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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 1
웬디 베케트 지음, 이영아 옮김, 이주헌 감수 / 예담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Piet Mondrian (Mondriaan) : Broadway Boogie Woogie   / The Museum of Modern Art of New York 

 

오래전 EBS 방송에서 <웬디수녀의 미술관 기행>을 본 적있다.  BBC에서 기획한 것인데, 나이든 수녀님이 미술을 설명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수녀복을 입은 미술해설자는 흔한 풍경이 아니다. 뜻밖에도 그녀는 종교에 치우치지 않았고, 사람들의 세상살이의 고달픔도 잘 이해하는 너그럽고 열린 사람이었다. 물론 미술품에 대한 설명도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았고, 미술사의 앞과 뒤를 연결하겠다는 강박관념이 없었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미술을 좋아하고, 그래서 자기가 아는 만큼, 느낀 만큼 소파에 앉아 차를 나누며 이야기 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무릇 전문가란, 이런 느낌이고 이런 자세여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가물 가물한 기억 속에서 책으로 <웬디수녀의 미국미술관기행> 을 읽게 됐다. 미국의 미술관이라면 모마나 보스턴미술관 정도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미국에는 미술관이 많다! 놀랍다!  책으로 만나는 웬디수녀는 오래전 방송에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부드럽고, 조근조근하며, 설명과 해석에는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의 장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1. 숨어있는 이야기 찾기

            ... 소녀들은 무대안에 고립되어있고, 19세기 치고는 입고 있는 옷도 빈약하다. 그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가족들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염탐하고 있는 남자들이다. 한 남자는 그들을 더 자세히 보려고 오페라
        글라스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무대왼편으로 들어와 어슬렁 거리고 있는 사람은 휴가 나온 군인이다. 인사에 답례하며 팔을 밖으로
        내미는 대신 안으로 꼭 부여잡고 있는 소녀들의 팔 동작은 그들이 어떤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
                                           -  르누아르 <페르난도 서커스단의 곡예사들> (시카고미술관) 설명에서-

이 그림을 그냥 보았더라면 그냥 서커스단 소녀들이 르누아르 특유의 화사한 피부빛을 지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웬디수녀는 소녀들의 몸짓, 관중들의 행동을 통해 그림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녀의 설명만큼 그림이 보인다. 그녀는 탁월한 안내자다. 

2. 작가에 대한 서정성 깃든 해석 

      ...빛나는 색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하다. 정말 우울하지만 그것이 바로 뭉크다
      운 표현법이고, 그가 진정으로 믿는 것을 표현한 것이기에 이 그림은 보는 이에게 감명을 준다. 
      - 뭉크 <선창의 소녀들> 설명에서 -

이 글귀는 뭉크에 대한 짧지만 총체적인 평이다. 일반적으로 뭉크에 대한 해석에는 때론 미술사며 사회사, 심지어 심리학 사전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다가서는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하며, 어떠한 학술적 평가보다 뛰어나다. 

 
3. 공예와 조각품을 주묵하다

지금껏 나의 관심은 평면회화에 주로 머물러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웬디수녀의 설명을 따라가보니, 고대의 조각품과 공예품이 너무나 멋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목록을 말하자면, 고대미술품으로는 < 이집트 여왕의 두상단편>, <페루 제의용 칼 > , 공예품으로는 <님펜부르크의 코메디아 델라트레 조각상들>등이 있다. 비유럽권 미술에 대한 조명도 빼놓을 수 없다.<미흐랍의 기도벽감> (이란), 이요바의 두상(나이지리아)등이다. 현대 조각품으로는 마틴 퓨리어의 <성소>라는 작품에 오래동안 눈길이 머문다.


4. 동양미술에 대한 이해

동양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은 드물다. 딱딱한 학술서를 제외하고는 동양의 전통미술을 부드럽게 에세이로 펴는 책은 별로 보지 못했다. 예전에 홍대미술교육원에서 동양미술사를 들을 때 한시간 한시간이 새로웠다. 대개 처음보는 그림이 많았기에. 우리는 어쩌자고 고호나 렘브란트르르 먼저 배웠을까. 소외된(?) 동양미술사를 누군가 재미있게 풀어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면에서 웬디수녀의 관심 폭은 매우 넓다. 동양의 미술품은 많은 부분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다. 따라서 해석을 제대로 하자면 한문은 물론 당대의 철학과 시대사조까지 이해해야 한다. 서양인이 동양의 미술을 해석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웬디수녀는 돋보기를 들여대며 열심히 탐구한 듯하다.

