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술관 1
어멘더 렌쇼 지음, 이명옥 옮김 / 사계절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엄마들은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이기도 원하지만, 
그에 더 나아가 감성적이고 예술을 이해하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우리아이가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자주 미술관에 데려가주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재미있는 제목, 아이들의 눈높이 설명 

<어린이 미술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잘 설명한 책 가운데 하나다. 특히 돋보이는 것이
미술의 재구성이다. 명작이라고 부르는 많은 작품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해설한다. 미술사적
의미에 집착하지 않고,포인트를 잡아서 아이들의 언어로 설명하는 미덕이 돋보인다. 도판이 커서
시원시원하고 한페이지가 펼쳐지면 그림하나, 이야기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서 보기에 무척 편하다.
그림 한편마다 이야기 한편, 그리고 재미있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잭슨 폴록의 뿌리기 기법의 추상화제목은 <철썩>이다. 한바탕 우연의 효과를 부린 물감뿌리기의
그림에 걸맞는 익살스런 제목이 아닐까. 모나리자의 그림을 얘기할 때 붙여진 제목은 < 신비 >다. 
<노랑>은 고호의 해바라기 그림이야기의 제목이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커다란 물보라>의 그림 이야기에 붙여진
제목은 <첨벙>이다.

아르망에게 붙여진 이름은 <잡동사니>다. 어른인 내가 봐도 아르망의 작품은 이게 예술일까? 하는 의아스러움이
있다. 그런 아르망의 세계를 하나로 명쾌한 설명은 바로 '잡동사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르망은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잡동사니'가 예술의 떠다른 얼굴임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여러분이라면 수집한 물건들로 무얼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하나.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중심으로 한 그림이야기의 제목은 <까망베르 치즈시계들>이다.
왜 그럴까?

훌륭한 작품 선정
  
그의 재미있는 해설을 따라 걸으면, 오래전 익숙했던 그림들에게 새로운 정취를 느끼게 된다. 지식이 높은 미술사가
들에게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미술은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편 오랫동안 크리스티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 역량을 발휘하여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그림을 어디에선가 찾아내어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이다. 

잘 만든 어린이 미술책을 보면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도판이 시원시원해서 휴식하기에도 좋다.
어른들의 미술책은 도판이 작고 도판과 설명이 일치하지 않아 앞페이지 뒤페이지 뒤척여가며 읽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책은 그런 불편을 덜어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책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사면, 청소년도 어른들도 평생 오래 오래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값을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미술사 박물관
클라우디오 메를로 지음, 노성두 옮김 / 사계절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사랑하는 미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조각과 건축, 그림을 바라보면 이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해집니다.
화가 혼자서 작업했을까? 얼마나 걸렸을까? 어떤 장비와 기구를 동원했을까?
이 그림이 만들어졌을 때 당시 사람들은 뭐라고 했을까? 
책 <세계미술사 박물관>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 줍니다. 시간을 타고 흘러가
그 시대 사람들의 눈으로 미술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죠.

생생한 미술의 현장, 몇가지 장면을 볼까요?
#1.책의 36쪽 ;  에도판화가 파리에 오는 장면
한 남자가 도자기를 포장했던 일본의 에도판화를 보고 놀라고 있습니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면서 감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일본판화의 아름다움을
알렸을 것입니다. 흔히 미술사에는 '인상파화가들은 도자기 포장에 쓰인 일본판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와같은 개념위주의 표현보다는 이 한장의 '생생한'장면이 에도판화와 인상파 미술의
관계를 설명하는 역사적 설명이 될 것입니다.   

#2.책의 49쪽 ; 프레스코를 그리는 현장
우리는 완성된 프레스코 화를 많이 봤습니다. 프레스코화가 회반죽이 굳기전에 그림을 그린 것이라는 것
은 알고 있습니다만,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는 모릅니다. 책의 49쪽에는 여러명의 인부들이 비계(계단처럼
만들어 건축현장에 쓰이는 장치)에 올라서서 프레스코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이는 회반죽을 바르고
있고, 견습도제가 바닥미장작업을 합니다. 벽화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색을 위부터 칠해서
내려온다'는 상세한 팁도 있군요. 프레스코 작업 현장이 생생하게 들어옵니다. 

