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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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는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부모님과 형을 잃어버린 12살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끔찍한 사고 속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로 살아 돌아와 이모와 이모부에게 맡겨진다. 이 소설은 몸과 마음을 다친 아이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최악은 우는 사람들이다. 에드워드는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들의 흐느낌은 오르간 곡조처럼 크게 울리면서 공기를 죄다 빨아들인다.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감당하기도 힘든 소년에게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감정을 들이미는 것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면부지 타인들의 눈물이 그의 생살을 찌른다. 에드워드는 귀가 딸각대고,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는다. (p. 48)




이 소설을 통해 뉴스에서 접하는 끔찍한 대형 사고들의 생존자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사건과 아무 관련은 없지만 그 사건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 무심하게 건네는 관심과 위로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아픔을 줄지 생각해보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사고 이전의 삶까지 다 까발려지는 환경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경험 없이 생각만으로 그런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소설의 전개에 따라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며 그의 마음에 공감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들의 마음에 한발작 정도는 더 다가가게 되지 않았나 싶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부모와 형을 잃은 에드워드. 그런 에드워드를 사람들은 축복 받았다고 한다. 끔찍한 사고를 겪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이 축복인가. 심지어 사고에서 살아나 많은 보험금을 받고 유명해진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죽음 사이에서 혼자 이렇게 살아 남는것을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환경에서도 내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아직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고를 겪어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지만 그 댓가로 돈과 유명세를 얻은 것이, 누군가의 부모가 감옥살이를 하고 있고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을 가진 것 보다 축복받는 삶인가.






네게 벌어진 일에는 이유가 따로 없어, 에디. 넌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지 않았을 뿐이야. 복불복이었지. 네가 어떻게 되도록 누가 선택한 게 아니야. 그건 네가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는 뜻이지.” (p. 410)



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죄책감일까. 주인공은 죽은 191명을 위해, 그리고 191명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의 삶에는 큰 의미가 있고, 그래서 매 순간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주인공이 살아남은 건 그저 우연이다. 주인공은 대단한 사명을 위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죽은 이들의 몫까지 더해 열심히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것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살아가면 된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꼭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이유가 있어서 내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뼛속에 새겨지거든, 에드워드. 피부 속에 계속 남아있지. 없어지지 않아. 자신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매 순간 함께할 거야. 처음 나를 만난 순간부터 넌 그걸 안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지.” (p. 439)




주인공 에드워드를 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상처를 낸 사건을 잊어버려 떨쳐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나에게 일어났음을 인정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이구나를 느꼈다.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불행으로 내 삶을 망쳐버린 것만 같고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떤 불행으로 마음이 힘들다면 그건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걸 알아야한다. 그 안에서 원인을 찾고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고 책임을 돌리며 끝없이 괴로움 속에서 고통받지 말길. 그 불행은 그저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이다. 괴롭지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어서 한동안 다른 책을 읽기가 어려웠다. 끔찍한 비행기 사고에 관한 이야기지만, 소설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에드워드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그를 안타까워하고 또 그의 회복을 응원했다.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주인공 에드워드의 남은 생이 행복하길 바랬다. 그리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항공기 추락사고(2010년아프리키야 항공 771)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 소년의 삶도 행복하길 바란다.




글은 책과 콩나무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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