<학자의 책상>이라는 제목의 글은 중국의 선비들이 사용했던 문구류에 대한 설명이다. 책상가리개, 연적, 붓통, 코담배병등이 주인공이다. 옥으로 만든 코담배병에 대해 그녀는 이런 감상을 덧붙인다. 

           ... 중국인에게 옥은 정신적인 돌이다.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만져도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완벽하다. 바로 우리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바가 아니던가. 그것을 만지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그 미덕을 찬찬히
           음미하는 것은 일종의 내성(內省)행위였다. 신성한 평화, 그리고 신성한 기(氣)의 암시였다.

웬디수녀는 ' 내적인 자기성찰' 이라든가. 기(氣)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 

 

4, 아쉬운 점

무엇보다 편집이 별로다. 출판사는 예담. 시각효과가 중요한 책이라 아쉬움은 크다. 어떻게 후지냐 하면 책을 펼치면 헤드라인이 복잡하게 오간다. 위에도 있고, 아래에도 있다. 한편당 글이 비교적 짧은 편인 책에서 굳이 발문을 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게다가 이 발문들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보다는 책의 여백을 메우려는 꼼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문이 짧은데, 작가소개, 그림들어가는 자리, 발문 등이 엉켜서 눈이 어지럽다. 책을 만들 때는 미적감각이 필요하다. 책을 만드는 미적감각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도 딱히 할말은 없지만. 웬디수녀의 <유럽미술관산책>의 경우는  편집이 깔끔하다. 굳이 이 미국편이 정신없는 편집이 된 이유는 뭘까?

이 책은 서교도서관에서 읽었다. 오늘 포스팅을 하다보니 이미 이 책은 여기서는 품절이라고 한다. 절판되었다는 뜻인가? 하지만 충분히 오래 오래 여러사람들에게 읽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시 복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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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존 싱어 사전트<마담 X의 초상 > 1883~1884 
그림의 주인공 마담X는 귀족집안의 여인이다. 이 초상화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고
한동안 사교계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고 한다. 

 미술에세이의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90년대 초반만해도 전문미술사가의 교과텍스트용 미술사가 주를 이루었다. 출판사만해도 예경아니면 시공사가 주종이었다. 학고재에서 이주헌의 미술에세이가 나왔고, 출판계도, 미술계도, 그리고 대중도 미술이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뒤로  한동안 미술에세이 세계에선 이주헌의 독무대였다.전공자는 쉬운 글을 쓰려하지 않고, 미술이란 대상이 만만치 않기에 누구나 쉽게 그림이야기를 쓸 수는 없었다. 

그러던 것이 시인 최영미, 페이퍼 편집장 황경신 등 미술애호가인 글쟁이들의 글이 쏟아졌고, 불명예스러운 얘기가 따랐지만 한젬마의 책에서 확실히 미술도 대중서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술에세이가 점차 전공자에서 비 전공 글쟁이들의 무대가 되려는 즈음, 이주은의 책은 미술사 전공을 한 사람이 쉽게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서 반갑다.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거나 (내용이 빈약하거나 감상에 치우친)가 아니라 딱 적당한 혹은 쉽고 재미있는 글이 호감간다.

이주은의 <당신도 그림처럼>의 장점을 보자면, 

1. 쉽고 일상적인 접근으로 그림을 말하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 그림으로 넘어가서 그림이야기를 하고 -> 다시 이 그림을 통해서 일상을 이야기로 맺는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주은이 주로 삼고 있는 '일상'의 테마는 위로다. 그녀 역시 이제 불혹에 들어섰고, 우리사회의 경쟁과 속도에서 '밀려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조근 조근 얘기를 건네온다.    

