는다. 사실 당시는 흑인이 어떤 권리를 갖는것 그 자체가 법으로 차단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더 그러했다. 그러다 아모르의 아버지가 자신이 키우던 독사에 물려 사망하고, 그 소유권이 자식들로 넘어왔음에도 그 누구도 어머니가 했던 약속을 지키려들지 않는다. 그러다 언니 아스트리드가 강도에 총상으로 죽고, 오빠 안톤 역시 자살로 생을 마친다. 그제서야 농장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아모르는 30년이 지난후에야 살로메에게 찾아가 집의 명의를 돌려준다. 그녀가 그동안 받아 쓰지 않았던 그녀의 유산까지.

하지마 살로메의 아들 루카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거 맞아. 그리고 아직도 네가 모르고 있는게 있는데, 네 것을 주는게 아니야. 이 집은 이미 우리의 것이니까. 이 집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그 집도 그렇고, 그 집이 서있는 땅도 그래. 우리 거야! 네가 정리해서 호의로 나눠 줄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라고. 백인 아가씨.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이미 내 것이야. 내가 요청할 필요도 없이" p.475


어머니가 살로에게에 주고 싶었던 집은 그저 그녀가 살던 아주 낡고 물이새고 어두컴컴한 집이였을 뿐인데, 누구도 그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는다. 제도에 숨어서, 그들의 권위에 숨어서. 굳이. 왜. 라는 변명으로. 하지만 막내딸 아모르는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이행한다. 어머니를 제외하고 아버지, 아스트리드, 안톤이 남아공의 과거라면 아모르는 현재를 말한다고 책의 말미에 해석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아모르가 현재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1986년까지도 남아공에서 흑인은 어떤 것을 소유할 권한을 가질 수 없었다. 불과 40년 전의 일이다. 그런 뿌리깊고 너무나도 악랄한 차별이 존재했던 나라에서 아모르가 과연 현재 일 수 있는가? 살로메에게 집의 명의가 이전되는 것조차도 그저 백인 개인의 선의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현재일까? 그런 생각을 30년을 잊지않고 지켜내는 이가 과연 현재에 얼마나 있을까? 그러기에 아모르 역시 나는 미래로 보였고, 루카스는 그런 현재를 직시하면서 냉소하는 인물로 보여졌다. 


대의적으로는 인종차별이 당연히 나쁜것이라 말하면서도, 그것이 나의 문제와 맞닥뜨렸을때 사람은 다른 말을 한다. 이중성을 갖는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이행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그것을 알지만 행하고 싶지도 않고, 행 할 수도 없는 과거와, 알기에 아주 소수에 의해 행해지는 현재, 하지만 그 역시 그것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말하는 미래를 각 인물의 대사와 배경을 통해 말하고 있지만, 미래가 모호하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나를 보며 나도 어쩌면 백인 위주의 세계관에 물들어 있는것은 아닌지하는 두려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사실 내가 배우던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흑인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졸업하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알았으니까..) 생각해보면 남아공은 흑인들이 원주민이였으니, 사실 그것은 백인들이 주고말것도 아니라는 루카스의 말이 정말 맞는 말이긴 하다. 위 내용을 우리 역사에 대입해보자면, 일제강점기 시절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우리 한국인을 통해 건설하고 일본의 이익을 다 이용해 먹고서는 이제와서 한국의 근대화는 자기네가 이뤄줬다는 말도안되는 핑계를 운운하는 일본과 다를게 무엇인가.

 

이제는 정말 간단했던 약속을 이행하는데 30년이나 걸렸던 이런 이야기가 100년뒤에는 정말 과거의 이야기로만 읽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현재가 아닌.


"그래. 내 눈에도 그게 보여. 루카스의 몸에는 흉터, 그러니까 싸움과 사고로 생긴 칼자국, 깊게 베인 자상, 오래된 상처들이 있다. 편파적인 사건 기록들. 고통과 투쟁과 잘못 흘러간 계획들. 그 어느 것도 쉽지 않았다."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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