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앤드클리어 에센셜 훼이셜 포밍 클렌저 - 모든 150ml
존슨앤드존슨
평점 :
단종


클린 앤 클리어하면 왠지 10대를 대상으로 한 제품 같아서 처음엔 망설이기도 했습니다만, 이거 효과가 너무 좋아요~ 폼클렌징을 사용하다보면 약간 아쉬운 점이, 광고에서처럼 풍성한 거품을 내기 쉽지 않다는 거. 거품을 충분히 내야지 세정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데 말이죠. 그럭저럭 거품을 내어 쓰면서도, 내심 버블버블 이런 거라도 사서 풍성한 거품을 내어 사용하는 게 좋으려나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 제품은 번거로운 과정없이 풍성한 거품을 내줍니다. 통 안에 오렌지색 비슷한 액체가 가득한데요, 무스를 짜듯이 푸쉬캡을 꾹~눌러만 주면, 광고에서 보는 거처럼 아주 풍성한 거품이 손바닥 위에 가득해져요. 손바닥을 비벼서 거품을 내고 하는 번거로운 과정없이도, 풍부한 거품을 손에 쥐는 것이죠. 양손에 고루 묻혀서 얼굴 구석구석을 문질러 세안해주면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물론 편한 것도 좋지만 세정력도 중요하겠죠. 처음엔 혹시나 10대 피부에 맞추어 세정력이 약하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풍부한 거품덕분인지 개운하게 씻기네요. 화장을 지울 땐 보통 이중세안하잖아요. 클렌징 로션같은 거 쓰구 이걸로 세안하면, 나중에 닦여 나오는거 없이 개운합니다.

처음엔 푹 눌렀을 때 액체가 순식간에 확 줄어드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치만 실제로는  꽤 오래쓰게 되는 거 같아요. 또 하나 사용전에 걱정했던 게, 보통 이렇게 펌프식으로 쓰는 건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짜쓰는 게 어려울 거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닥에 뭔가 숨어있을 거 같구요. 그런데 이건 투명하게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마지막 한방울까지도 깔끔하게 거품으로 승화시켜 주는 점이 좋네요. 아쉬움이나 미련같은 거 남을 일 없이요. ^^ 편하고 개운한데다 저렴한 가격까지, 너무 만족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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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토마스로스 보타니컬 버핑 비즈 [3년연속최고 스크럽상] - 237ml
Peter thomas 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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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각질이란 게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무시할 수 없어지고, 겨울같은 계절이면 피부가 더 거칠고 칙칙해보이게 하잖아요. 화장도 잘 안 먹구요. 각질제거는 어느덧 필수가 되어버렸는데, 3년연속 스크럽대상 수상이라느니, 스크럽의 제왕이라느니, 요 버핑비즈를 추천하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구요. 좋은 가격대까지, 귀얇은 저는 결국 마음이 혹해버렸답니다.

 일단 기존에 쓰던 것이 조금 시큼한 향이 나는 것에 비해, 버핑비즈는 향기가 자극적이지 않고, 상큼하고 시원한 느낌인 것이 좋더군요. 오렌지향 같기도 하구, 알로에 향 같기도 하구. 강렬한 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파란색깔이 넘 이쁘고, 디자인도 너무 이쁘지만, 일단 푸쉬 캡이라 사용하기 편하다는 거, 그리고 237ml라는 무지막지한 양이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보통 스크럽은 100ml남짓이잖아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용하는데, 벌써 한 달 이상 사용했는데도 크게 줄어든 느낌이 안 드네요. 다 쓰고 나면 후회할지 몰라도, 이젠 슬쩍 온몸을 스크럽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고 있습니다. 샤워하고 세안시에 손에 남은 걸로 적당히 목이나 가슴 같은 데를 문질러 줘도 좋더군요.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일반 스크럽 제품보다 좀 더 묽은 느낌이라서, 더 사용하기 편한 거 같아요.