  무한한 우주 속에 서서 사람사는 일이란 뭐 그리 대단할 바 없다고 포기하듯 인정하고 나면, 역설적이게도 삶의 희망이
  다시 움트기 시작한다. 내 인생 전부를 걸었던 일이 실패할 지라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작은 실수처럼 대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억지스런 자기 최면이 좀체 약효가 없을 땐, 광할한 공간 앞에 서보라. 당신 안의 거인이
 '야호'하고 심호흡할 수 있도록. (23쪽)

 
2. 시대사, 사회사에 대한 접근 

그림을 볼 때 시대를 이해하면 더 쉽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그림에는 시대를 넘나드는 깊이가 있다. 그림은 오늘을 돌아보게도 한다. 이 책은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를 통찰하면서, 오늘의 시간을 말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중세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신분 이외에 다른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주어진 생활에 의
  문 을 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평등해진 근대사회에서 기회는 무제한으로 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직업을
  갖는다거나 부자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등한 우리는 스스로의 가능성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상처받으며 산다. ‘하면된다’의 세상에 살면서
  도 요것밖에 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무능탓이라는 자책이 사람들의 마 음 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기회를 박탈당
  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열등하다는 것을 수시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비참한가.(20쪽) 
 

  커피하우스는 제 2의 캠퍼스라고 불릴 만큼 토론과 지적인 대화가 오가는 장이 되었다. 이렇듯  '대화'를 양성하는 커피하우
  스가 글의 문체에 끼친 영향을 획기적인 것이었다. 무겁고 장황한 셰익스피어식이 문체는 사라지고 점차 대중적이고 경쾌한
  대화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구어체 문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누구라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된 것도 알고 보
  면 이 시기 커피하우스 덕분이다.  (145쪽)

이 책은 그림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시대와 사회변화를 함께 담아내어 마치 인문학서를 읽는듯한  기쁨을 주기도 한다.  


3. 편집의 진화 

이 책은 어떤 면에서 편집의 승리라는  생각도 든다. 책은 네개의 섹션으로 되어 있다. 봄, 여름, 가을 , 겨울.
딱히 계절분류를 해야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많은 그림과 이야기를 네가지로 분류해 놓으니 훨씬 정리되어
보이고 그럴 듯해 보인다.

판형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크기인지라 그림이 깨어져 (양면으로 나뉘어) 나오는 경우가 없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
많은 그림에세이 집들이 몰이해 속에 그림이 양면으로 나뉘는 편집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속으로 말려들어간 곳은
전혀 형태파악이 안된다. 이해안되겠지만, 이런 편집 부지기수다.

그림의 부분도와 전체도의 배치도 깔끔하다. 미술책을 읽다보면 텍스트 따로, 그림따로 배치된 책이 많다. 읽다 보면 얼마나
정신 사나운지...이 책에선 그런 점이 없어서 좋다.
그림이 주 제목이 되지 않고( '고흐의 해바라기' 등과 같은 예) 감성적인 제목을 따로 뽑았다. 제목들은 한마디로 감성 그 자체다. 예를 들면 ' 불안이 거인처럼 커질 때'  ' 쿨한 세상에 올드 보이로 살기' ' 시간 앞에 허둥대는 당신에게' 등이다. 저자의 좋은 글에 편집자의 아이디어, 명확한 독자층 분류등으로 인해, 좋은 책이 나온 것 같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대중의 눈높이'일 것 같다. '대중'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다.
<당신도 그림처럼>은 대중의 눈높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저자인 이주은은 전공자의 입장에서 여성용 에세이와 그림의 미술사적의미 사이에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곰브리치의 미술사 못지 않게 대중미술서는 꼭 필요한 것이며 미술을 커피처럼 즐기는 것 또한 나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저자인 이주은, 정말 글 맛깔나게 잘쓴다. 사회
문화적인 인문학 지식도 해박하다. 그래서인가 기꺼이 시대의 통찰을 풀어낸다.
<당신도 그림처럼>은 좋은 편집자와 좋은 필진의 조화가 이뤄낸 멋진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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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핀란드의 첫이미지는 노키아( NOKIA ) 였다. 휴대폰으로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가 알고 보니 북유럽의 작은 나라 
였다는 것이 신기했다.
두번째 이미지는 좀더 강했다. 영화 < 카모메 식당 >이다. 일본 여성 4명이 우연히 모여 핀란드 헬싱키에서 주먹밥과 시나몬케익을 위주로 하는 자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과정의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최고를 걷는 일본이 정작 개개인은 얼마나 황폐한 마음으로 살아가는지,핀란드의 평화로움과 대비해서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어쩜 그리도 평화롭지요?" 그 답은 간단하다. "숲이 있기 때문입니다" 
갖가지 상처를 안고 일본을 떠나온 그들은 핀란드에서 작은 식당을 하며 평화와 생기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
이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씩 보곤한다. 핀란드, 대체 어떤 나라일까?