#3.책의 119쪽; 피카소의 아틀리에
피카소의 아틀리에, 벽면 한가득 대형 작품 <게르니카>가 있습니다.
피카소의 아틀리에에는 나치군들이 방문하여 피카소와 설전을 벌입니다.
당시는 나치가 파리를 점령했던 당시슾입니다. 파리주재 독일대사 아베츠는 피카소 아틀리에를 찾아
<게르니카>를 보고 이렇게 묻습니다. "이거 당신이 이렇게 그런 거요?" 피카소는 이렇게대꾸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만든 건 당신네들이지."  
스페인 내전 기간에 독일 나치는 스페인 파시스트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바스크 지방의 게르니카가 폭격을 당했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당시 피카소는 파리 전시회에 마련된 스페인 부스에 전시할 그림을 구상하다
폭격소식을 들었습니다. <게르니카>는 이렇게 탄생한 작품입니다. 보통 <게르니카>는 이러 이러한 그림이다... 라는
긴 설명이 붙습니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아틀리에에서 설전을 벌이는 피카소와 독일관리라니, 정말 생생합니다.
게르니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장점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미술에 관한 간략한 백과사전 같기도 합니다. 동양과 서양에 걸쳐 여러 분야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가 아니어서 흥미롭습니다 뿐만아니라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건축물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흥미롭습니다. 
 

 이책은 이렇게 활용해 봅시다

1. 저학년 어린이들에겐 엄마와 함께 읽습니다 
2. 고학년 어린이들은 스스로 탐구하며 읽습니다 
3. 중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책입니다 
4. 고등학생 비문학 부분 꽤 어렵습니다. 이 책을 열번쯤 읽고 완전 내것으로 만든다면,  세계문화사, 미술사에대한
  기본 문턱은 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미술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곰브리치 미술사 책까지 읽기는 버겁다는 이들에게, 이제 막 미술에
  눈을 뜬 어른들에게 권합니다. 

책은 꼭 어려운 것을 택할 필요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 책이 주는 유용성은 큽니다.
간결하게 설명되어있고, 중요한 것을 잘 전달해줍니다. 그런면에서 어린이 책 작가란
이 시대의 문화사에 큰 깃발을 꽂는 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 잘 만든 한권의 어린이 책이 열 권의 인문학책 못지 않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입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합니다. 출판사가 사계절이라는 점도, 번역자가 노성두 선생이라는 점도
이 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국민서관 그림동화 105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루아는 늘 꼴등만하는 조금 멍한 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미술이라면 지겹기짝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어느날 학교에서 미술관에 가게 되요. 반아이들과 떨어져 혼자 처졌던 엘루아는 어디선가 "아기천사를 구해주
세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요. 그림 속의 엄마는 아기가 없어졌다며, 엘루아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하지요. 자, 이
제부터 엘루아의 흥미진진한 그림여행이 시작됩니다. 

아기 천사가 몬드리안 그림속에!

프랑수아 부세의 < 비너스의 잠 >에서 아기 천사가 없어져요.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데려와야하지? 고민하는
엘루아 앞에, 베르트 모리조의 <나비채집>에서의 엄마는 기꺼이 잠자리채를 내어줍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아기는 아마도 몬드리안의 <구성A>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판명됩니다. 왜냐하면 이 그림은 미술관안에서
'사람을 안으로 빨아들이는 그림'으로 유명했거든요. 이 그림 속으로 엘루아는 빨려들어갑니다.

겨우 겨우 잡은 천사는 도망을 가버리고 말아요. 엘루아는 천사를 잡으러 가나 함께 파란 세상으로 빨려들어갔어
요. 바로 이 파란 세상은 이브클라인의 < IBK 71 캘리포니아 >예요. 파란 허공을 한없이 헤매나 싶었더니, 쟈코메
티의 <걷고 있는 남자>가 긴 팔을 뻗어 아기천사와 엘루아를 땅에 내려놓아 줍니다. 

한바탕 신나는 엘루아의 그림여행을 읽다보면, 나도 엘루아가 되고 싶군요. 명화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말도 나
누고, 함께 놓고 싶네요. 질릴듯한 파란 이브클라인의 블루에 둥둥 떠다니는 그 기분은 과연 어떨까요!


