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공식,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8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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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배울 수 있다!’라는 표지의 문구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행복은 내가 직접 노력해서 쟁취할 수 있다기 보다는, 그저 하늘에서 주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행복을 배울 수 있다니나는 이 책이 이야기할 내용들에 궁금함과 기대감을 품고 책을 펼치게 되었다.





행복을 아는 사람만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여러분과 함께 좋은 느낌들을 찾아 떠나는 탐구 여행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신경의학이 가져온 새로운 인식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의 뇌 구조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행복과 즐거움을 비슷한 방식으로 체험한다. 그러나 이러한 느낌들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는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든 사람의 행복은 그 인격만큼이나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충고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의 공식을 발견해야 한다. (p. 11)






<행복의 공식>은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책이다. 뇌과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비유를 들어 설명하므로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뇌와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오해들을 풀 수 있어 좋았고,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을 들으며 행복한 삶에 한단계 가까워진 것 같아 더욱 좋았다.








육체적 느낌은 흥에 겨워 빛나는 눈, 혹은 변명이 탄로 났을 때 붉어지는 얼굴처럼 특정한 상황에 자동적으로 응답하는 육체의 반응이다. 그리고 이러한 육체적 느낌을 의식적으로, 즉 기쁨이나 부끄러움으로 감지하게 될 때 우리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까 육체적 느낌은 무의식적인 것이고 감정은 의식적인 것이다. (p. 37)



감정은 단순히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것이라고, 육체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저자는 특정 육체적 느낌들의 합을 특정 감정으로 의식한다고 설명한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부정적 감정의 분출이 우리를 행복한 삶과 멀어지게 한다는내용이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감정을 표출해내도록 하는 위로의 말을 한번쯤 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 같은 말들) 부정적 감정에는 꼭 배출구가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이 더 그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뉴런들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 시켜, 특정한 불쾌한 감정이 더 자주 촉발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메트로놈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렸듯 말이다. 그렇게 되면 불쾌감이 아직 유발될 만한 상황이 아닌 데도, 강화된 뉴런들의 연결로 인해 아주 사소한 불쾌함의 징후들에도 불쾌한 감정이 솟아나게 된다.



그렇다면 유쾌한 감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쾌한 자극의 시냅스를 강화해서 유쾌함을 발견할 수 있는 조각들을 주변에 많이 심어 둔다면 우리는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뜨거우면 서늘한 그늘을 찾고, 몸이 얼 정도로 추우면 장작이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나 털이 복슬복슬한 담요를 찾는다. 즉 우리의 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온도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정황이다. 후텁지근한 여름날 상쾌함을 가져다주던 찬물 샤워는 겨울날 스키장에서 돌아온 언 몸에는 가당치 않는 일일 뿐이다. (p. 175)



행복감은 절대적인 어떤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처한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진 상태로 옮겨갈 때의 그 순간에 잠시 찾아온다. 배가 아주 고팠을 때 먹게 된 음식과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먹게 되는 음식은 같은 맛 이어도 다르게 느껴진다. 결핍과 약간의 고통은 어쩌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런 부족함과 불편함의 상태가 해소될 때 우리는 전보다 훨씬 강한 강도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삶을 평가할 때 우리는 만족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대단히 빈번하게 저지른다.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행복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바로 그 순간 체험된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단지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만족이란 그러한 행복의 느낌에 대해 우리가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무엇이다. 그러니까 만족은 되돌아보는 시선 속에 존재한다. (p. 300~301)



행복과 만족을 혼동했기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삶을 실제보다 덜 행복하다고 여겼던 걸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래와 같다.


1. 상심에 빠졌을 때는 성공이 보장된 손쉬운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부정적 사고의 사이클로 약화된 왼쪽 앞이마뇌를 다시 움직이도록 만든다.


2. 운동을 통해 작은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 역시 이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 게다가 운동은 그 자체로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운동은 뉴런이 새로 형성되게 자극하고,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을 방출하는 작용을 함으로써 천연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3. 행복일기를 써 본다. 내게 주어진 기쁨의 순간들을 글로 표현해 봄으로써 그것을 명확하게 각인 시켜 내 삶이 기쁨의 조각들로 채워져 있음을 확인하고 기억하게 한다.


4.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본다. 순간적인 기쁨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근심과 불안을 잠시 잊어본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 새로운 자극을 추가해야 한다. 즐거움의 종류를 바꾸어 행복감이 무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 그리고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주는 즐거움을 기억하자.


5. 어떤 종류의 일이든 그것에 몰입하여 빠져드는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감정을 일으킨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분비된 도파민은 몰입의 과정 동안 기분 좋은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또한 몰입한 일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몰입의 즐거움을 높인다.


