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이야기
김형술 지음 / 사문난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화가의 화실에서 나는 냄새가 참 좋았다. 
물감냄새.
그림하는 이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 냄새는
혼탁한 바깥세상과 '이 안'을 경계지워주곤 하는 것 같았다.
그곳이 비록 난방조차 안되는 초라하고 낡은 곳일지라도 그 물감냄새는
마치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난로도 되고, 풍성한 식탁도 되고, 환한 등불도 되곤 했던 
것 같다. 그림 보는 것을 즐겨하는 이에게 화가의 작업실이란 늘 두근 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최근들어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미술사 전공자는 물론 소설가, 시인, 기자, 화랑경영인등이 그림 해설가로 나선데는 
이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클림트 그림의 여인은 왜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건지, 르네 마그리트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상한지, 앤디워홀은 마릴린 몬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지.....
하지만 그림의 진실을 쉽지 않다.
화가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고, 시대와 미술사적 검증만으로 그림을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림은 감성의 언어다.
< 그림, 한참을 들여다 보다 >는 시인 김형술의 섬세한 언어로 재해석한 그림 이야기다.
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자기 마음 속에 들어왔던 그림들에 대해 추억한다. 그의 마음을
따라가서 나는 어느새 화가들과 찻집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디에고 리베라, 모리스 위트윌로, 오딜로 르동...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그림을 넘어 그들의 삶이 보인다. 희미한
물감냄새를 느낀다.

지은이 김형술은 말한다. 그림을 '그냥' 보라고. '한참을 들여다 보면'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 을 거라고.
누군가는 그림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을 알고 그림을 보다가 보면 팍팍한 우리네 삶이
훨씬 다채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한참을' 들여다볼 마음을 지니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당장 미술관으로 화랑으로 달려나가고 싶어진다. 실제 그림을 볼 때
느껴지는 섬세한 터치와 에너지를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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