미술관보다 재미있는 미술그림책

많은 아이들이 미술관에 가면 지루해 합니다. 추상화 앞에선 더더욱 그렇지요. 구체적인 사물을 그려놓은 그림이
라고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림을 쳐다본다는 것은 사색을 요하는 것인데, 아직 아이들에겐 사색의 자리가
생겨나지 않았거든요. 다만 흥미를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그림에대해 '재미있다'는 인식을 일찌기 심어두려면, 미술관보다는 미술그림책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
습니다. 미술그림책을 보면서 즐겁게 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다 보면 미술이 익숙해 지지요. 미술이 익숙해지면
미술관에 갔을 때 하품나지 않고 '야, 저거 내가 봤던 그림이야'하며 신나겠지요. 내가 이미 알던 그림을 실제로 만
나 보는 자리, 이런 것이 미술관에 가는 기쁨이랍니다. 아이들도 그런 기쁨을 자주 자주 맛보기 바랍니다.

아이들을 미술에 가까이 끌어오는 그림책,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한 책들은 흔치 않습니다. <잃어버린 천사를 찾
아서>는 어른인 내게도 미술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웅진 세계그림책 1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ugustus Leopold Egg <Past and Present, No.1 > 1858. Oil on canvas .  635 x 762 mm 

 
사실 아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매우 지루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는 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 부터
엄마와 함께 미술관을 자주 가본다면, 그리고 그림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보는 과정을 익힌다면,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부터는 미술관이 좀은 즐거운 장소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요. 나아가 도서관 만큼 신기하고 새로운 지식이 가득한 장
소라는 것을 알게 될 테지요.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 책

미술관을 위한 길잡이책. 저는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이렇게 이름붙이고 싶군요. 앤서니 브라운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 세상엔 미술관이라는 것이 있단다. 그곳엔 그림이 많이 있지. 많은 그림들을 하나씩 보자꾸나. 재미있는 그림도 있고, 무  
     서 운 그림도 있지. 어떤 그림은 그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놀고 싶어. 내가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림들이
     많아.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그림속의 사자가 놀자고 뛰쳐나오면 어떻게 하지?"

등등.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당기고 있습니다.

이책은 단순히 어린이용 그림책은 아닙니다. 제법 자세한 미술 설명서이자 가이드북이기도 합니다. 그림 <과거와 현재 >에
서는 그림의 의미를 살펴가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콜론들리가의 여자들>에서는 다른 그림찾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서 아이들은 그림을 찬찬히 살펴가는 훈련을 시작하는 거지요.
명화를 소재로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라는 코너를 마련했는데, 재미있습니다. <만남, 또는 좋은 하루 되세요, 호크니씨>라는
그림을 앤서니 브라운은 특유의 익살로 패러디 했는데요, 커다란 삼지창에 쏘시지는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무겁고 심각한 그림이 등장하는 까닭은

그런데 그림 중에는 어른이 봐도 심각한 그림들이 있지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퍼슨 소령의 죽음>, <배지를 단 자화상> <과거와 현재>같은 그림은 아이들이 별로 좋아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퍼스 소령의 죽음>은 군인들에게 쫓기는 귀족 일가를
보여주는데, 공포와 안개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현대의 것으로 패러디 됩니다. 군인들은 주인공네 가족 가까이
에서 총을 겨누고 있네요. 무서운 그림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같은 그림은 가정이 파탄나는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어머니는 바람을 피웠고 가정은 위태롭습니다.
색채는 음울하고, 누구도 웃고 있지 않군요. 굳이 아이들이 읽는 책에 이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그림을 끼워넣었을까?  밝고
발랄한 그림도 충분히 많은데. 왜 작가는 이런 무거운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요? 아마 앤서니 브라운 만이 갖은 독자적인 가치관이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린이라고 해서 우리 삶의  가볍고 경쾌한 부분만을 늘 보여줄 순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미 <돼지책>에서도 우리 사회의 엄마에 대한 대접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연
결해 본다면 아주 이상할 것도 없다 싶습니다.

미술관, 누군가에게 인생의 이정표를 열어줄 수도

이 책은 첫 시작을 이렇게 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나는 커서 뭐가 될지 몰랐습니다.
           어느 해 어머니 생신이었지요.
           그날 어머니는 색다른 곳으로 나들이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내가 뭐가 될지 결정된 것은 바로 그날이었어요.