6. 명상을 해본다. 명상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근육이 느슨해지게 하고 뇌파를 알파파로 변화시킨다. 맥박과 혈압도 떨어뜨리고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의 양을 줄어들게 하여 면역체계를 강화시킨다. 뇌는 이러한 신체의 감각과 변화를 행복의 상태로 해석하게 된다.






행복을 찾아나서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연습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특별한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자극들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을 보이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습관들로 조금씩 실험을 해 보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점차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반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 질문에 모든 사람은 각자의 대답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지구상에는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따라서 행복에 이르는 길 역시 70억개가 된다. (p. 406)





<행복의 공식>은 행복의 실체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행복의 비결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과 함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의 답을 얻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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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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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는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부모님과 형을 잃어버린 12살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끔찍한 사고 속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로 살아 돌아와 이모와 이모부에게 맡겨진다. 이 소설은 몸과 마음을 다친 아이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최악은 우는 사람들이다. 에드워드는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들의 흐느낌은 오르간 곡조처럼 크게 울리면서 공기를 죄다 빨아들인다.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감당하기도 힘든 소년에게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감정을 들이미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면부지 타인들의 눈물이 그의 생살을 찌른다. 에드워드는 귀가 딸각대고,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는다. (p. 48)




이 소설을 통해 뉴스에서 접하는 끔찍한 대형 사고들의 생존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사건과 아무 관련은 없지만 그 사건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무심하게 건네는 관심과 위로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아픔을 줄지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사고 이전의 삶까지 다 까발려지는 환경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경험 없이 생각만으로 그런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소설의 전개에 따라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며 그의 마음에 공감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들의 마음에 한발작 정도는 더 다가가게 되지 않았나 싶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부모와 형을 잃은 에드워드. 그런 에드워드를 사람들은 축복 받았다고 한다. 끔찍한 사고를 겪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이 축복인가. 심지어 사고에서 살아나 많은 보험금을 받고 유명해진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죽음 사이에서 혼자 이렇게 살아 남는것을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환경에서도 내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아직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고를 겪어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지만 그 댓가로 돈과 유명세를 얻은 것이, 누군가의 부모가 감옥살이를 하고 있고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가진 것 보다 축복받는 삶인가.






네게 벌어진 일에는 이유가 따로 없어, 에디. 넌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지 않았을 뿐이야. 복불복이었지. 네가 어떻게 되도록 누가 선택한 게 아니야. 그건 네가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는 뜻이지.” (p. 410)



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죄책감일까. 주인공은 죽은 191명을 위해, 그리고 191명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의 삶에는 큰 의미가 있고, 그래서 매 순간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주인공이 살아남은 건 그저 우연이다. 주인공은 대단한 사명을 위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죽은 이들의 몫까지 더해 열심히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것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살아가면 된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꼭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이유가 있어서 내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뼛속에 새겨지거든, 에드워드. 피부 속에 계속 남아있지. 없어지지 않아. 자신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매 순간 함께할 거야. 처음 나를 만난 순간부터 넌 그걸 안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지.” (p. 439)




주인공 에드워드를 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상처를 낸 사건을 잊어버려 떨쳐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나에게 일어났음을 인정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이구나를 느꼈다.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불행으로 내 삶을 망쳐버린 것만 같고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떤 불행으로 마음이 힘들다면 그건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걸 알아야한다. 그 안에서 원인을 찾고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고 책임을 돌리며 끝없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받지 말길. 그 불행은 그저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이다. 괴롭지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어서 한동안 다른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끔찍한 비행기 사고에 관한 이야기지만, 소설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에드워드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그를 안타까워하고 또 그의 회복을 응원했다.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주인공 에드워드의 남은 생이 행복하길 바랬다. 그리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항공기 추락사고(2010년아프리키야 항공 771)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 소년의 삶도 행복하길 바란다.




글은 책과 콩나무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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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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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저자가 오랜만에 예능에 나온 것을 보았다. 이전의 차가워 보이는 모습과는 좀 달라진 것 같았다. 독신주의 인줄 알았던 저자가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며 좀 놀랬었다. 지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것이 저자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걸까 궁금했다.