핀란드를 급호감인 내게 다가온 또하나의 대상은 <핀란드 디자인산책>(안애경 저. 나무수 출판)이다. 그녀가 핀란드에서
만난 일상 속의 디자인과 예술가들, 보통 사람들의 삶과 디자인을 말하고 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디자인이란 최대한 자연
을 존중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공원을 건설할 때도 있는 그대로의 지형을 최대한 살리며, 도로는 직선이
기보다 곡선이다. 왜? 자연은 내것이 아니니까.
그들은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다. 테이크 아웃 종이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게 멋인양 여겨지는 한국의 도심의 거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핀란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도기컵을 사용한다. 그림에서 보는 이쁜 머그 잔은 핀란드 사슴의 뿔을 닮았다. 어느 조각가는 죽은 나무만을 사용해서 조각을 한다. 쓰러진 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아름다운 작품을 끌어낸다. 
사회적 약자를 최대한 배려한 도시의 설계, 자연을 쓰러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편리함의 추구... 공공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알바르 알또의 암체어 


 Anu Penttinen의 새를 주제로 한 작품들

그동안 '디자인'하면 일본이나 뉴욕, 이탈리아만을 떠올렸는데,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보니 핀란드의 디자인의 세계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책을 열어보면 우리 눈에 익숙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이바또이까의 <새> 시리즈
, 알바르 알또의 암체어등. 아... 이것이 핀란드 디자인이었구나.. 하고. 디자인이라고 하면 자본주의의 꽃처럼 받아들여졌다. 화려한 포장, 눈에 쏙 들어오는 깜찍함. 사지 않고는 배겨낼 지 못하는 유혹적인 자태... 그러나 핀란드에서의 디자인은 그런 것
이 아니었다.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감싸고, 삶을 풍부하게 하는 친구같은 존재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읽으면서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번쩍 거리는 광화문에서 숨이 막힐 것 같고, 휴일 청계천 인파를 보면 어지러워진다. 조잡한 도시 설계와 어디서나 시끄럽게
짖어내는 광고판들을 보면서, 왜 론리플래닛이 서울이 '회색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알콜중독의 도시'라고 평가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서울은 디자인을 그토록 부르짖었지만, 금빛으로 번쩍대는 세종대왕뒤로 스노보드 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다.
한가지 확실한건 디자인은 기술이거나 자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철학이다. 우리는 철학이 너무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철학의 부재는 늘 엉성한 그 무엇을 만들어 내어 자손 대대 민폐를 끼칠 뿐이다. 안타깝다. 

이 책을 낸 도서출판 '나무 수'는 책 판매 1%를 희망제작소에 기부하고 있다. 좋은 책을 사면서 동시에 좋은 일을 하게 되어
기분좋다.2009년 8월 초판이 나왔다. 한달만에 2쇄를 찍었고, 내가 산 것은 2009년 9월에 나온 것이다. 지금쯤 더 많은 사람들
이 읽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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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읽는 명화 이야기 - 동화작가 8인이 들려주는 명화동화, 외국편
김남중 외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루벤스, <조선남자> 

                                           이 그림은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며  
                                           유럽 미술계는  물론 한국 역사학계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왜 먼 곳까지 가야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정말 크다. 밋밋하던 천조각도 고조 할머니가 저것을 어떻게 만드셨는지의 이야기가 담기면
오롯이 살아난다. 길가에 서 있는 돌하나도 보기엔 그저 돌덩이지만, 유명한 장군이 잠시 쉬다간 자리라는 의미가
부여되면 남다른 바위로 위력을 담게 된다. 이야기는 아우라를 부여하고, 맨숭맨숭한 표면에 살을 입히며 친근하게  
다가와 오래 오래 머문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흔히, 그림은  어렵다고 말한다. 봐서 좋은 건 줄은 알겠는데, 그것의 의미가 궁금하다고 한다. 그 정도는 양반이고,
추상회화 쪽으로 오면 이미 그림 자체가 '뭐가뭔지 '모르는 경지에 온다. 뭔가 멋있는 그 무엇이지만 왠지 가까이 가지
못하는 대상, 이 미술이란것.  그런데 이 미술에 이야기의 힘을 불어 넣는 책이 나왔다.

