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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읽는 명화 이야기 - 동화작가 8인이 들려주는 명화동화, 외국편
김남중 외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루벤스, <조선남자>
이 그림은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며
유럽 미술계는 물론 한국 역사학계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왜 먼 곳까지 가야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정말 크다. 밋밋하던 천조각도 고조 할머니가 저것을 어떻게 만드셨는지의 이야기가 담기면
오롯이 살아난다. 길가에 서 있는 돌하나도 보기엔 그저 돌덩이지만, 유명한 장군이 잠시 쉬다간 자리라는 의미가
부여되면 남다른 바위로 위력을 담게 된다. 이야기는 아우라를 부여하고, 맨숭맨숭한 표면에 살을 입히며 친근하게
다가와 오래 오래 머문다.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흔히, 그림은 어렵다고 말한다. 봐서 좋은 건 줄은 알겠는데, 그것의 의미가 궁금하다고 한다. 그 정도는 양반이고,
추상회화 쪽으로 오면 이미 그림 자체가 '뭐가뭔지 '모르는 경지에 온다. 뭔가 멋있는 그 무엇이지만 왠지 가까이 가지
못하는 대상, 이 미술이란것. 그런데 이 미술에 이야기의 힘을 불어 넣는 책이 나왔다.
한울림출판사의 <동화로 읽는 명화이야기>(서양편)을 보니 새삼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크다.
게다가 4,5,6학년에게 주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텍스트 거리가 있는 미술이야기 책이라는 점이 반갑다.
지금까지 유아용, 초등저학년용 그림이야기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들은 그림책에 가까웠다. 한창 미술학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고, 그림에 관한 책인만큼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책들이라 학년대상이 낮았다.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을 미술책이 참 아쉽다 생각했는데, 우연히 이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고흐, 루벤스, 마티스, 모네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동화작가가 새로운 동화를
써낸 것이다. 익히 내가 아는 그림들인데, 동화작가의 상상력으로 재 구성되어 풀어낸 이야기를 읽어보면
역시 작가적 상상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한 동화작가는, 김남중, 채인선, 이미애등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춤추는 별>로 새롭게 이야기를 담아 탄생했고, 레핀의 무거울 수도 있는 회화인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김기정 작가의 손에서는 < 아, 나의 아빠!>로 상상력을 넓혀갔다.
특히 루벤스 <조선 남자>이야기는 재미있다. 우리가 모두 궁금해 하는 대상이기도 한 이 '조선남자'는 어떻게 해서
그 시대에 이탈리아 땅에 까지 가게 되었을까? 그리고 루벤스 앞에 서게 되었을까? 당당하고 맑은 눈빛은 그가
나름대로 그 사회에서 자리잡고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 '조선남자'를 보고 상상력을 덧붙여 그가 루벤스 앞에
서기까지의 인생, 앞으로 펼쳐질 사랑이야기까지 나래를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기획력이 뛰어난 책이다.
- .작품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를 하고
-. 작품을 자세히 설명한 다음
-.같은시대 활동했던 화가와 작품 소개
를 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아이들에게 번잡한 미술사나, 시대사를 설명하긴 어려운 일인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잘 구성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들이 좀더 매력적이었으면 하는 것과, 2008년 새책이 표지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무뚝뚝한 교과서
(그것도 대학교재) 같아 좀 실망스럽다.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1,2학년으로 소개해두었지만, 텍스트의 양이 제법 되는
만큼 그동안 희귀하기까지 했던 3,4,5학년용 미술이야기 책으로 나는 방점을 찍어두고 싶다.
2004년 초판. 2008년 11월의 10쇄를 찍었다. 스테디 셀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