이 책은 그가 오래전 필요했지만 들을 수 없었던 말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파하는 청년들을 위해 쏟아내 주었다. 저자가 유명인이고 그의 모습을 많이 보아와서 그런지 글을 읽고 있지만 글 속에서 왠지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인간이라면 노력하지 않아도 당연히 작동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삼키고 뱉고 싸고 자는 모든 것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먹통이 되었다. 나는 내가 더 이상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정확히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p. 30~31)



항암의 고통스러움을 책 속에서 간접 경험을 하였다. 아니 경험이 아니라 그냥 들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말로 아무리 자세히 설명한들 그걸 진짜 알고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야 내 손가락이 여기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손가락 하나가 나의 많은 일을 함께 해주고 있었구나 느끼게 된다. 아프기 전에는 당연한 것이 아프고 나서야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마움을 잊어버리게 된다.





2.

오늘 밤도 똑같이 엄숙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천장에 맞서 분투할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 불행과 마주쳤을 때 조금은 더 수월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내일은 차를 수리해야겠다. (p. 57)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권해주고픈 책이다. 혼자 참고, 괴로워만 하고 있지 말고, 아픈 일을 겪은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았으면 한다.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





3.

나는 여태 내 삶이 농담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딱히 성공적이지 못한 농담 말이다. 백 명의 관객 가운데 두 명밖에 웃기지 못한 실패한 농담.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이었다. 그런데 일곱 가지 장면을 꼽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입체적이다. 이야기 속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적어도 애정을 가지게 되는 종류의 캐릭터 말이다. 일곱 가지 장면을 꼽는 일은 내 삶을 이야기로, 나를 캐릭터로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지나가던 행인이 아니다. (p. 73~74)



내 인생의 섬네일 이미지 7장을 꼽는다면 어떤 순간들일까. 나에게 의미있는 순간들은 어떤 때였지? 이것을 떠올려보면 별볼일 없다 여겨진 내 삶도 내가 주인공인 나만의 드라마가 된다. 나의 섬네일 이미지를 고르며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드라마적 요소가 섞여 있는 시트콤같다. 저자의 발상이 재미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아이디어이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사건들을 만나면 드라마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되었구나 생각이 들 것 같다.




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영원회귀는 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이다. 우리가 죽으면 똑 같은 인생이 다시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시간 여행이 아니다. 평행 우주도 아니다. 완전히 토시 하나 바뀌지 않은 그대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여러 번 읽고 이해한 뒤 토할 뻔했다. 우리가 과거의 인생을 반복하고 있고 그것을 다시 영원히 반복한다는 아이디어는 끔찍한 생각이다. 니체는 정확히 바로 그 공포에 맞서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운명론적 공포를 극복하고, 반복되더라도 좋을 만큼 모든 순간에 주체적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관없다고, 이토록 끔찍한 삶이라도 내 것이라고 외치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삶을 사랑하라 주문하는 것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바로 그 순간 네 삶의 고통과 즐거움 모두를 주인의 자세로 껴안고 긍정하라는 아모르파티와 결합한다.

(중략) 삶의 가장 기쁜 순간을 반복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추악한 순간마저 얼마든지 되풀이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가 되어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p. 172~173)




5.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나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치료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래서 아직 쓸 수 있을 때 옳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남기고 싶다.

회복한 이후에 쓴 모든 글이 그랬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p. 217)



이 책은 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들이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였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가의 이 마음이 전해졌으면 한다.

어떤 도덕적 기준이나 흔히 하는 위로의 말들이 아닌 진짜 작가의 경험을 통해 느끼고 깨달았던인생의 쓴맛에 대해 솔직한 조언을 들려준다. 작가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짠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6.

내게는 그것이 상처는 상처고 인생은 인생이라는 선언이었다. 당신에게 그건 다른 종류의 선언일 수 있고 어떤 표정일 수 있으며 특정한 여가 활동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말 그대로 달아오른 마음이 식을 때까지 시간을 보내며 버티는 방식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만 통하는 객관화의 방법이, 사건과 나를 분리시켜주는 방아쇠가 반드시 있다. 여러분은 그걸 찾아야 한다.

(중략) 하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어렵다. 그건 삶에 관한 해석이라기보다 스스로에게 거는 저주에 가깝다.

과거는 변수일 뿐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불행을 다스린다면, 그리고 그걸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이 얼마든지 불행을 동기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p. 261)



상처가 아프다고, 그 상처에만 집중하고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 자신에게 스스로 저주를 거는 것

과 다름없다. 상처가 영원히 지속되고 그것이 나를 망칠 것이라고 계속 되뇌는 것과 같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거기에서 상처를 받았더라도 우리는 의 의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불행과 상처, 아픔도 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산다는 것이 아닌, ‘의 의지에 따라 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했던 니체의 그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처럼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추락했다고 믿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대답해주는 자신이 역겹다고 표현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말은 조금 삐죽삐죽해도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전해진다. 힘들어서 지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힘든 일을 극복해낸 저자에게 현재 자신들의 아픔을 호소하고 위로 받길 원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이런 책을 출간한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완전히 공감해 줄 수도 없고, 완벽한 해결책을 줄 수도 없고, 딱 맞는 위로의 말을 해 줄 수도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자신의 깨달음과, 불행속을 지나오면서 얻은 것들과 변화된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히 보이는 격려와 위로의 말들은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파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픈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흔한 위로의 책들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차오르는 그런 느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진실된 마음이 어떤 정형화된 위로의 이야기들보다 더 큰 위로를 준다.