한울림출판사의 <동화로 읽는 명화이야기>(서양편)을 보니 새삼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크다.
게다가 4,5,6학년에게 주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텍스트 거리가 있는 미술이야기 책이라는 점이 반갑다. 
지금까지 유아용, 초등저학년용 그림이야기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들은 그림책에 가까웠다. 한창 미술학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고, 그림에 관한 책인만큼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책들이라 학년대상이 낮았다.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을 미술책이 참 아쉽다 생각했는데, 우연히 이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고흐, 루벤스, 마티스, 모네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동화작가가 새로운 동화를 
써낸 것이다. 익히 내가 아는 그림들인데, 동화작가의 상상력으로 재 구성되어 풀어낸 이야기를 읽어보면
역시 작가적 상상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한 동화작가는, 김남중, 채인선, 이미애등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춤추는 별>로 새롭게 이야기를 담아 탄생했고, 레핀의 무거울 수도 있는 회화인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김기정 작가의 손에서는 < 아, 나의 아빠!>로 상상력을 넓혀갔다.
특히 루벤스 <조선 남자>이야기는 재미있다. 우리가 모두 궁금해 하는 대상이기도 한 이 '조선남자'는 어떻게 해서
그 시대에 이탈리아 땅에 까지 가게 되었을까? 그리고 루벤스 앞에 서게 되었을까? 당당하고 맑은 눈빛은 그가
나름대로 그 사회에서 자리잡고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  '조선남자'를 보고 상상력을 덧붙여 그가 루벤스 앞에
서기까지의 인생, 앞으로 펼쳐질 사랑이야기까지 나래를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기획력이 뛰어난 책이다.
- .작품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를 하고 
-. 작품을 자세히 설명한 다음 
-.같은시대 활동했던 화가와 작품 소개
를 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아이들에게 번잡한 미술사나, 시대사를 설명하긴 어려운 일인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잘  구성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들이 좀더 매력적이었으면 하는 것과, 2008년 새책이 표지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무뚝뚝한 교과서
(그것도 대학교재) 같아 좀 실망스럽다.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1,2학년으로 소개해두었지만, 텍스트의 양이 제법 되는
만큼 그동안 희귀하기까지 했던 3,4,5학년용 미술이야기 책으로 나는 방점을 찍어두고 싶다. 
2004년 초판. 2008년 11월의 10쇄를 찍었다. 스테디 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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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 2010-02-10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이 알라딘 1월 4주 마이리뷰에 뽑혔네요. 포인트도 주는 데요. 흠흠... 기쁩니다. ^^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
김형술 지음 / 사문난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화가의 화실에서 나는 냄새가 참 좋았다. 
물감냄새.
그림하는 이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 냄새는
혼탁한 바깥세상과 '이 안'을 경계지워주곤 하는 것 같았다.
그곳이 비록 난방조차 안되는 초라하고 낡은 곳일지라도 그 물감냄새는
마치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난로도 되고, 풍성한 식탁도 되고, 환한 등불도 되곤 했던 
것 같다. 그림 보는 것을 즐겨하는 이에게 화가의 작업실이란 늘 두근 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최근들어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미술사 전공자는 물론 소설가, 시인, 기자, 화랑경영인등이 그림 해설가로 나선데는 
이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클림트 그림의 여인은 왜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건지, 르네 마그리트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상한지, 앤디워홀은 마릴린 몬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지.....
하지만 그림의 진실을 쉽지 않다.
화가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고, 시대와 미술사적 검증만으로 그림을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림은 감성의 언어다.
<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는 시인 김형술의 섬세한 언어로 재해석한 그림 이야기다.
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자기 마음 속에 들어왔던 그림들에 대해 추억한다. 그의 마음을
따라가서 나는 어느새 화가들과 찻집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디에고 리베라, 모리스 위트윌로, 오딜로 르동...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그림을 넘어 그들의 삶이 보인다. 희미한
물감냄새를 느낀다.

지은이 김형술은 말한다. 그림을 '그냥' 보라고. '한참을 들여다 보면'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 을 거라고.
누군가는 그림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을 알고 그림을 보다가 보면 팍팍한 우리네 삶이
훨씬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한참을' 들여다볼 마음을 지니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당장 미술관으로 화랑으로 달려나가고 싶어진다. 실제 그림을 볼 때
느껴지는 섬세한 터치와 에너지를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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