 사람은 언제 어느때 어떻게 새롭게 자신을 발견할 지 모르는 무궁무진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자전적인 이야기
라면 아마도 앤서니 브라운은 미술관에 갔다가 그림책 작가를 시작하게 된 것이네요. 나가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도 어느날
미술관에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또다른 결심을 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국민서관 그림동화 98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밀의 집에 등장하는 예술 작품.  왼쪽부터 미스 반 데어 로에 의자. 칼더의 작품. 호안미로의 블루2


우리아이가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꼭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그림 하나 쯤은 집에 걸고,
화가들에대해서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램들을 모두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미술관련
책을 갖다주면 아이들은 그다지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썩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런
데 재미도 있고 품위도 있는 책이 있어 너무 기분이 좋네요. 바로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입니다.

이 책에는 스무가지 정도 예술품이 등장합니다. 집의 배경으로, 수수께끼의 바탕으로 말이죠. 스무가지 예술품이
등장하지만,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 예술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쟝르를 이름지어볼까요? 흥미요소, 의미요소 이 두
가지를 함께 지닌 미술책 만나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집,  그곳의 비밀은?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아주 멋진 집입니다. 그리고 예술작품으로 채워져 있어요. 집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고요,
몬드리안의 그림이 거실에 걸려있고, 식탁은 르꼬르뷔지에의 작품이며, 부엌에는 앤디워홀의 <캠벨수프>가 걸려있
지요.뱅엔올슨의 오디오, 의자들은 죄다 에로 아르니오,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죠.

책속에는 아주 호기심 많은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녀는 시를 쓰기를 좋아하죠. 저는 이렇게 멋진 집에 사는 소녀가 너
무나 부럽습니다. 시를 쓰다 지쳐 버린 어느 날, 소녀는 집안에서 비밀열쇠를 발견합니다. 우연히 열어본 서랍에서 발
견한 비밀열쇠. 그 열쇠는 볼뤼빌리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개의 실마리로 볼뤼빌리스를 찾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열쇠를 들고 현관-> 수영장->욕실->부엌- 거실 등으로 이동합니다. 하나를 풀면 다음
실마리가 제공되고 다시 답을 찾고 하면서 드디어 열쇠가 던진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들은 마치 수수께끼 처럼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공은 마치 당구공 같았다. 좀 전에 찾아낸 물방울 장식처럼 그 공에도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공은 데구루루 굴러가지
                            계단에서 나를 시험해 봐

소녀가 계단에서 공을 굴리면, 공 속에는 종이가 나옵니다. 그 종이는 <꽃의 노래>라는 책의 첫장이고, 이를 실마리로 집에 있
는 음악실로 가서 또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됩니다. ( 집도 참 넓고 크지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미술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보기드물게 아이들도 열광하는 미술책입니다. 대개 예술분야의 책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선 좋아하
는데, 정작 아이들에게 갖다주면 썩 좋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술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늘 이점이 의문이자, 안타
까운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미술 책을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대표적인 것이 <아재랑 공재랑 동네한바퀴>(김홍도의 그림으로 이야기 재구성한 것)과 재미마주에서 펴낸 <나비야...>어쩌고 하는 책(제목이 안떠오름)
입니다. 그림은 아름다운데 아이들은 전혀 호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제가 관심있어서 샀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였더니, 대뜸 "이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오더군요. 2학년도, 4학년도 모두 관심있어했습니다. 명품(사실 이말 참 싫습니다만...)은 아이들도 알아본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실마리를 하나씩 수수께끼처럼 풀어가는 과정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4학년의 경우 한번에 다 읽어주지 않고 두번 나
눠읽었는데, 오자마자 그 책 읽어달라고 조르더군요. 그리고는 빌려달라고 졸라서 한명씩 돌아가며 빌려주었습니다. 4학년
여자아이는 "나라면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완전몰입!  아이들도 조금은 예술품에 대해 입맛을 보았을
거라는 만족감에 마음이 기뻤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기호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이 책이 정말 멋진 책이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입니다만, 어른들도 충분히 열.광.하.며.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요. 즐겁고 유쾌하고, 안구가 정화되는 책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꼭 만나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