저자가 지난 시간 동안 힘겨운 삶을 살았던 것이 가엾게 느껴졌다. 혼자라는 생각에 몸에 가시를 돋아낸채로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애쓴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면서 더 자신을 혼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저자의 이전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크게 변화한지는 모르겠다. 그저 글을 읽는 동안 힘든 시간을 겪고 버텨온 저자의 남은 날들이 이전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살고 싶다는 농담>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몸이나 마음의 병으로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삶의 고통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혼자인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 책으로 그들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웅진지식하우스)에서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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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마담롤리나 아트 포스터 시리즈
마담롤리나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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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일상의 공간에 상상을 더한 그림들로 현실에서의 시름을 잊는 기회를 가졌다.


빈티지한 색감의 그림들로 채워진 <더포스터북 by 마담롤리나>는 집안 어느 공간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카페인이 부족한 날에는]이란 그림의 상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 글을 쓰다가 잘 안풀리거나 졸음이 올 때는 마시던 커피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요즘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주로 마시니까 뛰어들면 엄청 시원하겠지. 얼음속을 헤엄치면 정신이 번쩍 들 것 같다. ㅎㅎㅎ 그래도 커피향을 맡으면 기분은 좋을거같다~ 향을 생각하면 홍차나 자스민차도 좋을것같다. (진짜 뛰어들것도 아닌데 왜 자꾸 상상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








[The Evening Glow]는 작가의 마음이 아주 작아졌던 날의 상상이라고 한다. 작가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림을 보면 주인공의 몸이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주인공의 집이 작아진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마음이 작아져 속상했던 그날은 포근하게 감싸주고 나를 지켜주던 집도 나의 마음을 다독여 주기엔 한없이 작아 보였던 걸까. 그림 속 주인공은 작아진 집에 걸터앉아 바람이 부는 바깥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노을빛 파스텔톤의 하늘은 작가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을까.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이 작가의 마음을 토닥토닥 해주었을까.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달이 작가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을까.








[거울 너머의 세계]는 이번 책의 표지 작품인 만큼 가장 눈에 띠는 작품이었다. 핑크와 연보라의 파스텔톤으로 채워진 그림. 화장대처럼 보이는 가구의 거울 속에는 햇빛이 비치는 강물 위에 백조 두 마리가 유유히 떠가고 있다. 거울속의 공간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상상의 그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만큼 뭔가 여기와는 크게 다를 것만 같다. 소리가 없는 곳이라던지, 해가 영원히 지지 않는다던지, 백조가 말을 한다던지 뭐 그런 상상을 해 본다.








[Flower Tour]는 비둘기가 가이드 해주는 봄날의 꽃 여행이라 한다. 사랑하는 이와 새를 타고 향기로운 꽃밭 위를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향기와 풍경. 바람을 가르는 느낌. 작가의 말처럼 정말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즐거운 공상이다.








[Happy Birthday!]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천사들과 요정들이 만든 맞춤 케이크이다. 생크림 장식도 하고 체리도 올리고 튤립 한 송이도 가져와보고. 천사들은 생일의 주인공을 위해 꽃가루도 뿌리고 있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케이크의 주인공은 행복하겠다. 혹 사랑하는 이를 위해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면 저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A Good Ride]는 작아진 몸으로 우리의 일상 곳곳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의 그림이다. 나와 아이의 몸이 작아져서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을 여행한다면 어떨까. 아이는 엄청 즐거워할텐데. 나는 왠지 집을 더 열심히 정리할껄이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것 같다.








[Summer Fantasy]는 무더운 여름에 누구나 한번쯤 드는 생각, ‘아 시원한 물에 뛰어들고 싶다를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워터파크도 아니고 해변도 아니지만, 지금 바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일상의 공간에 물이 가득 채워지고... 그 다음은 시원하게 풍덩.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며 그림을 감상하고 있으니, 지루하다 여겼던 내 일상에 작은 빛이 새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마담롤리나 작가님 덕분에 상상의 힘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현실에 지칠 때면 그림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재미있는 상상을 덧붙여보는 것도 마음을 지켜주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번 작품들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품고 있어서 아이도 즐거워하는 전시회가 되었다.






