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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꽃
로카고엔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
* 발행일 : 2024년
11월 14일
* 페이지 수 : 392쪽
* 분야 : 미스터리 소설 / 일본 소설
* 체감 난이도 : 약간 쉬움
* 특징
1. 단편인 듯 이어지는 이야기
2. 뒷맛이 매우 씁쓸함
* 추천대상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
한 집에 살며 매일 불평과 시비를 늘어놓는 시어머니, 고부 갈등을 모른 척 방관하는 남편, 자신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의 딸까지… 미사키는 숨이 막혀오는 집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에 일을 시작했고, 우연히 한 카페에서 자신을 ‘니코’라고
소개하는 잘생긴 남자에게 홀린 듯이 자신의 힘든 사정을 털어놓게 된다. 니코에게 털어놓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던 미사키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를 찾아가 수다를 떨곤 했다. 그러다 갈등이
극에 달해진 어느 날, 미사키는 집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니코에게 기이한 선물을 받게 된다.
【 “이건 말이죠, 결산의
관이에요.”
니코의 말이 귀를 통과해 나간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언제나 달콤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말이 너무나 불길하게
들렸다.
“결산의······.”
“관요. 시신을 안치하는 관.” 】 (p.
46)
니코는 이 기묘한 물건을 집 안 어디에든 하룻밤 동안 두라고 하곤
가버렸는데…
신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신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처럼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일까? 혹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아름답지만 미스터리한
청년 구네 니코라이 같은 모습이라면 어떨까. 행운인지 불행인지, 구원인지 타락인지 알 수 없는 도움을 건네는 존재가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삶에 대한 불만족, 회의, 절망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의문의 청년은 맞춤식 기회를 준다. 신이
마치 매 순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가 적시의 순간에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것처럼. 그런데 그 분위기와
방식이 낯설고 기이해 그 점이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모호한 니코라이의 말을 자기의 욕망에 따라 해석한 이들은 선택의
기회 앞에서 스스로를 타락의 길로 이끈다. 스스로가 품은 지독한 욕망의 결과물임에도, 순간의 선택으로 벗어날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환상에 이끌린 듯이 파국의 길을 선택한다.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적당하게 모호한 지금의
서술 방식이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살리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각 이야기들의 결말
또한 예상을 크게 빗나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일본 소설답게 매우 잘 읽히고 내용도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인간의 나약하고 추악한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읽고 나면
진득한 불쾌함이 남지만, 한편으론 그 또한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신예 작가의 필력이 이정도라니. 기대
이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포스트 미쓰다 신조라는 별명도 있다던데, 개인적으로는 미쓰다 신조와는 약간 다른 색깔이라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미쓰다 신조만큼 몰입감이 강한 글을 쓰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내가 신간을 기다리는 미스터리 작가(미쓰다 신조, 사와무라 이치, 쓰네카와
고타로, 아시자와 요) 리스트에 로카고엔도 포함되었다. 로카고엔의 다음 작품이 매우 기다려진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놓기 어려운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 <죽음에 이르는
꽃>을 추천하고 싶다.
【 당신은 그의 어떤 시험에 들고 실패할까? 일본에서도 작품을 연재할 당시 “정말 최악이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토할 듯 기분 나쁜 이야기”라는 의견이 쇄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러분도 로카고엔이 보낸 사자(使者)의 시험대에 직접 올라보시길 바란다. 기이하고 때로는 불쾌할
수도 있을지언정 끝내 매혹될 것이다. 】 (p.
391, 『옮긴이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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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