사실 사용하기 전에는, ‘역시 버핑비즈는 뭔가 달라!’라는 식의 엄청난 차이를 느낄 줄 알았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스크럽 입자가 고운 소금이나 설탕알갱이 정도로 아주 미세해서 자극은 전혀 없지만, 이전 제품보다 각질제거 부분에 있어서 아주 탁월하단 기분은 안 들어요. 예전엔 거친 알갱이 덕에 피부가 뒤집어질 정도로 자극적인 스크럽을 써 본 적도 있지만, 최근까지 썼던 스크럽은 자극도 없으면서 각질이 깨끗하게 잘 제거되서 그면에서 무척 만족했거든요. 대신에 버핑비즈를 사용한 후 좀 더 피부가 촉촉하고 전체적으로 각질의 정도가 많이 유화된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도, 피부속 노폐물 제거 효과가 탁월하네요. 얼굴이 맑고 환해보이는 효과가 상당하거든요. 얼굴의 블랙헤드도 많이 사라지고, 전반적으로 모공이 훨씬 깨끗해 보입니다. 이런 효과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의외의 소득이라고 생각되네요. 호호바 성분이 지성피부에 좋다고 들었는데, 제가 약간 지복합 타입의 피부라서 그런지, 효과가 좋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 들어 거칠고 칙칙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피부가, 훨씬 밝고 보드라워진 느낌인 것이 참 맘에 들어요. 일줄에 두 번도 귀찮다, 단 한번으로 아주 화끈하게 각질을 벗겨버리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좀 아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안하듯이 사용하면 되니까 그렇게 번거롭지 않구요, 각질과 피지관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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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구판절판


나는 어머니가 좋았지만 그것을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몰라 자꾸만 인상을 썼다. 나는 내가 얼굴주름을 구길수록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9쪽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138쪽

나는 오래전 네시를 처음 봤을 때와는 또다른 흥분을 느꼈다. 인간이 애초에 바다에서 기어나온 존재라는 것을 떠나, 그냥 그것들이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거기 있는 그들과 여기 있는 내가 그 시간 만나고 있다는 것, 바다에서 나온 인간이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다시 바다로 기어들어가, 마치 꿈을 꾸듯-자기 옆을 헤엄쳐가는 수많은 아버지들을 본다는 것. 몇 백억년전에 비해 하나도 늙지 않은, 자기보다 젊은 아버지를 본다는 것. 그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나는 오래전 놀이공원에서 실종된 나의 아버지가 어쩌면 저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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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로등이 깜빡이는 순간이 세계가 재빨리 눈을 감았다 뜨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지구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무도 모르게 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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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게, 자신의 상처투성이 과거를 우스개 섞어 이야기하는 상대를 눈앞에 둔 듯, ‘달려라 아비’를 비롯해 때때로 비루한 현실을 반어적으로 혹은 덤덤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씁쓸한 느낌이 들다가도 왠지 헛헛한 웃음을 짓게 된다. 때론 만화적인 앙증맞은 상상력이 너무 귀여워 웃어버리게 되고, 감칠맛 나는 표현 또한 서서히 착착 감겨든다.


 싸한 현실에 마음이 시리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정감있는 모습하나, 행동하나에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쓸쓸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하늘에서 예쁘게 꽃피우는 불꽃놀이를 함께 바라보는 내가 있고, 스카이 콩콩을 타며 가로등과 함께 눈을 깜빡이며 그 순간 일어난 변화들을 꿈꾸는 내가 있고, 차마 소리내어 말 못하고 노크조차하지 못한 채, 수많은 비슷한 ‘나’ 중의 한명이 되어버린 그녀가 방문에 귀를 대고 숨죽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있다.  ‘영원한 화자’에서 말하는 사람, 나 역시 그런 사람임을 발견하고,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와 나의 이유를 맞추어보며 어쩐지 모를 공감대에 반가워하다, 문득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이야기속의 이 모든 것들이 인생이고, 그 안에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때로 인생은 마법같기도 하고, 처절한 생존이기도 하며, 눈감고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기도 하고, 한 조각 꿈같기도 하다. ‘종이 물고기’에선 흩어진 꿈의 조각을 발견하고,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에선 불꽃놀이 같은 화려한 인생의 한 조각을 발견한다. 현실에 전혀 발 담고 있지 않은 듯한 이야기들과 다른, 현실을 떠나 한동안 다른 세계에 푹 잠겨볼 수 있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설령 지지리 궁상스러워도 내 피부 가깝게 살가이 느끼면서 울고 웃고 찡그리고 미소짓고 할 수 있는 매력, 삶의 여러 단면들을 한번에 조각조각 볼 수 있는 것, 이 모든 매력이 <달려라 아비>속에 있다. 어느덧 살아가기보단 살아내어가고 있는 현실, 그 다양한 조각들을 한데 엮어 때론 기다리고 아파하고 잊어버리고 또한 꿈꾼다.


 선잠에서 깨려는 때의 꿈과 현실과의 모호한 경계. 피부에 싸늘한 바람이 한줄기 스치는 걸 느끼며 이제 현실로 돌아가는구나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깨기 아쉬워 울먹이게 되는 그때와 같은 느낌. 사람냄새 나면서 남다른 감수성이 느껴지는, 김애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어쩐지 끝내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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