7월의 집콕 전시회도 역시나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매달 좋은 작품들로 그림을 맘껏 감상하게 도와주는 <더 포스터 북>.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과 작가님들을 이 책으로 계속 계속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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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안소현 아트 포스터 시리즈
안소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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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더 포스터북 신간은 안소현 작가님의 그림들로 채워졌다.


비어 있는 공간들을 보고 있으니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들과 관계들로 꽉 차 있던 마음이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비어있음과 여유로 사르르 풀어지는 것 같다.


그림들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푸른 색감이 아직 끝나지 못한 장마의 꿉꿉함을 잊도록 도와준다.


그림 속 빈 공간을 보고 있으면 요즘의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비움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도 비워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바람의 방문]이었다. 몇달 전에 인스타에서 우연히 작가님의 이 그림을 보게 된 후 이상하게 자꾸 머릿속에 이 그림이 떠올랐다. 사진 전체에서 느껴지는 초록 빛이 기분 좋게 느껴져서 였을까. 그런데 이번에 더포스터북에서 안소현 작가님을 주제로 신간이 발간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어머, 이건 내거야!’라는 마음의 울림도 있었다. ㅎㅎ) 인스타에서 보니 작가님의 그림들 중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꽤 있던데 그 장소가 캔버스로 그대로 옮겨져 그림으로 전시되는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문은 열려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는 주스 가게의 모습. 나는 이 작품이 아침시간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햇빛이 가게를 따스하고 밝게 비춰주고, 가게 주인은 막 오픈을 하여 하루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의 모습 일거라고 상상했다. 그 사이에 첫 손님으로 오게 된 바람이 가게의 커텐을 들춰보고 있다고. 내 몸은 여기에 물리적으로 묶여 있지만, 생각은 먼 나라의 주스 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창공의 새]란 작품은 작가가 인도 여행에서 마주했던 하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그림만 보았을 때는 그냥 우리의 일상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는 건물 위의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특별하지 않은 풍경일 수 있는 모습을 특별함이 느껴지게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쨍하게 파란 하늘 위를 날아가는 새와 그 곳에 항상 서 있는 건물이 노을빛에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짙은 파랑과 핑크빛의 대조가 마음을 시원하게도 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두 의자]는 작가가 예전 옥탑방에 살 때 남편과 나란히 앉았던 의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색감도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는데, 작가의 사랑이 묻어난 시간을 그림으로 옮겨서 그랬던 건지, 10편의 작품 중에 가장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이었다. 빈 공간에 의자 두 개만 놓여진 그림으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 마음이 전해지는 그림들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안온] 이라는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의 공간을 넓혀주기에 가장 적당한 그림이라 느꼈다. 이 작품 역시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나는 그림으로, 커다란 창이 난 공간에 의자와 선인장 그리고 아주 조그만 물체(나는 커피라고 생각함)가 놓여진 그림이다. 나는 이 그림에 가장 시선을 오래 두고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머리 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또 지금이 언제 인지 그런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텅 빈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다.



사실 비어 있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기는 하지만, 그림 자체는 정말로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색깔들로 가득 채워진 것인데, 그 색깔과 형태의 조합을 보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새삼스레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마음 속에 시끄러운 잡음들을 잊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더니,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과 일터를 벗어나 경치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공간을 이동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결국 마음을 쉬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건 생각을 멈추고 마음을 쉬게 한다면 어디에서나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공간을 비춰주는 햇빛에 대한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정말 햇빛의 고마움을 특히 많이 느낀다.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오다가 갑자기 햇살이 눈부신 맑은 날을 만나게 되면, 어제와 같은 공간의 풍경 인데도 이상하게 5배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눈이 부신 햇빛과 그 아래에서 살아나는 선명한 세상의 빛깔들.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햇빛의 느낌이 잘 표현된 작품들을 만나서 그랬던 걸까. 안소현 작가님의 작품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흑맥주인데 사진은 콜라같다...;


술을 마시면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더 포스터북>이 열어주는 집콕 전시회라면 언제든 가능하다. 가장 편한 자세로, 원하는 때에 얼마든지 말이다.






예전의 나는 미술관을 가는 걸 참 좋아 했었는데, 코로나19바이러스로 팬데믹 시대가 오면서는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위로하듯 매달 두 권씩 [더 포스터 북]에서 좋은 그림들을 주제로 책을 내어주니 너무나 고맙다. 우리 집의 벽면 한켠을 미술관으로 바꾸고,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더포스터 북]. 앞으로도 계속 계속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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